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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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연소옥
작품등록일 :
2012.08.29 12:33
최근연재일 :
2012.08.29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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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05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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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지로 113장 금강

DUMMY

구룡지로



113장 금강




불가에서의 사대금강이라함은 봉신연의에 등장하는 동방지국천왕과 남방증장천왕, 서방광목천왕 그리고 북방다문천왕등의 사대천왕의 형상화를 의미하나 소림에서의 사대금강은 완성된 그 무엇으로도 깨어지지 않는 불법의 수호자를 의미하며, 단단한 만큼 지혜롭다고 일컬어지며 소림의 위난에나 그 모습을 드러낸다는 신비롭고 독특한 지위를 갖고 있는 이들이었다. 일반적으로 천하제일을 논할 때면 어김없이 손에 꼽히는 이 사대금강, 특히 그 중에서도 수좌인 호법금강이 한낱 친견비무에 모습을 드러내다니, 이 사실을 목도한 중인들이 그 파격과 의외성에 긴장하며 사태의 추이를 관망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반면에 장대한 체구에 부리부리한 호목에서 번뜩이는 뜻밖의 심유한 눈빛의 원법을 마주한 팽소용의 표정엔 일말의 흔들림도 없는 차분함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정연한 눈빛과 태도로 먼저 포권례로 원법에게 공수를 취하며 팽소용이 입을 연다.


“ 하북팽가의 팽소용이라고 합니다. 본가의 가전도법과 권법을 익혔으며, 사사로이 정혼자인 궁룡 박휘대협으로부터 해동궁술을 전수 받았습니다. 일천한 공력과 경험으로 구룡회의 이름에 누가 될까 염려스러우나, 이렇게 명성이 자자한 대소림의 호법금강과 손속을 겨누게 되어 한편으론 무척 영광스럽네요! ”


구룡회의 팽소용이라함은 이미 알려질 만큼 알려져 버린 골칫덩이요, 한성격하는 인물임을 익히 알고 있던 원법이 뜻밖의 차분하면서도 의연한 팽소용의 인사에 의외로움을 숨기지 않고 소림 특유의 예로 답례를 하며 입을 연다.


“ 아미타불! 소림의 원법이라 하오! 하북팽가의 장중보옥을 뵈어 이 화상 역시 영광이 아닐 수 없소. 허나 솔직히 말하자면 궁왕과 검왕을 쓰러뜨린 궁룡 박휘대협의 가르침을 받고자 하였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간접적으로나마 박대협께 사사받았다고 알려진 팽여시주와 손속을 나누고픈 이 얄팍함을 부디 용서해주시기를 바라오... ”


원법의 민망해하는 말에 비로소 저간의 사정을 짐작한 중인들이 고개를 끄덕이는데, 막상 미흡하나마 박휘의 대신으로 취급받았음을 알게 된 팽소용이 역시 평소와는 달리 더없이 침착한 모습으로 원법의 말을 받는다.


“ 대사의 말씀을 충분히 받자옵니다. 가가의 가르침이 아니었다면 방년에 이르지도 못한 제가 어찌 대사의 관심을 끌 수 있겠습니까? 충분히 이해하는 바입니다만 다만 한 달여에 불과한 배움으로 대사의 기대에 족히 못 미칠까봐 그것이 걱정스럽군요. 아무튼 소녀의 입장으로선 불민하기 그지없으나 구룡회를 대표하는 이상 최선을 다할 요량입니다. 그런 면에서 대사께서도 부디 저에 대한 인정과 경시를 재고해주시기를 부탁드려요! ”


말을 마친 팽소용이 어깨에 메었던 해동궁을 손에 쥐며 임전의 자세를 취하자 다시 나직이 불호성을 읊조린 원법이 갈고리 정자로 두 발을 벌리며 소림칠십이절예 중의 철우공의 자세를 취한다. 별호가 금강이니만큼 소림의 사대금강은 완벽에 가까운 호신강기로도 유명했는데, 그러니만치 원거리 공격인 궁술에 대비하기 위한 철우공의 선택은 원법으로선 간단하면서도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이윽고 서로의 호흡이 거칠어지며 빨라지다가 어느 순간 멈춰지는 듯하더니 팽소용의 손이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의 빠르기로 전통을 오가며 해청시들을 뽑아들더니 삽시간에 수없이 시위를 잡아당긴다. 그때 중인들의 눈에는 전혀 그 실체를 파악 못할 만큼의 속도로 눈 깜빡할 새 원법에게 쏘아진 해청시를 맞아 원법이 취한 것은 바로 백보신권이었다. 궁과 같은 원거리 공격에는 역시 원거리 공격의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 백보신권으로 대응하는 것이 일순 타당하기에 취한 원법의 합당한 선택이었지만, 사실 이는 방년에도 미치지 못한 팽소용의 화후를 높이 쳐주기에는 아무래도 무리라고 생각한 원법의 어쩔 수 없는 방심이었다.


