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erior Struggle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요개
작품등록일 :
2013.01.31 09:36
최근연재일 :
2021.11.10 22:29
연재수 :
226 회
조회수 :
587,337
추천수 :
10,871
글자수 :
1,513,856

작성
15.01.05 05:43
조회
888
추천
21
글자
16쪽

6. 북천(北天)의 망령(亡靈) (3)

DUMMY

“와아아아아!”


정신이 들었을 땐 우렁찬 함성이 귓전을 때리고 있었다. 비무를 지켜보던 이들 모두가 연신 유문의 별호며 이름을 연발하고 있다. 그 분위기가 어찌나 뜨거웠는지, 나도 모르게 유문의 별호를 부르짖을 것만 같았다.


“승자는 청류곡의 유문이오!”


비무대에 올라온 사내가 유문 쪽으로 팔을 들어 보이며 승패를 재확인해 주었다. 이에 주위에서 들려오던 규칙적인 환호성이 더욱 격렬해지며 일말의 질서도 없이 산란하기 시작했다.

그 환호성에 떠밀리듯 비무대를 내려온 나는 그제야 하얗게 물들었던 시야가 점점 본연의 색을 되찾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실감했다. 져 버렸다. 자신만만하게 문무쌍절을 이겨보겠다 했건만 결국 나는 져 버린 것이다. 당연한 패배를 곱씹으며 나는 심란해지는 마음을 다스리려 애썼다.


“정말로 고생했어. 자네는 자네 실력은 모두 다 보여 주었어. 그 이상 무얼 바라겠나?”


비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금정하가 내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를 전했다. 위로를 똑바로 받아들 자신은 없었지만 이대로 꽁해서 입을 닫는 건 그를 모독하는 짓이며 투정에 불과하겠지. 그래서 억지로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는 순간, 또다른 손길이 내게 다가왔다.


“하하, 정말로 놀랐네. 양 소협이 이리 뛰어난 재목이었을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이 늙은이가 나이만 먹어서 눈이 흐려진 모양이니 양 소협은 기분을 풀게. 내 오늘 거하게 한턱 내지.”


놀랍게도 내 탓에 손해가 막심했을 벽정문이 묘하게 기쁜 표정으로 내 등을 두드리고 있었다. 겉치레라고 하기에는 정말로 놀라고 기뻐 보였다. 내가 상황을 통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알아채곤 금정하가 나를 조심스레 비무장 외곽으로 이끌며 말했다.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이네만.”


“그렇기는 합니다. 대체 제가 무얼 잘한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실로 간단한 이야기일세. 문무쌍절이 자네를 인정해서 절기를 보였으니 그보다 좋은 일이 또 어디 있는가?”


이제야 이해가 된다. 천의검문의 소문주는 결코 패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호중의 양요평에게 패배란 그리 큰 흠이 아니다. 더군다나 그 상대가 무림에서 이름을 날리는 고수였다면. 그리고 그 고수가 진심으로 무공을 선보여 후학에게 도움이 되고자 했다면 패배는 오히려 득이 된다.


“암! 그렇고말고. 자네가 정하의 제자임을 밝히지 않았다면 지금쯤 저치들이 자네에게 말을 붙이러 몰려들었을 게야.”


벽정문이 이쪽을 힐끔대는 몇몇을 가리키며 씩 웃었다. 옷차림을 보아하니 제법 큰 세력에 속한 사람들인 것 같았다. 싹수를 보이는 젊은 무인을 발탁하려는 자들이리라.


“하하, 이걸로 우리 벽상에도 뛰어난 후기지수가 들어온 셈이구만. 별호는 내가 멋들어진 걸로 금방 지어줌세.”


벽정문의 웃음을 보니 그제야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온다. 온몸의 힘이 풀려 잠시나마 휘청이고야 말았다. 갑자기 쓰러질 것처럼 휘청이는 탓에 놀란 두 사람을 바라보며 나는 자세를 바로 했다. 그리고 자연히 새어나오는 미소를 만연하게 드러내며 포권을 취했다.


“부족한 제가 무슨 덕이 있어 그렇겠습니다. 다 두 어르신께서 저를 어여삐 보아주신 덕입니다. 다시 한 번 감사 드립니다.”


두사람이 빙그레 웃는다. 그리고 나 역시 양요평답게 활짝 웃었다. 아무 의미도 없이 패배만 일삼았던 시절이 떠오른다. 조바심을 느끼고 자신과 세상을 탓하던 때 말이다. 그때와 지금의 차이만큼이나 감회가 새롭다. 그리고 기쁘다. 아직 내가 포기하지 않았으며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기뻤다.

