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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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연소옥
작품등록일 :
2012.08.29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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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9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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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30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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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지로 118장 연환

DUMMY

구룡지로



118장 연환



보통 강호무림에서 고수로 꼽히는 기준은 진신내력을 체외로 배출하여 유형화된 기를 선보일 수 있느냐의 관건으로 정해지는데, 그로 말미암아 보자면 숱한 고수 중에서도 절정고수라 일컬어지는 이들의 기준은 그 유형화된 기를 응축하여 강기로 표현할 수 있느냐의 여부로 판단된다고 하겠다. 그런 절정고수들 중에서도 강기의 공부를 내력의 제한에 영향을 받지 않은 채 끊이지 않게 구현해내는 수준에 다다른 이들을 화경이라고 칭하는데, 구룡 중에서는 이제는 현경의 초입을 밟아 본 이무흔과 혁련운이 그 경지에 있었고, 강위룡과 팽호가 화경의 초입에 다다랐으며 그 뒤를 원정과 당가려, 그리고 금혜란이 바짝 좇고 있는 형국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렇듯 절정의 끝에서 화경으로 넘어가는 고비에 접해 있는 팽호로서는 경지와 경지 사이의 벽을 넘어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절대강자와의 실전일 수도 있기에 이미 화경, 아니 낭인이기에 사마외도로 취급받고 있는 혈비도 조위창의 경우에는 극마의 경지임이 옳으리라, 따라서 극마에 이르렀다고 평가받는 조위창과의 결전이 두려우면서도 한편으론 기꺼울 수밖에 없었다. 이와 같이 극마의 고수인 조위창이 비록 어쩌면 목숨을 걸어야할지도 모르는 벅찬 상대이기는 하나, 근래에 박휘의 지도와 구룡을 비롯한 화지문, 진예예, 황보옥등과의 대련과 비무등으로 자신의 기량이 일취월장하고 있음은 물론이요, 혼원벽력도의 화후가 팔성을 넘어 구성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여실히 실감하고 있기에 두려움을 떨치며 호기롭게 천뢰신도를 굳건히 치켜들어 조위창의 공세에 맞선다.


열두 자루의 비도에 각각 강기를 실어 보낼 수 있는 현 강호의 유일한 인물인 조위창이 성명절기인 회풍십이비류도의 이초식인 회풍낙수를 뿌리자, 앞서의 수리도와는 달리 파르스름한 도기에 휩싸인 열두 자루의 유엽비도가 마치 공간을 격하듯이 쏜살같이 팽호의 십이대요혈을 노리고 쏘아져간다. 칼날이 마치 버드나무 잎처럼 생겼다고 유엽비도라고 불리고 예리한 칼날만큼이나 상당히 얇고 가벼운 편에 속하는 암기의 일종이지만 일반적인 도와는 달리 칼날이 양옆으로 나있어 비록 찌르지 못하더라도 스쳐 베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에 비도술이나 암기의 고수들이 애용하는 유엽비도가 조위창의 손에 의해 쏘아지자 그 가볍고 날렵한 예리함에 강기의 묵직함마저 더해져 더 할 나위 없는 흉험함이 번뜩인다.


얼핏 보기에도 섣불리 대응하기엔 그 위세가 실로 만만치 않은지라 혼원벽력신공을 미리 일주천한 팽호가 그 여세로 이미 천뢰신도의 도극에서 불끈 세 자 가량 솟아난 우유빛 검강을 휘두르며 혼원벽력도의 전삼식 중의 일초인 혼원미리를 전개하여 그 초식내의 수많은 변초로 하여금 진로를 가늠하지 못할 정도의 어지러운 곡선을 그리며 날아오는 유엽비도들을 하나하나 차분히 쳐내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미 회풍십이비류도의 대성을 이루어 열두 자루의 유엽비도에 각각 도강을 나누어 실은 조위창과는 달리 비록 근자에 이르러 팽호의 그 성취가 눈부시기는 하나 혼원벽력신공의 대성을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의 혼원벽력도의 시전은 아무래도 막대한 내력의 소진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불문가지의 일, 한차례의 충돌만으로도 단전의 내력이 쑥 빠져버린 듯이 창백해지는 팽호와는 달리 이미 또 다른 유엽비도들을 손에 쥐고 기세를 잔뜩 끌어올리는 조위창의 안색에는 아직 여유로움이 넘친다.