일반적인 비무에서의 서로의 거리는 통상 오장내외에서 결정되는 것이 통례이나 팽소용이 궁술을 택함으로써 은연중에 원법의 배려로 십오 장 가까이 거리를 둔 작금의 상황에서 아무래도 백보신권의 권격보다는 해동궁의 위력이 훨씬 더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것은 자명한 일, 하물며 다름 아닌 현경의 절대고수인 박휘의 집중적인 지도를 받고, 또 그것을 솜이 물을 빨아들이듯 체득한 뒤에야, 결국 잠시의 간과로 인해 원법은 예상외의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공기를 찢어발기는 듯 하는 섬뜩한 소리보다도 더 빨리 쏟아져온 팽소용의 해청시와 원법의 백보신권이 처음으로 격돌하는 것을 필두로 앞서의 원정과 정방의 그것들만큼이나 격렬한 폭굉의 여파가 비무대의 곳곳을 무너뜨리면서 지켜보는 중인들을 덮친다. 팽소용이 쏘아보낸 예의 십이연환시의 첫 세 발을 백보신권의 권격으로 어렵지 않게 막아낸 원법이 그 낭창낭창한 화살에 실린 역도가 심히 상상 이상인지라, 앞서의 느긋함을 떨치고 공력을 배가하여 다가오는 또 다른 세 발의 화살을 막아가지만, 느닷없이 그 세 발의 화살이 부챗살처럼 흩어지며 양 옆구리와 인중을 노리는 게 아닌가? 이기어시라니? 그야말로 목구멍에서 심장이 튀어나올 만큼이나 놀라버린 원정이 이미 쏘아 보낸 백보신권에 실린 내력을 잘라내고 황급히 금강일지선을 어지러이 쏘아내 이미 코앞에 닥친 해청시들을 간신히 빗겨 떨어뜨린다.


철우공으로 이미 호신강기를 두르고 있기에 큰 타격이야 입겠냐마는 자칫 새파란 어린 소녀에게 본신의 직접적인 타격을 허용할 뻔 했던 원법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그 순간, 나머지의 여섯 발의 화살들이 뇌전처럼 원법의 전신에 박혀든다. 마치 공간을 지워버리듯이 앞서의 해청시들을 뒤따라오던 속도를 느닷없이 배가하여 순식간에 전신의 요혈들을 노리고 덮쳐들자 일순 대응할 여력이 없음을 간파한 원법이 본능적으로 소림의 비전중의 비전인 금강부동보로 신형을 움직여 살벌한 기세의 화살들을 피해내지만 여기저기 가사가 찢기는 것만은 어쩔 수 없었다.


팽소용의 해청시가 보기와는 달리 스쳐 지나간 기세만으로도 호신강기로 보호되고 있는 가사자락을 찢어낼 만큼의 가공할 역도가 실렸음을 비로소 인식한 원법이 처음 생각처럼 철우공을 믿고 맨 몸으로 버텼다면 어찌했을까 라는 생각에 미치자 절로 식은땀이 등골을 스쳐 흐르는 듯 하는 아찔함을 느낀다. 하지만 그런 상념에 연연한다면 소림의 사대금강이라 불릴 자격이 없는 법, 흐트러진 신형을 갈무리하는 그 짧은 순간 본연의 호법금강으로서의 모습을 되찾은 원법이 반격을 준비하려 반야신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린다.


본디 전통에 수납하는 해청시의 수는 열 발을 한 대로 쳐서 두 대인바, 십이연환시의 출수로 여덟 발 밖에 남지 않은 전통에서 세 발을 다시 꺼내든 팽소용이 앞서의 공격에도 전혀 흔들림 없는 원법의 모습에 아무런 감흥도 없는 듯이 담담히 한꺼번에 세 화살을 손가락 사이에 끼워 시위에 걸고 잡아당긴 채 원법을 지긋이 응시한다. 그 초연하고 정연한 기세에 내심 감탄을 금치 못한 원법이 앞서의 마음과는 달리 전력을 기울여 상대하고자 전의를 불태우는데, 군데군데 무너져 내린 비무대 사이로 지켜보는 중인들의 긴장이 최고조로 달하는 순간, 원법의 장대한 체구가 마치 호랑이가 도약하듯이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팽소용에게 치달린다.


