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무림에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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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작품등록일 :
2012.11.19 15:44
최근연재일 :
2013.08.10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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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4.26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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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무림에 가다 - 제6장 (1)

DUMMY


자정이 다 되어 가는 시각.

홍암이 굳어진 얼굴로 월영의 집무실로 들어왔다.

“어찌 되었나요?”

월영의 질문에 홍암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마도 죽은 듯싶습니다.”

그 말에 월영의 표정도 굳어졌다.

“근거는요?”

월영의 목소리는 무거워져 있었다.

“야 소협의 행적이 어두운 골목에서 끊겼습니다. 더 이상 행적이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략 한 시진 반 전쯤 철각방으로 한 구의 시신이 들어간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월영은 홍암의 보고에 월영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너무 마음 쓰지 마십시오.”

“휴우―.”

월영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눈을 떴다.

“저로 인해 일어난 일입니다. 신경이 쓰이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목소리가 가라앉아 있었다.

“이리될 줄 알았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제가 해결을 할 걸 그랬습니다.”

자신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너무 큰 빚을 졌네요, 홍 총관님.”

월영은 고개를 들어 홍암을 올려다보았다.

“시신만은 어떻게든 수습해 주세요.”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홍암은 월영의 뜻을 받아들였다. 야현을 위함은 아니었다. 자신이 모시는 월영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만들어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때 한 목소리가 둘의 대화 사이에 파고들었다.

“큰 빚을 지셨다면 갚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중저음의 목소리에 월영과 홍암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목소리가 들려온 집무실 구석으로 고개를 돌렸다.

집무실 구석에 놓인 의자에 야현은 편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야 소협?”

눈으로 보고도 쉽게 믿어지지 않는 듯 월영의 목소리는 한 박자 늦게 흘러나왔다.

“……살아 계셨군요.”

홍암 역시 반색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월영과 홍암 앞으로 걸어갔다.

“본인에게 큰 빚을 지셨다구요?”

야현은 집무실 탁자에 엉덩이를 걸치며 물었다.

월영은 야현의 붉은 동공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싶은 정보가 하나 생겼습니다.”

“본문에 해가 되지 않는 거라면 무엇이든지 한 번 정보를 드리겠습니다.”

월영의 대답에 야현은 더욱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오대살문(殺門) 중 비살문(秘殺門)이라고 있다지요?”

살문, 그리고 비살문이라는 단어에 월영은 몽롱한 잠에서 깨어난 듯 표정이 한순간 굳어졌다.

“비살문에 관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월영은 미간을 좁히며 야현을 쳐다보았다.

야현은 더욱 붉어진 붉은 동공으로 월영을 쳐다보며 말을 이어 갔다.

“앞으로 철각방에서 귀찮게 할 일은 없을 테니 밑지는 장사만은 아닐 것입니다.”

어이진 말에 월영은 잠시 고심에 잠겼다가 다부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약조는 약조이니 제 선에서 구할 수 있는 정보를 내드리겠습니다.”

야현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일쯤 철각방이 시끄러워질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야현은 월영의 왼손을 부드럽게 잡아 손등에 입을 맞췄다.

“그럼 좋은 밤 보내시기를…….”

월영의 뺨이 한순간 붉게 물들었다.

야현은 그런 월영에게 미소를 던지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홍암에게 목례를 건넨 후 집무실을 나갔다.

“크흠!”

홍암은 발그레한 얼굴로 멍하니 손을 내려다보는 월영을 향해 나직한 헛기침을 내뱉었다.

화들짝 정신을 차린 뒤에도 월영의 얼굴은 더욱 붉어져만 갔다.


***


월영은 야현이 머물고 있는 삼 층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하아―.”

계단을 밟다 말고 월영은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야현 때문이었다.

그와 마주하면 귀신에게라도 홀린 듯 일이 이상하게 흘러갔고, 정신을 차려 보면 뜻하지 않은 결과가 나와 있었다.

철각방 일도 그렇고, 지금 들고 있는 비살문에 대한 정보도 그러했다.

