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무림에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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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작품등록일 :
2012.11.19 15:44
최근연재일 :
2013.08.10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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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4.11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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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무림에 가다 - 제2장 (1)

DUMMY


야현은 서방에서 서역을 거쳐 중원으로 들어섰다.

옥문관이 중원으로 들어서는 형식적 관문이라면 감숙성(甘肅省) 성도(省都) 난주(蘭州)는 중원의 땅임을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도성이었다.

‘드디어 돌아왔군.’

난주에 들어서자 시끌벅적한 사람들의 소리에 야현은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탁탁탁!

로브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야현이 번화가가 아닌 후미진 뒷골목으로 향했다. 그리고 옛 추억을 되살리기에 충분한, 허름하기 짝이 없는 객잔 하나를 골랐다.

“어서 오십시오.”

구김살 없어 보이는 점소이가 뛰어와 허리를 넙죽 숙였다.

“혼자 오셨습니까?”

“그렇습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볕 좋은 곳으로 소인이 뫼시겠습니다요.”

“그보다 구석진 곳이 좋습니다.”

열이면 열, 누구나 시원한 바람과 햇살 좋은 곳을 원하기 마련이다. 야현의 이상한 요구에 점소이의 고개가 잠시 갸웃거렸지만, 이내 개의치 않고 비어있는 구석진 곳으로 안내했다.

“이리로 오십시오.”

햇볕이 완벽히 차단되는 자리였다. 의자에 앉자마자 야현이 로브에 달린 후드를 벗었다.

“후우.”

가볍게 숨을 내쉬는 야현의 얼굴을 본 점소이는 잠시 눈을 깜빡거렸다.

명필가의 힘 있는 한 획을 연상케 하는 짙은 검은 눈썹.

오뚝한 콧날.

다부진 턱선.

여인네의 것보다 더욱 붉은 입술.

마지막으로 화룡점정이라고 할 수 있는 검은 눈동자, 그리고 그 안에 묘한 매력을 발산하는 붉은 동공까지.

빼어난 야현의 외모에 점소이는 할 말을 잃었다. 객잔에서 일하며 숱한 사람을 만났지만, 이토록 아름다운 청년은 처음이었다. 중원제일미가 온다 해도 사내에게는 견줄 수 없을 것 같았다.

“주문 안 받습니까?”

“아!”

야현의 다그침에 점소이가 뒤늦게 상념에서 벗어났다.

“죄송합니다요.”

“괜찮습니다.”

여기까지 오며 한두 번 있던 일도 아니었다. 얼굴을 드러낼 때마다 벌어지는, 야현에게는 반복된 일상이었다.

“어떤 걸로 내어드릴깝쇼?”

“화주 한 병하고, 안주는 적당한 것으로 알아서 내어주세요.”

“다른 필요한 것은 없으십니까요?”

“하루 이틀 정도 묵을 듯하니 방도 하나 준비해주세요.”

“예엡, 깨끗하게 치워놓겠습니다요.”

“그리고.”

야현은 돌아서는 점소이를 다시 돌려세웠다.

“햇빛을 싫어하니 두꺼운 천으로 창문을 가려주세요.”

특이한 주문이었지만 세상에는 특이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수없이 보아온 점소이였다.

“알겠습니다요.”

주문을 받은 점소이가 주방으로 달려가고 야현은 객잔 안을 둘러보았다. 외관이 허름한 것과 달리 내부는 낡았지만, 매우 깨끗했다. 제법 마음에 드는 곳이었다.

“주문하신 음식은 만들어지는 대로 내다 드리겠습니다요.”

점소이가 먼저 화주를 들고 왔다. 야현은 기대하며 밀봉한 뚜껑을 땄다. 알싸한 주향이 코를 간질였다.

또르르, 화주를 잔에 따르고 한 잔 쭉 들이켰다.

“좋군.”

절로 감탄이 나왔다. 야현이 마신 화주는 결코 좋은 술이 아니었다. 어딜 가나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싸구려 화주다. 입안에서 도는 맛은 독하고, 거칠고, 시큼하기까지 했다. 품으로만 따진다면 최하품인 것이다.

그러나 야현에게 있어 지금 마시는 화주는 그 어떤 명주보다 맛있었다. 이 맛이 그리워서 이역만리를 넘어 여기까지 온 그가 아니던가.

얼마만의 이런 기분을 느끼는 것인지 모르겠다. 야현은 이제야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꼈다.

