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균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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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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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12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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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66쪽

2nd 06. 침묵의 천사(5)

DUMMY

"시작하자."

"네?"

아침식사가 끝나자(아침은 흙냄새가 물신 풍기는 과일이었다)여신은 바로 나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뭐를요?"

"순간 가속 능력 수련."

"......으윽."

갑자기 또 악몽이 생각난다. 온몸을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의... 고통이 다시 떠오르며, 나도 모르게 전신이 경련을 일으켰다.

"......굉장히 시작하기 싫어지는데요."

"입다물고 해. 네가 너무 약하니까 수련시키는 거잖아."

흑. 여신이 시키면 해야지. 어쩔 수 있는가?

"아, 참. 에페리스는요?"

"로엘이 처음부터 없었다는데."

......아아. 지상에 놓고 왔던가?

"그럼 시작해."

"네?"

밑도 끝도 없는 여신의 말에 난 다시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뭘 시작하라는 얘긴가?

"뭐해? 안하고?"

"잠깐만요. 여신님... 뭘 말하는 거에요?“

“순간 가속 능력 발동시키라고.”

“......못 하겠는데요.”

나는 순간 가속 능력을 내 힘으로 발동시킨 적이 없다. 그냥 생명이 경각에 달렸을 때 나도 모르게 시전 된 것이지.

"뭐?"

여신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때는 썼잖아?"

"그거야 목숨이 위험하니까 저도 모르게 사용한 건데요."

“할 줄 아는데 몸이 망가질까 봐 안 쓰다가 그 때 사용한거 아니야?”

“아닌데요.”

"......"

예쁜 곡선을 그리고 있던 눈썹이 곧게 변했다. 즉, 눈살을 찌푸렸다는 거다.

"그래서. 사용법을 모른다?"

끄덕.

"......"

여신의 허탈한 표정... 처음 봤다.

"......뭐야. 그럼... 별 수 없잖아."

“그렇죠? 포기해야......”

샤악-

갑자기 눈앞에 있던 여신의 모습이 사라지며,

퍼억!

"우에엑!"

동시에 뱃속에 무언가가 깊숙이 박혀든 느낌이 들었다.

"......"

그 충격에 의해 허공에 뜬 상태로 내가 있던 곳을 바라보니, 여신는 나를 때린 자세 그대로 멈춰서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힘에 의해 한참을 날아올랐다가......

쿵!

데구르르르르르...

바닥에 처박혔다.

“쿠... 쿨럭!”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인간계와는 다르게 구름이 많아서... 땅에 떨어졌을 때 등이 덜 아프다는 것? 하지만 배에서 느껴지는 고통은...

"우우욱!"

정말 숨이 턱 막히도록 아팠다.

"어라, 진짠가?"

잠깐. 그럼, 지금 여신은 내 말을 못 믿어서 때렸단 말인가?!

"우욱......"

따지고 싶었으나 차마 말이 떨어지지를 않았다. 배가 사정없이 뒤틀리는 것을 보니, 내장도 상했을지도 몰랐다.

"쯧."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하는 내 모습에 여신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며 내가 쓰러져 있는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라드."

"커어억..."

뭐라 해주고 싶었지만 말도 안 나왔다. 겨우 고개를 들어 바라본 여신의 얼굴은 굳어있었다.

"이번에도 사용하지 못하면."

그 말을 꺼냄과 동시에 여신의 주변의 수십개의 빛의 입자가 모여들었다.

"정말로 죽는다."

여신의 '죽는다'는 소리와 함께, 빛의 입자들이 길게 늘어나며 빛의 창으로 변했다.

"!!"

푸푸푸푹! 푹! 푸푸푹!

그리고 그 창들이 내 옆을 스쳐 지나가자 구름이 뚫리고 지상이 보였다. 즉, 내가 굴러도 끄떡없는 구름이 단숨에 관통된 것이다!

"으어어, 으어!"

저거 맞으면 죽는다! 나는 고통도 잊은 채 모든 힘을 다해 몸을 일으켜 도망갔다.

"흥!"

퍼억!

"우욱!"

하지만 여신의 가벼운 코웃음과 함께, 나는 이번엔 옆구리에 타격을 입고 굴러야 했다.

"말했잖아! 순간 가속 능력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죽는다고!"

가만히 누워 있으면 빛의 창들이, 그리고 일어나면 여신의 주먹이... 제길! 설마 여신은 정말로 나를 죽이지는 않겠지...

"그렇게까지 신력을 주고, 몸을 바꿔 주었는데도 가속 능력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다시 한번 빛의 입자가 여신의 주변에 모여들었다.

“그냥 죽이고 새로 얻는게 나아!"