그러나 기쁨은 길지 않았다. 문무쌍절에게 인정받은 후기지수라는 기쁨은 앞으로 다가올 위협에 형편없이 짓이겨졌다. 그것을 아쉬워할 새도 없이 나는 포권을 취한 채 비무대를 바라보며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자네 왜 그러는가?”


나와 함께 기뻐하던 두 사람이 의아하게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에도 나는 나무토막처럼 그대로 굳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비무대에 새로 올라선 이에게서 좀처럼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어허, 문무쌍절이 지친 틈에 싸우려는 자인가? 고약한지고...”


금정하가 탄식하며 수염을 쓰다듬었다. 언제부터 저런 자가 비무대 주위에 있었는지도 몰랐다. 알았다면 진작에 시선을 끌었을 정도로, 그 상대의 행색은 실로 기묘했다. 남루한 장포를 입고 있었지만, 그 장포가 오히려 기괴하게 보일 정도로 소름 끼치는 철가면을 쓰고 있었다. 여기저기가 깨지거나 금이 가고, 곳곳에 붉은 얼룩까지 진 지저분한 가면이었다.

게다가 허리에는 지나치게 화려한 비단이 요대처럼 차리하고 있어서 도무지 정체를 짐작할 수가 없었다. 심하령이 들려준 이야기 속에서도 나오지 않은 그런 괴이쩍은 행색이었다.


“멈춰라.”


탁한 음성이 가면 사이의 틈에서 새어나온다. 그 음성에 무슨 힘이 있었는지 유문을 휘감고 있던 열띤 환호성이 뚝 멎고 비무대를 내려가려던 유문 역시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 가면 사이에서 다시 탁한 음성이 새어나왔다.


“검을 들어라.”


“비무를 청하는 것이오?”


유문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안하무인인 상대가 정말로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이리라. 유문이 명필의 붓처럼 유려하게 경공을 펼쳐 가면을 쓴 자의 코앞으로 나아갔다. 은은한 경탄이 몇몇 곳에서 흘러나온다.

나 역시 유문의 경공에 감탄하며 한편으로는 씁쓸한 기분에 휩싸였다. 나와 싸운 다음에도 별로 지친 기색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렇다면 이름과 출신 정도는 밝히는 것이 예의가 아니겠소?”


가면 뒤에서는 아무런 말도 들려오지 않는다. 유문을 무시하는 걸까? 잠시 그의 말을 기다리던 유문이 혀를 차며 일갈했다.


“제아무리 마물과 도적이 횡행하는 혼란스러운 때라지만 어찌 예를 지키지 않는가?”


“한낱 한량 주제에 무슨 대접을 바라는 거지? 그리고 이름을 밝히지 않는 건 네 쪽이다.”


설령 가면을 쓴 자가 심산유곡에서 수련한 자라 해도 정파에 속한 이라면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 법도다. 이런 식으로 말꼬리를 잡는 건 사파에서나 할 짓이다. 그렇다면 저자는 사파의 절정고수라도 되는 걸까? 한편 유문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먼저 포권을 취했다.


“본인의 무례에 사과드리오. 허나, 한량이라 함은 말씀이 지나치시오. 본인은 대승상 유평의 증손이며, 또한 청류의 대학사 문하의 유문이라 하오. 그리 오만방자하게 사람을 얕잡아 보는 귀하께서는 방명이 어찌 되시오?”


무게를 헤아리기조차 힘든 묵직한 침묵이 맴돈다. 그리고 잠시 후 가면 사이에서 흘러나온 이름 석 자를 듣고 그만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두 귀를 의심하고야 말았다.


“이선엽.”


잠깐의 침묵이 끝났다. 그리고 곧 비무대 주위에서 하나둘 실소가 터져 나왔다. 이내 주위를 박장대소하는 사람으로 가득 차 갔다. 유문이 그 대답에 심히 불쾌해하며 물었다.


“귀하께서는 본인을 조롱하시고 싶은 게요? 귀신을 자처하면 본인이 두려움에 떨 줄 알았소?”


유문이 일갈하고 다시 비무대 주위를 본래의 활기를 되찾았다. 그러나 나는 안다. 올 것이 왔다. 포권을 취한 팔이 덜덜 떨린다. 아니, 이건 내 시야가 떨리는 것이다. 온몸이 떨리고 있었다.


