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의 대장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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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어나
작품등록일 :
2016.10.2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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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9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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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1.1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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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1)

추천과 선작 코멘트 항상 감사드립니다.




DUMMY

“내일이면 오픈인가...”


세라는 가게 앞에 내건 푯말을 쓸어내리며 사색에 잠겼다. 어느새 여기까지 올라왔다. 처음 레드너가 망치를 놓고 검을 쥐겠다고 선언했을 때만 하더라도 포기했었던 일 아닌가.


하지만,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그는 전보다 월등한 실력으로 남다른 열정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기에 여기까지 올라 올 수 있었다.


“굳이 세피르라는 말을 쓸 필요는 없었는데.”


큼지막한 간판을 올려다보며 세라는 중얼거렸다.


자신의 아버지가 부모를 잃은 레드너를 제자로 거두어 들여 그 은혜를 갚는다고 생각하는지는 몰라도 아마 자신의 아버지인 세피르도 레드너의 이름이 걸린 대장간을 열기를 원할 것이라 세라는 짐짓 생각했다.


“뭐, 그래도 망치를 쥐게 해줬던 사람이니까.”


“아, 레드너.”


어느새 세라의 뒤에 레드너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세라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푹 숙였다. 혼잣말이 왜 혼잣말이겠는가. 레드너는 짓궂은 미소를 지은 채 세라의 옆에 섰다. 세피르 대장간이 그의 두 시야에 들어왔다.


레드너의 생각에 간간히 세피르가 떠오른다. 굳은 표정을 짓고 항상 묵묵히 망치를 두드리는 그 사람. 레드너에게 망치를 쥐는 법 그리고 망치질의 강약을 조절하는 법, 마나를 다루는 법, 모양을 잡는 법 모두 레드너의 기억 속에 녹아 있다.


그 방법의 출처는 모두 세피르. 지금의 자신은 세피르와의 기억이 없다.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세피르가 돌아간 뒤였으니까. 하지만, 레드너의 기억 속에는 생생하다 못 해 가슴을 울릴 정도로 그의 모습과 기억이 남아있다. 이 따끔 망치를 쥘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래도 그 분의 꿈이었으니까. 여기서라도 이뤄줘야지. 그래도 왕도에 입성 할 때는 꼭 내 이름으로 바꿀 거라고.”


“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 얘기는 여기까지.”


세라가 손뼉을 치며 대화를 억지로 끝냈다. 레드너의 뜻이라면 뭐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당당한 레드너의 선언을 들은 세라의 얼굴에는 어느새 미소가 걸려 있었다.


청출어람이다.


세피르는 레드너를 가르칠 때 마다 자신보다 뛰어나지기를 원했다. 레드너 본인은 모를지 몰라도 세라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보기 좋게 지금 레드너는 세피르 아니, 자신의 아버지를 뛰어 넘었다. 그 사실을 인지한 세라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쿡쿡 웃었다.


“뭐야, 왜 웃어?”


“그냥. 아버지가 웃고 있나 해서.”


“허, 그 양반 웃는 얼굴을 본 적이 없는데.”


세라의 말에 레드너가 혀를 내둘렀다. 적어도 레드너의 기억 속에 세피르가 웃고 있는 기억은 없다. 믿거나 말거나. 세라는 어깨를 으쓱이며 미닫이문을 열었다. 진한 마나 냄새가 틈새에서 흘러나왔다.


“사람이 그리 올지 모르지만 재료는 넉넉하게 준비 해 놨어. 룩크 마을에서 예비로 제작한 물건도 도착해서 진열 해 놨고.”


“준비성 대단하네.”


“그것뿐만이 아니라. 주변 상인 분들한테나 모험가 길드에 가서 영업도 했으니...”


“그러니까 더 칭찬 해달라는 말 이지?”


레드너가 세라의 말을 자르고 최종 결론을 내리자 그녀는 그윽한 미소로 레드너를 한번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 기간이 길었다고 하더라도 그녀 혼자서 꽤 많은 일들을 처리했다. 레드너는 인정 해 줄 수밖에 없었다.


“빨리 들어와. 분명 해 준다고 했지?”


“하루 시간이 남을 줄은 몰랐는데.”