으득.

나를 자극하기 위해서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 말은 너무하잖아!!

푸부부북!

나를 향해 날아드는 빛의 창을 피하니 마치 솜덩이를 칼로 수십번 찌르는 듯한 소리가 계속 울려 퍼졌다.

'으아아아아!!'

여신의 빛의 창은 너무나 빨랐다. 궤적을 쫓을 시간도 없이 쐈다 하면 구름이 뚫려있으니까. 중간에 튕겨 낸다거나 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았다...

푸푸푹!!

“?!”

이런..... 별다른 생각 없이 도망치는 바람에 주변의 구름이 구멍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이거... 발을 잘못 디디면 구름이 찢어지면서 떨어지는 거 아니야?!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

푸욱!

"으아악!"

날카로운 외침과 함께 등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고개를 돌려보니, 눈이 부실 정도로 커다란 빛의 창이 내 등에 꽂혀있었다.

"정말!"

이건 너무 하잖.......

"......"

내가 따지기 위해 뒤에 있는 여신에게 몸을 돌리는 순간-

파바바바바바박!!

수십개의 빛의 창이 나의 전신에 꽂혀들었다.

"......"

털썩.

나는 그대로 무릎이 꺽여 뒤로 넘어갔다. ... 빛의 창들은 같은 빛의 신력을 가진 내 몸을 뚫지는 못했다. 단지... 엄청난 고통과 살이 뚫릴 정도의 상처만 주었을 뿐.

"......"

단순한 고통뿐이지만... 입도 안 벌어질 정도의 고통이었다.

털썩.

터벅. 터벅.

앞으로 엎어졌기에 볼 수는 없었다. 다만, 부드러운 구름이 밟히는 소리가 가까이 다가온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뿐.

"......뭐야.“

목소리로 들어보아 발소리의 주인은 여신인 것 같았다.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 줄은 몰랐는데. 역시 고위 마족을 해치운 것은 우연이었나?"

겨우 고개를 들어 올렸을 때 볼 수 있었던 여신의 얼굴은... 별다른 표정이 나타나있지 않았다. 분노도, 슬픔도, 기쁨도 없었다. 단지 ‘하찮게’여길 뿐.

"......쳇. 귀찮게되었군. 새로운 녀석을 찾으려면 조금 시간이 걸릴텐데......"

그녀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더니 다시 내 앞에서 사라졌다.

'......나는......'

"겨우......."

부들부들...

몸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 실제로 뚫리지는 않았더라도 상처는 벌어지고 고통은 남아있었기 때문이겠지.

"그런.......존재였나?

하지만 그것을 무시하고 몸을 일으켰을 때, 아무런 망설임 없이 집안으로 들어가는 여신의 뒷모습이 보였다.

부들부들...

"하아... 하아..."

정말. 처음으로.

".......뭐야. 아직 망가지지 않았나?"

밉다는 생각이 들었다. 몰론 나를 자극하기 위한 거짓이겠지. 그녀는 나의 전부고, 그녀에게 나도 마찬가지일 테니까. 하지만, 거짓이라는 것을 알아도...... 이 감정은 어쩔 수 없었다.

"......응?"

이상하게도 그 생각이 들었을 때, 다시 세상이 멈춘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성공인가?'

하지만 별로 좋아 할만한 것은 없었다. 지금 이 상태로는 나도 못 움직이니까.

'움직인다, 움직인다, 움직인다! 전부 멈추더라도... 나만은 움직인다!'

"그냥 화가 풀릴 때까지만 이라도!!"

그 다음 말은 ‘좀 때려 줘야겠다!’다. 그 생각이 통한 것일까, 나는 과거 백작의 마력탄을 피했던 때와 마찬가지로 순식간에 여신의 근처에 다다라서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

그 순간.

스으윽...

여신의 손이 느릿하게 움직였다.

'이까짓 것... 당장 피해...야...'

그러나 주먹을 휘두르던 자세 그대로... 이번엔 내 몸이 멈춰있었다.

'!!'

아아, 여신의 순간 가속 능력!

퍼어억!!

우둑!

"커헉!"

그렇게 나는 여신을 때리기 직전에 여신의 주먹을 맞고 날아가야 했다.

"훗."

"......"

정확히 명치에 꽂힌 주먹에 가슴이 뭉개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 느낌만이 아니라 실제로 숨을 쉬지 못하는 것이 가슴이 뭉개지고 말았다.

"쿠으윽......"

에페리스만 있어도...... 내가 이기는 건데.

"다시 와봐."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다.

"?!"

이번에는 세상이 멈추지 않았다. 단지, 내가 순식간에 여신의 곁으로 옮겨졌을 뿐.

