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균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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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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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13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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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7쪽

외전 - 관찰자/집행자/수호자

DUMMY

<p><br>푸욱!</p><p>작은 마을은 피로 물들었다. 마물도, 산적의 짓도 아니었다. 다만, 단 한 명의 학살자에 의한 안타까운 사고였다. 그리고 그 학살자는 또 하나의 희생자를 꿰뚫고 있었다.</p><p>"크르르릉..."</p><p>죽음을 주고있는 학살자는 하늘로 치솟은 붉은 머리카락을 가지고, 붉은 눈을 번뜩이는 뱀파이어.</p><p>"......"</p><p>그리고 그에게 죽음을 받고있는 자는 단발의 검은색 머리카락에 맑은 푸른색 눈을 가진 뱀파이어였다.</p><p>촤악!</p><p>오른쪽 가슴에 박혔던 손이 빠져나가며, 검은 머리카락의 뱀파이어가 쓰러진다.</p><p>"세키님......"</p><p>그의 애절한 목소리에도 붉은 머리카락의 뱀파이어는 멈추지 않았다.</p><p>"크르르릉......"</p><p>그리고 무리를 하기 위해 붉은 뱀파이어가 손을 들어올리는 순간.</p><p>"......"</p><p>검은 머리카락의 뱀파이어는 눈을 감았다.</p><p>'도망가라. 지금이라면 관찰자의 능력으로 살아날 수 있어'</p><p>'......'</p><p>그는 오랫동안 함께 해온 동료의 걱정스러운 말에, 가만히 웃음 지을 뿐이었다. 몰론 현실에서는 피눈물을 흘리며 죽어가고 있지만... 이 곳에서는 웃을 수 있었다.</p><p>'......세키님을 도와 줘'</p><p>'뭐?! 무슨 소리냐!‘</p><p>‘너라면 할 수 있잖아’</p><p>‘저 녀석은 너를 죽이려하고 있다. 복수라면 모를까? 도와달라고?’</p><p>'나에게 새로운 삶을 주신 분이기도 해. 그 목숨을 거둬 가는 것은... 당연하지'</p><p>'......나는 저 녀석에게 관찰자의 눈을 맡길 수 없다'</p><p>'......'</p><p>검은머리 뱀파이어의 조용한 웃음에, ‘’는 있는 힘껏 인상을 찌푸렸다.</p><p>'멍청아! 정말 넌 멍청이에 바보 천치야!'</p><p>'응. 그래.'</p><p>푸욱!</p><p>"!!"</p><p>오른쪽 가슴에 이어 왼쪽 가슴에 그의 손이 파고들었다. 그렇게 심장이 뚫리자, 의식 속에서 나누던 대화도 끊어졌다.</p><p>"......네리스..."</p><p>그는 자신의 손에 들려있던, 마치 액체와도 같이 흐물 거리는 금속을 힘겹게 들어올렸다.</p><p>"......"</p><p>그와 비슷한 시각에 세키의 눈은 서서히 붉은 기운이 지워지며 푸르게 물들고 있었다. 그가 관찰자의 눈을 주었으니까...</p><p>"이건.......네리스......."</p><p>'네리스가 만든 선물...'</p><p>"바... 바네인..."</p><p>세키는 당황해서 바네인이라고 불린 뱀파이어의 심장에서 손을 빼내려 했지만, 손이 움직이는 것을 바네인이 고통스러워하자 그대로 손을 빼지 못하고 있었다.</p><p>"바네인! 명령이다! 죽지 마!"</p><p>"......"</p><p>그 어처구니없는 명령에 바네인은 입꼬리를 올려 웃으려고 했지만, 그의 몸은 이미 굳어가고 있었다.</p><p>"세키님...... 쿨럭!"</p><p>바네인이 입을 열자 피가 터져 나왔다.</p><p>"잠깐, 말하지 마! 