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의 순정에 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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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결
작품등록일 :
2016.03.31 08:14
최근연재일 :
2016.04.03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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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02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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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돌연변이의 탄생(1)

DUMMY

붉은 달이 선명하게 비추는 초저녁. 불길한 징조를 느끼 현 이조판서 능성구씨(綾城具氏) 구준회의 낯빛이 어둡게 드리워졌다.


혹, 출산이 임박한 부인과 곧 세상에 태어날 아기에게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기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서 오자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뒷짐을 진 채 대청마루 위를 배회하고 있었다. 걱정근심이 가득한 얼굴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그때. 그의 귓가로 선명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응애. 응애.”


아기의 우렁찬 목소리가 그의 귓전에 닿았다. 이윽고 하인은 밝은 얼굴로 그의 발 앞에 섰다. 구준회는 속으로 담아 두었던 말을 한꺼번에 토해내듯 물어왔다.


“그래. 부인은? 아기는? 모두 괜찮으냐? 아, 그렇지. 아들이냐? 딸이냐?”


“안방 마님과 도련님 모두 건강합니다.”


하인의 입에서 도련님이라는 단어를 듣자 그의 얼굴은 금세 화색이 돋았다.


“아들...... 아들이라. 하하하. 드디어 뜻한 바를 이루게 되었구나.”


방금 전만 해도 초조해하던 그의 얼굴에 생기가 일었다. 그는 집이 떠나갈 듯 호탕하게 웃었다.


“경하 드리옵니다 대감마님.”


하인은 머리를 숙이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구준회는 서둘러 부인과 아기가 있는 안채로 향했다. 혼례를 치르고 계절이 여러 번 바뀌는 동안에도 회임 소식을 듣지 못 했다. 금술 좋기로 소문이 파다했지만 남들은 다 가지는 자식 하나 못 가졌으니. 그간 알게 모르게 겪은 고통은 어루 말할 수 없었다. 그간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겪어야 했을 멸시와 핍박을 견뎌낸 부인에게 더 고마움을 느꼈다.


그 후, 하루도 빠짐없이 부인과 함께 절에 가서 불공을 드렸다. 무려 그 횟수가 10년 동안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 이듬해, 봄. 드디어 바라고 바라던 회임 소식에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 열 달의 시간을 채우고 아기가 그것도 구씨 집안의 대를 이을 장손인 아들이 태어나다니. 이것만큼 더 좋은 일은 아마 없을 듯했다. 이젠,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지 싶었다. 자식 하나 없이 조상님을 뵐 낯이 서지 않았다. 어쩌면 이 모든 건 조상의 덕과 자신과 부인의 그 긴 노고를 하늘이 도운 게 분명했다.


하인들은 서둘러 바싹 마른 붉은 고추와 숯을 짚으로 엮으며 대문 앞에 달아 놓았다. 안채에 도착하자마자 방문을 열고 부인과 아들의 곁으로 다가서며 앉았다, 아기를 보기에 앞서 부인의 손을 잡았다,


“수고 했소. 부인. 그 가녀린 몸으로 순산을 하느라 얼마나 힘들었소. 이 기쁜 순간을 어머니께서도 이 자리에 함께 하셨더라면 분명, 기뻐하셨을텐데.”


“그러게 말이에요. 그토록 원하셨던 장손을 못 보고 돌아가시다니.”

“아마, 하늘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계실 것일게요. 이제, 부인께서는 안정을 취하도록 하시오. 어쩜 저리도 이쁜 곳만 빼다 닮았는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같소.”


구준회는 이내 시선을 부인 옆에 누워있는 아기에게로 옮겨졌다. 두꺼운 천으로 몸을 감싸고 있는 아기는 뚜렷한 이목구비를 제 아비와 어미의 좋은 점을 골고루 닮았다. 겉으로 보면 마치 딸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외모가 빛을 발했다. 그는 두꺼운 천으로 감싼 아들을 품에 안겼다.


“내 너를 얻기 위해 얼마나 네 어미와 하루도 빠짐없이 불공을 드린지 모른다. 그러니 부디 아무쪼록 그 노고를 생각해서 건강하게 자라다오. 그리고 이 아비의 바람대로 구씨 집안의 대를 이을 장손으로 손색이 없을 만큼 덕을 고루 갖추어 이 아비보다 더 높은 관직에 올라서 집안을 이어가려무나.”


“아직 갓난아기한테 너무 앞서가시는 거 아닙니까?”


