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성을 위한 준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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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지나지 않아 레베트에서 공문이 내려왔다. 이들이 심사를 하는 기간은 정해져있다. 만약, 이 심사 기간에 탈락한다면 꼼짝없이 다음 심사가 열릴 때 까지 대기해야 했고 또 심사를 통과하는 숫자도 제한이 있기에 이 기간 마다 수많은 낙오자가 나왔다.
‘대개는 다시 도전하지만.’
레베트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도시였다. 공문을 살펴본 레드너는 짤막하게 숨을 내쉬었다. 뒤이어 그 공문을 레드너에게서 공문을 받아든 세라가 그것을 다 확인 했을 때 그는 이미 작업실에 내려간 뒤였다.
1차 심사는 공문에서 제시 한 대로 철제 롱소드를 제출 해 심사하는 것으로 치러졌고 2차 심사는 즉석으로 준비된 공방에서 제시된 장비를 만들어 그 품질을 겨루는 것으로 심사가 갈렸다.
레베트는 단언컨대 외곽 도시 중 가장 큰 모험가들의 도시. 그만큼 그들의 무기를 만드는 대장장이를 선별하는 것에는 엄격했다. 식품 쪽도 물론 조건이 엄격했긴 했지만 2차 심사까지 있지는 않다.
-촤륵
자세한 항목을 머릿속에 집어넣은 세라는 이내 공문을 돌돌 말아 끈으로 묶은 뒤 카운터 밑에 넣어놓았다. 때맞춰 작업장에서 망치질의 소리가 들려온다. 세라는 기분 좋게 그 소리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 - -
말이 철제 롱소드지 만드는 방법은 철검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저 철검보다 조금 많은 양의 재료를 소모 할 뿐이었다. 아직 광산이 발견되었다는 소리가 없어 철의 조달은 아직 무리가 있지만 재료 창고에 자잘한 잉여 재료들이 있다.
그걸 모은다면 적어도 두 번 정도는 연습 할 수 있으리라. 심사에 납품 할 검은 제대로 된 재료를 쓸 생각이다. 쓰다 남은 재료, 실패작을 다시 갈아 넣은 재료로 만든 금속으로 만든 장비와 제대로 된 재료로 만든 장비를 구분하는 것은 일반인들의 눈으로 어려울 지도 모른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충분히 알아차리겠지.’
밀밭 주인이 ‘심사’에 대한 엄격함을 말 해 주지 않았는가. 무엇보다 공문에 적힌 대장장이 부분은 심사를 총 2회 실시한다. 첫 심사에서 80%이상이 걸러진다고 했으니 첫 심사에도 힘을 쏟아야만 했다.
막상 제대로 만들 때는 무거운 마음이리라. 레드너는 지금 만큼은 가벼운 마음으로 망치를 잡았다. 예전에 실패작들과 잉여 재료를 모아 다시 재련해 마나처리를 거친 철. 썩 좋은 재료는 아니었다.
레드너는 손끝으로 재료의 표면을 훑고는 집게를 들었다. 곧 화덕 내부에서 마력이 휘몰아치며 열기를 뿜어냈고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찔러왔다. 화덕 내부에서 급속하게 마력이 전소하는 냄새. 그런 열기와 냄새들이 덮쳐왔지만 레드너의 표정은 한 치의 변화도 없었다.
“흣읏차”
화덕이 불타오르면 어느새 자신만의 공간으로 빠져드는 듯 했다. 현실과는 동 떨어진 것 같은 공간. 하지만, 그 공간은 소름이 돋을 만큼 익숙하기 그지없었다. 그런 익숙함이 레드너의 힘을 돋우었다.
철은 곧 화덕 속에서 벌겋게 달구어져갔다. 레드너는 작업대 위에 손을 올려놓고 간격을 세듯 탁탁 손가락으로 작업대를 두드렸고 곧 그런 움직임이 서서히 잦아들 때 쯤 눈을 번뜩이며 집게를 다시 집었다.
화덕 속에 넣어진 부분이 새빨갛다. 작업대 위에 조심스럽게 그것을 내려놓고는 기다렸다는 듯이 망치를 쥐었다. 그와 동시에 이 세계에서 눈을 뜨고 이 세계에서 그가 얻은 특권이 눈 앞에 나타났다.
[철검의 제작 LV.6]
[철제 단검의 제작 LV.3]
[철제 투구의 제작 LV.2]
[철제 갑옷의 제작 LV.2]
해당 재료로 만들 수 있는 레시피들. 물론, 철제 롱소드는 없다. 그렇기에 레드너는 우선 그 창들을 치워놓고 이미지를 그렸다. 기본적으로 베이스는 철검에 맞추고 길이를 조금 더 키운다. 두께도 조금 두툼하게.
