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무림에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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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작품등록일 :
2012.11.19 15:44
최근연재일 :
2013.08.10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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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4.12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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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무림에 가다 - 제2장 (2)

DUMMY

파아!

대설산으로 가기 전 마지막으로 들렀던 난주의 한 뒷골목.

공간이 어그러지며 야현이 다시 그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갈증을 해결하고 난 이후여서인지 그의 미모가 한층 더 빛을 발하는 느낌이었다.

‘그럼 슬슬 찾아볼까?’

밤은 야현의 시간이었다. 객잔으로 돌아가도 딱히 할 일도 없다. 야현이 골목에 드리운 그림자 속으로 숨어들었다.

스윽.

마치 안개가 사라지듯 야현이 곧 어둠과 동화되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위협적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사내 하나가 야현의 눈에 들어왔다.

허리에 찬 싸구려 칼과 일관성 없는 보폭.

거기에 싸구려 술 냄새를 풍기는 고르지 못한 호흡과 미천한 내력.

사내는 단순한 파락호(破落戶)이거나 뒷골목 주먹패보다 조금 나은 정도의 하류 잡배였다.

맹수가 먹잇감을 발견한 듯 야현의 동공에 붉은색이 피어났다.

저런 자일수록 밑바닥 세계를 잘 안다.

설사 정보 단체에 대한 끈을 얻지 못한다 해도 찾을 수 있는 단초는 충분히 제공할 터였다.

“뭘 봐? 앙? 캬악-! 퉷!”

지나는 행인을 위협하며 사내가 길바닥에 아무렇게나 가래침을 뱉었다. 야현이 조용히 다가가 그런 사내의 목을 움켜쥐었다.

“컥!”

사내가 컥컥거리며 어둠 속으로 끌려갔다. 숨통이 막혀 얼굴 전체에 핏줄이 돋아난 사내 앞에 야현의 하얀 얼굴이 불쑥 나타났다.

“사, 살려…….”

사내는 공포에 휩싸여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벌벌 떨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

야현의 붉은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친 순간, 사내를 뒤덮고 있던 공포와 고통이 일시에 사라졌다. 대신 초점이 흩어지며 몽롱한 표정을 지었다.

야현이 사내의 목덜미에서 서서히 힘을 풀었다.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예, 무엇이든 물으십시오. 소인이 아는 것이라면 청월이 속곳 색이라도 알려 드리겠습니다.”

“근처에 정보를 담당하는 단체에 대해 아는 것이 있습니까?”

“정보를 담당하는 곳이라면 개방과 하오문이 있습니다.”

‘개방과 하오문?’

낯선 명칭에 야현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어떤 곳이지요?”

“개방은 거지들의 단체입니다. 정파를 대표하는 방파이온데…….”

‘재밌군. 거지들이 만든 방파라니. 거기에 대림사(大林寺)와 어깨를 견주는 정도라고?’

최면에 걸린 상태에서는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야현은 어둠의 일족이다. 사내의 설명대로라면 개방은 야현이 찾아가기에 껄끄러운 곳이었다.

“개방은 됐고, 하오문은 어떻지요?”

“하오문은 말 그대로 최하층민들의 단체이온데…….”

한일자로 꽉 닫혀 있던 야현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입맛에 딱 맞는 곳이었다. 하층민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면 정보의 질은 떨어질지 몰라도, 그 양은 방대할 것이다.

“하오문과의 접선을 알고 있나요?”

“방법은 모르지만 접선할 수 있는 자를 알고는 있습니다.”

“그자가 누구입니까?”

“흑왕파의 문주, 갈곽표라는 자입니다.”

“흑왕파? 무림 문파인가요?”

“아니요, 그냥 뒷골목 건달패입니다. 문파 흉내를 내겠다고 저들끼리 그리 부르는 것이지, 그들을 빼고는 다들 흑견패라고 부릅니다. 그치만 갈곽표는 제법 높은 수준의 무공을 익혔습니다.”

