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옥정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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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9.02.01 10:00
최근연재일 :
2023.01.0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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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0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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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옥정을 찾아온 대왕대비

DUMMY

대비가 떠나자 대왕대비는 몹시 불쾌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한마디 상의도 없이 혼자서 민유중의 여식을 중전으로 간택해 놓고, 이제와서 가례식 전에 만나보라는 것은 무슨 심보인고?"


중전을 간택하기 전에 중궁전의 최고 어른인 대왕대비와 상의하는 것이 관례였기에 대왕대비는 대비가 상의도 없이 민유중의 딸을 중전으로 간택한 것이 몹시 불쾌했던 것이다.


하지만, 대왕대비도 새 내전의 미모와 인물됨이 몹시 궁금해져 인현을 데리고 온 조상궁을 불렀다.


"조상궁, 새 내전에 대해 말해보게나. 자네가 보기엔 어떻던가?"


"소인이 마마님을 뵈오니, 마마께서는 고금에 비할 데가 없을 정도로 아름다우신 분이시옵니다. 뿐만 아니라 고결한 덕을 지니셔서 이러한 분을 중전으로 맞이하는 것은 이 나라의 큰 복이자 큰 경사가 아닐 수 없을 것이옵니다."


대왕대비는 조상궁의 말에 반신반의하며 물었다.


"고금에 비할 데가 없이 아름답다? 새 내전이 그토록 아름답단 말인가?"


"그러하옵니다. 소인, 삼대 대왕을 모시는 동안에 적지 않은 마마님들을 가까이서 모셨고, 수천명의 나인들을 보았지만, 마마님과 같은 절세의 용모를 가진 미인은 본 적이 없었사옵니다."


대왕대비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네. 새 내전을 모시느라 바쁠 터이니, 이만 물러가보게나."


조상궁이 떠나자 대왕대비는 긴 한숨을 쉰 후에 깊은 생각에 잠겼다.


'새 내전이 될 민유중의 여식이 그토록 대단한 미인이라니, 주상께서 그와같은 미인을 배필로 맞는다면 옥정에 대한 총애는 식지 않겠는가...... 아니야, 옥정도 보통내기는 아니지 않는가? 민유중의 여식이 덕이 있다니, 오히려 잘 된 일이 아니겠는가. 대왕대비인 내가 새 내전에게 옥정의 입궁을 부탁한다면, 내 체면을 보아 거절하기 쉽지 아니할 터, 대비 혼자 옥정의 입궁을 반대하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옥정이 지극한 정성으로 상전인 대왕대비를 모셨기 때문에 대왕대비는 옥정에게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대왕대비는 내전이 어질다면 궁에서 쫓겨난 옥정을 입궁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얼굴에 희색이 감돌았다.


대왕대비가 옥정을 입궁시킬 방도를 궁리하고 있을 때 숭선군의 부인 신씨가 찾아왔다.


대왕대비의 부탁으로 옥정을 보살피고 있는 신씨는 새 내전이 될 민유중의 여식이 입궁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어떤 여인인가 궁금해 온 것이다.


"중전으로 간택된 민유중의 여식을 만나 보셨사옵니까?"


"아직 민유중의 여식을 만나보지 못했으나, 조상궁을 통해 어떤 여인인지 들어는 보았네."


"조상궁이 뭐라 하였사옵니까?"


"고금에 비할 데가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하더구나."


"민유중의 여식이 그 정도로 대단한 미인이라 하옵니까?"


"조상궁은 삼대 대왕을 모시며 수많은 미인들을 보았으니, 결코 허언이 아닐걸세."


신씨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민유중의 여식이 그토록 아름답다면, 옥정이 다시 입궁하기는 어렵지 않겠사옵니까?"


"그건 두고 봐야 알걸세. 듣자 하니, 민유중의 여식이 덕이 있다고 하니, 내가 옥정을 궁으로 불러들일 것을 부탁한다면 거절하기 쉽지 않을 것이네. 그리 된다면, 대비 혼자 반대할 명분이 없지 않겠는가?"


신씨가 근심어린 얼굴로 말했다.


"그리 된다고 해도 전하께서 새 내전마마를 총애하시면, 옥정은 한낱 버림받은 신세가 될 수도 있지 않겠사옵니까?"


지난 경신환국으로 서인이 집권한 이래, 가문이 끈 떨어진 연과 같은 신세가 된 신씨에게 옥정은 유일한 희망이었다.


숭선군이 소현세자를 죽게 만든 조귀인의 서자인 까닭에 명분을 중시하는 서인들이 숭선군 부자보다는 소현세자의 손자인 임창군이나 임성군을 유력한 왕위 계승자로 염두하고 있어 신씨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옥정을 통해 아들 동평군이 숙종과 가까워지기만 한다면, 남편인 숭선군이나 자신의 아들 동평군이 가장 유력한 왕위 계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신씨의 마음을 훤히 꿰뚫고 있는 대왕대비가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옥정을 보면, 네 시어미 조귀인(조소용)이 생각나더구나."