“내 나이 이제 불혹에 가깝소. 앞으로 이 녀석이 장가가는 날까지 아니지 손자 녀석 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오.”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께서 어찌 탕약을 깜빡 잊고 거르신단 말입니까?”


“내 이제부터 라도 잊지 않고 꼭 챙겨 먹으리다.”


“네에. 그래야지요. 이 녀석이 어떤 녀석입니까.”


“그래, 내 아랫것들에게 정성껏 돌보라고 이를 터이니 부인께서도 느지막이 가진 아이니만 큼 각별히 몸 성하지 않도록 몸조리에만 신경 쓰도록 하시구려. 장안에 내놓으라 하는 의원에게 몸에 좋은 약재는 다 넣어서 한약을 넉넉히 지어 두라고 일러두리다.”


“네. 서방님.


“그나저나 이 녀석 이름을 지어야 할 터인데. 하늘이 준 아이고 또 이렇듯 밝은 달의 기운을 받고 태어났으니. 하늘 천(天), 밝을 명(明). 구천명(具明天)이 어떻소?”


“천명이라. 저는 전적으로 서방님의 뜻에 따를 것입니다. 그러니 이것으로 하심이 어떨런지요.”


“오늘부터 네 이름은 천명이다. 구씨 집안의 대를 이을 장손 구천명. 천명아, 나의 아들 천명아. 하, 녀석. 제 이름인 줄 알고 나를 바라보다니. 녀석 똘똘하기까지 하고. 오구오구. 어쩜이리도앙증맞을꼬. 녀석, 역시 내 아들 답구나.”


아들을 바라보는 구준회의 얼굴엔 미소가 가시지 않고 있었다. 이윽고, 부인과

새근새근 잠이 든 아들을 바닥에 조심스레 내려놓으며 밖을 나갔다.


*


부모의 바람대로 그는 무탈 없이 바르게 자라주었다. 그의 나이 지학(志學)에 이르렀을 때 한양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천명과 같이 학당에 다니는 동갑내기 벗이었다. 하지만 그 어떤 단서도 목격자도 또한, 범인으로 간주되는 일말의 흔적도 없었다. 골머리를 섞은 채 범인 없는 사체만을 남겨두고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그러니 저절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람들의 입방아에도 희미하게 잊히고 있었다.


어떤 이는 회상하기를...... 명귀(冥鬼)의 짓이라고 했고, 또 어떤 이는 잡귀 (雜鬼)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리고 한 노승의 말에 의하면 어린 소년의 짓이라고 했다. 즉, 보통의 사내아이가 아닌 반인반수일 것이라는 다소 과장되게 생각하고 있었다. 누구의 말이 옳고 그른지를 떠나서 분명한 건.


붉은 달이 떠오를 때마다 일어난다는 점이었다. 사람들의 불길한 징조는 단 번에 맞아떨어졌다. 너나 할 것 없이 집 안에 틀어박힌 채 숨죽이며 깊은 밤을 보냈다. 특히, 붉은 달이 떠오르는 날이면 집안의 가장들은 식속들을 챙기기 위해 보초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놈은 더 이상 사람은 건드리지 않았다. 놈의 표적은 인간에서 짐승으로 바뀌었다.


오직, 말 못 하는 가축들이 인간을 대신해 피해를 고스란히 떠맞게 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었다. 놈은 분명히 한양 어딘가에 본 모습을 숨긴 채 살아가고 있을지 모른다. 평범한 백성의 얼굴을 하고 말이다. 어쩌면 지금도 사람들 틈 어딘가에 숨어서 몰래 지켜보고 있는 게 분명했다.


“조용히들 하시오. 조용 들해.”


여기저기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향해 목청껏 외치는 포졸의 목소리와 함께 한성부 좌포도청 포도대장 김환이 모습을 드러냈다. 연일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건 사고 덕분에 그의 눈 밑이 어둡게 일었다. 몇 날 며칠 밤을 꼬박 세운 탓에 얼굴 주위로 군데군데 수염이 나있었다. 평소 대로 말끔한 모습이 아닌 다소 거친 얼굴로 사람들에게 인식되고있었다. 아무래도 연이어 발생하는 시시콜콜한 사건과 범인 없는 이런 불미스러운 사건들을 함께 조사를 하다 보니 며칠을 포도청에서 생활하며 밤을 꼬박 새야 했다. 그의 발걸음은 닭의 변사체를 살피고 있는 검시관을 향해 옮겨졌다.