지금 피의 권능을 사용하면......"</p><p>세키는 서서히 손을 빼내고 바네인의 가슴을 막았다. 하지만... 가슴 양쪽에 생긴 구멍은 너무나도 컸다. 게다가 그 상처는 피의 권능에 의한 것, 피의 권능을 사용해서 상쇄시키기에는... 시간이 없었다.</p><p>"하아... 하아... 그동안......"</p><p>"......"</p><p>필사적으로 피의 권능을 사용하려던 세키의 움직임이 멈췄다.</p><p>"고마웠어...요..."</p><p>'마지막으로......'</p><p>바네인이 마지막으로 생각한 것은... 미소짓고 있는... 검은... 흐릿한 눈동자의...</p><p>'한번만 더......보고.......'</p><p>“쿨럭......”</p><p>‘안녕, 이라고... 해야 하는데......’</p><p>그리고 어째서, 그 얼굴이 떠오르는 것일까. 하얀 단발에 은빛의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던... 그녀가.</p><p>히죽.</p><p>마지막으로 웃음을 짓는 순간 바네인의 의식이 끊어졌다. 그와 동시에...</p><p>지잉...</p><p>바네인의 붉은 눈동자가 검은색으로 변했다. 원래의 색으로......</p><p>"......바네인?"</p><p>세키가 불렀지만, 바네인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피눈물을 흘리며... 웃으려다 굳어버린 표정으로 죽어있는 그의 모습을... 세키는 그저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p><p>"끄흑... 끄흐흑..."</p><p>그동안... '그'가 자신들을 배신하고, 소중했던 사람이 죽은 이후로는 단 한번도 흐르지 않았던 눈물이 흘렀다.</p><p>툭. 투둑...</p><p>그것은 세키라는 퍼스트 뱀파이어가 의미하는 것처럼 붉은 눈물이었다.</p><p>투둑. 툭. 투둑.</p><p>"......"</p><p>세키는 필사적으로 바네인의 얼굴에 떨어진 자신의 눈물을 닦았다. 하지만... 붉은 눈물은 지워지지 않고 그의 얼굴에서 번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세키는 바네인의 얼굴을 더럽히는 자신의 손을, 그리고 그 위에 묻은 피를 볼 수 있었다.</p><p>"끄흑......으윽.... 으아아아아!!!!"</p><p>......소중한 것을 잃은 뱀파이어의 울부짖음이, 죽음의 마을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p><p>'반갑다. 새로운 관찰자여...'</p><p> </p><p>쏴아아아아-</p><p>비가 내리고 있었다.</p><p>"......"</p><p>한 명의 소년을 껴안고 있는 청년. 그와 안겨있는 소년의 머리카락은 검은색이었다. 그 머리색이 의미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p><p>마족사냥꾼.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자들. 공통적으로 검은머리를 가지는 그들은 인간의 몸으로 마족을 사냥하는 자들이었다.</p><p>투두둑. 투둑.<br>우우우웅......</p><p>얇고 긴 양손검의 날에 빗물이 부서지고 있었다. 그 검은 비를 맞기 싫은 듯 울고 있었지만, 그 주인인 청년은 그것에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아니 마치 검이 없는 것처럼 무시하며 자신의 품에 안겨있는 소년만 바라보고 있었다.</p><p>투두둑... 투둑...</p><p>청년은 소년의 머리를 품에 껴안아 비를 맞지 않게 해 주었다.</p><p>투둑. 툭...</p><p>그러나... 청년이 상체로 가려주어서 빗물이 닿지 않은 소년의 얼굴에도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소금기가 들어 있는 그런 물방울이.</p><p>"......"</p><p>멍한 얼굴로 소년의 얼굴에 묻은 물방울을 닦아주는 청년.