만리건곤정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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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夜月香
작품등록일 :
2016.05.31 21:37
최근연재일 :
2016.06.01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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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6.0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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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치밀한 계략 2

DUMMY

산동성 제남,

구성(舊城)의 북쪽을 차지하고 있는 대명호(大明湖)는 곳곳의 수많은 개천의 수로가 이곳으로 연결되어 그 폭이 십여 리가 넘는 넓은 호수를 이루고 있다. 그 호수를 찾아 들어가는 입구는 좁다란 외길로 이어져 있으며 뒤쪽에 솟은 높은 산은 울창한 삼림에 뒤덮여 그 속에 수십만의 대군이 숨어있다 한들 외인(外人)의 눈에 띠지도 않을 만큼 깊은 계곡이다. 또한 호수의 입구로 진입하는 외길만 지키고 있으면 어느 누구도 쉽사리 침범할 수 없는 천혜의 요새를 이루었다.


그 호수의 외길을 지나 계곡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창랑정(蒼朗亭)이란 현판이 걸린 아담한 정자위에서 먼 계곡을 바라보던 황보승이 경탄의 소리를 뱉었다.


“ 나에게 보여주고자 한 바가 이것인가? ”

“ 예, 상서어른! ”


서문인걸이 미소를 머금고 대답했다.


“ 단단히 준비를 해 두었구나. ”


그곳에는 승복을 입고 있는 무승들, 회색도포를 걸친 도인들 그리고 날렵한 경장차림의 또 다른 한 무리의 무인들까지 어림잡아 수천 명의 무인들이 무예의 수련에 열심이었다. 그 가운데는 낙양의 서문가가 드나들다 사영대 무사들의 기습을 당해 곤욕을 치렀던 서문인걸의 지인들까지 합세해 있었다.


“ 예, 오래 전부터 이곳에서 은밀히 무예를 단련하며 힘을 비축하고 있었습니다. ”

“ 이들을 보니 그대를 믿고 마음을 놓아도 되겠구먼! 이토록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사실은 눈으로 보지 않았으면 누구도 믿지 못했을 것이야! ”

“ 인정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이제 어른께서는 더 이상 제남의 세가에 머무실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한시라도 빨리 개봉으로 돌아가셔서 준비를 서둘러 주십시오. 황제도 알현을 하셔야지요. ”

“ 그렇지. 국경에 관한 일도 주청(奏請)을 드려야겠지. ”

“ 예, 그 일이 급합니다. 될 수 있는 한 빨리 진척을 시켜주십시오. ”

“ 허허··· 그 참. 이곳은 나의 본가가 있는 천불산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 같은 제남 땅에 이런 산채를 만들어 놓았는데 어찌 낌새조차 채지를 못했던고. ”

“ 그 옛날, 어른과 저의 가친이 한 약조를 생각해 준비해온 일입니다. 그러나 정체가 알려지면 안 되는 일이기에 일찍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

“ 고생 많이 하셨네. 이제 충분히 살펴보았으니 돌아가도록 하세! ”

“ 예! ”


그들 두 사람이 발길을 돌려 떠나고 난 그 자리, 창랑정 정자 곁에 서있는 아름드리 나무위에 숨어 그곳을 주시하던 유운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 서문어른, 갈수록 더욱 깊이를 알 수 없는 인물이구나. 저 병력들이 한꺼번에 움직인다면 대단한 혼란이 일어난다. ’


여경과 급히 작별을 한 후, 서문인걸과 황보승 두 사람이 집을 나서는 순간 그 뒤를 밟았던 유운은 산채의 규모에 놀라 혀를 내둘렀다.


‘ 으음. 소림과 무당 그리고 화산과 제갈세가까지, 뿐만 아니라 얼핏 보아도 강호의 어지간한 문파는 모두 모였다. 저들은 가히 국경을 지키는 조익균과 병력과 일전을 치룰 만한 무력이다. 서문어른은 분명 저 무력을 이용해 조익균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계책을 꾸밀 것이다. 하지만 서문어른이 아무리 배짱이 두둑하다해도 무모하게 무력을 행하지는 않을 터. 어서 돌아가 조정의 움직임을 알아보아야겠다. ’


이곳에 주둔한 무인의 규모를 보며 서문인걸의 계획을 대략 짐작했다. 하지만 어떤 명분으로 이들을 움직일까 하는 서문인걸의 복안은 아직 어림잡지를 못했다. 때문에 유운은 조평환의 움직임을 파악하면 그 실마리가 찾아질까 하여 급히 신형을 날렸다.

한편,

유운의 명을 받은 구의 안내로 비연원의 밀실 운향원에 안내된 황보정이 학련과 마주했다.


“ 황보공자님, 그동안 연환서숙의 생활은 어떠하셨습니까? ”

“ 낭자의 충고를 받아들여 정신을 차린 나올시다. 더 무엇을 말하리까. 그런데 어인 일로 나를 이곳에 오라 하신 게요? ”


궁금한 듯 묻는 황보정을 보며 얼굴에 미소를 띠운 학련이 대답을 했다.