“단서가 될 만한 게 나왔는가?”


검시관은 하던 일을 멈추며 고개를 들었다.


“딱히, 단서가 될 만한 것들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피에 대해 조사를 해 보았지만. 이렇다 할 증거는 전혀 없었습니다.”


김환의 미간이 자동적으로 구겨졌다. 이어서 검시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데, 말입니다. 특이한 점이 있었습니다.”


“그게, 뭔가?”


“보통 짐승들이라면 목을 물기 마련인데. 여기, 보시면 물린 자국이 이상하게도 뱃가죽입니다. 또 선명하게 드러난 이빨 자국을 보면 사람의 것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들짐승의 것도 아닙니다.”


“흠.”


김환은 한 쪽 손을 들어 올리며 턱을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제 생각에는...... 혹.”


검시관은 눈을 살짝 흘기며 머뭇거렸다. 단순히 자신의 생각이기에 선뜻 말하기가 두려웠다.


“우물쭈물 되지 말고 속시원히 말해 보게.”


그는 주위 시선들을 살피며 포도 대장인 김환의 귀에다가 속삭였다. 그러나 김환의 앞에 서 있던 포도 부장의 귀에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런 얼토당토 안는 말이 어디 있나?”


“그래도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조사를 좀 더 해 봐야 하겠지만. 이 자의 말마따나 요괴의 짓일 가능성도 열어두는 것이......”


“자네까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세상에 요괴의 짓이라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하게. 아무쪼록 좀 더 사건 현장을 샅샅이 뒤져보도록 하게나. 필시. 우리가 놓진 단서가 분명 이곳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니. 아, 포졸들에게 주변 인물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시킨 건 어찌 되 가는가?”


“아무래도 한두 명이 아니다 보니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일단, 의심스러운 자들부터 잡아들이고 심문을 하는 게 더 빠를지 모르겠군. 포졸들에게 그런 자들부터 조사를 하라고 지시하게.”


“네. 알겠습니다.”


“어쩌면 이 사건 역시 일 년 전, 일어났던 사건과 깊은 연관이 있어 보이는 게. 그 자의 소행이 분명해 보이네. 아무쪼록 많은 눈들이 지켜보며 숨통을 조여올 수도 있으니. 기필코 이번엔 꼭 증거를 찾아서 놈을 잡아 죄값을 물어야 할터.”


포졸은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를 끄덕였다. 김환은 이내 검시관에게 눈길을 주었다.


“어렵겠지만 좀 더 철두철미하게 조사에 힘써주게.”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면, 일단 보고는 따로 올리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좀 더 정밀하게 조사를 한 다음에 해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 서두르지 않는 편이 좋을듯싶군.”


그렇게 그는 사건 현장을 빠져나갔다. 그때, 그의 곁을 열다섯 살쯤 돼 보이는 예쁘장하게 생긴 앳된 도령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순간, 김환은 넓은 통찰력으로 눈을 흘겼다. 방금 전, 그가 감지했던 느낌은 무엇 때문인지. 저 앳된 소년의 얼굴에서 무엇을 본 것인지. 아무래도 밤낮 끊이지 않는 여러 사건들을 동시에 접하다 보니 판단 능력이 흐려진 건 아닌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는 서둘러 제 말에 올라타며 좌포도청으로 향했다. 이윽고 포도청 앞으로 도착하자 한 여인의 모습이 들어왔다. 말에서 내린 김환의 모습을 본 여인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드리웠다. 그녀는 반가움을 내비치며 곁으로 다가섰다.


“서방님.”


김환 역시 자신의 부인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부인.”


그녀는 들고 있던 보자기 자루를 건넸다.


“여기, 갈아입으실 옷 여벌을 가지고 왔습니다.”


“고맙소. 한데, 아무래도 오늘도......”


“못 들어오신다는 말씀이시면 저도 알고 있습니다. 아직도 수사가 오리무중 인가 보군요.”


“미안하오.”


“그런 말씀 마시고 아무쪼록 몸 챙겨 가시면서 하셔요.”


“고맙구려. 꼭 사건 마무리 짓는 즉시, 다가오는 부인 생일 꼭 함께 하리다.”


일 년에 한 번 씩 오는 생일은 그다음에라도 챙겨도 충분하니 사건에만 신경 쓰도록 하세요. 제 생일이야 얼마든지 함께 할 시간이 많으니 제 걱정일랑 묻어두시고 사건에만 집중하셔요. 한데, 이번 사건은 주상전하께서도 깊이 관여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오로지 사건에만 신경을 곤두세우시고 꼭 범인을 잡는 일에만 몰두하셔요. 저는 괜찮습니다."


