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균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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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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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11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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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64쪽

2nd 06. 침묵의 천사(3)

DUMMY

"뭐야! 이 소리는!"

"......네가 너무 세게 휘둘렀잖아!"

그, 그런가? 그럼 다시...

띠리리링......

힘을 조절해서 손을 휘두르자 잔잔한 소리와 함께, 여신의 별똥별보다는 작지만 확실히 별똥별이라고 불러줄 수 있는 것이 지나갔다.

"우와......"

내가 저런걸 하다니. 어라. 그러고 보니...

"어째서 저런 맑은 소리가 나는 거죠?"

"아. 이곳이라서 그래."

이 곳?

"이곳은... 별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니까."

"별의 소리?"

내 물음에 여신은 살짝 웃고는 눈을 감았다. 누워있는 상태에서 눈을 감으니 내 눈에는 마치 잠든 것 같이 보였다. 하지만 곧바로 입을 열어 잠들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눈을 감고. 서서히 귀를 기울여 봐."

"......"

여신이 시키는 대로 눈을 감았다.

"......"

아무것도 안들...

'안녕?'

"우에엑?!"

나에게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나는 놀라서 몸을 벌떡 일으켜 세웠다.

"......들렸어?"

"......네..."

그럼 이게... 별의 소리인가?

"더 들어봐."

"......"

여신의 제안에 다시 누워서 눈을 감았다.

'반가워!'

'어라? 오늘은 다른 아이도 있는데?'

'누구야?'

'둘이 잘 어울린다!'

......별들이 왜 이렇게 수다가 심하지.

"......어때?"

"......시끄러워요."

여신은 쿡, 하고 웃었다.

"그럼 이제 돌아갈까?"

"예?"

벌써?

"더 이상 있으면 너무 많이 말을 걸어. 그러면 네 말대로 너무 시끄러워서."

"그래요?"

"응. 그리고 로엘도 혼자 남겨두기 그렇잖아."

그건 그렇군.

"가자."

"네."

나는 다시 여신의 옆에서 걷기 시작했다. 태양이 없는 구름 위를 걷는 것도 나름대로 재미있는 일이었다.

“아, 저기 아니에요?”

“응. 맞아.”

그리고 다시 여신이 사는 집으로 돌아왔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아까의 냄새가 다 빠져나가서 다행이었다.

-지금 오셨네요-

들어가자마자 로엘님의 인사가 우리를 반겼다.

"응."

여신의 간단한 대답이 끝나자 로엘님은 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라드님. 아까 제대로 못 드셔서 새로 준비한 과일이 있는데...-

그녀가 내민 과일은 마치 사과처럼 생긴 과일이었다. 날 위해서 특별히 인간계의 과일을 가져 온 것일까?

"아. 감사합니다."

마침 배가 고팠기에 그녀가 내민 과일을 냉큼 받아들었다. 껍질의 감촉도 확실히 사과와 동일했다.

-한번 드셔보세요-

"네."

아작!

"......"

무슨 일인지 모르고 있다가 내가 먹는 과일을 본 여신의 얼굴이 갑자기 동정하는 듯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

그리고 내 얼굴은 과일을 깨물던 표정 그대로 멈춰 있었다.

-......?-

로엘님은... 잔뜩 기대 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잘 먹었습니다."

과일을 그대로 탁자에 놓고 내가 깨어났던 방으로 들어갔다.

-어라? 라드님? 더 안 드세요?-

"......"

나는 말없이 내가 누워있던 방으로 돌아왔다.

휙!

침대에 누우며 입에 물고있던 과일의 조각을 창 밖으로 뱉었다.

'무슨 과일에서 종이 맛이...'

정상적인 과일 좀 먹자!

......

밤이 깊었지만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여기의 창문은 닫을 수도 없는데다, 하필이면 달빛이 그대로 내리쬐는 곳이라서 너무 밝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큰 이유는...

꼬르륵...

배고팠다.

"어효......"

하지만... 도저히 로엘님에게 밥을 달라고 요구할 배짱은 없었다. 여신? 아마 여신에게 밥 달라고 했다가는 몇 대 맞을걸?

"......잠깐."

설마 신계에 있는 동안 계속 그런 과일들만 주는 것은 아니겠지?

"......하아."

가능성이 있었다. 로엘님은 그게 나에게 괴로운 것들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듯 하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앞날이 막막해졌다.

"바람이나 쐬고 와야지..."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을 것 같았기에 산책이라도 하기 위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으윽. 너무 푹신하니까 몸을 일으키기가 힘들군.

-어디가?-

앗, 깜짝이야.

“여신님?”

-응-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목소리가 울려서 로엘님인 줄 알았는데, 다행히 그 목소리는 여신이 보낸 것이었다. 하여간 여신도 사람 놀래는 재주가 있다니까.

"그냥요. 바람이나 쐬려고요."

-그래? 아, 구름 없어지는 곳 조심해라-

"......그럴 게요."

여신의 허락을 맡았으니 걸릴 것이 없었다. 그래도 만약을 대비해 발소리를 죽이며 거실을 지나려는데...

툭!

데구르르...

실수로 식탁에 몸이 부딪치는 바람에 아까 내가 먹다가 내려놓았던 과일이 떨어지며 소리를 내고 말았다.

-......라드님? 어디 가시나요?-

윽. 로엘님이 깼잖아!

"아뇨. 그냥 잠이 안 와서..."

-그러신가요? 뭐 필요 하신 건...-

"없어요. 그냥 주무세요."