살면서 이런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다른 이도 아니고 남자에게 이렇듯 휘둘린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월영은 옹골찬 표정으로 야현이 머무는 방으로 향했다.

“야 소협, 계신가요?”

그러한 표정과 마음가짐이 목소리에 드러났다.

“들어오시지요.”

야현의 대답에 월영은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대낮이었지만 야현이 머무는 방은 두꺼운 천으로 창문을 가려놓았기에 어두컴컴했다. 유일한 빛이 있다면 방 안에 켜놓은 촛불 하나뿐이었다.

묘한 분위기에 월영은 방 안으로 들어가 야현 앞에 앉았다.

“부탁하신 정보 여기 있습니다.”

야현은 비살문에 관한 정보가 담긴 종이를 받아 옆으로 내려놓았다.

“읽고 반드시 파기하셔야 합니다.”

“그리하겠습니다.”

야현은 탁자 위에 놓인 찻주전자를 들어 차를 준비했다. 월영은 그런 야현을 쳐다보았다. 차를 준비하던 야현은 고개를 들어 월영이 있는 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할 말이 더 남았습니까?”

야현의 질문에 월영은 당황한 눈빛을 언뜻 드러냈다가 이내 감췄다.

“아니, 없습니다.”

월영은 쌀쌀맞게 대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참, 전진교에 대한 정보는 언제쯤 받을 수 있겠습니까?”

밖으로 나가려는 월영은 야현의 질문에 걸음을 잠시 멈췄다.

“이삼 일 내로 처리될 겁니다.”

월영은 툭 쏘듯 대답했다.

야현은 찻주전자를 내려놓으며 월영을 쳐다보았다.

“본인에게 뭔가 언짢은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없습니다.”

딱딱하기 그지없는 목소리.

야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월영 앞으로 바투 다가섰다.

“월영 님은 웃는 게 보기 좋습니다.”

야현은 월영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야현의 손길에 흠칫 뒤로 물러나려던 월영의 눈이 야현의 붉은 동공과 마주쳤다.

그리고 나른한 듯 야현과 눈을 마주했다.

그것도 잠시, 월영의 미간에 깊은 골이 잡혔다.

“무례하군요.”

월영은 딱딱한 목소리로 야현을 쏘아보고는 거칠게 방문을 열고 나갔다.

쾅!

그리고 거칠게 닫았다.

닫힌 방문을 노려보던 월영은 뺨에서 올라오는 열기를 느꼈다. 월영은 차가운 손을 가져가 뺨을 식혔다.

“하아―.”

월영은 옅은 한숨을 내쉬며 몸을 돌렸다.

닫힌 방문 뒤에서 야현은 미소가 사라진 얼굴로 월영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오문이라…….’

야현은 월영과 홍암이 주고받았던 ‘아가씨’란 호칭을 떠올렸다.

‘일단은…….’

야현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렸다.

“결.”

나직한 목소리에 천장에서 한 사내가 툭 떨어졌다.

그는 바로 철각방의 의뢰를 받아 야현의 목숨을 노렸던 살수, 독고결이었다.

“살펴봐. 참고할 만한 부분이 있는지…….”

“알겠소이다.”

월영이 주고 간 정보를 집어 드는 독고결의 자세나 말투는 여전히 고압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독고결은 야현에게 충성을 유보했다.

복수가 이뤄지는 날, 진심으로 야현에게 몸과 마음을 굽히겠다 했던 것이다. 물론 야현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야현은 월영이 주고 간 정보를 읽는 독고결을 잠시 바라보았다. 독고결은 비살문의 전대 문주 독고황의 독자이자 후계자였다.

독고황은 이백여 년 전 한 시대를 풍미했던 살왕(殺王)의 유산과 인연이 닿아 그 맥을 이었었다. 그리고 불우한 어릴 시절, 함께 자란 일곱 의형제를 모아 비살문을 열었다.

독고황은 살왕의 유지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참한 이는 죽이지 않는다.

약한 이는 죽이지 않는다.

죽어 마땅한 자만 죽인다.