“양 소협! 무슨 일인가?”


금정하가 재빨리 명문혈에 손을 가져대며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은 나를 부축했다. 그러나 내상 따위는 입지 않았다. 그런데도 나는 심한 충격에 그만 피를 토하고야 말았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심히 동요한 탓이다.


“양 소협, 혈을 짚을 테니 내공을 억제하게.”


급기야 금정하가 혈을 짚으려 한다. 그러나 나는 억지로 고개를 저어 그 손길을 만류했다. 그리고 차츰 정신을 차리고는 피로 물든 입가를 슥 훔쳤다.


“괜찮은 겐가?”


벽정문이 깜짝 놀라서 하얗게 된 얼굴로 물었다. 나는 그 물음에 대답도 하지 못하고 다시 비무대 위를 바라보았다. 혹시 모르는 일이다. 유문의 말대로 명문의 후손인 그를 조롱하기 위해 일기당천의 이름을 꺼낸 얼치기 고수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좋소이다. 그대가 어찌 그런 흉명을 자처하는지는 모르나 비무는 받아들이겠소. 허나, 본인의 검에 자비를 바라지 마시오. 본인은 방자한 이를 몹시 싫어하오.”


정말로 기분이 좋지 않았는지 유문이 선뜻 선공을 취한다. 그 순간, 나는 그만 비명을 내지르고 말았다. 유문의 움직임에 대응하는 것을 보고서 내지른 비명이다. 이 비명이 비무를 멈추었으면 좋으련만, 내 목소리는 비무대를 에워싼 함성에 묻혀버리고야 말았다.


펑!


격렬한 파공음이 일었다. 그와 함께 엄청난 기세의 기파가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비무대가 출렁인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헤 비무를 관전하던 이들이 일제히 비명을 내지르며 자세를 낮추었다. 몇몇은 그만 나동그라지며 어수선한 인파에 휩쓸리고 만다.


“크으.....”


유문이 침음을 흘리며 부러진 검을 억지로 들어올리고 있다. 무슨 일이 있던 것일까? 반면 가면을 쓴 괴인은 태연한 신색을 유지하고 있었다. 어깨에 앉은 먼지를 가볍게 털어내며 괴인이 조롱하듯 말했다.


“형편없군. 저승에 가게 되면 네 조상들에게 족보에서 빼 달라고 해라.”


“네놈.....”


유문의 눈이 분노로 빨갛게 충혈된다. 그리고 한눈에 보아도 엉망이 된 몰골로 비척비척 자세를 바로잡았다. 비무대는 점점 혼란에 휩싸이고 있었다. 그때 비무의 승패를 가리던 사내가 일갈하며 괴인에게 달려들었다.


“비무를 중단하시오! 동평왕 전하의 명이오!”


사내가 괴인의 지척에 당도하자, 그때 다시 파공음이 일었다. 눈을 깜빡였을 때는 아예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허리띠처럼 자리하던 비단이 살아있는 것처럼 한껏 풀려나가 마치 예리한 칼날이라도 된 양 사내를 양단한 것이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다시 침묵이 주위를 지배했다. 숨을 한번 고를 시간이 지나서야 비무대를 에워싼 이들이 일제히 비명을 지르며 비무장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이런, 위험하네 소협!”


금정하가 격류처럼 뒤흔들리는 여파로부터 나를 지키며 일갈했다. 금정하는 동시에 벽정문의 안위까지 지키려 하고 있었다.


“저, 저자는 미쳤어. 여기가 어디라고....”


벽정문이 더듬대며 비무대 위를 가리킨다. 금정하는 비무대 위를 힐끔 바라보았다가 말했다.


“우리도 피해야 하네. 저 마두가 어떤 미친 짓을 할지 모르네.”


금정하아 내 어깨를 잡고 흔든다. 그러나 나는 더없이 냉랭하게 그 손을 쳐냈다. 놀란 금정하가 신음하는 것이 들린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비무대 위에 서 있는 두 사람에게 시선을 빼앗기고 있었다.


“동평의 제후가 감히 남 위에 서 있다 착각한다?”


허리로부터 뻗어 나간 화려한 비단이 뱀처럼 괴인의 손을 타고 움직인다. 그리고 어깨를 타고 올라간 비단이 격풍을 맞은 듯 넓게 펴진다. 화려하게 수놓은 비단이 찬연히 빛나는 태양을 가리며 깊은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황상의 것을 도둑질한 도적이 감히 누구 위에 서려는 것이더냐? 이 세상에서 만인지상에 계신 분은 천하에 오직 하나. 천제(天帝)뿐이시다!”