</p><p>투둑.</p><p>그러나 물방울은 계속 소년의 얼굴로 떨어지고 있었다.</p><p>"......"</p><p>투둑. 투두둑. 투두두둑... 툭. 툭...</p><p>청년은 멍한 표정으로... 소년의 얼굴에 눈물을 떨어트리고 닦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p><p>"......"</p><p>청년의 얼굴은 아무런 감정을 나타내지 않고 있었다. 절망, 슬픔, 분노, 증오, 자책감... 그 모든 감정이 섞여서, 오히려 아무런 감정이 나타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p><p>투두둑...</p><p>"끄윽.... 끄윽..."</p><p>그리고 결국 그의 얼굴을 차지한 감정은 슬픔이었다.</p><p>투둑...</p><p>"끄윽... 끄으윽..."</p><p>그는 제대로 울지 못했다. 숨이 넘어갈 정도로 슬픈데도... 제대로 울지도 못하고 있었다. 너무도 강한 슬픔이 그를 지배하자... 오히려 눈물도 서서히 그치고 있었다.</p><p>쏴아아아아...</p><p>그는... 차갑게 식어 가는 동생의 시체를 안고...</p><p>"끄으윽......"</p><p>숨이 넘어갈 듯이......</p><p>"끄윽... 끄윽..."</p><p>소리 죽여 울고 있었다.</p><p>-......</p><p>그런 청년의 등뒤로 한 마족이 나타났다.</p><p>-......정말로. 가슴이 아플 정도로 슬픈 모습이군-</p><p>"......"</p><p>청년의 울음이 멈췄다.</p><p>-너도. 너의 소중한 것을 지키지 못했는가?-</p><p>"......"</p><p>청년은 뒤에서 말을 거는 존재에게는 신경 쓰지 않으며, 단지 차갑게 식어 가는 몸을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하기 위해서 더욱 강하게 껴안을 뿐이었다. 하지만... 청년이 안지 못하는 다리는 이미 차갑게 식어있었다......</p><p>-.......너의 슬픔. 이해한다-</p><p>"......"</p><p>청년의 고개가 서서히 뒤로 돌아갔다.</p><p>"!!"</p><p>그리고 그 상대를 확인한 순간 청년의 동공이 커지며, 옆에 놓여있던 검을 집어들고 마족에게 달려들었다. 번개와도 같은 공격에, 만약 누가 보고 있었다면 마족의 목이 떨어지는 것을 쉽게 상상할 수 있었을 정도였다.</p><p>까앙!</p><p>하지만 마족은 단 한 손으로 청년의 검을 막아낸 상태였다.</p><p>"마족! 마족! 마족!!! 마족이냐!!"</p><p>청년은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분노가 섞인 외침을 목이 터지게 부르지고 있었지만 그것은... 단지 지금의 상황에서 도망치기 위한 동작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p><p>-......-</p><p>마족은 그 짧은 시간 수십번의 기회를 포착했음에도 청년을 공격하지 않았다.</p><p>까앙! 까앙! 까아앙!</p><p>"마족! 마족!! 마족!!!"</p><p>청년의 외침이 더욱 커져가며, 검이 더욱 빨라지기 시작했다.</p><p>까아앙!!</p><p>-그만해라. 지금 너는 무엇에게 화를 내고 있는 건가?-</p><p>"으아아아!!"</p><p>마족의 꾸짖음은 청년에게 들리지 않았다.</p><p>까앙!</p><p>-그만 하라고 했다!-</p><p>마족이 신경질적으로 손을 휘두르자, 청년의 검이 먼 곳으로 튕겨져 나갔다.</p><p>"......"</p><p>청년은 멍하니 자신의 찢어진 손아귀를 바라보았다. 검을 세게 잡고있었는데 강력한 힘과 부딪히자 찢어져버리고 만 것이다.</p><p>풀썩.</p><p>"......"</p><p>더 이상 공격할 방법도 없자 청년은 무릎을 꿇었다. 어쩌면 이것을 바랬는지도 모르지, 청년은 그렇게 생각했다.</p><p>-......-</p><p>그리고는 마족을 한번 올려다보더니, 다시 동생이 있는 곳으로 기어갔다. 일어나려는 생각은 하지 않고......</p><p>"......"