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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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트왈라
작품등록일 :
2008.11.30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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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30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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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1.15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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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데이트

DUMMY

경찰끼리 데이트를 하면 어떤 느낌인지 궁금했던 때가 있었다. 그 땐 나도 참 어렸고, 텔레비전 탐정 드라마를 보면서 가슴 졸이던 때였다. 제목이 워싱턴스틸이었나 그랬을 거다. 탐정 사무실에서의 주위 사람들 몰래 열심히 일하는 척하면서도 둘만 있을 때에는 입도 맞추고 하여튼 그랬던 것같다. 그 결과 나의 머릿 속에선 귀여운 탐정과 아름다운 여탐정은 낭만적일 거라고 생각했으나 현실은 크게 달랐다.


일단 경찰서에서 늘씬하고 귀여운 내 취향의 남자를 찾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다들 한 등발하는데다가 비만인 아저씨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냉정하게 깨달아갔다. 내 머릿속의 워싱턴스틸은 지워버리고, 존 포크레인도 지워버리고, 현실은 잭 블루와 존 샌디(뚱뚱하고 못생긴 배우)가 지배하고 있다.


보조 순찰대원을 하면서 깨달은 것은 그 것이었다. 기동 순찰 덕에 맨날 차만 타고 다니는 3, 40 대 아저씨가 아침마다 도넛을 먹는다면 당연히 배가 나오고 살이 찐다. 물론 모두 그렇다는 건 아니다. 나름 관리를 하는 아저씨들도 있지만 그래봐야 아저씨다. 경찰직은 공무원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육체 노동이나 다름없고 그러다보니 지원하는 사람들 중에 멀쩡한 사람이 별로 없는 것같다.


물론 예외가 많은 일반론이지만 적어도 내가 거쳐간 사람들은 그랬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허우대 멀쩡한 사람들은 다들 자기 짝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게 내 19 살 때의 경찰에 대한 이미지였다.


그리고 이제 스무살이 넘어서 FBI에 들어와서는 또 다른 경찰의 세계로 들어서게 되었다. 막상 교육 받을 때에는 멀쩡한 듯 보였지만 취직이 되자마자 고딕한 옷차림으로 변신을 하게 된 나의 모습에 간부들은 적지 않게 당황하였고, 결국 내가 속하게 된 부서는 미결과가 되었다.


미결과는 사실 일이 없었다. 그저 서류 정리 뿐이었고, 현장을 나선다든지 하는 일이 없는 부서였다. 무엇보다도 없는 부서이기도 했다. 미결 서류 정리같은 거야 경리 직원이 겸할 수도 있는 일이었고, 미결 사건이라고 해서 영화에서처럼 대외비가 다뤄지는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증거 부족, 용의자 잠적 등으로 해결되지 못한 미결 사건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그나마 내가 이 곳으로 발령을 받고 난 후에는 오래된 서류들을 데이터 베이스 화하는 일을 하기 시작했기에 일다운 일이 되어버린 부서였다. 그리고 여기에서 내 인생 최고의 경찰을 만났다.


바로 데이빗 미첼, 키가 188 정도로 훤칠한 키에 마치 <<성탄절 악몽>>에 나올 법한 가느다랗고 긴 다리, 그리고 맑은 눈빛과 누구를 해치지 못할 것같은 유순한 얼굴 생김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저절로 호감을 가지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처음 나의 반응은 어쨌나 하면, 그의 얼굴도 쳐다 보지 못했다. 말도 걸지 않았고, 혹여 복도에서 마주치면 숨곤했다. 그와 첫 인사를 하기 전까지는…. 그리고 그 인사를 하기까지 이틀이 걸렸다.


처음엔 새 책상이 들어왔고, 그 다음엔 서류가 들어왔고, 그 다음엔 사람이 들어왔지만, 그 사람이 들어오기 전부터 숨어서 경계하고 있었다. 저렇게 잘 생긴 사람과는 한 사무실에 있으면 안될 것같고, 그랬다가는 지워버렸던 워싱턴스틸이 다시 살아 돌아올 것만 같았다.