잠시 안광을 빛내며 팽호의 호흡의 맥을 주시하던 조위창이 그예 회풍십이비류도의 삼초식인 회풍낙화를 전개하자, 마치 바람에 꽃잎이 어지러이 날리듯이 서로 교차하며 쏘아져 오는 또 다른 강기의 무리들을 맞아 아직 남아있는 체내의 내력을 모조리 끌어 모아 혼원벽력도의 이초식인 혼원개세를 전개하는 팽호의 안색이 그야말로 핏기 하나 없는 핼쑥한 모습으로 변하는데, 수없는 실전을 겪은 탓일까? 전력을 기울여 대응하는 팽호와는 달리 조위창의 공세는 위협적인 기세와는 달리 적절하게 힘을 분산시켜 막상 강기끼리의 충돌이 주는 여파는 예상외로 크지 않았다. 어쩌면 허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회풍낙화의 뜻하지 않은 무력함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팽호의 우려대로 이미 내력이 바닥나버린 팽호와는 달리 조위창이 전혀 줄지 않은 기세를 뽐내며 어느새 손에 쥔 또 다른 열두 자루의 유엽비도를 힘껏 뿌리는데, 이를 지켜보는 원법의 안색이 침중하게 가라앉는 한편, 우소혜의 입에서도 안타까운 경호성이 터져 나온다.


하지만 이때, 더 이상 내력이 이어지지 않아 강기를 실은 저 날렵하지만 동시에 강력한 예기를 뿜어내는 조위창의 유엽비도들을 상대할 유일한 수단인 도강을 펼칠 수 없는 팽호가 선택한 것은 무모하기 그지없는 돌진이었다. 활보다는 덜하겠지만 비도 역시 일정한 거리의 유지가 가장 중요한 요체인바, 회풍낙화의 공세가 자신의 내력의 소진이 주목적이었음을 깨닫자마자 본능적으로 혼원보를 밟으며 조위창을 향해 돌진한다. 동시에 단전은 넓어졌으나 그 광활함이 외려 생소한 탓인지 아직도 내력의 출입이 원활하지 못한 약점을 실감한 팽호가 다급히 전신의 세맥에 퍼져 있는 원정의 기운까지 끌어 올리는 승부수를 던진다. 그 덕에 촌음의 시간에 내력의 삼할 정도가 단전에 차오름을 느낀 팽호가 이제 막 유엽비도들을 뿌리려는 조위창에게 왼 주먹으로 파갑추를 내지르며 오른 손의 천뢰신도를 어지러이 휘둘러 일종의 도막을 전면에 치며 내달려 일종의 박투를 유도하고자 한다.


한편, 자신의 의도대로 내력의 소모가 심한 도강의 연속적인 출수를 감행한 팽호의 낭패한 신색을 보고 조위창이 회심의 냉소를 지으며 바야흐로 팽호의 숨통을 끊으려 회풍십이비류도의 사초식인 회풍운해를 시전하려는 찰나, 마치 허를 찌르듯이 갑자기 동귀어진의 요량인양 성난 멧돼지처럼 팽호가 돌진해오자 아차 하는 사이에 적절한 거리의 유지를 잃어버린 조위창이 서둘러 몸을 뒤로 물리며 그예 쥐고 있던 유엽비도들을 세차게 뿌리는데, 예상 못한 팽호의 돌발적인 대응에 위기를 느낀 그 다급함 때문인지 상대적으로 유엽비도의 도신에 실린 강기의 견정함이 앞서 와는 사뭇 달라 보인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삼할의 내력으로 펼치는 팽호의 도막을 찢기에는 부족함이 없는지라 돌진하는 기세로 간신히 쳐낸 전면의 유엽비도들을 제외한 네 자루의 비도들이 팽호의 호신강기를 뚫고 양 쪽 어깨와 양 허벅지에 각각 한 치 가량이나 사정없이 박히고야만다.


서늘한 예기가 틀어박히는데, 왜 인두로 지지는 듯이 뜨거운 걸까? 생사의 간극에 처한 처지로서는 조금은 한가한 생각이 문득 뇌리에 떠오른 팽호가 면면히 내려온 팽가 특유의 강골답게 이미 온 몸에 퍼져가는 고통을 질끈 입술을 깨물고 참으며 이도대강의 묘리 덕에 어느덧 일 장 안으로 접근한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과감히 천뢰신도를 도갑에 밀어 넣고는 하북팽가를 대표하는 권, 장, 퇴의 수법인 파갑추, 건곤신장, 철혈백사십팔퇴 등을 연달아 내지르고 휘두르고 쳐낸다. 네 자루의 비도를 몸에 박고도 전혀 개의치 않는 듯이 원정의 특기인 연환격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팽호의 저돌적이고 연속적인 공격에 내심 당황한 조위창이 비도 대신 소매 속의 수리도를 꺼내 양 손에 나눠 쥐고는 맞서 대응하려 하지만, 비도술의 고수가 어찌 박투에 능할 수 있으리오? 게다가 팽호는 이미 불회곡에서부터 되풀이 되어온 구룡들과의 수많은 대련으로 근접박투에는 가히 일절을 이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수준인바, 곧 조위창의 손발이 어지러워지며 주춤주춤 물러서기에 이른다.