레드너의 머릿속에 청사진이 그려졌다. 그리고 이내 그 생각이 마침표를 찍었을 때 레드너는 주저 없이 망치로 벌건 철의 표면을 내리쳤다. 투박한 음성. 좋지 않은 재료를 사용하기에 맑은 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 - -
“음, 좋은데?”
턱 끝을 만지며 가튼은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좋았다’가 끝이었다. 레드너는 자신의 첫 C랭크 롱소드를 가튼에게서 받아들고는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아쉬워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만족 한 것도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정도로 레베트를 노리는 것은 좀 아닌 것 같군.”
가튼의 옆에서 똑같이 롱소드를 휘둘러 본 카를이 첨언했다. 그런 그의 독설에 가튼은 당황했지만 레드너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똑바로 그의 두 눈을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그래, 이 정도로는 턱도 없지.”
인정 할 것은 인정하자. 그런 레드너의 대답을 들은 가튼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또한 카를과 똑같은 생각이다.
레드너에게는 미안하지만 저 정도로는 역시 부족하다. 이 마을에서 평범한 롱소드다. 하지만 극단적으로 생각 해 본다면 이 마을에서 평범하다면 레베트에서는 쓰레기다.
“뭐, 제대로 된 재료를 쓴다면 평범한 정도는 가겠군.”
카를은 심사를 덧붙였다. 그의 눈은 이미 정상적인 재료로 만들지 않았다는 것을 간파했다. 그건 가튼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정상적인 재료를 쓴다면 심사를 통과하는 것을 기대 해 볼 수 있는가? 아니. 아니리라. 레드너는 속으로 단호히 답을 내렸다. 자신의 실력이 부족 한 것은 잘 알고 있다. 설령 정상적인 재료로 롱소드를 만들었더라도 B랭크를 벗어나지 못 했으리라.
‘고작 B랭크로 통과 될 심사라면 그만한 낙오자도 생기지 않았겠지.’
레드너는 실소했다. 결국은 연습 부족이었다. 레드너는 입술을 깨물며 조금 다른 생각에 잠겼다. 그 사이 카를은 수색대의 부름을 받고 건물을 나섰으며 가튼은 레드너에게서 롱소드를 다시 가져가고는 이리저리 살폈다.
“레드너.”
“가튼.”
그러던 중 그 둘의 음성이 겹쳤다. 누가먼저 말을 할 것인가. 레드너는 눈을 깜빡이며 먼저 물러섰다. 그의 배려에 가튼이 기꺼이 말을 이었다.
“이 롱소드. 판매 할 생각은 없어?”
“카를의 말 들었잖아? 그다지 좋은 재료는 아니라고.”
“그래, 그런데.”
가튼은 잠시 말을 끊었다. 아니, 흐렸다가 정확한 표현이리라. 그는 몇 번 롱소드의 손잡이 부분을 쥐었다 폈다 하다가 허공을 몇 번 휘두른 뒤에야 확신을 얻었는지 입을 열었다.
“네가 만든 장비는 항상 너만의 맛이 묻어나오거든.”
가튼은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카를의 독설에 레드너가 실망 할 까봐 하는 빈말도 되도 안 되는 사탕발림도 아니었다. 정말로 가튼이 느낀 바를 말 한 것 이었다. 그가 빈말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레드너는 알고 있었지만 그런 그의 발언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었다.
“나도 뭐라 설명해야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네가 만든 무기를 쥘 때면 너만의 색깔이 있는 것 같다고. 그 뿐이야.”
붕붕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 그 사람이 독설을 해도 내 기준으로 보기에는 무기로써 충분 하거든.”
“그런가.”
짤막하게 답을 하는 레드너의 얼굴은 어느새 미소 짓고 있었다. 가튼도 그를 따라 입 꼬리를 올렸다.
“좋아. 나야 사준다면 상관없긴 한데. 무르기는 없어.”
“알아. 얼마 주면 돼?”
“필요 없어. 이제 내가 말 할 차례니까.”
“어?”
가튼의 얼빠진 소리를 무시 한 채 레드너는 입을 열었다.
“부탁할게. 철 좀 구해다 줘.”
아직 대답이 없는 가튼을 향해 레드너가 말을 덧붙였다. 그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그와 눈을 마주쳤다.
“운반비가 그 롱소드 값이야.”
공문에 명시된 제출 일자까지 앞으로 5일 채 남아 있지 않았다. 제대로 된 철로 제대로 된 연습을 한다. 지금으로써 레드너는 그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의 굳은 표정이 이내 가튼의 두 시야에 들어왔다.
재밌게 읽어 주셨다면 추천과 선작 코멘트 부탁드립니다.
- 작가의말
추천, 선작, 코멘트 항상 감사드립니다! 곧 20화가 되어가네요. 선작도 1000을 넘었습니다. ㅠㅠ 정말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 6시에 한 편 더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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