“내가 복이 참 많은 것 같소. 부인같이 어진 성품에 이해심도 많은 여인을 아내로 삼았으니 이만한 복이 어디 있소.”


“그런 말이 하시니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할 따름입니다. 한데, 언제 또 수염이 저리 많이 나신 겁니까?”


“집으로 가는 날 부인께 맡길 테니 말끔하게 없애주시구려.”


“당연히 그래야지요. 잘 생긴 서방님 얼굴이 수염 때문에 가려져서 많이 속상합니다.”


“누가 알면 내 외모가 정말로 출중한 줄 알겠소.”


“제 눈엔 서방님 만한 분이 안 계십니다. 어머, 제가 사설이 길었네요. 바쁘신 분을 사적인 일로 붓 잡아 두다니. 어서, 들어가 보셔요. 참. 약소하지만 다과도 준비했습니다. 출출할 때 안에 계시는 분들과 함께 드세요.”


그녀는 또 다른 손에 들려진 보따리를 남편에게 건네며 발길을 옮겼다. 그는 조금씩 멀어져 가는 부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자신의 시야에서 사라지자 이내 안으로 들어갔다.


날이 저물고 다시 또 다른 아침을 맞았다. 또 한 번 세상이 뒤집히는 사건이 쪽잠을 청하고 있는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쿵쾅 쿵쾅. 분주한 발 걸음에 김환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의 앞에 포도부장 이승건이 심란한 표정을 드러내며 그의 앞에 다가섰다. 다소 흥분된 목소리에서 포도대장 김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사람의 시체가 발견됐다고 합니다. 여인의 시체라고 합니다. 서둘러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를 기다리게 만든 사건의 중심에 낯이 익은 여인의 얼굴과 마주했다. 하얀 속옷을 입은 채 땅바닥에 누워 있는 시체 곁으로 가까이 다가섰다. 그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무릎을 꿇은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 곧 울부짖는 목소리가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귓가로 또 그의 침통한 표정이 고스란히 사람들에게 비쳤다. 그는 차갑게 식어버린 서늘하게 죽어 간 부인의 몸을 부여잡고 넋을 잃었다.


그날 이후 그는 한동안 식음을 전패하며 제정신 아닌 사람처럼 행동했다. 한동안 뜸하던 사람의 시체가 다름 아닌 제 부인이었으니.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그런 그를 아끼던 왕은 마음을 추스를 시간을 주었다. 왕의 배려에 그는 집 밖으로 나오지 않은 채 불완전한 마음을 가라앉히며 다시 본래의 자리로 복귀했다.


이내 반듯하게 개어진 도포를 몸에 두르며 경건한 표정을 지은 채 밖으로 나와 말에 올라탔다. 어찌 되었건 제 손으로 꼭 사건을 마무리 지어야 했다.


일 년 전, 사건을 미루어 본 결과 동일 인물일 가능성이 높았다. 시체의 목 뒷부분에 날카로운 무언가로 두 개의 찔린 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난 점 그리고 바닥에 피 하나 흘리지 않고 얼굴만 유독 창백한 점. 이 모든 게 그날 사건의 시체와 일치했다.


그는 자리에 앉아 두 눈을 감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동일인물일 가능성이 맞는 걸까? 하면, 모방범일 소행일 가능성도 열어두어야 했다. 그때였다. 포도부장 이승건의 흥분된 목소리가 그의 귓가로 들어갔다.


“사건 현장에서 목격자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뭐?”


김환은 두 눈을 뜨며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내 맞은편에 서 있던 이승건이 그의 앞에 자리를 했다.


“어젯밤 분명 범인으로 간주되는 자의 모습을 보았다고 합니다.”


“그 말이 사실이냐?"


이승건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황급히 자리를 박차고 사건 현장으로 향했다. 일단 이것으로 한 발짝 실말이를 좁혀 갈 수 있게 되었다. 단서가 없어서 다들 범인을 잡는데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그런데 목격자라니.