</p><p>그리고 자신이 내팽개치는 바람에 흙탕물로 젖어버린 동생의 머리를 다시 무릎에 올렸다.</p><p>"......"</p><p>청년이 손으로 동생의 얼굴을 닦았지만... 찢어져버린 손아귀에서 나온 피가 동생의 얼굴에 묻고 말았다.</p><p>"!!"</p><p>청년의 시선은... 소년의 가슴으로 이어졌다. 최대한 보지 않으려 노력하던 그 곳으로...</p><p>"......끄윽... 끄윽..."</p><p>날카로운 검에 의한 심장의 관통. 너무나도 날카로웠기에 소년은 심장이 관통된 상태에서도 자신을 찌른 검과 찌른 자를 바라보았고, 그 눈동자는...... 검을 들고 웃고 있는 청년을 비추고는 그대로 감기고 말았다.</p><p>"세이드... 세이드..."</p><p>청년의 안타까운 목소리가 빗줄기를 뚫고 마족에게 닿았다.</p><p>-.......-</p><p>"세이드......"</p><p>청년은 계속해서 동생의 몸을 닦아주며...</p><p>"세이드......"</p><p>이렇게 약한 몸으로......</p><p>"세이......드......"</p><p>자신을 구해준... 그리고 자신에 의해 상처입은 가슴을 바라보며...</p><p>"세이......."</p><p>그 고통을 생각했다.</p><p>"으아아아아아!!!!"</p><p>청년은 절규했다.</p><p>"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어!!"</p><p>-.......-</p><p>"어째서 네가 죽은 거냐! 어째서!! 너라면 반격할 수 있었을 텐데!"</p><p>-.......-</p><p>"왜... 도대체 왜..."</p><p>청년은 흙탕물과 피로 범벅이 된 동생의 머리를 꼭 껴안으며......</p><p>"왜... 나를......"</p><p>다시......</p><p>"구해 준거야......"</p><p>행복한... 모두가 있던 시절의 기억을 떠올렸다.</p><p>"......세이드......"</p><p>-......-</p><p>그 모습을 말 없이 지켜만 보던 마족은 서서히 청년에게 다가오고 있었다.</p><p>쏴아아아아......</p><p>빗줄기는 서서히 약해지고 있었다.</p><p>-그는 이미 죽었다-</p><p>"......"</p><p>청년은 마족의 말을 듣지 않고... 단지 눈물을 떨어트리고 있을 뿐이었다.</p><p>-하지만.......-</p><p>"......"</p><p>마족은 청년의 뒷모습을 보며 자조적인 웃음을 띄웠다.</p><p>-살릴 수도 있다-</p><p>"!!"</p><p>청년의 시선이 마족에게로 돌아갔다.</p><p>-네가 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그렇게 해 주지-</p><p>"......"</p><p>청년의 눈빛은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마족은 믿어서는 안 된다, 그의 아버지가 수도 없이 한 말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 말은 너무나도 달콤한 말이었다.</p><p>-지금 그 동생을 놓아주겠다면-</p><p>"......"</p><p>-살려주겠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해 주겠다-</p><p>"......"</p><p>청년, 아니 카시드는 조심스럽게 동생의 머리를 살짝 내려놓고 마족의 앞에 무릎꿇었다.</p><p>"부탁...드립니다."</p><p>고개를 숙이며... 마족사냥꾼이 아니라, 한 명의 동생을 둔 형으로써.</p><p>"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아니, 할 수 없는 것이라도 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세이드를......"</p><p>청년의 얼굴에는 맑은 액체가 빗물과 함께 섞여 흐르고 있었다.</p><p>-......좋다-</p><p>"......"</p><p>마족은... 손에서 붉은색의 마력의 구슬을 만들어냈다. 