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무림에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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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작품등록일 :
2012.11.19 15:44
최근연재일 :
2013.08.10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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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4.16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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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무림에 가다 - 제3장 (2)

DUMMY

“쉽게 팔릴 물건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저희가 구입해서 천천히 판매하는 것입니다. 제사할 수 있는 금액은…… 금 천오백 냥입니다.”

“그리고요?”

야현은 마치 남의 일인 듯 술잔을 채우며 담담히 물었다.

“야 대협의 제안처럼 판매 대행을 맡기시는 것입니다. 이 경우 이삼 할 정도의 수수료가 책정이 되는데…….”

“본론만.”

“누가 사느냐에 따라 그 값어치가 상이하고, 살 수 있는 이들이 한정되어 있기에 판매 예상 기간은 매우 길 것입니다. 수수로는…….”

월영은 말을 잠시 끊으며 야현을 쳐다보았다.

그런 월영을 향해 야현은 고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더불어 매혹의 권능까지.

“……서양 검의 고부가 가치를 염려하여 일 할을 받겠습니다.”

고혹적인 미소가 흡족한 미소로 바뀌었다.

“그럼 당분간 신세를 져야겠군요.”

야현은 월영을 향해 술잔을 들었다.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한 월영은 잠시 야현과 그가 들고 있는 술잔을 번갈아보며 눈을 깜빡였다.

“맡긴다는 뜻입니다.”

그 말을 툭 던지며 술잔을 살짝 들어 올렸다.

“……아!”

뜻을 안 월영은 술잔을 들어 가볍게 부딪혔다. 술잔을 비운 월영은 롱소드를 다시 천으로 감싼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본인을 너무 적적하게 내버려두지는 마세요.”

“다른 기녀라도 들일까요?”

“그대가 빨리 오면 됩니다.”

월영의 뺨이 살짝 붉히며 방을 나갔다.

야현은 술잔을 기울이며 창문 너머로 보이는 야경을 감상했다. 대략 일 다경 쯤 흘러 월영이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술잔과 함께 소소한 대화가 오갈 때쯤이었다.

“실례하겠습니다.”

문이 열리고 자신을 안내했던 총관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고는 눈으로 다시 한 번 죄송함을 보인 후 월영의 곁으로 다가가 귓속말을 전했다.

“철각방(鐵脚幇) 소방주가 왔습니다. 수하들을 데리고 온 것을 보면 단단히 각오를 하고 온 듯합니다.”

총관의 귓속말에 월영의 표정이 굳어졌다.

야현은 총관의 속삭임에 월영을 쳐다보았다.

미색으로만 보자면 월영은 절세미인은 아니다. 하지만 단아함 속에 담긴 묘한 매력이 있어 사내라면 누구나 품고 싶은 마음이 동할 것이다.

총관과 월영이 긴장을 드러낸 것을 보니 꽤나 힘을 가진 무림방파인 모양이다. 규수집 아녀자도 아니고 홍루의 주루이니 아마 몇 번 채근거리다가 안 되니 힘으로 품으려 하는 모양이었다.

야현이 월영이 어찌 대처할지 흥미로운 눈으로 술잔을 들 때였다.

“꺄아악!”

기녀 몇의 비명 소리와 함께 방문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콰당!

아니나 다를까 문이 거칠게 열리며 전체적으로 날카로운 얼굴선에 찢어진 눈매를 가진, 상당히 편협해 보이는 사내가 서 있었다.

철각방 소방주 육자추였다.

몇몇 기녀들의 비명 소리와 함께 십여 명의 사내들이 험악한 분위기를 풍기며 방문 밖을 에워쌌다.

육자추는 독선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방 안으로 들어와 술상을 가운데 두고 마주하고 있는 야현을 쳐다보았다. 깨끗하지만 하급의 마의, 밋밋한 태양혈(太陽穴), 변변찮은 기도.

육자추는 야현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인물이라 판단한 것인지 히죽 웃음을 보인 후 월영의 앞에 섰다.