전혀 몸에 꽂힌 비도들을 의식하지 않고 맹공을 퍼붓는 탓에 네 곳의 상처가 벌어지며 샘솟듯이 유혈이 낭자한 팽호가 기어이 물러서는 조위창을 따라잡으며 왼 쪽 옆구리에 일권을 먹이자 졸지에 서너 대의 갈비뼈가 부러져 나간 조위창이 신음을 흘리며 허리를 접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숙여진 관자놀이에 뻑 하는 듣기에도 호쾌한 팽호의 일퇴가 작렬한다. 화경의 고수답게 호신강기 덕에 간신히 안면의 함몰과 턱뼈의 분쇄는 면한 조위창이 터져버린 입술에서 뿜어져 나오는 선혈을 흩뿌리며 비틀거리는 신형을 바로잡으려 애쓰는데, 어느새 다가선 팽호가 마지막 일장을 조위창의 명치에 꽂으려는 순간, 어디선가 날아드는 멈추라는 다급한 경호성에 아슬아슬하게 손을 멈추지만 미처 내뿜어지는 경력까지 말끔히 해소하지는 못한지라 그 경풍에 휩쓸린 조위창이 맥없이 뒤로 떨어져 나가며 한모금의 울혈을 토해낸다.


그때서야 비로소 참았던 숨을 몰아쉬며 서서히 신형을 돌리는 팽호의 눈에 표표히 떨어져 내리며 착잡한 신색을 숨기지 않는 정마련의 비각의 각주인 지다소 정운의 모습이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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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구룡지로 133장 휴전 (1부 완결) +21 12.08.29 6,061 59 12쪽
132 구룡지로 132장 활인 +4 12.08.24 4,199 51 7쪽
131 구룡지로 131장 분노 +5 12.08.21 3,887 48 9쪽
130 구룡지로 130장 무위 +6 12.08.16 4,066 51 10쪽
129 구룡지로 129장 재견 +4 12.08.14 3,835 48 9쪽
128 구룡지로 128장 혈투 +8 12.08.10 3,901 52 12쪽
127 구룡지로 127장 전환 +6 12.08.07 4,057 51 11쪽
126 구룡지로 126장 마웅 +3 12.07.20 4,110 54 10쪽
125 구룡지로 125장 혼전 +6 12.07.18 3,925 51 9쪽
124 구룡지로 124장 봉공 +5 12.06.29 4,043 52 8쪽
123 구룡지로 123장 멸화 +6 12.06.21 4,089 58 8쪽
122 구룡지로 122장 선봉 +5 12.06.13 4,046 51 8쪽
121 구룡지로 121장 개전 +7 12.05.29 4,243 56 13쪽
120 구룡지로 120장 전야 +5 12.05.16 4,293 56 10쪽
119 구룡지로 119장 배첩 +6 12.05.02 4,255 56 8쪽
» 구룡지로 118장 연환 +3 12.04.30 4,310 58 9쪽
117 구룡지로 117장 비도 +5 12.04.23 4,412 55 10쪽
116 구룡지로 116장 무한 +4 12.04.16 4,453 55 9쪽
115 구룡지로 115장 형주 +5 12.04.13 4,744 58 10쪽
114 구룡지로 114장 석패 +4 12.04.08 4,626 54 11쪽
113 구룡지로 113장 금강 +5 12.04.05 4,734 58 9쪽
112 구룡지로 112장 홍엽 +5 12.03.30 4,807 58 11쪽
111 구룡지로 111장 구궁 +5 12.03.26 4,806 52 12쪽
110 구룡지로 110장 천왕 +3 12.03.22 4,897 56 9쪽
109 구룡지로 109장 정방 +3 12.03.20 4,851 59 12쪽
108 구룡지로 108장 친견 +4 12.03.15 4,872 57 10쪽
107 구룡지로 107장 비무 +3 12.03.12 4,894 58 7쪽
106 구룡지로 106장 소림 +5 12.03.11 4,949 62 10쪽
105 구룡지로 105장 산산 +6 12.03.08 4,958 61 10쪽
104 구룡지로 104장 편제 +5 12.03.01 5,387 5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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