카론 공작이 만들어낸, 인간을 마족화 시키는 구슬. 그 중에서 우연에 우연을 거듭하여 만들어진, 공작급 마족을 만들 수 있는 마력의 구슬이었다.</p><p>-마족이 되어라-</p><p>"......!!"</p><p>마족의 얼굴은 죄책감으로 물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굳건했기에 카시드는 그의 표정이 어떤 뜻을 가지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p><p>-그 누구도 두려워할... 최악의 마족이...-</p><p>"......"</p><p>마족은 붉은 구슬을 청년에게 건네었다.</p><p>"......"</p><p>청년은 그 구슬을 손으로 잡았다.</p><p>"!!"</p><p>그리고, 온몸으로 퍼져오는 거대한 마력과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p><p>"으아아아악!!!"</p><p>청년의 몸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p><p>-.......-</p><p>그리고, 그의 등에는 피막에 덮인 날개가, 양쪽 관자놀이에는 하늘을 향해 휘어있는 뿔이 돋아나고 있었다.</p><p>"끄아아아!!!!"</p><p>-......성공이군-</p><p>마족은 다음 구슬을 준비했다. 이번 구슬도 역시 붉었지만... 아까의 것보다 더 진했다. 그리고 고통에 괴로워하는 청년에게 그 구슬을 던졌다.</p><p>"!!!"</p><p>청년은 다시 온몸으로 퍼지는 고통에 몸을 뒤틀었다. 이번에는 비명을 지를만한 여력도 없었다. 입을 여는 순간 몸이 터져 버릴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으니까.</p><p>'세이드! 세이드! 세이드!!'</p><p>청년은 동생의 이름을 수없이 되뇌이며... 그 고통을 버텼다.</p><p>투둑...</p><p>청년의 머리에서-</p><p>파악!</p><p>"으아아아아!!"</p><p>또 다른 뿔이 솟았다. 관자놀이의 뿔과 합치면 총 4개. 역사상 아무도 없었던, 4개의 뿔. 그것은 자신의 뿔과, 또 하나의 마족이 가진 뿔이었다.</p><p>-후우... 후우...-</p><p>마족은 꽤나 지쳐있는 듯 했다. 하지만... 청년과 한 약속을 지켜야 했다. 그는 청년의 동생에게 다가가 그 몸을 들어올렸다.</p><p>"......"</p><p>어느새 청년의 머리색과 눈동자는 붉게 변해있었다. 피로 물든 석양처럼......</p><p>-이리 와라-</p><p>"......"</p><p>청년은 아직 고통이 남아있는 몸이지만 몸을 일으켜 동생을 안고있는 마족의 앞에 무릎꿇었다.</p><p>-앞으로... 너는 전혀 새로운 마족이 될 것이다-</p><p>"......"</p><p>청년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저 멍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p><p>-마황자... 너는 마황자가 되어......-</p><p>마족은 이제 말을 하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p><p>-마왕을 지켜라-</p><p>'그리고... 집행의 의지를...'</p><p>마족은 그 다음 말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때가 된다면 알게 될 테니까.</p><p>"......되어주지."</p><p>-......?-</p><p>마족은 그의 말을 잘 듣지 못했다.</p><p>"최악의 마족이 되어주지."</p><p>그것이. 그의 맹세였다.</p><p>"누구라도 몸을 벌벌 떨며 무서워 할, 최악의 마족이 되어주지."</p><p>그것이... 마황자 카시드의 맹세였다...</p><p> </p><p>"헉. 헉. 헉..."</p><p>아이는 쫓기고 있었다. 작은 몸을 이용해서 나무사이에 숨어보기도 했지만...</p><p>찌이잉!</p><p>"으윽!"