이번에는 내 몸도 멈추지 않았다. 단지 나보다 빠르게 여신의 주먹이 나를 강타했을 뿐.

퍼억!

"우욱!"

......?! 어째서 세계가 멈추질 않는 거지? 설마 순간 가속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 걸까?

"아직 멀었어. 더 사용해 봐."

어쩐지 여신의 표정이 얄밉게 느껴졌다. 역시 꼭 한 대 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부들부들...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벌써 2번이나 순간 가속 능력을 사용해서 그렇겠지. 하지만!

"좀 때리고 싶어!"

스윽.

퍼억!

"!!"

이번에도 세계가 멈추지 않았다. 단지 내 몸이 여신의 곁으로 이동했을 뿐.

'......아...! 이게... 익숙해 진 건가?'

확실히, 효과는 같은데 내가 생각하는 시간은 짧아졌다. 움직이지 않는 세계에서 나만 열심히 움직이려고 노력하는 시간이 없다면, 그저 생각하는 대로 몸이 이미 그곳으로 가 있다면! 전투의 흐름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싸울 수 있다!

"으아아아아!!!"

"흥!"

여신은 코웃음을 치며 다시 주먹을 뻗어왔다.

퍼억!

"......!"

그러나 이번에는 여신의 주먹이 빗나가며, 여신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하아... 하아..."

사실. 나도 같은 속도를 사용한다면, 아니 내가 약간 느리더라도 내가 이길 수밖에 없다.

풀썩!

경험의 차이가 있으니까.

"아아......"

나에게 한 대 맞은 여신은 일어날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

막상 때리고 나니 후회가 밀려왔다. 아무리 그래도 내 여신님인데 말이다..... 아무리 죽을 정도로 강하게 때리지는 않았다고는 하지만...

“저... 괜찮으세요?”

나는 걱정이 돼서 여신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여신의 모습을 확인하려는데...

"아프잖아!"

갑자기 여신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윽!"

목소리 한번 진짜 크네......

"몰라! 앞으로 너 수련 안 시켜! 혼자서 알아서 해!"

여신은 눈물을 그렁그렁 달며 빨갛게 부어오른 코를 붙잡고 집으로 들어갔다.

"아......같이 가요!"

"오지 마!"

으읏. 정말 단단히 화가 난 것 같은데.

"저, 저, 미안해요!!"

"몰라! 너 같은 신관 필요 없어!"

‘아니 아까는 약해서 필요 없다며......’

"에효......"

거 참... 기분 맞추기 힘든 여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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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2nd 10. 불의 호수(1) +1 11.10.22 598 5 65쪽
92 2nd 09. 어스 드래곤(7) +2 11.10.22 583 7 59쪽
91 2nd 09. 어스 드래곤(6) +2 11.10.21 526 9 71쪽
90 2nd 09. 어스 드래곤(5) +2 11.10.21 563 7 70쪽
89 2nd 09. 어스 드래곤(4) +1 11.10.20 477 6 76쪽
88 2nd 09. 어스 드래곤(3) +1 11.10.20 516 10 9쪽
87 2nd 09. 어스 드래곤(2) 11.10.19 496 10 67쪽
86 2nd 09. 어스 드래곤(1) 11.10.19 517 11 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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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2nd 08. 죽음의 사막(6) +1 11.10.18 500 5 58쪽
83 2nd 08. 죽음의 사막(5) +2 11.10.18 529 8 72쪽
82 2nd 08. 죽음의 사막(4) 11.10.17 539 6 67쪽
81 2nd 08. 죽음의 사막(3) +1 11.10.17 569 8 66쪽
80 2nd 08. 죽음의 사막(2) +2 11.10.17 587 7 82쪽
79 2nd 08. 죽음의 사막(1) 11.10.16 570 8 72쪽
78 2nd 07. 아세니카르 더 다크(6) +1 11.10.16 614 9 64쪽
77 2nd 07. 아세니카르 더 다크(5) 11.10.15 621 6 70쪽
76 2nd 07. 아세니카르 더 다크(4) 11.10.15 523 10 67쪽
75 2nd 07. 아세니카르 더 다크(3) +1 11.10.15 528 6 74쪽
74 2nd 07. 아세니카르 더 다크(2) +1 11.10.14 578 14 64쪽
73 2nd 07. 아세니카르 더 다크(1) +1 11.10.14 622 8 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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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2nd 06. 침묵의 천사(6) 11.10.13 618 6 71쪽
» 2nd 06. 침묵의 천사(5) +2 11.10.12 564 7 66쪽
69 2nd 06. 침묵의 천사(4) 11.10.12 545 9 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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