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무림에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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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작품등록일 :
2012.11.19 15:44
최근연재일 :
2013.08.10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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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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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4.13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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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뱀파이어 무림에 가다 - 제2장 (3)

DUMMY

“누가 본인의 말을 끊어도 된다고 했습니까?”

야현이 갈곽표의 목을 틀어쥔 채 허공으로 들어 올렸다.

“끄으으!”

고통스러움에 갈곽표가 발버둥쳤다.

“이런!”

그런데 어째서인지 갑자기 야현이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찢어진 옷을 부여잡고 애처롭게 떨고 있는 소녀를 측은하다는 듯 쳐다봤다.

“날 보세요.”

소녀의 시선이 야현의 붉은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러자 이전의 파락호 사내와 중년의 하녀가 그랬듯 소녀의 얼굴이 이내 편안해졌다. 비록 최면이지만 안정을 찾은 소녀의 모습에 다시금 미소가 지어졌다.

‘크흠.’

그러나 드러난 소녀의 어깨에서 상처를 발견한 순간 야현의 미간에 깊은 골이 파였다.

젊고 생생한 인간의 피가 야현의 본능을 자극한 것이다.

그것은 아주 찰나였다.

피의 유혹은 강했지만, 그 정도 욕망도 이기지 못할 야현이 아니었다.

야현이 소녀에게 상냥하게 물었다.

“당과 좋아하나요?”

“네.”

“저기 탁자 위에 당과가 있네요. 당과를 먹으면서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네.”

“아! 좀 험악한 광경을 볼 수도 있으니 돌아보지 마시고요. 알았지요?”

“네.”

평생 맛보지도 못하고 군침으로만 삼켜야 했던 당과였다. 소녀가 기쁘게 대답하며 탁자로 걸어갔다.

“사, 살려…….”

야현이 혀로 입술을 핥으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소녀를 향했던 미소와는 전혀 다른 웃음이었다. 섬뜩했고, 불길했으며, 한없이 차가웠다.

“죽일지 살려둘지는 본인이 결정합니다.”

콱!

갈곽표의 목을 움켜잡고 있던 손가락의 손톱이 길어지며 그의 목을 파고들었다.

“커헉!”

야현의 손톱에 붉은 핏물이 맺혔다.

털썩!

야현이 손을 풀자 갈곽표가 힘없이 주저앉았다.

“컥! 컥컥!”

그가 숨통이 트여 기침을 내뱉는 동안 야현은 손톱에 맺힌 핏방울을 입으로 가져갔다.

“으음.”

오랜만에 맛보는 인간의 피는 역시나 달콤했다. 알알이 굴러다니는 핏방울을 하나씩 음미할 때마다, 갈곽표의 단편적인 기억들이 야현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간살, 살인, 약탈.

그리고 그것을 즐기는 감정들.

갈곽표는 사람이 아니었다. 인간의 거죽을 뒤집어쓴 짐승만도 못한 놈이었다.

‘당첨이군.’

야현은 평상시 인간의 피가 아닌 동물의 피를 마신다. 뱀파이어들 사이에서 채식주의자라고 불리는 부류다.

야현 같이 동물의 피만 흡수하는 경우 단점이 생기는데, 그건 바로 힘의 약화였다.

그럼에도 야현이 사람의 피를 마시지 않는 것은, 한때 자신도 인간이었음을 잊지 않기 위해서였다. 뱀파이어가 되었지만, 여전히 인간의 감성을 유지하며 최대한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물론 그런 야현에게도 예외는 있었다.

바로 지금과 같은 순간이다.

죽여도 죄책감이 들지 않는, 백번 죽어 마땅한 인간말종들의 피로 동물의 피로는 채워지지 않는 허기와 욕구를 달래는 동시에 힘의 약화를 막고 있었다.

“후후후.”

야현의 붉은 입술 사이로 뾰족한 송곳니가 드러났다.

챙!

야현이 결정을 내리는 사이 갈곽표가 몸을 날려 거리를 벌리더니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뽑아들었다.

“네, 네놈은 누구냐?”

갈곽표는 이미 전의를 상실했다. 지른다고 지른 목소리도, 손에 쥔 칼도 보기가 안쓰러울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저벅!

야현이 움직이자 그가 칼을 휘둘렀다.

“죽어라!”

야현은 기가 찼다. 그도 그럴 것이 갈곽표가 덤벼드는 시늉만 하고는 창문으로 몸을 던진 것이다. 자신에게서 도망을 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니. 이젠 갈곽표가 귀여워 보일 지경이었다.

야현이 창문을 흘깃 쳐다보았다.

콰앙!

그러자 열려 있던 창문이 저절로 굳게 닫혔다.

“헙!”

갈곽표는 기겁하며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야현이 갈곽표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내디뎠다. 야현과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갈곽표의 몸뚱이가 사시나무 떨 듯 들썩거렸다.

고양이, 아니 호랑이를 앞에 둔 쥐새끼가 이런 심정일까?

공포를 넘어 절망의 바닥에 떨어진 갈곽표는 오히려 독기를 드러냈다.

“으아악!”

비명인지 기합인지 모를 일갈을 터트리며 갈곽표가 야현에게로 달려들었다.

야현은 날아오는 갈곽표의 칼날에 그냥 자신을 손을 갖다 대었다.