</p><p>세계의 거부는 그가 있는 곳을 착실하게 적들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그것은 상대의 위치를 알아 낼 때에도 요긴했지만, 지금 위치를 알아봐야 아이에게는 소용이 없었다.</p><p>"저기 있다!"</p><p>"잡아라!"</p><p>찌이잉! 찌이잉!</p><p>"허억... 허억..."</p><p>서서히 힘이 빠져가기 시작했다. 날개를 꺼내지 않고 달렸기에 날아다니는 저들보다 힘들고 느린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날개를 꺼낼 수는 없었다.</p><p>"하아... 하아..."</p><p>얼마나 달렸을까, 근처에 마족들이 보이지 않자 아이는 근처 나무에 기대 주저앉았다.</p><p>"하아......"</p><p>초록색 머리카락에 은색 눈동자를 가진 아이는 흰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 옷에는 작게 프라스타 가문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p><p>"......하아."</p><p>아이의 이름은 파이라엘 프라스타. 이런 전투에 나서기에는 한참 나이가 모자랐지만... 그가 죽기를 바라는 가문은 그를 이곳에 보냈다. 그것도 최전방인 인간계로...</p><p>"어라? 이거 여유 있는 걸? 앉아서 쉬다니."</p><p>"크크크... 포기한 것이겠지."</p><p>어느새 마족들이 나타나 다가왔지만 파이라엘은 그저 침착한 눈으로 마족들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힘’을 사용한다면 가볍게 처리할 수 있겠지만......</p><p>'절대로... 그 힘은 사용하지 않아'</p><p>가까스로 천족으로 인정되기는 했으나, 자신은 거의 마족과 동급으로 취급되고 있었다. 날개와 그 힘 때문에 말이다. 그러니... 그는 죽더라도 힘은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p><p>"크크크...... 어린 천족의 고기는 꽤 맛있지. 그럼 오랜만에 포식하겠군!!"</p><p>마족의 거대한 손톱이 파이라엘의 작은 머리를 노리고 찔러 들어온다. 피할까? 하지만 피해봐야 아주 약간 살아남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뿐이었다.</p><p>‘차라리... 이게 편할지도......’</p><p>그렇게 어린 파이라엘은 눈을 감고 죽음을 받아들였다.</p><p>퍼억!</p><p>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p><p>‘무슨......?’</p><p>자신의 머리가 깨지는 소리일까? 아니, 그것은 아닌 것 같았다.</p><p>"......?"</p><p>파이라엘은 시간이 좀더 지났음에도 머리에서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자 살며시 눈을 떴다. 그러자, 자신을 죽이려던 마족이 잘린 팔을 붙잡고 뒤로 물러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p><p>"쯧쯧, 이런 어린아이를 공격하면 안 되지."</p><p>갈색 머리카락이 삐죽삐죽 위로 살짝 솟아있는 남자는, 자신의 듀얼 글레이브(글레이브의 양쪽 자루 부분에 날이 달린 것)에 묻어있는 마족의 피를 털며 말하고 있었다. 마족 넷과 마주쳤음에도, 그의 얼굴은 웃고 있었다.</p><p>"그리고......"</p><p>그가 무슨 말을 하는 것 같았지만, 그 말은 파이라엘이 아니라 마족들만이 들을 수 있었다.</p><p>"중요한 아이니까."</p><p>마족들은 그의 검은 눈동자가 빛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p><p>파악!</p><p>"무, 무슨 말을 하는 거냐!"</p><p>팔이 잘린 마족은 고통 때문에 쉽사리 움직이지 못했지만, 그 동료는 남자에게 달려들었다.</p><p>"흐음. 약해."