“그렇군요.”

그래 봤자 좀 전의 백호보다도 못할 수준일 게 분명했다. 야현이 마지막으로 물었다.

“어디로 가야 그자를 만날 수 있습니까?”

“흑왕파, 아니…… 흑견패의 본거지는…….”

사내는 주절주절 아는 사실을 모두 토해 냈다.

“잊으세요.”

사내의 뺨을 툭툭 두들긴 후 야현이 더욱 깊숙한 어둠 속으로 숨어들었다. 잠시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던 사내가 마치 막 잠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뭐지?”

정신이 가물가물한 게 뒤늦은 술기운이 올라오는 듯했다.

“니미럴, 목은 또 왜 이렇게 아픈 거야?”

인상을 와락 쓴 사내가 목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다시 걸음을 내디뎠다.


*


난주의 외곽.

허름하고 초라한 건물들 사이로 어울리지 않는 중규모의 장원이 나타났다.

이곳이 바로 사내가 말했던 흑왕파의 본거지였다.

야현은 장원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자그만 집 지붕에서 흑왕파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풋.”

그런 야현의 입가에서 작은 실소가 터졌다.

나름 무림 문파를 흉내 낸다고 하더니 정문 앞에는 경비를 서는 자들도 있었고, 몇몇은 짝을 지어 순찰을 도는 등 외형적으로는 제법 그럴듯해 보였다. 하지만 외적으로만 그리 보일 뿐 내실은 형편없었다.

‘특별히 신경 쓸건 없겠군.’

대충 탐색을 마친 야현은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장원 깊숙한 곳, 어느 건물 처마 아래 드리운 그림자 속이었다.

무슨 급한 일이 있는지 중년의 하녀가 건물에서 허둥지둥 나왔다.

하녀가 처마 밑 어둑한 곳을 잰걸음으로 지나갈 때, 그림자에서 불쑥 새하얀 손이 튀어나와 그녀의 뒷덜미를 움켜잡았다.

“……!”

하녀가 비명을 내질렀지만, 그녀와 함께 소리 또한 그림자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잠시 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림자에서 나온 하녀는 종종걸음으로 어디론가 향했다. 그녀가 도착한 곳은 자칭 흑왕파 문주라 부르는, 흑견패 두목 갈곽표의 거처였다.

“이곳입니다.”

갈곽표의 침소 앞에 선 하녀가 담과 나무가 만들어 낸 어두운 그림자를 향해 공손히 말을 건넸다.

어둠 속에서 붉은색 귀광이 번뜩였다.

“수고했습니다. 처음 있던 곳으로 돌아가고, 지금 일을 잊으세요.”

“예.”

하녀가 고개 숙여 인사한 후 잰걸음으로 뒤돌아 사라졌다.

“쉬어도 너무 쉽군.”

붉은 귀광의 주인, 야현이 그림자 속에서 걸어나왔다.

그리곤 마치 갈곽표의 침실이 자신의 방이라도 되는 듯 편안하게 걸어 들어갔다.



반 시진(1시간) 후.

콰당!

산도적처럼 생긴 흑견패 두목 갈곽표가 방문을 거칠게 열며 앳된 소녀를 우악스럽게 끌고 안으로 들어왔다.

“가, 갈 문주님 제발 사, 살려주세요! 제, 제발요!”

이제 갓 십오 세쯤 되었을까? 제법 예쁘장하지만, 삐쩍 마른 소녀가 갈곽표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빌고 또 빌었다.

“이 년아, 네가 언제 너를 죽인다고 하더냐?”

갈곽표는 음흉하게 말하며 문을 닫았다.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이 곽표가 네년 호의호식을 시켜 주겠다고 하지 않더냐? 내 말을 믿지 못하는 것이냐?”

“흐흐흑…… 제발.”