인조의 총애를 한몸에 받았던 조소용은 미색도 빼어났지만, 사내의 마음을 홀리는 재주가 탁월하였다.


열다섯의 어린 나이로 중전에 간택되었던 대왕대비 조씨는 당대 최고의 미인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미색이 빼어났지만, 온갖 교태로 인조의 마음을 사로잡은 조소용을 당할 재간이 없었다.


대왕대비는 옥정 역시 조소용처럼 사내의 마음을 홀리는 재주가 탁월하다고 본 것이었다.


아무리 새 내전의 미모가 천하절색이라 한들, 단 하룻밤 사이에 숙종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은 옥정을 당해낼 재간이 없으리라 대왕대비는 굳게 믿었다.


"별안간 어찌 그런 말씀을......"


숭선군의 생모로 신씨의 시어머니인 조소용은 30여년전 인조의 총애를 독차지하기 위해 대왕대비 조씨를 모함하여 평생토록 독수공방하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이러한 악연으로 한때 대왕대비는 조소용을 원수처럼 미워하였지만, 조소용이 김자점의 난에 연루되어 사형을 당한 후 숭선군이 생모의 죄업을 씻으려는 듯 자신을 친모처럼 모시자, 숭선군의 효성에 감화되어 조소용에 대한 원한이 묻혀 버렸던 것이다.


이후 대왕대비는 숭선군을 친아들처럼 아껴 조카인 신씨를 숭선군에게 시집보냈던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왕대비가 이따금 조소용을 원망하는 말을 했기에 신씨는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조소용의 모함으로 인해 인조의 외면을 받았던 뼈아픈 과거가 떠오른 대왕대비는 탄식같은 한숨을 내뱉은 후 말을 이었다.


"선대왕(인조)께서는 그 어떤 미인도 마음에 두지 아니하시고, 오직 조귀인만 총애하셨지. 그로 인해 나 또한 선대왕의 총애를 받지 못했던 것이었네. 내가 보기엔 조귀인보다 대단한 여인이 바로 옥정일세. 옥정이 하룻밤 만에 주상의 총애를 얻은 것을 보면, 알만 하지 않느냐? 두고 보거라. 옥정이 입궁만 한다면, 주상의 총애는 따논 것이나 다름이 없을걸세. 허니, 옥정을 잘 보살펴 주게나."


신씨가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소첩, 이미 옥정을 딸처럼 여기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있사오니, 염려를 거두소서."


새 내전이 될 민유중의 딸이 절세의 미인라는 소문이 인현을 본궁으로 모시고 온 궁인들의 입을 통해 삽시간에 온 궁궐에 퍼졌다.


소문을 들은 숙종은 민유중의 딸이 어떤 여인인지 호기심이 생겨 아까 민유중의 집에 다녀왔다는 한내관을 불러 물었다.


"새 내전은 어떤 여인이던가?"


"마마께서는 고귀한 덕을 지니셨을 뿐만 아니오라,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우신 분이셨사옵니다."


숙종은 한내관의 말에 반신반의하여 되물었다.


"그런가?"


"그러하옵니다. 전하, 소인은 여지껏 수많은 궁인들을 보았지만, 마마님과 같은 아름다운 용모를 가진 여인은 본 적이 없었사옵니다."


숙종은 곧 자신의 배필이 될 민유중의 딸이 절세의 미녀라는 한내관의 말에도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숙종은 옥정이 사무치게 그리울 뿐이었다.


'세상의 어떤 여인이 그대보다 아름다울 수 있겠는가? 설령, 그대보다 아름다운 여인이 있다고 할지라도,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인은 그대 뿐이도다. 옥정, 과인은 네가 참으로 그립구나! 세월이 다 간다고 할지라도 과인은 그대만을 사랑하리라!'


옥정은 미색이 빼어날 뿐 아니라 그 누구보다 숙종의 마음을 빨리 알아차렸고, 잘 이해하였다.


이러한 옥정이 곁에 없으니,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허전하고 공허했다.


'옥정아, 과인은 언제쯤 너를 만날 수 있을까? 너없는 이 세상은 참으로 공허하구나!'


민유중의 딸이 중전에 간택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옥정은 가슴이 쓰리고 아팠다.


'만약 내가 좋은 가문의 집안에서 태어났다면, 중전의 자리는 바로 나의 것이거늘, 하늘은 참으로 나에게 무정하구나!'


옥정은 기녀 출신으로 동평군 집 시녀로 기거하는 숙정을 불렀다.


숙정은 누구보다 소문에 밝은 여인이었기 때문이었다.