</p><p>그가 달려드는 마족을 향해 가볍게 듀얼 글레이브를 휘둘렀다.</p><p>촤악!</p><p>하지만, 마족이 그 공격을 알아채고 몸을 빼는 바람에 너무 얕게 베이고 말았다.</p><p>"하하하! 죽어라 멍청..."</p><p>끼이잉!<br>촤아아악!</p><p>"으, 으윽! 괴물이다!"</p><p>팔이 잘려나간 마족이 소리쳤다. 자신의 동료가 순식간에 반으로 쪼개져 버렸던 것이다. 그것도 듀얼 글레이브의 날에 베인 것이 아니라, 허공에 알 수 없는 균열이 생기며 동료가 반으로 쪼개졌던 것이다!</p><p>"......쩝. 괴물이라니. 그건 너희들이지."</p><p>남자는 듀얼 글레이브를 팔이 잘려나간 마족을 향해 겨누었다.</p><p>"나, 난... 죽기 싫어!"</p><p>팔이 잘려나간 마족은 필사적으로 자신의 날개를 휘둘렀다. 덕분에 그 남자는 먼지를 잔뜩 맞아야 했다. 그리고 그 먼지에 남자가 제대로 시야를 확보하지 못하는 동안 도망 칠 속셈인 듯이 보였다.</p><p>"쿨럭! 저 자식이!"</p><p>남자가 얼굴을 찡그리며 위에서 아래로 듀얼 글레이브를 휘둘렀다.</p><p>'......?'</p><p>바로 앞에 마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왜 허공을 향해 휘두른단 말인가? 파이라엘은 이해할 수 없었다.</p><p>쟈아앙...</p><p>그의 듀얼 글레이브의 궤적에서 9개의 녹색 화살이 나타날 때까지는.</p><p>"가라."</p><p>남자의 말과 함께 힘의 화살들은 마족을 향해 날아들었다.</p><p>푸푸푹! 푹! 푹푹!</p><p>"끄아아악!"</p><p>화살들은 마족의 몸을 관통하고는 사라졌다. 놀라운 것은, 불타거나 잘려나간 것이 아닌 화살에 닿은 부분이 ‘사라졌다’는 것이다.</p><p>후두둑...</p><p>머리를 잃은 몸이 날개를 본능적으로 휘둘렀지만, 그것은 이미 지켜야할 대상도 없는 허무한 날개 짓에 불과했고 한번 휘둘러진 날개는 회수되지 못한 채, 그대로 쓰러졌다.</p><p>"흐음. 깔끔하군."</p><p>그는 듀얼 글레이브를 흔들어 날에 묻은 피를 털어 냈다. 그리고는 그것을 등에 짊어지며 파이라엘의 앞에 쭈그려 앉았다.</p><p>"이봐. 괜찮아?"</p><p>"......"</p><p>파이라엘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 자의 정체가 무엇인지 도저히 알 수 없었기에.</p><p>‘혹시, 나와 같은 변종일까?’</p><p>"걱정 마. 나는 네가 이걸로 말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p><p>그러면서 그는 혀를 내밀었다.</p><p>"안 그래?"</p><p>"......"</p><p>그 말에 파이라엘은 더더욱 그를 경계했다. 천족에서도 별로 알려지지 않은 자신의 비밀을, 이자가 어떻게 알고있다는 말인가?</p><p>"너. 힘을 사용하기 싫지?"</p><p>"......"</p><p>파이라엘은 반응이 없었다.</p><p>"이봐, 조금이라도 말을 해봐. 난 너를 구해준 사람이라고!"</p><p>"......"</p><p>그의 재촉에 어쩔 수 없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파이라엘이었다.</p><p>"앞으로 너에게는 더 큰 위험이 닥칠 거야.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는..."</p><p>남자의 목소리는 파이라엘을 걱정하고 있었다.</p><p>"그래도 아마 사용 안 할거지?"</p><p>파이라엘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p><p>피식...</p><p>남자는 한번 웃고는 자신이 허리에 차고있던 에스토크를 내밀었다.</p><p>"자."</p><p>"......?"</p><p>"가져. 어차피 나는 필요 없는 물건이니까."</p><p>"......"</p><p>파이라엘은 조심스럽게 에스토크를 받아들였다.</p><p>"뽑아 봐."</p><p>남자의 말에 파이라엘은 에스토크를 뽑았다.