첫날은 최대한 몸을 숨겼고, 그 날 밤 여러 가지로 고민을 했었다. 워싱턴스틸의 화신과 데이트를 할 것인가? 아니면 고독한 마녀로써의 삶을 영위할 것인가? 그런 고민을 하는 내내 가슴이 두근거렸고, 그 기분이 혼자하는 사랑의 짜릿함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3 시간이 걸렸다. 그럴수 밖에. 텔레비전에서는 혼자하는 사랑같은 거 전혀 가르쳐주지 않았으니까. 남녀가 서로 눈이 맞으면 키스하고 하루 같이 자버리는 것이 텔레비전이 가르쳐주는 사랑이었다.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자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하지만 그 텔레비전의 사랑도 내게 다가오길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이틑날 평소보다 한시간이나 일찍 출근했다.

어떻게 해야할까? 그냥 동료로 지내다가 자연스럽게 식사나 같이하고, 그러다가 술도 마시게 되고 점차적으로 우정이 사랑으로 변하고 뭐 이런 이야기를 머릿속으로 그리면서 사무실 문을 여는 순간, 내 책상을 가리고 있는 데이브의 책상이 보였고, 그 책상의 앞에 놓여져 있는 가족 사진을 보게 되었다.


남자에게 눈이 멀어서 그가 책상 위에 가장 잘보이게 올려 놓은 사진을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이고, 그 위에는 갓난 아이를 안고 있는 아름다운 여성과 방금 전까지 그렇게 사랑스러웠던 데이브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그 사진을 본 후에, 한시간을 기다렸고, 데이브가 출근했을 때. 나는 그에게 말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소피 마리아입니다. 제가 먼저 있었으니까 제가 과장할 게요.”

“데이빗 밋첼이요. 데이브라고 불러도 좋아요. 하지만 FBI 경력은 제가 더 기니까 제가 부장할게요.”

“…… 부장이 과장보다 낮은 거죠?”

“…… 그냥 우리 둘다 대리하죠?”


내가 내밀어 놓은 손에 데이브는 악수를 하였고, 그렇게 맞잡은 손에서도 짜릿한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에게 가정이 있다는 것을 아는 순간 나의 혼자하는 사랑은 순식간에 식어버렸다.



=중국 식당, 쮜엔취더=


“그러니까 말이죠. 결국 감성의 부재가 문제란 말이죠.”


그리고 이제와서는 타협 안을 찾기로 마음을 고쳐 먹은 터였다. 에이드리안 워락 경사는 뭐랄까? 못생긴 사람은 아니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상형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할리퀸 소설에 나올 법한 탄탄한 근육질의 남자는 내 취향이 아니다. 오히려 부러질 듯 연약해 보이는 가늘고 긴 스타일이 내 취향이다. 외모에 대해서는 완전히 어긋나 있는 그였다. 머리는 부글부글 곱슬머리에 두터운 입술, 누가보면 꼭 흑인처럼 오해할 법한 검은 피부, 어찌보면 얼굴은 안졸리나 젤리의 남성 버전에 몸은 키 큰 대드 니비토같은 모습이었다.


“저기요. 데이트 하러 나올 때도 사건 이야기 하는 거 자주 그래요?”

“하지만 소피는 이런 거 좋아하잖아요.”


하지만 결정적으로 그는 입담이 좋다. 사람사이에 친해지는 가장 빠른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 것은 바로 {티모시 그린의 흉을 본다}였다.


“좋아하기야 하죠. 사회적 통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 정보를 받아들이는 기능의 이상이라고 볼 수 있고, 그 것은 곧 뇌 손상이라고 하는 거잖아요. 감정의 변화가 없는 게 아니라 감정을 변화시켜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거죠.”

“즉, 성격이상이나, 정신이상 혹은 우울증 같은 경우도 마음의 병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지극히 형이하적인 육체의 병인 거예요. 즉 약을 먹음으로써 그 증상을 완화 시킬 수 있다는 거죠.”


지금 이 사람과 하고 있는 이야기는 정신이상 범죄자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범죄 심리학에서나 다룰 법한 이야기를 데이트 장소에서 만토를 먹으면서 할 거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겠지만 이런 걸 꿈꾸고 있었던 때도 있었다. 아니 내가 원하는 꿈이 아니라 이런 악몽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낭만이라고는 코딱지 만큼도 없고, 먹을 거 앞에 두고 시체 사진이나 넘겨가면서 상처를 분석하고 흉기와의 관계를 추리한다거나, 부패의 정도를 보고 사망 시간을 추정하는 그런 짓거리를 하는 코미디같은 생각…


운 좋게도 부패한 시체 대신 부패한 유전자와 뇌조직이 오늘의 메뉴였고, 묘하게도 그 이야기는 내 흥미를 이끌어내었다.