“ 호호호···, 제가 황보공자님을 모신 것이 아니라 저의 주군께서 공자께 긴히 의논드릴 일이 있다하여 모셨습니다. ”

“ 낭자에게 주군이 계셨소? 얼굴조차 보지를 못한 그 주군이라는 사람이 무슨 일로 나를 보고자 하오? ”


황보정의 말에 조금은 역정이 섞여있었다. 아무리 자신이 이 여인의 말에 감화된 척 연환서숙에 머물며 절치부심을 하는 형편이라고는 하나 아직은 이 나라 최고의 관직에 있는 대신의 아들이 아닌가. 이곳이 비록 용담호혈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눈에는 일개 주루일 뿐, 그런 곳에 자신을 불러두고는 초대한 장본인이 나타나지를 않는다?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그 눈치를 챈 학련이 은근히 웃음을 보였다.


“ 황보공자님. 그런 게 아닙니다. 주군께서는 공자께서 보낸 전언을 접하고 공자의 세가를 찾아가셨습니다. 그러니 마음을 조금 진정시키세요. ”

“ 어헛, 뭐라. 아버님에게로? ”

“ 예, 공자님. 오래전 어느 분의 말씀이라 전하며 황보공자님을 연환서숙에 머무시도록 당부한 장본인입니다. 주군께서는 곧 이곳에 당도하실 겁니다. ”


황보정이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학련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 낭자, 구공자가 연환서숙으로 나를 찾아 왔을 때, 나의 행적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고 은밀히 따르라 했어요. 그래서 내가 이곳에 온 사실은 서숙의 어느 누구도 모르오. 이토록 은밀히 행동을 해야 할 이유가 대체 뭐요? ”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은 구가 나서서 황보정에게 들려주었다.


“ 주군께서 염려하시는 점은 지금 의논할 사안이 공자님의 부친과 서문대인 사이의 일이 얽힌 일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 일에는 공자의 문제까지도 포함되어 있다고 주군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화령낭자가 자칫 공자의 행적을 눈치 챈다면 그 즉시 서문대인에게 알려 즉시 대책을 강구하겠지요. ”

“ 내 문제도 얽혀있어 기밀을 유지해야 한다? 그 말을 들으니 주군이란 사람이 누군가 더욱 궁금해집니다그려. ”


자신과도 연관이 있다고 단언한다. 이사람들이 연환서숙에서 서문인걸과 나눈 대화를 혹시 짐작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지만 당황한 빛을 보여서는 안 될 자리라 여긴 황보정은 평정심을 유지하려 안간힘을 썼다. 바로 그 순간,


“ 모두 기다리고 계셨군요. ”


반가운 목소리가 운향원에 길게 울리며 유운이 웃음 띤 얼굴로 들어섰다.


“ 예, 주군. 먼 길 다녀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여기 황보공자께서도 주군께서 오시기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


반갑게 인사를 하며 들어서는 유운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영접을 했다.


“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소생 상관유운이라 하외다. ”

“ 황보정이라 합니다. 대면은 오늘이 처음이나 학련낭자를 통해 말씀을 많이 들었습니다. 이 사람과 의논할 말이 있다하여 기다렸습니다. 어어어···? ”


황보정이 유운에게 인사를 건네다 갑자기 고개를 갸웃하며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 가만···, 혹시 오래전에 이곳 객당에서? ”


그날 술이 거나하게 취해, 비파를 뜯으며 노래를 부르고 있는 학련의 방을 찾아 들어가 억지를 부리다 쫓겨난 황보정이었다. 그때 강호협인들과 학련이 벌이는 비무가 궁금해 객당에 들려 살펴보다가 언뜻 본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 난 것이다.


“ 하하하··· 전날의 일을 아직 잊지 않고 계십니다그려. 맞습니다. 그날 구석 자리에 앉아있던 사람이 소생이올시다. ”


황보정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


‘ 당시의 그 소문, 그랬었구나! 서검시화(書劍詩畵)를 겨루어 이기는 강호의 인물에게 자신의 모두를 바치겠다고 호언을 한 그 소문, 학련낭자가 지금 주군이라 칭하는 이 사람을 만나기 위해 퍼뜨린 소문이었구나. 허허, 그런 줄도 모르고! ’


황보정은 그때 학련이 비파를 뜯으며 부르던 노랫가락이 떠올랐다.


ㅡ 마음도 없고 생각도 없으니 나도 없고 너도 없구나.

그림자도 흔적도 남기지 않을 때 무의 극을 깨달을진대

기다림에 지쳐 부르는 이 노래를 들어줄 이 그 누구인가. ㅡ


그 노래가사를 잘 음미해보면 그 속에 주인을 기다리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그것도 모르고 그저 여체에 반해 추태를 부린 자신이 한심해 얼굴을 붉히는 황보정의 귀에 학련의 웃음소리가 놀리듯 들렸다.


“ 호호호··· 황보공자님. 무슨 생각을 하시기에 그리도 넋을 놓고 계십니까? ”


언뜻 상념에서 깨어난 황보정은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학련의 말에는 대꾸도 않고 유운을 향했다.