이 얼마나 바라던 일인가. 이윽고 사건 현장에 도착한 김환과 이승건은 재빨리 말

의 안장에서 내렸다. 이승건은 목격자가 있는 곳으로 그를 안내했다. 말쑥한 차림에 푸른 복건을 쓴 도령이 모습을 뒤로 한 채 서있었다. 그리고 사람 발 자국 소리를 들은 건지 그가 몸을 돌렸다. 도령의 모습을 본 김환은 살짝 눈을 치켜떴다. 며칠 전, 닭의 변사체가 있던 사건 현장에서 무심결에 지나친 그 앳된 도령이었다.


“이 자가 바로 그 목격자입니다.”


“흠.”


김환은 한숨을 내쉬며 도령의 모습을 아래서부터 위로 천천히 눈을 쓸어 올렸다. 그때. 그의 눈이 한 곳에 고정된 채 머물러 있었다. 도령의 왼손에 부채 하나가 들려져 있었다. 그의 입에서 뜬금없는 말이 나왔다.


“평소에 왼손잡이인 모양입니다. 부채를 왼손에 쥐고 있는 걸 보니.”


“네. 하나, 밥 먹을 때만은 오른손으로 사용합니다.”


“그렇습니까?”


“한데, 사건과 무관한 질문이군요.”


“그렇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의 수를 준비해서 물어볼 필요가 있겠다 싶어 판단하며 물은 것입니다."


“하면?”


“왼손잡이입니다.”


옆에 있던 이승건이 놀란 얼굴을 하며 김환의 얼굴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반면, 앞에 서 있던 도령은 그 어떤 표정 변화 없이 김환을 바라보고 있었다. 도령은 들고 있던 부채를 펴며 부채질을 했다.


그러나 김환은 그의 눈에서 무언가를 직시했다. 남다른 통찰력을 자랑하는 그는 남들이 놓치고 마는 단서를 찾아냈다. 그런 그를 왕은 특별히 아꼈다. 왕의 신임을 한 몸에 받았다.


“한데, 세상 천지에 왼손잡이인 사람이 어디 저뿐이겠습니까?”


“애석하게도 도령과 이곳에 있는 저와 옆에 있는 포도부장 이승건 세명뿐입니

다. 유교사상이 몸에 밴 탓에 왼손잡이를 쓰는 사람은 거의 드물다 싶이 합니다. 어쩌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오른 잡이가 다수라고 할 수 있지요. 반면, 왼손잡이는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그날 혹, 놓친 부분이 있지 않을까 다녀간 적이 있습니다. 정신이 온전치 못 한 그 혼란 속에서도 다시 발길이 저절로 그곳으로 옮겨지더군요. 아무쪼록 더 자세한 이야기는 관아에 가서 해도 늦지 않으니 함께 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나를 의심하는 것입니까? 하, 하하. 내가 감히 뉘의 아들인 줄 알고 그러는 것이냐?”


“잘 압니다. 부채 하단에 함자가 씌어 있지 않습니까?”


“뭐?”


도령은 눈썹을 찡그리며 부채 하단을 살폈다. 그리고 김환의 옆에 서있던 이승건도 도령이 펼쳐들고 있던 부채에 시선을 옮겼다.

능선 구씨(綾城具氏) 具明天.


이라는 이름이 작은 좁쌀만큼 쓰여 있었다. 도령의 얼굴이 심히 구겨졌다. 어째서 쌀 한 톨만 한 글씨를 단 번에 알아볼 수 있는 것인지.


“능선 구씨라면 현 이조판서 구준회라는 것쯤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자제일지도 모르겠다고 판단이 섰고요.”


“참. 재미있는 분이시군요. 역시 듣던 대로 눈썰미가 예사롭지 않으십니다.”


“일단, 함께 관아로 가시지요. 도령께서는 저와 포함한 제 옆에 서 있는 포도부장 이승건과 함께 용의선상에 오른 인물이니. 앞서 말했지만. 왼손잡이는 이곳에 모인 우리 셋밖엔 제3의 인물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포도부장 이승건은 굳게 입술을 다문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앞에 서 있는 천명의 눈빛엔 미세한 떨림이 있었다.


“아, 일 년 전, 서늘하게 죽어간 학동 말입니다. 기억나십니까? 그리 오랜 세월이 지나지 않았으니 기억되기 쉽겠지요. 유독 도령과는 사이가 별로 좋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왜? 제게 물어 오는 겁니까? 이미 끝난 사건 아닙니까?”


