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무림에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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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작품등록일 :
2012.11.19 15:44
최근연재일 :
2013.08.10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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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4.2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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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무림에 가다 - 제5장 (2)

DUMMY

공포를 이기지 못해 눈을 부릅뜬 육자추의 수급이 땅바닥을 굴렀다.

“안 된다!”

다시 터져 나온 육염명의 절규.

푸학!

튀어 오르는 핏물을 뒤로한 채 야현이 육염명과 장맹기를 향해 몸을 돌렸다.

“이, 이, 이, 이!”

육염명은 목 잘린 육자추의 수급을 내려다보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동시에 육염명의 몸에서 살기가 짙어져 갔다.

“으아아아!”

고함인지 기합인지 모를 투박한 외침과 함께 육염명이 야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육염명은 강한 힘을 실어 야현의 턱을 향해 발을 차올렸다.

후아아앙!

그 역시 감춰진 한 수를 드러냈으니 바로 퇴사(腿絲)였다.

쾅!

하지만 너무나도 쉽게 야현의 팔에 막혔다.

야현이 퇴기도 아닌 퇴사를 너무도 가볍게 막자 육염명의 눈빛은 잠시 흔들렸다. 육염명은 이내 이를 악물고 부인각(斧刃脚)의 수로 야현의 허벅지를 노렸다.

쾅!

깔끔하고 정확하게 육염명의 발등이 야현의 허벅지에 꽂혔지만, 야현은 요지부동(搖之不動). 그 어떤 흔들림도, 표정의 변화도 없었다.

그저 무미건조하게 육염명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흐아압!”

육염명은 일갈을 터트리며 모든 힘을 발등에 실어 선퇴(旋腿)로 야현의 관자놀이를 노렸다.

턱!

야현은 왼손으로 육염명의 발목을 단숨에 틀어쥐었다.

카드드득!

마치 독수리의 발톱처럼 뾰족하게 길어진 야현의 손톱은 육염명의 바짓가랑이 옷감을 찢은 걸로 모자라 그의 정강이에 착용된 철각반의 표면을 긁어 댔다.

“으윽!”

육염명은 야현의 손에 잡힌 발을 빼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마치 바위 사이에 끼인 것처럼 벗어날 수 없었다. 육염명은 주먹으로 야현의 얼굴을 노리려는 때 그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동시에…….

우지끈― 바드득!

철각반이 마치 휴지처럼 구겨지며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야현의 손 안에서 만들어졌다.

“으아아악!”

생뼈가 바스러지는 고통에 육염명은 절규와도 같은 신음을 터트렸다.

스윽―

야현은 몸부림치는 육염명을 향해 투 핸드 소드를 들어 올렸다.

육염명은 간신히 고통을 억누른, 독기에 가득 찬 눈으로 야현을 노려보았다.

야월.

그 이름답게 투 핸드 소드는 반월의 빛을 뿌리며 육염명의 머리를 베었다.

툭―

육염명의 수급이 잘리며 소량의 핏물이 야현의 뺨에 튀었다. 야현은 품에서 손수건 한 장을 꺼내 얼굴에 튄 피를 닦았다.

“훗―.”

야현은 조소를 머금으며 육염명의 시신에 피묻은 손수건을 던졌다.

화르르륵!

죽은 육염명의 시신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그리고 야현의 시선이 움직이는 데 따라 나머지 두 구의 시신에도 불길이 피어올랐다.

고개를 드는 야현의 붉은 동공에 다른 시야가 펼쳐졌다.

“그대는 나를 재미있게 해 주었으면 좋겠는데…….”

차가운 미소와 함께 야현의 신형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사합원(四合院) 주택이 옹기종기 들어찬 평범한 주택가.

구름에 가려졌던 달빛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며 사합원 지붕 위를 밝혔다. 지붕 기와 위에서 야현이 뒷짐을 진 채 건물 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합원 내 전체를 둘러본 야현은 소리 없이 마당으로 내려섰다. 그러고는 마치 제집인 듯 편하게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은 단출했다.

침상 하나와 둥근 탁자, 그리고 수수한 의자가 넷.

특이한 것은 한쪽 벽에 제단이 모셔져 있다는 것이었다. 야현은 향로에서 풍기는 향을 맡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냄새로는 여느 향과 다름없었지만 미세한 독향(毒香)이 섞여 있었던 것이다.

‘이게 산공독(散功毒)이라는 건가?’

엄밀히 말하자면 몸에 그 어떤 해를 주지 않으니 독은 아니다. 그렇지만 단전에 담긴 내력이 물이 끓어 수증기로 사라지듯 사라졌다.