동시에 시위에 걸린 세 발의 해청시를 날린 팽소용이 다시 전통을 오가며 한 발, 세 발, 그리고 마지막 한 발을 차례로 쏘아 보낸다. 분명히 먼저 달려들었거늘 어느새 목전에 도달해 있는 팽소용의 해청시 세 발을 미리 준비하고 있던 대력금강장으로 후려치지만 그 날카롭고 묵직한 파괴력에 호신강기를 두른 손바닥이 얼얼해진 원법이 무겁게 안색을 굳히며 잠시 멈춰진 쇄도를 다시금 시도하는데, 앞서 와는 달리 한 발만이 쏘아진 이 번의 해청시가 풍기는 기세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그 무엇이 있는지라,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한 원법이 제자리에 멈춰선 채 지금껏 익힌 이가 몇 되지 않는다는 불세출의 아라한신권을 내지른다.


강맹함만으로만 따진다면 앞서의 나한신권과 백보신권이 도저히 따를 수 없는 파괴적인 위력 때문이었을까? 막강한 기세를 풍기며 원법의 쇄도를 멈추게 한 팽소용의 일 발이 너무도 허무하게 산산이 부서져 허공에 비산하는데, 오히려 원법의 얼굴에 낭패한 기색이 완연하다. 허초라니? 이 긴박함속에 뜬금없이 허장성세라니? 꼼짝없이 어이없게도 그 얄팍함에 보란 듯이 넘어간 원법이 다가올 위험에 잔뜩 내력을 끌어 올리며 대비하는데, 뒤를 따르던 세 발의 해청시가 넓게 퍼지며 소용돌이치듯 와선강의 형태로 원법의 머리와 가슴과 허벅지를 노리며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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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구룡지로 133장 휴전 (1부 완결) +21 12.08.29 6,061 59 12쪽
132 구룡지로 132장 활인 +4 12.08.24 4,199 51 7쪽
131 구룡지로 131장 분노 +5 12.08.21 3,887 48 9쪽
130 구룡지로 130장 무위 +6 12.08.16 4,066 51 10쪽
129 구룡지로 129장 재견 +4 12.08.14 3,835 48 9쪽
128 구룡지로 128장 혈투 +8 12.08.10 3,901 52 12쪽
127 구룡지로 127장 전환 +6 12.08.07 4,057 51 11쪽
126 구룡지로 126장 마웅 +3 12.07.20 4,110 54 10쪽
125 구룡지로 125장 혼전 +6 12.07.18 3,925 51 9쪽
124 구룡지로 124장 봉공 +5 12.06.29 4,043 52 8쪽
123 구룡지로 123장 멸화 +6 12.06.21 4,089 58 8쪽
122 구룡지로 122장 선봉 +5 12.06.13 4,046 51 8쪽
121 구룡지로 121장 개전 +7 12.05.29 4,243 56 13쪽
120 구룡지로 120장 전야 +5 12.05.16 4,293 56 10쪽
119 구룡지로 119장 배첩 +6 12.05.02 4,255 56 8쪽
118 구룡지로 118장 연환 +3 12.04.30 4,309 58 9쪽
117 구룡지로 117장 비도 +5 12.04.23 4,412 55 10쪽
116 구룡지로 116장 무한 +4 12.04.16 4,453 55 9쪽
115 구룡지로 115장 형주 +5 12.04.13 4,744 58 10쪽
114 구룡지로 114장 석패 +4 12.04.08 4,626 54 11쪽
» 구룡지로 113장 금강 +5 12.04.05 4,734 58 9쪽
112 구룡지로 112장 홍엽 +5 12.03.30 4,807 58 11쪽
111 구룡지로 111장 구궁 +5 12.03.26 4,806 52 12쪽
110 구룡지로 110장 천왕 +3 12.03.22 4,897 56 9쪽
109 구룡지로 109장 정방 +3 12.03.20 4,851 59 12쪽
108 구룡지로 108장 친견 +4 12.03.15 4,872 57 10쪽
107 구룡지로 107장 비무 +3 12.03.12 4,894 58 7쪽
106 구룡지로 106장 소림 +5 12.03.11 4,949 62 10쪽
105 구룡지로 105장 산산 +6 12.03.08 4,958 61 10쪽
104 구룡지로 104장 편제 +5 12.03.01 5,387 5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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