-네......-

......다행이다. 로엘님이 다시 잠들자 정말 거칠 것이 없었다. 당당하게 발소리를 죽이던 것을 편하게 걸으며......

-시끄러! 좀 조용히 나가!-

"네......"

.......거칠 것이 있군. 앞으로는 그냥 편하게 창문으로 나가야겠다.

탁.

하얀 석재로 만들어진 여신의 집을 나서니 다시 푹신한 구름을 밟을 수 있었다. 빠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기는 하지만 푹신한 느낌도 같이 드는 구름.

‘거 참... 신기하네’

역시 이곳은 인간계가 아니구나...... 새삼스럽게 느껴진다니까.

"......후아... 달 참 밝구나..."

오늘은 보름달이었다. 뭐, 생각해보면 달이 바로 코앞에 있는 이곳은 그믐이라도 충분히 밝을 것 같지만 말이다. 주변 지리를 몰랐기에 일단 아까 여신과 같이 갔던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터벅. 터벅.

'으음... 이쪽이 맞나?'

잘은 모르겠지만... 그럭저럭 달이 기울고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맞을 것이다. 아까도 서쪽으로 갔으니까.

휘이이잉-

이곳에서도 바람은 부는 것인지 내 옆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곳이 높아서 그런지, 아니면 밤바람이라서 그런지 조금 차가운 느낌이었다.

"......어라?"

주변에 바위나 나무 같은 장애물이 아무것도 없다보니 멀리까지 잘 보인다. 덕분에 저~ 멀리에 앉아있는 사람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누구지?'

아까 들은 바로는 이 주변은 여신의 구역. 함부로 다른 존재가 들어올리는 없는데?

터벅. 터벅.

'내가 간다고 도망가지는 않겠지'

도망가면... 도둑이나 나쁜 녀석이겠지? 그럼 잡아야 되나?

"......"

가까이 다가가자, 밝은 달빛에 비춰진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도망가지는 않는 것을 보니... 나쁜 녀석은 아닌가보다.

"안녕하세요?"

일단 처음은 존대로 인사를 건네었다. 자르카에게도 그랬지 않은가? 내 인사를 들었는지 그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

그리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여기서 뭐 하세요?"

그는 말없이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그냥 구경한다는 이야긴가?

"옆에 앉아도 되죠?"

끄덕.

그의 옆에 앉지...는 못했다. 그는 아까 여신이 앉은 것과 같이 경계부분에 걸터앉아 있었으니까. 아까도 본 곳이지만 밤에 보니 한결 더 무서웠다.

털썩.

......그래서 그보다 조금 뒤인 안전한 곳에 앉았다.

휘이이이...

그의 연녹색 머리카락은 밤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앞머리가 턱까지 내려오는 단발이 마황자를 떠오르게 했지만, 이자는 그처럼 얼굴을 가리지는 않았다. 그러고 보니 앉은키도 꽤 컸다. 밑으로 뻗고있는 다리도 길어 보이고... 하지만 몸이 호리호리해서 별로 덩치가 크다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그냥 길~다. 허리에는 긴 에스토크(송곳처럼 생긴 검)를 매고 있었다.

"신족이세요?"

아, 참고로 말하자면 여기는 신계다. 신족이 사는. 그러나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천족?"

"......"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그래요? 그런데 왜 말을 안 하세요?"

"......"

잠깐, 지금 생각해보니... 로엘님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냥 머릿속으로 생각을 전해줄 뿐... 그런데 이자는 그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간단한 몸짓으로 대답할 뿐이었다.

"......저와 말하기 싫어요?"

그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이거 은근히 답답하네......

"......저는 빛의 유일신관 라드 슈발로이카. 그냥 라드라고 불러요."

나는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

그는 내 손을 바라보며 잠시 고민하더니 나의 손을 살짝 잡았다.

"이름이... 뭐죠?"

"......"

다시 물어보았지만 그는 여전히 입을 열지 않았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울리는 말도 하지 않았다.

"......아. 그러고 보니..."

그러고 보니, 로엘님의 오빠라는 사람...이 아니라 천족이 있다고 했었지.

'하지만... 머리색이 전혀 안 닮았잖아?'

이 남자는 초록색, 로엘님은 예쁜 분홍색. 안 닮았다. 그래도 한번 물어볼까? 혹시 오빠가 아니더라도 로엘님과 아는 사이일 수도 있으니까.

"저기... 로엘이라고 아세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당신이 로엘의 오빠라는 사람?"

"......"

그는 이번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지긋이 나를 바라봤다.

"......에? 왜요?"

"......"

이 눈의 의미는 뭘까.

"......"

"......"

그는 계속 나를 응시할 뿐이었다.

"......으윽."

그런데 저 눈빛을 보고있으니 왠지 위축된다.

‘어쩐지 마황자가 생각나......’

머리모양만 조금 비슷하고 분위기, 덩치, 기운까지 다 달랐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파이라엘 프라스타."

"예?"

내가 고민하고 있을 때 갑자기 그가 입을 열었다.

"나는 프라스타 가문의 파이라엘."

"에?"

"동생은 나를 파리아라고 부르지."

"그, 그래요?"

이거... 정말로 로엘님의 오빠였나? 성이 같잖아? 크로이엘 프라스타, 파이라엘 프라스타.

"그냥... 파리아라고 불러도 되요?"

끄덕.

심심했는데 좋은 친구가 생긴 것 같았다. 말하는 것이 조금 답답하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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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2nd 08. 죽음의 사막(3) +1 11.10.17 569 8 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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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2nd 07. 아세니카르 더 다크(2) +1 11.10.14 579 14 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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