한 병이 싹 비워지고, 그 사이 정갈한 음식이 차려졌다.

화주 두 병을 비울 때쯤에 점소이가 다가왔다.

“방은 깨끗하게 치웠습니다요. 편히 쉬시라고 방도 이 층에 구석진 곳으로 준비해뒀습니다요. 그리고 창문도 꼼꼼하게 가려놓았습니다요.”

점소이는 넉살 좋은 미소를 보였다.

“알겠습니다.”

“더 필요한 것은 없으십니까요?”

“그보다……, 혹 전진교에 대해 아십니까?”

생소했는지 점소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새로 생긴 종교입니까요?”

“아닙니다.”

“제가 이거저거 들은 게 많아 아는 것도 꽤 되는데 전진교는 뭔지 모르겠습니다요.”

“알겠습니다. 가서 일 보도록 하세요.”

“예입, 그럼 필요한 거 있으시면 언제든 불러주십시오.”

점소이가 가고 야현은 생각에 잠겼다.

‘흠……. 전진교에 대해 모른다, 라…….’

조금은 뜻밖이었다.

백오십 년 전 중원을 떠날 때, 코흘리개 어린아이들도 알 정도로 최고의 성세를 누렸던 곳이 바로 전진교였다.

민초들을 보듬는 도관(道觀)으로서.

강호의 도검에도 당당하던 무관(武觀)으로서.

전진교는 당시 최대의 도교 성지이자 무림 문파였고, 그 세도는 천년만년 이어질 것만 같았다.

‘영감. 죽어서도 본인을 귀찮게 만들 속셈인가?’

속으로는 불평했으나, 스승 교하진인을 떠올리는 야현의 입가에는 미소가 피었다.

‘영감, 찾아는 봐주지. 어차피 고향도 한 번 보고 돌아갈 생각이니까. 대신 멸문한 거라면 본인도 어쩔 수 없어.’

야현은 머릿속으로 단체 하나를 생각했다.

그건 바로, 서방 세계에 존재하는 정보 길드(Guild)였다.

사람 사는 곳은 똑같다.

서방이든 중원이든.

다른 얼굴은 하고 있겠지만, 중원에도 정보를 취급하는 곳이 있을 것이다. 전진교에 대한 것은 그곳을 통하면 해결되리라.

‘영감, 잠시만 기다려.’

아무도 없는 빈 공간을 향해 야현이 마치 건배를 하듯 잔을 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해가 저물었다.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방안. 침상에 누워있던 야현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드리웠다. 감고 있던 눈을 뜨며 두꺼운 천으로 가려진 창문을 쳐다보았다.

보이지 않는 바깥 풍경.

하지만 야현은 밤이 왔음을 알았다.

태양 아래 무기력하던 몸에 힘이 들어찬 것이다.

“흠-”

옅은 미소가 사라지고 꽉 다물린 입 밑으로 목울대가 울컥거렸다.

목을 타고 올라오는 극심한 갈증, 그리고 허기.

야현은 침상에서 일어나 의자에 걸쳐 놓은 로브를 집어들었다. 어느새 벌겋게 충혈된 눈동자를 로브의 후드로 감춘 야현은 평소 그답지 않게 거친 행보로 객잔을 나섰다.

휘이잉-

갑자기 불어온 한 줄기 바람에 야현의 얼굴이 야차처럼 일그러졌다. 희미한 혈향이 함께 실려온 것이다.

캉캉캉캉!

쇠붙이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근처에서 싸움이 난 모양이었다. 짙어지는 혈향이 갈증을 더욱 자극했다.

야현은 주먹을 억세게 말아 쥐며 어금니를 물었다. 빨간 입술 위로 뾰족한 송곳니가 번뜩거렸다.

“흐읍- 후우-”

야현은 잠시 눈을 감고 내력을 일으켜 일주천(一周天) 시켰다. 정심한 기운이 몸을 휘감자 갈증과 허기가 가라앉으며 험악하던 표정이 많이 편안해졌다.

야현은 인적이 드문 곳으로 이동했다.

두 눈을 감고 옥문관을 넘어 난주로 오는 길에 보았던 웅장하고 험준한 대설산을 떠올렸다.

잠시 후.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땐, 동공뿐 아니라 눈동자까지 핏빛 붉은색으로 변해있었다. 그 상태로 야현의 오른손이 허공을 갈랐다.

후우웅-!