"민유중의 여식에 대해 아는 것이 있는가?"


"민유중의 여식은 현숙하기로 소문 났을 뿐만 아니라 용모가 대단히 아름다워, 송시열의 추천을 받아 중전으로 간택되었다고 하옵니다."


옥정은 민유중의 딸이 용모가 대단히 아름답다는 말이 마음에 걸려 되물었다.


"용모가 대단히 아름답다? 얼마나 아름답다 하던가? 자네도 보았는가?"


옥정이 안절부절못하자 숙정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소녀도 아직 못 보았사옵니다. 마마, 심려하지 마옵소서. 마마님의 자태는 천하절색인데, 세상에 마마보다 더 아름다운 여인이 과연 있겠사옵니까?"


"아닐세, 자네만 해도 나에 못지 않은 미인이지 않은가? 민유중의 여식에 대해 좀 더 소상히 알아보게."


"소녀, 마마님의 뜻에 따르겠사옵니다."


숙정은 기녀 출신으로 장안에서 손꼽히는 미녀였지만, 출신이 비천하여 동평군의 시녀가 되기를 자청한 여인이었다.


옥정이 입궁한 후 동평군은 숙정의 명성을 듣고 숙정이 기거하는 기생집을 찾아갔는데, 과연 천하에 보기 드문 미녀라 첫눈에 반하였다.


빼어난 미색으로 동평군을 단숨에 사로잡은 숙정은 자신의 시녀가 되면 언젠가는 첩실로 들이겠다는 동평군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여 숭선군의 집에 기거하고 있었다.


운명적인 만남이었을까,


둘다 비천한 천인의 신분인 옥정과 숙정은 동병상련을 느껴 자매처럼 가까운 사이가 되었고, 기녀 출신이라 발이 넓은 숙정이 옥정의 눈과 발이 되어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었던 것이다.


옥정은 새 내전으로 인해 숙종의 총애가 식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숙종이 자신을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맹세를 지킬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나에 대한 전하의 마음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전하께서는 나에게 하늘에선 비익조가 되고,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어 영원히 사랑하겠시다고 맹세하지 않으셨는가?'


옥정은 민유식의 딸이 제 아무리 천하절색이라고 해도 숙종이 자신을 결코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되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때였다.


"대왕대비마마 납시오!"


대왕대비가 옥정을 위로하기 위해 숭선군의 집을 찾아 온 것이다.


옥정은 황급히 거울을 보며 단장하였다.


'대왕대비마마께 내가 민유중의 여식보다 아름답다는 사실을 보여드리고 싶구나!'


옥정이 머리를 단장하고 있을 때 시녀 하나가 옥정의 방에 찾아와 말했다.


"마마, 대왕대비마마께서 납시셨사오니, 속히 영접하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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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화 자네 뜻대로 하게나 22.12.03 45 0 11쪽
34 34화 소문 22.12.03 44 0 11쪽
33 33화 숙원이 된 옥정 22.12.03 51 1 11쪽
32 32화 오해 22.12.03 50 1 11쪽
31 31화 우연의 일치 22.12.03 49 0 10쪽
30 30화 인현왕후에게 현신을 올린 옥정 22.12.03 71 0 10쪽
29 29화 재입궁 22.12.03 79 1 10쪽
28 28화 과인을 기다리지 말거라! 22.12.03 55 0 11쪽
27 27화 물벌을 받고 쓰러진 대비 22.12.02 58 0 10쪽
26 26화 태자방을 부른 대비 22.12.02 50 0 11쪽
25 25화 잠행 22.12.02 50 0 10쪽
24 24화 어머님, 숙정을 첩실로 받아들이소서 22.12.02 59 0 11쪽
23 23화 희롱당하는 숙정을 구하기 위해 나선 희재 22.12.02 73 0 11쪽
22 22화 임술년 반정 회갑연 22.12.02 77 0 10쪽
21 21화 장희재를 포도부장에 임명하다 22.12.02 62 1 11쪽
20 20화 허울 뿐인 중전의 자리 22.12.02 64 0 10쪽
19 19화 숙종의 근심 22.12.02 52 0 11쪽
18 18화 가례식 22.12.02 58 0 11쪽
» 17화 옥정을 찾아온 대왕대비 22.12.02 52 1 11쪽
16 16화 복순을 데려가기로 결심하다 22.12.02 60 0 10쪽
15 15화 중전에 간택되다 22.12.02 63 0 11쪽
14 14화 민유중의 여식 인현 22.12.01 60 0 11쪽
13 13화 희망이 솟구치다 22.12.01 62 0 11쪽
12 12화 과인을 용서해다오 22.12.01 68 1 10쪽
11 11화 궁에 당도한 숙종 22.12.01 62 1 10쪽
10 10화 궁밖으로 쫓겨나다 22.12.01 76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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