</p><p>"......아..."</p><p>파이라엘은 에스토크의 회색의 날을 보며 감탄을 터트리고 말았다. 아니, 에스토크라고 할 수도 없었다. 날이 있었으니 레이피어라고 해야할까? 하지만... 레이피어치고는 조금 두껍고 휘지도 않는 것이 에스토크에 가깝기는 했다.</p><p>"레쥬사. 하늘을 찢는 레쥬사다."</p><p>"......"</p><p>남자는 검의 이름을 말해주었다.</p><p>"지금은 네가 그 검을 다룰 수 없겠지만..."</p><p>그는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p><p>"언젠가는 너도, 그 검도. 말 그대로 하늘을 찢을 힘을 가지게 될 거야."</p><p>"......"</p><p>파이라엘은 남자의 말을 듣지 않은 채 멍하니 레쥬사를 들고 있었다.</p><p>-잘 있어라. 수호자여-</p><p>남자의 마지막 말을 파이라엘은 듣지 못했다. 이미 그는 공간을 건너가는 중이었으니까......</p><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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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2nd 11. 성도 나르케타피안(1) +2 11.10.24 696 7 64쪽
96 2nd 10. 불의 호수(4) +1 11.10.23 573 8 75쪽
95 2nd 10. 불의 호수(3) 11.10.23 493 8 66쪽
94 2nd 10. 불의 호수(2) +1 11.10.22 571 6 72쪽
93 2nd 10. 불의 호수(1) +1 11.10.22 598 5 65쪽
92 2nd 09. 어스 드래곤(7) +2 11.10.22 583 7 59쪽
91 2nd 09. 어스 드래곤(6) +2 11.10.21 526 9 71쪽
90 2nd 09. 어스 드래곤(5) +2 11.10.21 563 7 70쪽
89 2nd 09. 어스 드래곤(4) +1 11.10.20 477 6 76쪽
88 2nd 09. 어스 드래곤(3) +1 11.10.20 516 10 9쪽
87 2nd 09. 어스 드래곤(2) 11.10.19 496 10 67쪽
86 2nd 09. 어스 드래곤(1) 11.10.19 517 11 56쪽
85 2nd 08. 죽음의 사막(7) 11.10.19 546 9 93쪽
84 2nd 08. 죽음의 사막(6) +1 11.10.18 500 5 58쪽
83 2nd 08. 죽음의 사막(5) +2 11.10.18 529 8 72쪽
82 2nd 08. 죽음의 사막(4) 11.10.17 539 6 67쪽
81 2nd 08. 죽음의 사막(3) +1 11.10.17 569 8 66쪽
80 2nd 08. 죽음의 사막(2) +2 11.10.17 587 7 82쪽
79 2nd 08. 죽음의 사막(1) 11.10.16 570 8 72쪽
78 2nd 07. 아세니카르 더 다크(6) +1 11.10.16 614 9 64쪽
77 2nd 07. 아세니카르 더 다크(5) 11.10.15 621 6 70쪽
76 2nd 07. 아세니카르 더 다크(4) 11.10.15 523 10 67쪽
75 2nd 07. 아세니카르 더 다크(3) +1 11.10.15 528 6 74쪽
74 2nd 07. 아세니카르 더 다크(2) +1 11.10.14 578 14 64쪽
73 2nd 07. 아세니카르 더 다크(1) +1 11.10.14 623 8 68쪽
» 외전 - 관찰자/집행자/수호자 +2 11.10.13 626 7 27쪽
71 2nd 06. 침묵의 천사(6) 11.10.13 618 6 71쪽
70 2nd 06. 침묵의 천사(5) +2 11.10.12 564 7 66쪽
69 2nd 06. 침묵의 천사(4) 11.10.12 545 9 58쪽
68 2nd 06. 침묵의 천사(3) +2 11.10.11 617 6 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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