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눈도 뜨지 못했던 알 속에서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내 몸이 드래곤이라는 것을
나 현실에서 죽고 무협세상에서 다시 태어났었다.
그때도 아기로 태어났었다.
불행히도···. 젖도 다 떼지 못하고 어머니와 해어졌다.
난 사파 혈마교 무사로 자라났고 혈마교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 13세에 혈마교가 천마교에 망하고 자연스레 천마교 무사로 키워졌다.
다행히 낙오되지 않았었기에 살아남아 무사가 되었으며 첫 파견임무 중에 도망쳐 산에서 살았다.
혼자서 산에 살면서 내공수련만 했다. 사실 내가 할 수 있는 수련은 이게 전부였다.
검을 배우긴 했지만, 왠지 검법을 수련하는 것보단 내공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내공수련만 했다.
그렇게 내 나이 97에 극마(화경)가 되었고 240쯤에 탈마(현경)가 되었다.
산에서 혼자 지내던 가장 큰 이유는 마공을 익혀 사악한 기운을 숨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탈마가 되어 겉으로 드러나는 기운을 모두 안으로 숨길 수가 있었기에 난 240쯤에 내 나이를 20살쯤으로 속이며 천하를 유람하며 가끔 검법들을 배웠었다.
세계에 이름을 드러내지 않았기에 뜬소문처럼 나에 대한 소문이 있었고 난 그런 내 이야기를 즐겨 더 내 정체를 숨기며 유희를 즐겼다.
그렇게 오랫동안 전설처럼 살았다.
많은 미녀와 정열적인 사랑을 했고 문파를 세워보기도 하며
천하에 적수가 없을 탈마가 되었어도 모략에 빠져 죽을뻔한 적도 몇 번 있었다.
영원히 살아갈 것 같았던 내 인생도 끝이 다가왔다.
나에게 남은 수명을 안다는 것은 정말 무서웠다.
나는 내가 정확히 언제 죽을지 알 수 있었다. 탈마나 현경이 되면 그런 걸 정확하게 알 수 있으니까. 다행이라면 죽음이 임박한 그 순간에도 건강하다는 점일까?
어차피 먼지가 되어 사라질 내 내공을 전수해줄 마음에 드는 녀석이라도 찾아볼까?
난 죽는 게 싫었다. 나이를 세지 않아서 정확하진 않았지만 500년쯤은 거뜬히 살았다.
이제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난 탈마나 현경의 다음 단계에 대한 예감을 얻었다.
마교의 내공과 정파의 내공의 가장 큰 차이점은 운기의 방향이다.
정파의 운기는 피의 흐름과 같다.
심장 > 동맥 > 신체 > 정맥 > 심장
심장 > 몸안 > 몸밖 > 심장
마교의 내공은 반대다.
내공이 몸속이 아닌 몸 밖으로 먼저 도달하게 함으로써 강한 힘을 발휘하게 하는 마공이다. 순리를 역행하기 때문에 내공을 감출 수 없어 근처에만 와도 마기를 느끼게 된다. 분명히 부작용이 엄청나긴 하지만 그런 걸 무시할 정도로 내공의 효율이 증가한다. 내부를 거치지 않고 바로 외부로 쏘아낼 수 있는 셈이니까.
하지만, 그렇기에 몸이 망가지기 십상이다. 내부보다 외부가 강하면 부러지기 쉬운 법, 실제로 너무 강한 내공을 사용하면 몸에 극심한 내상을 입기 쉽다.
난 불현듯 생각이 들었다. 운기를 순방향(정도)와 역방향(마도)동시에 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탈마가 되고 나서 내공은 매우 자유로워진다.
몸에 갈무리가 잘되지 않아도 충분히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이 되니까 말이다.
평생을 역방향 운기를 해온 내가 이제 순방향으로 운기를 한다는 건 목숨을 거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난 성공했었다.
좀 답답하고 위험하긴 했다. 하지만, 평생을 역방향 운기를 해왔던 내가 순방향이 가능하다는 것은 네 몸으로 증명했다.
좀 더 익숙해지고 단련할 기회가 있었다면 난 운기의 방향을 바꿀 수 있었으며
내가 생각한
두 방향으로 동시에 운기를 하는 것도 어쩌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순방향 운기에 겨우 성공했던 그때 천수를 다해 죽었다.
아쉬웠다.
나에게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확실한 건 아니지만 난 이 양방향 운기야말로 제3경에 가는 확신을 했었다.
한번 죽었을 때 난 다른 세상에서 태어났었다.
죽음이 다다른 이때 난 어쩌면 이번에도 새롭게 태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이번 생에는 꼭 제3경
신의 힘이라는 그 힘을 얻고 싶었다.
신이 있다면 내 바램을 들어주었던 걸까?
난 정말로 다시 태어났다.
처음 의식이 들었을 때 내 의지로 움직일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고 감각을 통해 전달되는 감각도 매우 제한적이었다.
당장 눈도 없었고 눈이 있었다고 해도 뜰 수 없었을 거다.
어서 내 몸을 내가 제어할 수 있는 그때가 되길 너무나 기다렸다.
하루하루가 기다림에 지치면서도 내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그때가 어서 오길 고대했다.
[ 꽈직 ]
내 몸을 덮고 있던 알이 외부의 힘으로 깨지고 난 먼저 온몸을 쭉 뻗었다.
날아갈 듯한 정말 상쾌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눈을 떴다.
거대한 괴물
드래곤...
압도될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내가 드래곤이고 이런 장면이 나타날 걸 알고 있어서, 이제 막 태어났긴 했지만 그래도 500년을 살아온 존재였기인지 그다지 놀랍지 않았다.
오히려 뭔가 마음의 안식까지 느낄 수 있는 두 거대용의 모습이었다.
한쪽은 청색 한쪽은 녹색
이번 생에 나의 부모님인가보다.
아니 부모님인가 보다가 아닌 나의 부모님이다.
[ 꼬르륵 ]
배가 고팠다. 그리고 다행히도 눈앞에 먹음직스러운 잘 익은 거대 닭구이가 눈앞에 있었다.
난 바로 음식으로 걸어갔다.
이런 몸으로 처음 걷는 거라 내가 생각해도 좀 이상하게 걷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었다.
넘어질듯 넘어질듯 넘어질듯 넘어질듯 넘어질듯
걸으면서도 넘어지지 않고 닭구이로 달려가 바로 입으로 물어뜯어 먹었다.
몇 번 뜯어 먹고 내 모습을 바라보는 두 용의 얼굴을 확인했다.
흐뭇해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난 나도 모르게 고기 한 점을 손으로 뜯어서 내밀었다.
두 분이기 때문에 먹던 건 입에 물고 있으면서 양손으로 고기를 뜯어서 양쪽 부모님에게 내밀었다.
이런 내 행동에 두 분은 웃었다.
"카카카!"
"카카카!"
엄청난 괴성이었지만 난 이 소리가 기분이 좋아 웃는 소리라는 걸 단번에 알았다.
"우리 아들 착하기도 하지."
“기특하구나.”
두 분은 기꺼이 내가 내민 초라하기 그지없는 작은 고기조각을 그 큰 손으로 들어서 먹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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