“그런데 똑같은 환경이라고 하더라도 그 병이 발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승화를 시켜 더 성공인 인물이 되는 경우도 있잖아요. 육체의 병이라면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는 소리니 이런 경우는 설명이 되지 않잖아요.”


나름 예리한 반박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고개를 가로로 저으며 막 먹으려던 만토를 내려놓았다.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똑같은 환경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완전히 같을 수가 없을 뿐더러. 받아들이는 자세 역시 틀리게 되지요. 뇌손상이라는 것은 환경에 의해서 일어날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선천적인 것이니까요.”

“선천적이요? 그러면 육체적이면서도 선천적이라는 건….”


그 건 마치 일종의… 기형같다는 이야기같다.


“네, 유전적인 거예요. 정상적인 인간을 만드는 유전자가 있다고 친다면, 그 중 유전 정보의 이상으로 뇌를 제대로 구성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평범한 인간과 다른 감성을 가지게 되는 거죠.”

“…… 그 말은, 정신이상 범죄자들에게도 육체적인 기형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그렇죠. 비록 육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더라도, 불임이라든지, 오른쪽 심장이라든지, 이런 식으로 이상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거죠. 온전한 유전자일 리가 없으니까요.”


그 건 약간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안그래도 이번 사건을 돌이켜 생각하게 만드는 한마디였다. 이번에 자기 자식을 죽이는 미친 짓거리를 한 녀석은 내가 육손이라는 것을 알아채면서 그가 자기 자식을 죽였다는 자백을 하였다. 왜인지 모를 그 수상한 점을 검사들에게 제시한 것만으로도 그 똑똑하고 경험많고 잘나신 검사님들은 아마 지금 워락이 언급한 이야기를 이용해서 그를 옳아 묶었을 것이다.


“정신 이상자가 알고 보면 육체적 기형이라니… 쇼킹하네요.”

“뭐 이런 건 선천적인 예이고, 약물 중독, 알콜 중독 등 등 후천적인 요소도 얼마든지 있으니까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에요. 육체적 기형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신이 멀쩡한 사람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생각해보면 당신 말이 맞는 것같아요.”


다운 증후군, 터너 증후군같은 일반적인 기형 장애의 경우 지능이 떨어지는 게 대부분이다. 그리고 최근 이슈가 되어가는 서번트 증후군의 경우에도 뇌이상을 통해서 천재적인 재능을 얻는 한편 육체적으로 혹은 정신적으로 장애를 겪는 게 대부분이라고 하였다. 결국 정상은 정상인 그대로이고, 이상은 계속된 이상을 부르는 것이다.


“그럼 당신이 보기에 전 어때보여요?”

“…… 데이트 상대로써요? 아니면 감식조 조장으로써요?”

“데이트 상대로써라는 말은 아첨을 하겠다는 이야기니까 후자로써요.”

“만약 이 근처에서 심장과 간이 탈취당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면 당신을 첫 번째 용의자로 지목할 거에요.”

“그거 칭찬인가요?”

“아니요. 그냥 역겨운 소리죠. 사실 지난번에 밤중에 경찰서에 나왔을 때 봤잖아요. 당신 그렇게 두터운 화장하지 않고 그런 검은 옷을 입지 않아도 충분이 멋져요.”

“하지만, 이 모습이 가장 소피 마리아 다운 거예요.”

“아무 것도 가하지 않은 게 가장 소피 마리아 다운 거겠죠.”


갑자기 내 이야기가 되니까 재미가 없어진다. 해보라고 하긴 했지만 나 자신을 이렇게 부정하고 나설지는 몰랐다.


“처음에 당신이 날 만났을 때. 전 이 모습이었어요. 고딕 매니아에, 새하얀 화장, 그리고 더울 때도 숨막히는 이 검은 옷이요. 하지만 그날 밤에 본 나는 누군가에게 습격을 받고 경찰에게 잡혀온 상황이었어요. 그럼 당신이 생각하는 소피 마리아와 밤중에 본 그 여자 사이에 차이가 있었으니까 당신이 그렇게 말하는 거겠죠. 그럼 봐요. 당신이 생각한 가장 본질적인 소피 마리아는 낮에 본 마녀였나요? 아니면 밤에 본 살해 용의자였나요?”

“외향에 의해서 본질이 바뀌진 않아요. 단지… 제 말은 당신은 화장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이야기예요.”

“……”


아름답다는 이야기에 갑자기 기분이 풀어질 것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분을 풀면 왜인지 지는 것같아서 뒤에 한가지 단서를 붙였다.