“일단락 되었지요. 하나, 하나씩 기억을 꺼내 보면 그 사건의 범인과 이번 사건의 범인은 동일인물일 확신이 크더군요. 제 생각이지만 분명, 그 자는 죽어간 닭의 사체 근처에 온 적이 있었습니다. 왜냐? 그날 비가 내린 탓에 온통 땅은 진흙 투성이었습니다. 또, 다음 날도 비가 쏟아졌고요. 그때. 그곳을 나오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발자국을 살핀 결과. 즉,”


“하면? 내 발자국이 포함되었다는 것이오?”


김환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전혀 다른 발자국이었습니다.”


“한데, 어째서 나를 지금 범인으로 몰고 가는 것이오?”


“더 자세한 뒷이야기는 관아에서 마저 하도록 하겠습니다. 당장, 이 자를 포박하게.”


“네?”


“뭣 하는가. 어서, 이 자를 포박하지 않고.”


“지금 이 무슨 무례인 것이냐? 어찌, 사람을 그릇된 판단으로 범인으로 몰고 가는 것이냐? 내가......”


소리를 내 지르는 천명의 앞에 김환이 바짝 다가서며 얼굴을 가까이했다. 그의 눈빛이 강하게 일었다.


“누구의 아들이면 있던 죄가 사멸되기라도 한다는 겁니까? 아무리 법이 대쪽같다고 하나. 제아무리 벼슬이 높다 하여 지은 죄가 없어지지는 않다는 걸 내 기필코 보여주겠다. 뭐 하는가. 어서 끌고 가지 않고. 범인이 남긴 그 자국은 왼손을 쓰는 자의 소행이라고 검시관에서 판명이 되었네. 그러니 명령에 복종하게.”


다그치는 포도대장 김환의 말에 이승건은 몸에 두른 끈으로 천명의 몸을 징징 감았다. 천명은 살기 어린 눈빛을 비추며 멀어져 가는 김환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한편, 자신의 아들의 소식을 전해 들은 현 이조판서 구준회는 바깥을 나갈 채비를 했다. 그 사이. 김환과 천명 두 사람의 신경전이 시작되고 있었다.


“밖에서 못다 한 말을 이어서 하겠다. 전날과 다른 신이었다. 신의 폭과 길이를 측정한 결과 같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단서가 시체의 오른쪽 손에서 발견되었지.”


김환은 제 품에서 깨끗한 면사포에 쌓여있는 무언가를 책상 위로 올리며 펼쳤다. 그것은 다름 아닌 옷에 달린 호박 단추였다.


“당장, 집안을 수색하라고 했으니 이쯤 되면 단서가 될 만한 옷이 나왔을 터.”

천명은 표정을 숨긴 듯했지만 여전히 눈동자는 미세하게 떨렸다. 그 모습을 놓칠 리 없는 김환은 확신에 찬 얼굴을 내비쳤다. 이제, 옷에 달린 단추 하나가 떨어져 나갔다는 증거만 찾으면 이 자를 아니 이 살인범의 죗값을 물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또, 처참하게 죽어간 부인의 명을 조금이나마 달래 줄 수 있을지......


그때, 닫힌 문이 열리고 포도부장 이승건이 모습을 드러내며 김환에게로 다가섰다. 그리고는 귓속말을하며 속닥속닥 거렸다. 순간, 김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맞은편, 김환의 표정을 지켜보고 있던 천명은 한 쪽 입꼬리를 추켜 올리며 나지막하게 말을 했다.


“표정을 보아하니 바람대로 일이 잘 안 풀린 모양입니다.”


두 사람의 전세가 역전되었다. 김환은 살짝 눈을 흘기며 밖으로 나갔다. 바로 그 뒤를 이승건이 쫓아갔다.


“대체, 어째서 증거가 나오지 않았단 말인가?”


김환은 양손을 머리 위로 올리며 제 머리카락을 쥐어짰다.


“그것이 의문입니다.”


“뭐?”


“옷의 행방은 아무도 모르고 있다고 합니다. 하인들 전부.”


“하면?”


“추측입니다만. 아마도 누군가가 뒤를 봐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조 판서인가?”


김환은 고개를 저었다.


“그의 아버지는 이 사건과 연관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지금 주상전하께 불충분한 증거를 내밀고 자신의 아들을 심문하고 있는 포도청 포도 대장의 직위를 박탈하라는 상소를 올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쯤 해서 저 자를 돌려보내시는 게 여러모로 좋을 듯싶습니다. 이러다간 전하의 눈밖에 나시기라도 하시면......”


“전하께서는 그리 쉽게 결정짓지 못 하실 것이다.”