돈을 탐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살문과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유지였지만 독고황은 비살문을 이끄는 내내 살왕이 남긴 유지를 지켜나갔다. 독고황의 각고의 노력 끝에 비살문은 무림 오대살문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때쯤을 기점으로 의형제 사이의 우정에 미묘한 금이 가기 시작했다.

살업으로 부족하지 않은 돈을 벌었다.

그 돈이 화근으로 변한 것이다.

재물이 주는 쾌락을 알아 버린 몇몇 의형제들이 더욱 큰돈을 벌자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독고황은 스승의 유지도 있고, 그 어떤 것이든 과하면 좋지 않다며 의형제들의 불만을 다독였다.

하지만 재물에 눈이 먼 몇몇 의형제들의 탐욕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독고황이 다독이면 다독일수록 더욱 재물에 집착하게 된 것이다.

더 많은 돈, 더 많은 재물을 가지고 싶어 했다.

그런 반동 세력의 중심에 둘째 동평이 있었다.

동평은 뜻이 통하는 다른 세 명의 의형제를 꼬드겨 독고황의 모든 것을 가지기로 암약을 하고 말았다.

재물도, 더 많은 재물을 갖는 데 필요한 살왕의 진신무공도, 모두 다…….

이미 탐욕으로 물든 그들에게 있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의형제지간의 우애는 하찮은 것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동평은 다른 세 명의 의형제와 함께 피로 물든 배신을 하고 말았다.

그게 바로 독고결이 열네 살 때, 지금으로부터 오 년 전의 일이었다.

독고결은 동평의 뜻에 끝까지 반했던 두 숙부와 함께 도망쳐 어렵사리 목숨을 구제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 셋째 숙부가 목숨을 잃었고, 막내 숙부는 큰 중상 탓에 반 폐인이 되어야 했다.

그러나 독고결의 고난은 끝이 아닌 시작이었다.

반미치광이처럼 복수에 사로잡힌 막내 숙부의 손에 지독한 살수 수업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복수와 비살문을 되찾기에는 가진 것이 없었다.

살왕의 비전도 완전히 잇지 못했고, 막내 숙부의 살수 무공도 복수를 할 수 있을 만큼 강하지 않았던 것이다. 각고의 노력 끝에 불안전한 살왕의 비전과 막내 숙부의 살공(殺功)을 합쳤지만 온전한 살왕의 살공에는 못 미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자신은 혼자지만 비살문은 단체였다.

그나마 막내 숙부라도 살아 있다면 의지가 되었겠지만, 그마저도 작년에 한을 삼키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날이 갈수록 지쳐 가는 독고결 앞에 야현이 나타난 것이다.

베라칸과 살아온 과정이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해서일까?

마음이 갔다.

그리고 베라칸 못지않게 영특했다.

‘가끔 변덕을 부리는 것도 나쁘지 않군.’

야현은 자리에 앉아 차를 데워 찻잔에 따라 한 모금 삼켰다.


독고결이 비살문에 관해 적힌 걸 모두 읽은 후 종이를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앉아.”

독고결이 야현의 맞은편에 앉았다.

“살펴보니 어떤가?”

쪼르르르.

야현은 맞은편에 찻잔을 놓고 차를 따르며 물었다.

“정확한 바는 모르겠지만 일단 문도의 수는 는 것 같소. 하지만 그다지 큰 규모는 아닌 듯싶소. 다만 살행 횟수가 눈에 띄게 늘었고, 표적을 가리지 않고 있다 하오.”

“결론은 예상한 바와 다르지 않다는 뜻이군.”

“그렇소…… 그런데 왜 제게만 말을 놓으시오?”

대답을 하다말고 독고결이 야현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내 사람이니까.”

야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그 말에 독고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아직 정해지지 않았소이다.”

“어차피 그렇게 될 거야.”

야현은 여유롭게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차 식어.”

이어진 야현의 말에 독고결은 인상을 확 찌푸리며 찻잔을 들어 술잔을 비우듯 단숨에 마셨다. 그러고는 그 자리에서 모습을 감췄다.

“훗!”

야현은 그런 독고결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조용히 남은 차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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