‘앞으로 조심해야겠어. 낮이라면 위험한 물건이야.’

다행히 지금은 밤.

내력의 유무의 차이가 없는 밤이었다.

자신을 위험에 빠트릴 뻔한 산독공에 야현은 오히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방 안을 둘러보았다. 방 안을 모두 살핀 야현은 방 가운데에 놓인 탁자로 향했다. 야현은 찻주전자를 들고 마당으로 나와 물을 채워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탁자 위에 놓인 찻잎 통에서 찻잎을 덜어 찻주전자에 넣고 밑동을 손으로 잡았다.

화르륵―

불이 일며 금세 찻물이 데워졌다.

차가 잘 우러났는지 향긋한 차향이 풍겼고, 야현은 찻잔에 차를 따라 한 모금 마셨다. 그렇게 차 한 잔이 비워질 때쯤이었다.

끼이익―

문이 열리며 앳된 얼굴의 청년이 안으로 들어왔다. 자신의 집으로 들어오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행동 하나하나가 매우 조심스러웠다.

이내 활짝 열린 방문 너머로 여유롭게 차를 마시는 야현을 본 순간 청년의 발걸음이 딱 멈췄다.

또르르.

“와서 앉으세요.”

야현은 탁자 위에 놓인 또 하나의 찻잔을 맞은편에 놓으며 식지 않은 차를 따랐다.

잠시 머뭇거리던 청년, 살수는 방 안으로 들어와 곁눈질로 제단에 피워 놓은 향을 확인하며 자리에 앉았다.

“뉘신지…….”

순박함이 묻어나는 말투.

“섭섭하군요.”

야현은 찻잔을 내리며 청년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야현의 얼굴을 정면에서 확인하는 순간 표정의 변화는 없었지만 단 하나, 훈련으로 어찌할 수 없는 동공이 미세하게 커졌다.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사내.

분명 자신이 죽였다. 죽은 걸 확인도 했으며 그 시신까지 철각방에게로 넘겼던 바로 그가 버젓이 살아 자신 앞에 앉아 있었다.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습니까?”

야현의 메마른 웃음.

살수의 눈동자가 미세하지만 빠르게 움직였다.

카드득!

야현은 경고하듯 뾰족해진 검지 손톱으로 책상에 긴 홈을 만들었다. 탁한 소리가 살수의 신경을 파고들었다.

“저라면 그러지 않겠습니다.”

경고를 보인 후 야현은 식은 찻잔을 들었다.

씨이익― 파밧!

하지만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살수는 소매를 휘둘러 머리카락보다도 가는 침을 야현을 향해 뿌리는 동시에, 자리를 박차고 허공으로 몸을 띄웠다.

투둑! 투두둑!

미세한 침이 야현의 몸 곳곳에 박히는 소리에 살수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가느다란 호침(毫鍼)에는 독이 묻어 있기에 일시적인 마비 증상이 올 것이다.

그렇다면 찰나의 빈틈이 생길 것이고 그리되면 자신은 반드시 도주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

허공을 향해 땅을 박찬 순간, 살수의 눈앞에 한 그림자가 불쑥 나타나 그를 가로막았다.

바로 야현이었다.

붉은 동공이 피처럼 빛나는 눈동자.

그 눈동자가 피부에 닭살이 돋을 정도의 공포를 내면 깊숙한 곳에서 끌어냈다.

거기에 뾰족한 송곳니까지.

“컥!”

야현의 손이 살수의 목을 움켜잡았다.

목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느낄 사이도 없이 살수는 바닥으로 처박히듯 의자에 다시 앉혀졌다.

충격에 신음하는 살수의 눈에 허공에 외로이 붕 떠 있는 찻잔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아래로 떨어지려는 찻잔을 조금 전의 일이 무색할 만큼 야현이 느긋한 자세로 받아 천천히 입으로 가져가고 있었다.

탁.

가볍게 입을 적신 야현은 몸에 꽂힌 호침을 여유로이 뽑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야현의 안색은 변함없이 창백하게 보일 정도로 하얬다.

파르르르―

요동치는 눈동자.

“한 번만 더 귀찮게 하면 정말 죽여 드립니다. 아시겠습니까?”

부드러운 말투, 하지만 조금의 웃음기도 찾아볼 수 없는 야현의 얼굴에 살수는 두 눈을 감았다.

잔상처럼 떠오른 야현의 붉은 동공.

만독불침의 경지까지는 아니더라도 독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상대임을 간파한 것이다. 거기에 자신을 몇 수나 뛰어넘는 무력까지.

단 한 수였지만 살수는 똑똑히 깨달았다.