차장창창!

그러자 마치 단단한 바위에 부딪히기라도 한듯 갈곽표의 칼이 단숨에 두 동강이 났다. 야현은 너무도 쉽게 갈곽표의 목덜미를 다시 손에 쥐었다.

“컥!”

갈곽표가 신음을 터뜨렸다.

“쓰, 쓰벌……. 이대로는 안 ……죽어!”

마지막 독기를 터트리며 그가 부러진 칼을 야현의 목에 쑤셔 넣었다.

‘돼, 됐다!’

갈곽표의 눈에 희망이 들어섰다. 하나 그것은 곧 사라졌다.

“그래서 어디 죽겠습니까?”

칼이 목에 박힌 채 야현이 하얀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히익!”

그 괴기스러운 장면에 갈곽표의 안색이 야현보다도 창백해졌다. 야현이 아직 칼자루를 부여잡고 있는 갈곽표의 오른 손목을 움켜잡았다.

콰드득!

“으아아악!”

손목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에 갈곽표가 비명을 질렀다.

“시끄럽군.”

야현이 인상을 찡그리며 그의 숨을 틀어막았다. 그런 후 갈곽표를 얼굴 가까이 끌어당겼다. 야현의 붉은 동공이 물감 번지듯 눈동자를 붉게 물들였다. 그러자 공포에 짓눌러 하염없이 떨리던 갈곽표의 시선이 어느 순간 흔들림 없이 멈췄다.

“하오문과 접촉 방법은 무엇이죠?”

가장 효율적인 최면은 공포와 고통 속에서 이뤄지는 법이다.

갈곽표가 멍하니 야현의 붉은 눈을 응시하며 고저 없는 목소리로 하오문에 대해 자신이 아는 것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어차피 살려줄 생각은 없었다. 그렇기에 야현은 자아를 지우는 강한 최면을 걸었고, 그 충격의 여파로 갈곽표의 코와 귀, 입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향긋한 혈향.

야현은 갈곽표의 말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설명이 멈췄을 때, 주저 없이 그의 목덜미에 송곳니를 박았다.

콱!

자아가 사라진 갈곽표는 피가 빨리는 와중에도 목각 인형처럼 우두커니 서 있기만 했다.

스으윽- 차장!

야현의 목에 박혔던 칼이 스스로 뽑혀 바닥으로 떨어졌다.

두둑 두두둑!

칼이 뽑히자마자 야현의 목에 난 검상은 자체적으로 빠르게 치유되었다.

툭!

온몸의 피가 사라진 갈곽표의 몸은 미라처럼 바싹 마른 상태가 되었다. 야현이 송곳니를 거두자 빈 껍데기가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아!”

기분 좋은 음성이 야현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가 붉은 동공을 확장시키며 갈곽표의 시신을 내려다보았다.

화르르, 화염이 솟아올랐다. 갈곽표의 마른 껍데기가 불길에 휩싸여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야현은 손수건을 꺼내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았다. 닦아낸 손수건은 불길에 던져 함께 소각했다.

“숙녀 아가씨.”

모든 용무를 끝낸 야현은 그의 명령에 따라 당과를 먹고 조용히 기다리고 있던 소녀를 불러세웠다.

“네?”

“집에 가야죠?”

“이제 가도 되나요?”

“당연하죠.”

“하지만 갈 문주가 다시…….”

갈곽표를 떠올리자 두려운 듯 소녀가 눈물을 글썽였다.

“그자는 죽었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진짜요?”

“그럼요. 다시는 아가씨에게 찾아가지 않을 겁니다.”

야현이 소녀의 손을 부드럽게 잡고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와아, 정말 감사해요!”

“데려다 주겠습니다.”

기뻐하는 소녀에게 야현이 몸을 숙여 눈높이를 맞췄다.

“그리고 오늘 본 일은 모두 잊어야 합니다. 아시겠지요?”

야현의 윙크에 소녀가 뺨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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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뱀파이어 무림에 가다 - 제6장 (2) +20 13.04.28 8,159 59 10쪽
11 뱀파이어 무림에 가다 - 제6장 (1) +6 13.04.26 6,588 47 11쪽
10 뱀파이어 무림에 가다 - 제5장 (2) +10 13.04.23 6,076 43 11쪽
9 뱀파이어 무림에 가다 - 제5장 (1) +5 13.04.22 5,781 45 12쪽
8 뱀파이어 무림에 가다 - 제4장 (2) +9 13.04.19 6,105 39 11쪽
7 뱀파이어 무림에 가다 - 제4장 (1) +4 13.04.17 5,760 56 9쪽
6 뱀파이어 무림에 가다 - 제3장 (2) +8 13.04.16 5,441 46 10쪽
5 뱀파이어 무림에 가다 - 제3장 (1) +3 13.04.15 7,574 50 13쪽
» 뱀파이어 무림에 가다 - 제2장 (3) +9 13.04.13 6,053 51 8쪽
3 뱀파이어 무림에 가다 - 제2장 (2) +11 13.04.12 7,286 54 9쪽
2 뱀파이어 무림에 가다 - 제2장 (1) +16 13.04.11 8,954 66 11쪽
1 뱀파이어 무림에 가다 - 제1장. +14 13.04.10 9,412 59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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