지금의 임금과 그는 보통 사이가 아닌 서로 처남, 매부 즉 사돈지간이기 때문이었다. 또한 오래된 벗이며 함께 어린 시절을 활을 쏘며 그 누구보다도 가깝게 지낸 사이이기도 했다. 그런 전하가 자신을 그리 쉽게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일말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그는 처남을 믿었다.


그리고 이곳 선정전(宣政殿) 안. 여러 대신들과 대립 중인 이 엽 또한 자신의 벗을 감싸돌았다. 아니, 제 누이의 남편인 매부 되는 벗을 지켜주고 싶었다. 그러나 확고한 저들의 굽힐 줄 모르는 신념에 그의 마음은 복잡하고 심란했다. 어찌하면 서로에게 유리한 쪽으로 판가름 나게 할 수 있을지. 전에 없던 관자놀이가 쑤셔왔다. 그는 한 쪽 손으로 짚으며 '꾹꾹' 눌렀다.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공권력을 들먹여서 아무런 죄도 없는 제 아들을 잡아가디니 당치도 않습니다. 그러니 부디 저의 뜻을 필히 살피어 주시어 죄 없는 아들의 무죄를 입증하여 하루속히 나올 수 있도록 하시옵소서. 주상전하.”


이조판서의 말에 이어 그곳에 모인 대신들도 하나같이 입을 맞춰 말을 되뇌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전하.”


“알았으니 그만하시오. 내 그간 그의 노고도 있으니 직위를 박탈하기에는 다소 이른 감이 있소. 하나, 그를 몇 년간 유배를 보내는 것으로 일단락 시킬 터이니 그리 알고. 그만들 물러가시오.”


“전하. 하면, 몇 년을 유배를 보내신단 말씀이시옵니까? 최소 근 십 년은 보내야 된다고 아뢰옵니다.”


이엽의 미간이 일순간 구겨졌다. 역시, 나는 새도 떨어뜨릴 만 한 이조판서의 측근들이라 얼렁뚱땅 넘어가지 않았다.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고 쥐어흔들었다. 그것이 자신들의 위에 있는 주상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들은 되려 주상인 자신보다 이조판서 구준회의 눈 밖에 나는 것을 더 두려워했으니 그럴 수밖에.


“좋소. 병판대감 말마따나 그리하겠소. 이제 속 시원 허시겠구려. 이판대감. 안 그렇소?”


이엽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에 앉아 있는 대신들의 모습을 훑어보며 밖으

로 나갔다. 대신들은 서로를 향해 눈치를 살피며 표정을 가다듬었다. 그중 이조판서 구준회는 여전히 심기어린 모습을 내비쳤다. 그리고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던 대신들도 하나, 둘 그곳을 빠져나갔다. 맨 마지막으로 구준회가 밖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그의 앞에 수하 한 명이 모습을 드러내며 그에게 아들의 소식을 전해 왔다.


무사히 포도청을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며 그는 다소 밝은 표정을 내비치며 가마에 올라 집으로 향했다. 제아무리 주상전하라 할지라도 동서지간의 정을 쉽게 저버릴 분이 아니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어찌 됐건 더 이상 이 사건이 아들과는 무관하다고 일단락되었으니, 그것으로 한시름 놨으니 천만다행이라 생각하며 깊게 숨을 내쉬며 두 눈을 감았다. 감히, 내 금쪽같은 내 새끼를 건드리다니. 제아무리 전하의 신임을 한 몸에 받는다 할지라도 함부로 건드린다면 어떤 수난을 겪게 될지 똑똑히 알려주리라 마음먹었다.


한편, 의금부 도사 자치한 이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며 전하의 상소문을 펼쳐들었다. 그곳에 서 있던 포도대장 김환과 포도부장 이승건은 곧바로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아래로 떨구었다.


“주상전하의 어명이다. 포도청 포도대장 김환은 이 사건에서 더 이상 관여하지 말라는 주상전하의 어명을 받들여 근 십년간 유배를 가라는 어명도 함께 있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막중한 엄벌을 내릴 것이니. 필시, 날이 밝는 즉시 이곳을 떠나라. 그리고 즉시 죄인을 풀어주라는 어명을 받아들이라 하셨다.”


곁에 있던 이승건이 굳은 얼굴로 김환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 착잡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윽고 천명이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그들의 앞에 다가섰다.


“그러게 아무런 죄도 없는 사람을 심적인 걸로만 추측하고 잡아가니 이런 꼴을 당하시는 겁니다. 앞으로 유배를 가시는 동안 좀 더 통찰력을 키워야 하겠습니다. 하마터면 애먼 구씨 가문의 사대 독자를 잡을 뻔했습니다.”