“살만 빼면요?”

“안 빼도 돼요. 충분히 건강하잖아요. 바로 그 점이 소피가 정상으로 보이지 않는 점이에요. 왜 그렇게 그 스타일에 집착하시는 거죠?”

“…… 왜냐하면 전 마녀이기 때문이에요.”

“당신은 마녀가 아니에요. 마녀가 되고 싶은 것일 뿐이죠.”

“그럴까요? 우리 어머니는 마녀였는데요?”

“그건 또 무슨 소리에요?”

“무슨 소리긴요. 우리 어머니가 초록 머리 마녀였고, 전 그 사람의 딸이라는 거죠.”

“초록 머리 마녀가 정말로 마녀라는 것도 모르겠고, 당신이 그 사람의 딸이라는 것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다 믿어준다고 쳐봐요. 정작 당신은 마녀처럼 입고 있는 사람이지 마녀일 리가 없어요.”

“왜 그렇게 생각하죠?”

“당신은 사람이니까요. 빗자루를 타고 날 수도 없고, 이상한 약을 만들지도 않아요. 그런가 하면 아이들을 납치하지도 않고요. 당신은 그냥, 그 겉모습이 좋은 것 뿐이에요. 취향 독특한 거죠.”


왜인지 그의 말이 나 자신을 부정당하는 것같은 느낌이 들어서 불쾌하다. 내가 이런 옷차림을 하는 것을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은 많이 있었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치고 들어오는 것은 불편하기 그지 없다.


“하지만, 아까 당신이 말했죠? 정신 이상은 유전적인 성향일 가능성이 크다고요.”

“그렇죠.”

“그럼 우리 엄마가 했던 일이라면 저도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

“어리석은 이야기 하지마세요. 당신은 당신 엄마가 아니고, 당신 자신, 소피 마리아예요. 스스로를 드러내라고요. 거짓된 모습이 아니라.”

“그러니까 제일 거슬리는 건, 왜 이 모습이 거짓이라고 생각하냔 말이에요! 순전히 이런 화장보다 수수하게 입은 모습이 당신 취향이기 때문인게 아니에요?”

“제 취향일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지금의 모습보다는 그 때의 모습을 더 좋아할거라고 생각해서 하는 말이에요.”

“사람들이 좋아하면 뭐해요? 그 건 내 모습이 아닌데.”

“소피 마리아의 본질은 변하지 않아요. 겉모습같은 건….”

“제겐 중요해요.”


나름 괜찮은 남자라고 생각했던 에이드리안 워락과의 첫 데이트는 그런 식으로 끝나버리고 말았고, 결국 그 이후로는 데이트를 못하고 있었다. 그가 봤다는 밤중의 나의 모습이란 리우를 죽인 다음에 경찰서에 끌려갔을 때의 모습이었다. 샤워를 한 후라 화장도 지워져 있었고, 옷도 파자마를 입고 있던 터였다.


생각해보면 완전히 벌거벗은 채로 몸을 드러내는 것같은 시간이었다. 화장을 안한 맨얼굴이라니… 그게 얼마나 큰 스트레스인지 바보같은 남자들은 모른다.




=샌프란시스코 연방 교도소=



그러다보니, 이제는 여기에까지 와서 신세타령을 하게 되었다.


“어떻게 생각해요? 그 사람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살인마 놈에게 이런 연애 상담이나 하고 나도 참 한심한 인생이었다. 게다가 오늘은 수사상의 목적이 아니라 일요일에 허가 되는 면회시간이었고, 개인적 목적으로 그를 만난 것이었다.


“미안하지만 그 것에 대해서는 네게 말해줄 게 없어.”


엔도 마사키, 속칭 브레인리스라고 불리며, 7 개 주를 돌아다니며 아이들의 골을 파서 살해한 악질 살인범, 하지만 증거가 없어서 겨우 간첩죄로 감옥에 가둬 놓은 신비에 닿은 마술사였다. 그는 테이블 맞은편에 앉아서 내 이야기를 듣는척 마는척 하였다.


사실 그가 관심이 있는 것은 내가 다루는 사건이었다. 그는 내곁에 신비적인 사건이 다가올 거라고 믿고 있었고, 그 것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리고 그는 내가 아버지를 찾아가길 바란다. 살아있지는 않겠지만….