레드너가 머리를 긁적이며 세라의 뒤를 따라 대장간 안으로 발걸음을 디뎠다. 여유가 있다고 한다면 해주기로 분명 약속을 했었다. 레드너는 허리에 찬 망치를 들며 어깨를 들썩였다. 세라의 기대 넘치는 표정을 보니 괜히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자, 그럼....”


레드너가 미닫이문을 닫으려는 순간 중간까지 닫힌 문이 덜컥거리며 멈췄다. 걸린 게 아니라 누가 막고 있다.


“저, 저기요!”


다급한 외침. 세라는 휘둥그레 진 표정을 지었고 레드너는 곧바로 소리가 난 쪽을 돌아봤다. 레더 갑옷을 입은 심부름꾼. 그렇게 밖에 보이지 않던 사람이 땀을 뻘뻘 흘리며 미닫이문의 손잡이에 손을 걸치고 있었다.


“저, 여, 여기가 이번에 여는 세피르 대장간 맞습니까?”


남자는 숨을 고르며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꽤 긴 거리를 달려 왔는지 호흡은 불안정했다. 차분하게 말을 이어가는 듯 했지만 듣는 사람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레드너는 힐끗 세라를 돌아보며 짤막한 한숨을 내쉬며 미닫이문을 다시 열었다.


“어, 어...”


“예, 맞습니다. 우선 들어오시죠.”


좀 앉아서 이야기하자. 그럴 심산이었다.




- - -




룩크마을에 간이의자만 덩그러니 놓인 세피르 대장간과는 다르게 레베트에 새로 지어진 건물에는 접견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레드너에 반대편에 의자를 끌어 앉은 남자는 먼저 자신을 ‘베인’이라고 소개했다.


“여기, 목 좀 축이세요.”


“아, 감사드립니다.”


세라가 찬 물을 내오자 베인이 급히 받아들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잔에 담긴 찬물을 순식간에 비운 베인은 곧바로 자신이 온 이유를 설명했다. 사실, 대장간에 오는 이유가 그다지 많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레드너는 어렴풋이 이 남자가 온 이유를 짐작하고 있었다.


“제가 그, 이 대장간에 온 이유는 장비의 물량이 부족해서입니다. 아..! 저는 레베트의 자그마한 모험가 길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베인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신분증을 레드너에게 내밀었다. 그의 경력이나 직종이 적혀있는 신분증은 그가 사실을 말하고 있음을 알게 했다. 복장만 보았을 때 그저 심부름꾼으로 착각했던 자신을 질책하며 레드너는 다시 신분증을 베인에게 돌려줬다.


“뭐, 작지요 많이. 잘 알려지지도 않고. 레베트의 모험가 길드 하면 라티스님의 모험가 길드니까요.”


“뭐, 제 대장간도 작은데요.”


레드너의 그런 말을 들은 베인은 급박한 표정에 살짝 웃는 여유를 가졌다.


“사실, 바리쿰님의 대장간에 들렸는데 벌써 이번 달 주문과 다음 달 주문까지 쫙 차버려서... 제가 좀 늦은 것도 있는데 결국은 주문을 넣지 못 했습니다.”


베인은 침울한 표정으로 어깨를 떨궜다. 레드너는 다시 한 번 바리쿰의 영향력을 체감했다. 이번 달을 포함한 다음 달 까지 주문이 꽉 채워져 있다는 말 인가. 명장은 역시 명장이었다. 레드너는 살짝 몸을 움츠렸다.


“그래서, 제 대장간에 주문을 넣겠다는 말 입니까?”


“아, 아...예. 이번 달 장비 물량을 맞추지 못 하면 일거리가 반으로 줄어들어서요. 길드의 존속도 위험해지고 어떻게든 주문을 넣고 싶습니다.”


베인은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만큼 간절하다. 큰 줄기와 가지를 가진 모험가 길드와는 달리 자잘하고 약소한 모험가 길드의 생명줄은 곧 받는 의뢰에서 비롯된다.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 하면 그만큼 받을 수 있는 의뢰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저희 모험가 길드에는 마법사도 없고 둔기를 다룰 줄 아는 인물도 없어서 바리쿰님 말고는 저희에게 장비를 제작 해 주실 분이 없었거든요. 그러던 와중에 바리쿰께서 이 곳을 추천해 주더군요.”