야현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원하는 게 무엇이오? 내 목숨이오?”

묵직한 음성.

목숨이 경각에 달린 순간이니 살수의 목소리는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그에게는 악착같이 살아야 할 이유가 있었다.

구차할 정도로 질기게 이어 가는 이 목숨.

단지 그만의 목숨이 아니었다. 많은 이의 피와 목숨이 이어준 생명이었다.

그렇기에 살수는 해야 할 일이 있다.

피의 빚을 피로 갚는 복수, 바로 그것이었다.

“목숨을 원했다면 이렇게 차를 나누고 있지 않겠지요.”

야현은 살수를 향해 찻잔을 살짝 들어 올렸다.

차를 마시라는 권유. 하지만 살수는 여전히 야현을 직시할 뿐이었다. 너무나도 여유로운 야현의 모습에 분하지만 살수는 입술을 깨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무엇을 원하시오?”

잠시 야현을 지켜보던 살수가 어렵사리 다시 질문을 던졌다.

야현은 찻잔에 내린 후 다리를 꼬며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그대의 영혼.”

“……?”

“본인의 손과 발이 되어 줄 이가 필요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제안이었다.

“당신을 죽이려던 나를?”

살수의 눈가가 화락 일그러졌다.

“그저 변덕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야현의 담담한 미소.

“크크크, 크하하하하하!”

살수는 소리 죽여 웃음을 삼키더니 이내 고개를 젖히고 대소를 터트렸다. 그 웃음엔 어깨까지 크게 흔들릴 정도의 울분이 담겨 있었다.

그렇게 웃는 살수의 눈동자는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수하라…….”

그리고 나직하게 내뱉는 중얼거림에는 섞여 나오는 자조.

야현은 그런 살수를 흥미롭게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서 한 명의 사내를 떠올렸다.

‘베라칸…….’

서방 세계를 떠날 때까지 최측근에서 자신을 보좌했던 충직한 수하였다. 서방 세계를 떠나면서 유일한 아쉬움이 있었다면 그게 바로 베라칸이었다.

‘녀석을 처음 만났을 때에도 저렇게 웃었지.’

늑대인간 진골(眞骨)족.

뱀파이어 일족에 진혈이 있다면, 늑대인간 일족에는 진골이 있다. 베라칸은 진골의 피를 타고난 대족장의 차남이었다.

늑대인간 장로였던 작은아버지가 쿠데타를 일으켜 대족장이었던 아버지와 어머니를 죽이고 대족장직에 올랐다. 어린 베라칸은 늑대인간족 중 수호(守護) 일족인 적랑족(赤狼族)의 한 적랑이 보호해준 덕에 화를 면할 수 있었다.

반란 이후에는 숙청이 뒤를 따르는 게 당연지사, 적랑족은 숙청의 대상이 되어 죽어나갔고 소수는 도망쳐 살아남았다.

베라칸은 그런 적랑족을 규합해 대족장의 지위를 되찾으려 노력했지만,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시간은 흘렀고, 늑대인간 일족은 작은아버지 아래서 안정되어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복수.

나약한 자신이 주는 자괴감.

그때 베라칸이 자신에게 말했다.

‘복수를 이룰 수 있게만 해 준다면 목숨이 아니라 영혼까지 드리겠소.’

굴복하지 않는 사내다움.

옛 회상에 담담한 미소가 지어질 때였다.

“나에게는 받아야 할 피의 값이 있소.”

처절함이 담긴 목소리.

“하지만 나에게는 힘이 없소.”

살수는 야현을 직시했다.

갈등에 흔들리는 눈동자가 멈췄다. 그리고 서서히 힘이 들어갔다.

“복수를 하고 싶소.”

살수는 한 글자, 한 글자 씹듯이 입을 열었다.

“복수만 할 수 있다면 손발이 아니라 영혼까지 드리겠소.”

그 말에 야현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베라칸, 그 녀석과 똑같다.

“복수라…….”

야현은 미소를 드러냈다.

그리고 천천히 말을 끊어냈다.

“어려운 일도 아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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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뱀파이어 무림에 가다 - 제3장 (1) +3 13.04.15 7,573 50 13쪽
4 뱀파이어 무림에 가다 - 제2장 (3) +9 13.04.13 6,052 51 8쪽
3 뱀파이어 무림에 가다 - 제2장 (2) +11 13.04.12 7,285 54 9쪽
2 뱀파이어 무림에 가다 - 제2장 (1) +16 13.04.11 8,953 66 11쪽
1 뱀파이어 무림에 가다 - 제1장. +14 13.04.10 9,412 59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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