이선엽의 주위로 폭사되듯 펼쳐진 비단이 미친 용처럼 날뛰며 주위를 초토화한다. 유문이 신음하며 몸을 날리지만 살아있는 것처럼 용트림하는 비단이 이내 가느다란 띠처럼 변해서 유문의 목을 움켜쥐었다.


“크헉!‘


방금전까지만 해도 고매한 학사다운 말을 내뱉던 입에서 추레한 비명소리가 터져 나온다. 유문의 목을 틀어쥔 비단이 천천히 이선엽에게 가까워진다. 유문이 점점 죽어가는 것이 보인다. 눈을 까뒤집고 거품을 문다. 그러나 아직 검을 놓지는 않았다. 유문이 쥐고 있는 검을 알아챈 이선엽이 손짓하자 유문의 목을 조르던 비단이 풀려나간다.


“그래도 승상의 씨앗답구나. 족보에서 파낼 필요는 없겠어. 지하에서 유평이 꽤 좋아하겠군.”


이선엽이 비릿하게 웃는다. 떨림조차도 멎은 채 나는 턱 막히는 가슴을 두드렸다. 궁극을 경험했던 나는 이선엽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었다. 절정 따위는 진작에 초월한 힘이다. 만약 이런 절망적인 상대와 조우하는 것이 처음이었다면 나는 그만 미쳐버렸을지도 모른다.


“기회를 주지.”


격하게 기침을 토하며 널브러져 있는 유문에게, 이선엽이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 유문이 그 시선을 이기지 못하고 덜덜 떨며 반문했다.


“무슨....”


“조금 전 싸움에서 보았다. 이 중에서 나를 방해할만한 자는 네놈 하나뿐이더군. 그래서다. 네놈만 없다면 역적을 벌하는 일에 방해는 없을 터.”


다시 이선엽의 주위를 에워싼 비단이 요동친다. 사나운 용처럼 한순간에 유문을 향해 쇄도해갔다. 유문이 힘겹게 내공을 끌어올려 검을 들었지만 부질없다. 유문은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졌다. 유문에 손에 들려 있던 세검이 세로로 두동강이 나서 엉망이 된 비무대 사이에 꽂힌다. 이선엽이 차갑게 비아냥거렸다.


“허나, 겨우 이 정도다. 학문도, 검도 전념하지 못한 자가 이름만 앞세우는 꼴이라니...”


죽어가는 유문을 차갑게 응시한 이선엽이 문득 이쪽을 바라본다. 두방망이질치던 가슴이 돌연 멈추어버린다. 내 시선을 느낀 것일까? 이대로는 죽는다. 단약을 먹을 틈조차 없다. 숨을 내뱉기도 전에 저 비단이 나를 산산히 찢어발길 것이다. 그러나 잠시 후, 이선엽이 상대할 가치조차 없다는 듯 고개를 돌리고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태평궁 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처, 천운일세. 양 소협. 정신차리게. 어서 피해야 해!”


금정하가 더듬거리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금정하의 목소리는 이번에도 나를 움직이지 못했다. 나는 이선엽의 싸늘한 시선을 떠올렸다. 나를 버러지만도 못한 놈을 보는 그 시선. 요 며칠간 너무 떠받들어진 탓일까? 그런 시선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책무가 그 굴욕감과 더불어 투지를 이끌어냈다.


“어르신.”


“그, 그래 정신을 차렸나?”


금정하가 어느새 정신을 잃은 벽정문을 들쳐안고는 화색을 보였다. 마음이 무겁다. 이제는 밝힐 수밖에 없을 것이다. 품속을 뒤져 단약을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단숨에 집어삼키고 말했다.


“두 분의 호의를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포권을 쥐어 보인다. 그와 함께 단약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막대한 내공이 흘러나와 그 기세로 전신을 일주천한다. 더할 나위 없는 막강한 힘을 느끼며 저열하게 환희한다. 그런 한편으로는 씁쓸하게 웃었다. 문영이 만들어 주었던 인피면구가 내공의 흐름에 휩쓸려 차츰 녹아내리고 있었다.


“양.....소협?”


금정하가 그만 친우의 몸을 떨어트리고 만다. 그리고 대경실색한 채 아무도 없는 귀빈석을 바라본다.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나저나 정도용봉회가 설치지 않아 다행이군. 문영과 심하령이 잘 조치한 모양이야.


“자네는.....”