날카로운 파음과 함께 야현의 바로 앞 공간이 마치 신기루를 보는 것처럼 비틀렸다. 야현은 그 비틀린 공간으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뛰어들었다.



어둠이 깊이 내려앉은 대설산.

별안간 산중의 어느 한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팟!

기이한 그 공간에서 나온 것은 다름 아닌 야현이었다. 그가 후드를 벗으며 후각과 청각에 집중했다.

“크허어엉!”

그러기를 얼마 후, 작지만 산을 울리는 호랑이의 울음소리가 포착되었다. 포식자 특유의 끈적하고 잔인한 미소가 야현의 입가에 생겨났다.

팟!

전광석화와 같은 빠르기였다. 야현의 신형이 울음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비호같이 날았다.

“크르르르르!”

새하얀 눈밭 위, 집채만 한 크기의 백호 한 마리가 멧돼지의 목줄을 끊고 있었다. 죽은 멧돼지를 한입에 통째로 삼켜버릴 기세를 뿜어내던 녀석이 야현의 기척을 느낀 듯 불현듯 머리를 쳐들었다.

히죽.

호랑이와 야현의 시선이 부딪혔다.

야현은 웃으며 혀로 입술을 핥았다.

예상했던 것보다 백호의 덩치가 크다. 시퍼런 안광이 번뜩이는 것을 보면 영물이 틀림없었다.

‘피라고 다 똑같은 피가 아니지.’

자박!

“크허허엉!”

야현이 한 걸음 내딛자 백호가 흉성을 드러내며 포효했다. 그 형세가 자못 살벌했다.

사아아아악.

야현의 다섯 손가락에서 갈고리처럼 손톱이 자라났다. 그런 야현에게서 쇠를 긁는 듯한 낮은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크르르르르!”

야현의 주위로 살기가 짙어지자 백호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울음을 낮췄다. 그런 녀석에게도 진득한 살기가 느껴졌다.

야현은 살기를 폭사시키며 망설이지 않고 백호에게로 걸어갔다. 그런 그에게서는 여유가 넘쳤다. 반면 백호는 야현을 더욱 경계하며 자세를 낮췄다.

“크하아아앙!”

발톱을 한껏 드러낸 백호가 결국 참지 못하고 야현을 향해 뛰어올랐다.

야현은 마치 얼음 위를 미끄러지듯 앞으로 쭉 치고 나가며 허공으로 몸을 날린 늑대의 배 아래로 파고들었다.

펑!

야현이 백호의 아랫배를 주먹으로 강하게 후려쳤다.

바위라도 부서트릴 힘이었지만 백호의 반응은 잠시 움찔거린 것이 다였다. 오히려 더욱 흉포하게 야현에게로 달려들며 앞발을 휘둘렀다.

콰드득!

야현의 옷이 찢어지고 앞가슴에 붉은 혈선 네 줄기가 그려졌다.

뼈가 드러날 정도의 중상이었다.

“과연 영물이라 이건가.”

야현은 상처를 보고도 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이까짓 상처쯤 그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다시 백호를 공격하는 야현의 움직임은 전혀 위축되지도, 느려지지도 않았다.

“본인이 너무 배가 고파 너와 놀아줄 시간이 없구나.”

쾅!

야현이 백호의 턱을 후려쳤다.

“크헝!”

충격으로 백호의 몸이 크게 휘청였다. 야현이 그런 녀석의 목을 양팔로 감싸 힘껏 졸랐다.

“크하아아앙!”

백호가 괴로운 듯 날뛰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백호의 목을 죄는 야현의 힘은 점점 더 강해졌다.

콰득!

그리고 마침내 야현의 송곳니가 날뛰는 백호의 목덜미에 박혔다.

“크허어, 크르르르……!”

녀석의 움직임에 언제 그랬냐는 듯 서서히 둔해졌다. 육중한 체구를 자랑하던 몸집도 어느새 몇 달은 굶은 것처럼 빼빼 말라갔다.

“크허엉!”

결국, 마지막 울음을 토해내며 백호가 차디찬 눈 바닥으로 쓰러졌다.

“크하하하압!”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흡입한 야현이 뜨거운 숨결을 토해내며 밤하늘에 뜬 달을 올려다보았다.

후득, 후드드득.

살점이 뜯겨나가 허연 가슴뼈가 드러난 가슴의 상처가 조금씩 천천히 아물었다. 부상이 완전히 치유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채 일각(15분)도 되지 않았다.



작가의말

수정본입니다.

좀 더 괜찮나요?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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