그리고 한 발 더 앞서 다가서며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증거로 나온 호박 단추의 옷은 대체 어디에 있을지 궁금하실 테지요? 과연, 누가 그것을 숨겼을지 한 번 가시는 동안에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 자가 누구일지? 그래도 반 이상은 알아맞히시다니 역시 주상전하께서 충분히 아끼실 만 합니다. 그럼 전 이제. 조만간 이곳을 떠날까 합니다.”


그는 그렇게 홀연히 포도 청안을 떠나갔다. 그리고 다소 침통한 분위기는 한동안 계속되었다. 다음 날, 새벽 어귀에서 말의 소리가 들려왔다. 대문 앞으로 나온 김환의 앞에 자신의 벗인 임금인 이엽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지막 가는 날 그를 배웅하기 위해 몰래 궁을 빠져나왔다.


“전하. 어찌 예까지 행차하신 겁니까?”


“지금 자네의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임금도 아닌 또한 처남도 아닌 벗으로 서 있으니. 존칭은 생략하게나. 좀 더 자네를 지켜주지 못 하여 미안하네. 아무쪼록 저들이 잠잠해진 틈을 타서 내 하루속히 다시 불러들일 터이니 그때까지 무탈 없이 기다려주게.”


“오히려 내가 미안하네 자네의 누이를 평생 지켜 준다는 약조를 못 지켰네. 자네의 얼굴을 볼 면목이 없네. 누이를 잃은 자네의 아픔이야말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팠을지 나 또한 잘 알고 있네.”


“우리 사이에 그런 말이 어디 있나? 오히려 나보다 자네의 아픔이 더 클 테지. 평생을 함께 할 동반자를 하루아침에 잃었는데. 언젠가 자네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지. 무슨 일이 있어도 무엇이 우리 사이를 방해해도 우리의 우정은 더 깊어질 것이라고. 기억하는 가?”


“그 말을 어찌 잊고 산단 말인가. 항시 기억하고 늘 머릿속에 저장해 놓고 있었다네. 한데, 그곳으로 가서도 기필코 찾을 것이네.”


“자네의 그 확고한 신념은 여전하군. 자네와 다시 한 번 담소를 나누며 약주를 기울이고 싶군. 그날을 꼭 손꼽아 기다릴 터이니. 그때,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세. 부디, 몸조심하고 그 긴 세월 꿋꿋하게 견뎌주길 바라느니.”


“알겠네. 이제 슬슬 가봐야겠군. 고맙네.”


김환은 무릎을 꿇고 암금께 절을 드리며 이윽고 말에 올라타 안갯속으로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벗의 모습이 사라지자 그는 자신의 호위무사와 함께 다시 궁궐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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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순정에 반하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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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4. 닿을 수 없는 그대. +1 16.04.03 91 0 21쪽
15 #13. 돌연변이의 탄생(2) +1 16.04.03 32 0 15쪽
» 12화 돌연변이의 탄생(1) +1 16.04.02 77 0 29쪽
13 #11. 수수께끼의 선비(2) +1 16.04.02 46 0 21쪽
12 #10. 수수께끼의 선비. +1 16.04.01 57 0 21쪽
11 #9. 비와 당신...... 그리고 +1 16.04.01 39 1 21쪽
10 #8. 천명(天命) +1 16.03.31 64 0 16쪽
9 #7. 달 밝은 밤. 두 사내의 은밀한 조우. +1 16.03.31 30 0 19쪽
8 #6. 님과 함께...... 달 밤을 거닐며. +1 16.03.31 65 0 21쪽
7 #5. 화려함 속에서 살아가는 외로운 부용화 꽃 한 송이. +1 16.03.31 103 0 11쪽
6 #4. 흩날리는 벚꽃 잎이 떨어지는 어느 멋진 봄날. +1 16.03.31 28 0 17쪽
5 #3. 앙칼진 새끼 고양이 +1 16.03.31 22 0 10쪽
4 #2. 한 여인과 두 사내 +1 16.03.31 92 0 21쪽
3 #1. 남장여자 & 묘(妙) 한 선비 +1 16.03.31 85 0 13쪽
2 [프롤로그] #1-2 늑대 선비. +3 16.03.31 86 0 12쪽
1 [프롤로그#1. 만월(滿月)의 밤] +3 16.03.31 198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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