“예? 그 분께서 말입니까?”


의외의 발언에 레드너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레드너의 그 되물음에 베인은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틀림없는 진실이었다. 바리쿰의 추천에 의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 세피르 대장간까지 베인은 달려왔다.


“예, 이곳이 그나마 믿을 만 하다고 그 분께서 그러시더군요. 저야 제대로 된 장비만 만들어 주신다면 상관없지만 그 분이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여기로 찾아 온 겁니다. 부탁드립니다.”


베인은 다시 한 번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레드너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허공을 바라보다가 이내 옆에 서 있던 세라를 돌아보며 말 했다. 이미 레드너는 결정 했으리라. 세라는 입맛을 다셨다.


“오픈 오늘부터 할까?”


“재료는 밑에 준비 해 놨어. 원한다면 그렇게 해.”


세라에 대답을 듣고 있던 베인의 얼굴에 화색이 돋아났다. 레드너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다시 베인을 돌아봤다.


“자, 그래서 뭘 만들어 드릴까요?”




- - -




“갑작스럽네.”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서고 있는 베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레드너가 툭 하고 내뱉었다. 설마 이렇게 빠르게 첫 주문이 들어 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무엇보다 그 바리쿰의 추천이다. 레드너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래도, 바로 성사 됐잖아? 만든 장비들을 보고 만족스럽게 미소까지 그리던데?”


샘플로 보여준 자신의 장비들을 보며 베인은 정말로 안도감이 철철 넘치는 미소를 그렸다. 바리쿰의 추천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신입’은 역시 미덥지 못 하다는 인식이 있었으리라. 그래도 그걸 딛고 의뢰는 성사 되었다.


“모처럼 선물을 받아보나 했는데~”


세라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허망하다는 듯이 내뱉었다. 일이 들어왔기에 그녀의 부탁은 당연히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아쉬웠지만 떼를 써서 받아 낼 생각 따위는 없었다. 일이 들어왔고 그 일에 집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시간 날 때 제대로 만들어 주면 되지.”


“그렇지?”


레드너의 대답을 들은 세라는 되물으며 가볍게 미소를 그렸다.


시작이 좋다. 벌써 의뢰 하나가 들어왔지 않은가. 내일 이 오픈 펫말을 걸어 놓았을 때 의뢰가 더 들어 올 지도 모른다. 세라는 아쉬움 대신 기대감으로 그 감정을 덮었다. 레드너가 들어간 뒤에도 세라는 한 동안 밖에서 밤하늘을 보며 손을 맞잡았다. 일종의 기도였다. 그 기도를 끝으로 세라는 대장간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다음 날이 되었을 때 세라가 잠자리에서 일어나 대장간의 문의 잠금을 풀고 여는 순간 햇빛이 그녀의 눈을 따사롭게 찔렀다. 점차 시야가 안정되어 갔을 때 그녀는 그 자리에서 굳을 수밖에 없었다.


“어, 열렸군! 열렸어!”


문 앞에 긴 줄. 그 중 바로 앞에 서서 문이 열린 것을 확인한 한 모험가가 환희에 차 소리를 질렀다. 몇 몇 모험가들이 이를 확인하기 위해 줄에서 이탈하기도 했다.


그 틈을 노려 새치기를 하려던 얌체 모험가들도 있었지만 다른 모험가들이 순식간에 진압해 그 얌체 모험가를 줄의 끝으로 쫓겨내는 것으로 응징했다. 모든 상황이 세라에게 있어서 낯설었다.


그런 세라에게 맨 앞에 선 건장한 모험가 한 명이 물었다.


“여기가 세피르 대장간이 맞소?”


그런 말을 듣고서야 세라는 알아 차렸다. 이들 모두 이 대장간을 찾아 온 것이구나. 이만한 인파가 모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세라는 잠시 그 자리에서 작은 입을 벌린 채 굳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레, 레드너! 일어나!!!”


세라의 절규가 세피르 대장간을 가득 메웠다.




재밌게 읽어 주셨다면 추천과 선작 코멘트 부탁드립니다.


작가의말

오늘은 빠르게 한 편 올립니다! 모두 댓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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