“말 좀 해줘봐요. 제가 보기엔 우리 엄마는 전혀 정신이상 같은 게 없었는데 왜 그렇게 사람이 비틀렸죠? 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곤 했어요. 죄와 벌을 달아 놓으면 벌이 가혹하다랄까? 죽을 죄가 아니더라도 죄를 지었다는 이유만으로 죽음의 형벌이잖아요.”


그래도 끝덕지게 달라붙자 그제서야 그는 흥미가 생겼는지 내게 그 답을 해주었다.


“어리석긴, 아직 깨닫지 못했나보네. 너희 엄마는 미쳤어.”

“네?”

“생각해봐라. 목격자를 발견하면 무조건 죽이는 초록 머리 마녀였어. 그런데 너희 엄마가 제일 신경 쓴 게 뭔지 알아?”

“뭐죠?”

“패션이야! 초록색으로 염색한 머리하며, 먹은 거 토해가면서 살도 빼고, 긴 코트 아래로는 탱크탑을 입고, 쫙 달라붙는 라텍스 바지… 다시 말해서 누가 봐줬으면 하는 거지.”


그러고보면 그런 것같기도 하다. 전에 언급했다시피 엄마는 맥가이버 검사장의 선거 때 선거 홍보 배지를 차고 다녔다. 그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게 움직이면서도…


“그 게 미친 거랑 무슨 관계죠?”

“병명을 말해줘야겠어? 연극성 성격장애라고. 원래 마술사라는 족속들이 좀 그래. 뛰어난 두뇌를 가지는 한편 어딘가 한군데가 망가져 있기 마련이지. 하지만 망가진 부분이 치명적인 경우에는 어차피 도태되기 마련이니까 마술사가 될 순 없어.”

“그럼 엄마는 어떻게 된 거죠?”

“생각을 해봐, 사회와 자신의 정의가 부합되지 않아. 그리고 자신이 가진 질병에 의해서 만족감을 느낄 수 없어. 그런 한편 두뇌는 엄청나게 냉철하지. 게다가 생각회전도 빨라. 그 결과는 어떨까? 자기가 내린 판단에 의해서 자신은 이 세상에 맞지 않고, 결국은 미쳐 버린다는 거야. 문제는 그게 아니야. 세상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미치는 게 아니라. 자기가 미쳐야 한다고 냉철한 판단이 명령을 내리는 거지. 결국 천재병이라는 게 괜히 천재병이 아니야. 미치는 것이 가장 옳은 행위라고 여기기 때문에 미쳐버리는 거야.”

“하지만 엄마는 미치지 않았어요.”

“응, 원래는 미쳐야했지만, 그 여자한테는 마침 좋은 돌파구가 있었거든.”

“돌파구요?”

“연극성 성격장애는 자신을 보아주는 사람이 없으면 외로움을 타고 우울증에 시달리게 되어 있어. 하지만 마술사는 남들 앞에 나설 수가 없지. 그래서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자살을 해도 이상하지 않았겠지만 다행히도 외로워야 했던 그 여자의 인생에 기적이 일어났던 거야.”

“기적이요?”


이 사람… 갑자기 느끼한 표정이 되어가는 게 기분 나쁘다. 하지만 곧 그가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을 때 소름이 돋아 올라왔다.


“바로 너 말이야. 너희 어머니는 너를 키움으로써, 너에게 관심을 받고, 너에게 사랑을 받고, 너에게 삶의 의미를 받으면서. 미치는 것을 피할 수 있었어. 사실 네가 네 어머니에게 받은 도움보다 네가 네 어머니를 도와준 게 훨씬 많다고 할 수 있지.”


엄마가 살아가는 원동력이… 나 때문이었다는 건가?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어졌다.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엄마에 대해서 얼마나 자세히 알고 계세요?”

“몰라. 너희 엄마와 나는 엄연한 적이었으니까.”

“하지만 아버지에 대해서는 알고 계시죠?”

“네 아버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이야기 해주실 수 있어요?”

“아니, 그러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이야기가 있고, 그러기에는 우리 면회 시간이 너무 짧아.”

결국 나 스스로 찾아가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었다.


“그럼 한가지만 물어볼 게요. 전… 마녀가 될 수 있나요?”

“네가 어딘가가 병신이라면 되지 않을까? 이를테면… 그 병신같은 옷차림하고 화장이라든지.”


그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남겨두고 또 일방적으로 면회를 끝냈다. 간수장을 불러서 자신을 데려가게 하였고, 혼자 남은 난…


마녀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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