금정하는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노회한 두 눈에는 그렁그렁한 눈물마저 맺혀 있었다. 그것은 그동안 정들었던 양요평과 작별하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 정체가 너무나도 놀라워서일까? 무엇이 되었든 두 사람에게 나는 너무 큰 죄를 지었다.


“모든 것을 바로잡게 되면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단호하게 상황을 정리하고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나갔다. 금정하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애써 그것을 잊는다. 극한에 이른 내공으로 펼친 경공이 한순간에 나를 이선엽의 근처로 이끌었다.


“호오...”


이선엽이 내 기세를 눈치채고 몸을 돌린다. 그러나 나는 고리타분하게 통성명 따위를 할 생각은 없었다. 이선엽이 시야에 들어오자마자 검을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일시에 찔러넣는다. 막대한 내공이 검을 타고 흘러들어 간다. 짜릿한 내공의 흐름을 의식하며 나는 외쳤다.


“더는 못 간다!”




감상이나 비평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작가의말

무슨 주인공이 악역처럼 상대를 물고 늘어지게 되었군요. 사실 원래 의도가 그겁니다. 도군은 사실 잘해야 조연급에 더 어울리는 녀석이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Inferior Struggle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01 8. 등하불명(燈下不明) (2) +7 15.10.04 827 15 14쪽
200 8. 등하불명(燈下不明) (1) +9 15.10.01 917 13 20쪽
199 7. 일보후퇴(一步後退)하면 이보전진(二步前進)하라. (6) +8 15.09.22 846 11 20쪽
198 7. 일보후퇴(一步後退)하면 이보전진(二步前進)하라. (5) +5 15.08.07 831 16 14쪽
197 7. 일보후퇴(一步後退)하면 이보전진(二步前進)하라. (4) +9 15.06.28 944 23 12쪽
196 7. 일보후퇴(一步後退)하면 이보전진(二步前進)하라. (3) +5 15.05.09 929 18 16쪽
195 7. 일보후퇴(一步後退)하면 이보전진(二步前進)하라. (2) +4 15.04.26 858 16 14쪽
194 7. 일보후퇴(一步後退)하면 이보전진(二步前進)하라. (1) +5 15.04.11 977 24 18쪽
193 6. 북천(北天)의 망령(亡靈) (13) +6 15.03.31 1,058 20 14쪽
192 6. 북천(北天)의 망령(亡靈) (12) 15.03.27 924 15 12쪽
191 6. 북천(北天)의 망령(亡靈) (11) +2 15.03.24 751 26 13쪽
190 6. 북천(北天)의 망령(亡靈) (10) 15.03.20 845 17 11쪽
189 6. 북천(北天)의 망령(亡靈) (9) 15.03.17 791 14 18쪽
188 6. 북천(北天)의 망령(亡靈) (8) +2 15.03.13 830 15 14쪽
187 6. 북천(北天)의 망령(亡靈) (7) +3 15.03.10 844 17 11쪽
186 1. Superior Progress : 암중의 음모 +3 15.03.06 902 17 12쪽
185 6. 북천(北天)의 망령(亡靈) (6) +4 15.03.03 812 17 15쪽
184 외전 1. Superior Progress : 흑마법사 +1 15.02.27 672 10 15쪽
183 외전 1. Superior Progress : 라스탄트 공습 +4 15.02.24 585 12 14쪽
182 외전 1. Superior Progress : 회동(會同) +2 15.02.20 764 17 11쪽
181 6. 북천(北天)의 망령(亡靈) (5) +4 15.02.17 814 22 13쪽
180 외전 1. Superior Progress : 대접전 +5 15.02.13 754 14 17쪽
179 외전 1. Superior Progress : Highest Overwhelm +4 15.02.10 779 14 20쪽
178 외전 1. Superior Progress : 깨달음. 그리고 비극. +5 15.02.06 714 14 14쪽
177 외전 1. Superior Progress : Before Dawn 15.02.03 654 14 20쪽
176 6. 북천(北天)의 망령(亡靈) (4) +7 15.01.30 863 15 14쪽
175 외전 1. Superior Progress : 변화 +4 15.01.27 693 15 18쪽
174 외전 1. Superior Progress : 모든 게 처음이었다. +6 15.01.23 684 13 24쪽
173 외전 1. Superior Progress : 소렌이 나아갈 길 +6 15.01.20 728 10 17쪽
172 외전 1. Superior Progress : 폰테일 공작의 고뇌. +4 15.01.13 748 14 1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