“ 학련낭자가 강호에 비연원을 차려두고 기다린 인물이 상관공자였구려! 그렇다면 구공자께서 연환서숙을 열어둔 목적도 같은 이유였겠습니다? ”


금방 비연원과 연환서숙을 연결 지었다. 황보정의 얼굴에 비록 쓴웃음이 흘렀으나 판단은 예리했다.


“ 황보공자께 감출 일이 무엇이 있겠소. 바로 보셨소이다. 저 두 사람은 오랜 세월 소생을 기다리기 위해 그곳을 열어두었지요. ”


유운이 호탕하게 웃으며 황보정의 앞에서는 숨길 것이 없다는 듯 대꾸를 했다. 지금부터 서로의 속마음을 알아가야만 할 긴박한 순간, 유운이 먼저 그 마음의 벽을 허물고자 황보정에게 던진 말이었다.


“ 또한 지금 의논을 드리고자 하는 일은 결코 이 사람의 사심 때문은 아니라는 점을 먼저 공자께 말씀 드리지요. ”

“ 좋소이다. 내게 의논할 일이 무엇입니까? 우선 말씀을 들어보도록 하지요. ”


황보정도 유운이 나타나기 조금 전 마음속에 가졌던 역정을 털어버리고 이제 서로 의견을 나누기 위해 귀를 열었다.


“ 소생이 드리는 말속에 공자의 부친인 황보대인과 또 서문어른에 관한 사실도 포함됩니다. 황보공자에게는 한분은 부친이 되시고 또 한분은 지금 함께 기거를 하는 어려운 분입니다. 그러나 소생의 말이 모두 끝날 때까지 그분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유감없이 들어주시기를 바랍니다. ”


혹시 유운의 말 중 듣기에 언짢은 말이 나오더라도 감정을 앞세우지 말고 경청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 나도 그리 가벼운 사람은 아니외다. 마음 놓고 말씀을 하십시오. ”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찻잔을 손에 들고 상대의 말을 들으려던 황보정의 머릿속에 불현듯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 그날 학련낭자가 무림명숙들 앞에서 펼쳐 보인 무공 중 서화(書畵)의 기공(奇功)은 엄청난 것이었다. 하얀 백지위에 그려진 그림속의 한 마리 학이 마치 생명이 있는 듯 스스로 허공으로 날아오르는 그 기예는 초절한 공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기다려온 주군이라는 이 사람, 그렇다면 이 공자의 무공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


그를 주군이 부르며 극도의 존경심을 담고 바라보고 있는 학련의 모습. 황보정은 이 청년의 능력을 시험해 보고픈 생각이 슬며시 들었다. 아니 그보다, 자신의 무공을 자랑해 상대의 기(氣)를 꺾어 놓고자 하는 마음이 언뜻 치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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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第 11 章 혼란의 시작 1 16.06.01 6,042 46 16쪽
47 자혜궁 연정 2 16.06.01 6,002 43 14쪽
46 第 10 章 자혜궁 연정 1 16.06.01 6,047 45 12쪽
45 치밀한 계략 5 16.06.01 5,818 41 12쪽
44 치밀한 계략 4 +1 16.06.01 5,950 43 14쪽
43 치밀한 계략 3 16.06.01 5,948 44 13쪽
» 치밀한 계략 2 16.06.01 6,070 44 11쪽
41 第 9 章 치밀한 계략 1 16.06.01 6,257 44 14쪽
40 의도된 정사(情事) 5 16.06.01 6,336 43 13쪽
39 의도된 정사(情事) 4 16.06.01 6,430 39 17쪽
38 의도된 정사(情事) 3 16.06.01 6,429 46 13쪽
37 의도된 정사(情事) 2 16.06.01 6,556 50 10쪽
36 (2券) 第 8 章 의도된 정사(情事) 1 16.06.01 6,883 46 12쪽
35 보이지 않는 손 5 16.06.01 6,368 47 12쪽
34 보이지 않는 손 4 16.06.01 6,781 49 11쪽
33 第 7 章 보이지 않는 손 3 16.06.01 7,269 52 11쪽
32 보이지 않는 손 2 +1 16.06.01 6,794 58 14쪽
31 第 7 章 보이지 않는 손 1 16.06.01 7,043 51 11쪽
30 싱그러운 육체 2 16.06.01 7,847 49 19쪽
29 第 6 章 싱그러운 육체 1 16.06.01 8,039 52 14쪽
28 서문발호(西門跋扈) 5 +2 16.06.01 7,707 51 12쪽
27 서문발호(西門跋扈) 4 +1 16.06.01 7,740 54 10쪽
26 서문발호(西門跋扈) 3 16.06.01 7,520 57 14쪽
25 서문발호(西門跋扈) 2 16.06.01 7,593 54 12쪽
24 第 5 章 서문발호(西門跋扈) 1 +1 16.06.01 7,996 52 14쪽
23 음모의 단초 4 16.06.01 8,172 53 16쪽
22 음모의 단초 3 16.06.01 8,045 59 13쪽
21 음모의 단초 2 16.06.01 8,343 5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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