“손님 시중을 들지 않는다는 말은 전부 거짓이었군.”

탐욕스러운 목소리.

“오셨습니까, 육 소방주.”

월영은 침착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히 인사를 건넸다.

“손님과 중한 이야기 중이었습니다. 그러니 먼저 방을 잡아 드리겠습니다. 이야기를 마치는 대로 찾아뵙겠습니다.”

“손님과 중한 이야기?”

육자추는 야현을 아래로 내려다보며 입가를 히죽 틀어 올렸다.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뜻.

하지만 그건 야현도 비슷했다.

어차피 자신과 상관없는 일. 야현은 유유자적하게 술잔을 기울였다.

“어이.”

육자추는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듯 우악스럽게 야현을 불렀다.

야현은 고개를 들어 육자추를 올려다보았다.

육자추는 야현을 향해 미소를 쪼개며 탁자 위에 발을 올렸다.

콰직-, 와장창창창!

탁자가 반으로 부서지며 그 위에 깔렸던 음식들이 와르르 쏟아졌다.

“잠시 자리를 피해 주시지요.”

“굳이 벌주를 마실 필요는 없지 않겠소이까?”

방문 밖에서 철각방 제자들의 은은한 협박까지 이어졌다.

야현은 피식 웃음을 삼켰다. 하지만 서글서글하게 웃던 눈웃음은 사라져있었다. 야현은 깊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귀를 알아먹는 친구였구만. 손님 나가신단다, 길을 터 줘라.”

육자추의 말에 방문을 가로막고 있던 사내들은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과 비웃음이 담긴 눈으로 야현을 쳐다보며 위협적으로 길을 텄다.

자신이 일이 아니기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야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육자추를 쳐다보았다.

“……!”

야현의 서늘한 눈동자.

육자추는 자신도 모르게 흠칫거렸다.

서늘한 눈동자에 육자추는 신중하게 다시 한 번 야현을 살폈지만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아니, 투박하고 보잘것없는 기도는 미천하기만 했다.

잠시 긴장했던 육자추의 입가에 다시 웃음이 그리며 육자추는 가슴을 쭉 폈다. 그 웃음에는 자신감의 또 다른 얼굴이라 할 수 있는 거만함이 담겨 있었다.

자신이 누군가?

난주에서는 그 누구도 한 수 접어준다는 철각방의 후계자, 소방주가 아닌가? 그 누구도 난주에서 자신을 막은 자 없었다. 그 무엇이든 가지려고 한 것은 다 가졌다.

더욱이 난주 후기지수 중에서도 발군 중 발군이다.

“이 봐. 나 모르나?”

“…….”

“외지에서 온 모양인데…… 나 육자추야. 난주의 패권을 휘어잡은 철각방 소방주 육자추.”

육자추는 손을 들어 야현의 목을 툭툭 쳤다.

“이 몸이 루주와 할 말이 있으니 약속은 다음으로 미루라. 그리고 내가 자리를 파하게 하였으니 술값을 두둑하게 챙겨주지.”

야현을 향해 허리를 숙이며 마치 은혜를 베푼다는 듯 거만하게 으름장을 놓았다.

안하무인(眼下無人).

딱 그 말이 떠오르는 모습이었다.

거기에 편협함까지.

뭐 그것도 상관없다.

그가 어떻게 살던, 어떤 성격으로 살던…….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과 관련이 없을 때다.

“컥!”

야현은 단숨에 육자추의 목줄기를 움켜잡았다.

“어떻게 하나?”

야현은 차가운 미소를 띠며 손에 더욱 힘을 가했다.

“크윽, 컥컥! 이, 이 새끼!”

그래도 한 수는 있는 듯 육자추는 숨이 막혀있는 상황에도 재빨리 몸을 틀어 야현의 손을 뿌리치는 동시에 머리로 발을 차올렸다.

훅-. 턱!

야현은 가볍게 손을 들어 육자추의 발을 막았다.

“오늘은 가능하면 피를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만…… 그대가 피를 부르는군요.”