“빚도 못 갚아 팔려 온 네년을 내 친히 어여삐 봐주려는데, 어찌 이리 몰라주는 것이냐? 내가 호강시켜주겠다니까?”

“빚은 무슨 빚! 다 갚았잖아! 다 갚았잖아!”

결국, 빌다 지친 소녀가 악을 썼다.

“어여삐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자꾸 이러면 매음굴에 확 팔아넘기는 수가 있어!”

갈곽표의 협박에 소녀가 떨리는 손으로 앞섶을 움켜쥐었다.

“허니 이제 그만 마음을 열거라. 응?”

험악해졌던 표정을 풀며 갈곽표가 은근한 목소리로 소녀에게 속삭였다.

“제발요! 이렇게 빌게요. 제발 좀 살려 주세요!”

“이년이 계속!”

소녀가 말을 듣지 않자 갈곽표가 결국 폭발했다. 그가 소녀의 머리채를 잡아 흔들더니 바닥으로 패대기쳤다.

“꺄아악!”

비명이 터졌지만 갈곽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찌이익!

무자비한 갈곽표의 손길에 소녀의 옷자락이 찢어졌다.

“살려 주…… 아악!”

그는 인정사정없었다. 그의 두꺼운 손바닥이 소녀의 얼굴을 강하게 후려쳤다.

“이년이 오냐오냐하니까 이 곽표의 말이 우스워? 오냐, 네년을 매음굴에 팔아 버리고 네 부모의 모가지도 따 주마.”

험악한 말들이 마구 쏟아졌다.

“이년아, 오늘 넌 뒈졌어!”

갈곽표가 소녀의 찢어진 상의를 강제로 벗기려 할 때였다.

“거기까지!”

침소 구석에서 야현의 차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누구냐!”

뜻하지 않은 불청객의 소리에 갈곽표가 소녀를 밀치며 허리춤에 찬 칼자루로 손을 가져갔다.

딱!

야현이 손가락을 튕기자 방안에 놓인 초에 화르르 불이 붙었다.

야현은 환해진 방의 중앙, 나무로 만들어진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그림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고생해서 배를 채울 게 아니라 여기로 오면 좋았…….”

“네놈은 누구냐?”

갈곽표가 야현의 말을 끊으며 살기를 세웠다. 야현의 얼굴이 굳어지는 동시에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컥!”

한줄기 바람이 불어왔다고 느끼는 순간, 갈곽표는 숨이 턱 막혔다.

“누가 본인의 말을 끊어도 된다고 했습니까?”

야현이 갈곽표의 목을 틀어쥔 채 허공으로 들어 올렸다.




작가의말

독자님들의 반응을 보니 수정하기를 잘 했네요 ㅜㅜ

고생한 보람이 있는 듯 합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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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뱀파이어 무림에 가다 - 제6장 (1) +6 13.04.26 6,588 47 11쪽
10 뱀파이어 무림에 가다 - 제5장 (2) +10 13.04.23 6,076 43 11쪽
9 뱀파이어 무림에 가다 - 제5장 (1) +5 13.04.22 5,781 45 12쪽
8 뱀파이어 무림에 가다 - 제4장 (2) +9 13.04.19 6,104 39 11쪽
7 뱀파이어 무림에 가다 - 제4장 (1) +4 13.04.17 5,760 56 9쪽
6 뱀파이어 무림에 가다 - 제3장 (2) +8 13.04.16 5,441 46 10쪽
5 뱀파이어 무림에 가다 - 제3장 (1) +3 13.04.15 7,573 50 13쪽
4 뱀파이어 무림에 가다 - 제2장 (3) +9 13.04.13 6,052 51 8쪽
» 뱀파이어 무림에 가다 - 제2장 (2) +11 13.04.12 7,286 54 9쪽
2 뱀파이어 무림에 가다 - 제2장 (1) +16 13.04.11 8,954 66 11쪽
1 뱀파이어 무림에 가다 - 제1장. +14 13.04.10 9,412 59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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