야현의 얼음장 같은 눈빛에 그보다 더 차가운 미소가 피어났다. 육자추는 서늘한 눈빛과 미소에 순간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몸이 굳어졌다. 굳이 비교하자면 맹수 앞에 몸이 굳어 버린 초식 동물처럼 말이다.

콰득!

야현의 손은 단숨에 거침없이 육자추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컥!”

동시에 육자추의 눈이 화등잔처럼 크게 떠졌고, 바르르 떨리는 눈동자, 그리고 그 눈동자에는 고통이 담겨 있었다. 육자추의 눈은 자연스레 자신의 가슴으로 내려갔다.

자신의 가슴을 뚫고 들어간 야현의 손.

그리고 느껴졌다.

야현의 손이 자신의 심장을 움켜잡고 있음을.

“헙!”

상황을 그저 지켜보고만 있던 월영은 너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자신도 모르게 헛바람을 들이마셨다.

“으으으으!”

뒤늦게 찾아온 고통에 육자추는 몸을 바르르 떨며 신음했다.

“으아아아!”

고통이 극에 달하자 육자추는 야현의 어깨를 잡으며 고통에 소리쳤다.

우당탕탕탕!

육자추가 등을 지고 있던 터라 철각방 제자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고 있다 갑작스럽게 터져 나온 육자추의 비명에 허겁지겁 방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소, 소방주님!”

살기로 가득 찬 방.

“한 걸음만 더 내디디면 소방주의 심장이 으깨집니다.”

마치 길가에 꽃 한 송이 꺾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아니, 그보다 더 느긋했다.

“크으- 사, 살려…….”

육자추는 고통에 힘겨워했다.

“……육 소방주를 살려 주세요.”

월영의 당황한 목소리. 월영은 창백한 표정으로 부탁했다.

그를 통해 벗어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려 했었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육자추가 누구인가? 난주의 패주 철각방의 소방주다. 불을 끄기 위해 물을 끼얹는다는 것을 기름을 끼얹은 꼴이었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야현의 대답에 월영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사, 살려…….”

육자추는 야현의 옷가지를 움켜잡으며 고통에 신음했다.

“살려만 주시오. 그렇다면 모두 덮겠소.”

그때 철각방 제자들 사이로 세월의 무게를 담은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후 중년의 사내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부, 부방주님.”

“부방주님.”

철각방 방주의 의동생이자 부방주인 장맹기였다.

“의원을 모셔 오라. 루주, 옆방을 좀 빌려야 할 것 같소.”

장맹기는 마치 허락이라도 받은 것처럼 이리저리 지시를 내렸다.

“흐음?”

야현은 장맹기를 보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

“지켜지지 않을 것만 같은 약속이라…….”

“철각방의 이름으로 약속하오. 믿으셔도 좋소.”

믿음을 갖게 하는 묵직한 음성. 하지만 야현은 장맹기의 정광 어린 눈동자 속에 음침함을 보았다.

‘여흥 거리로 나쁘지 않겠군.’

야현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믿겠습니다. 다만…… 어기지 않는 게 좋을 것입니다.”

너무나도 여유로운 표정의 경고에 장맹기의 눈가가 얼핏 꿈틀거렸다.

“남아일언 중천금이오.”

묵직한 답변.

푹- 타다닥!

야현은 육자추의 몸에서 손을 빼는 동시에 혈도를 때려 과도한 출혈을 막았다.

“크윽!”

“소방주를 뫼셔라.”

“소, 소방주.”

“소방주님.”

장맹기의 명에 수하들이 뒤로 넘어가는 육자추를 안아 들며 재빨리 옆방으로 향했다.

장맹기는 야현을 잠시 쳐다보다 몸을 돌렸다.

“어, 어쩌자고…….”

한껏 굳은 표정으로 월영은 야현 가까이로 바투 다가섰다. 야현은 덤덤하게 손수건을 꺼내 손에 묻은 피를 닦았다.

“……그리고 전진교에 대한 좋은 소식도 기다리겠습니다.”

야현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월영의 어깨를 몇 번 토닥였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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