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옥정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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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9.02.01 10:00
최근연재일 :
2023.01.0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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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0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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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살수를 고용해 이동현을 도모하거라

DUMMY

남인인 도승지 이현기가 즉각 송시열의 상소에 반박했다.


"과거 명나라 영종은 탄생한 첫날에 태자로 삼았사온데, 감히 왕자의 명호를 정한 일이 이르다 말한 것은 망발이 아닐 수 없사옵니다."


역시 남인인 좌승지 남익현이 이현기의 말에 맞장구쳤다.


"왕자의 명호를 정한지 이미 보름도 더 지났사온데, 이제와서 송시열이 감히 말도 되지 않은 상소를 올렸사오니, 책임을 물어 파직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옵니다."


이미 세 명의 승지 중 두 명이 남인이었으니, 숙종이 서인들의 상소가 빗발칠 것에 대비해 서인인 승지를 모두 해임시켰기 때문이었다.


얼마전 지평에서 우승지에 임명된 이익수만이 송시열을 옹호하고 나섰다.


"왕자 아기씨 탄생에 신민이 모두 기뻐하고 있사온데, 어찌 봉조하께 다른 뜻이 있을 수 있겠나이까? 부디,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숙종이 격노하여 호통쳤다.


"네가 서인이라 봉조하 편을 드는 것이냐?"


"소신은 본래 서인과 남인 어느 당파에도 속하지 아니하였사오며, 또한 소신의 할아비 이지항이 일찌기 봉조하의 탄핵을 받아 파직된 바 있사온데, 어찌 소신이 봉조하 편을 들겠사옵니까? 조정에는 봉조하를 따르는 자가 많사오니, 분란이 일어날까 염려되어 충정으로 아뢴 것이옵니다."


숙종이 분노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송시열은 유림의 영수로, 나라의 민심이 어지러운 이때에 감히 왕자의 명호를 정한 것이 이르다 하여 분란을 일으켰으니, 그 죄를 묻지 아니할 수 없다! 이러한 자를 그냥 두면 나라가 시끄러워질 터, 삭탈 관직하여 성 밖으로 내치게 하라! 송시열의 죄가 적지 아니하니 누구든 그를 구명하려는 자는 엄히 다스릴 터, 대신이라도 결단코 용서치 아니할 것이다!"


송시열이 파직되자 영의정 김수흥이 상소를 올려 명을 거둘 것을 청했다.


'전하, 봉조하는 그간 나라에 많은 공을 세운 바가 있으니, 봉조하의 공을 생각해서라도 부디 명을 거두어 주소서.'


숙종은 김수흥의 상소를 다 읽자마자 명을 내렸다.


"영의정 김수흥을 파직하라!"


얼마 후 숙종은 남인 여성제를 영의정에 임명했고, 좌의정에 목내선, 우의정에 김덕원을 임명해 삼정승을 모두 남인으로 교체했고, 다른 주요 요직에도 서인들이 파직되고 남인들이 대거 등용되었다.


이른 바 기사환국으로, 서인들이 대부분 파직되고 그 자리를 남인들이 차지하게 되었다.


"이제 남인들 세상이 되었으니, 자네도 좋지 않은가?"


며칠 후 숙정이 찾아오자 옥정이 미소를 지으며 말한 것이다.


숙정이 고개를 젓더니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속삭였다.


"희빈마마, 아직 중전마마께서 건재하시오니, 방심은 금물이옵니다. 중전마마께서 중궁전을 차지하고 있는 한, 어찌 마음을 놓을 수 있겠사옵니까?"


난데없는 숙정의 말에 옥정이 깜짝 놀라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이때에 이르러 옥정 역시 중전의 자리에 욕심이 생겼지만 스스로를 타이르며 자제하고 있었는데, 숙정의 충동질에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희빈마마,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무릇 사내의 총애란 때가 있는 법이옵니다. 전하께서 아무리 희빈마마를 총애하신다 한들, 어찌 여인의 미색이 세월을 이길 수 있겠사옵니까? 허나 중전께서는 아직 한창이시니, 이를 경계하는 것이 상책이 아니겠사옵니까?"


숙정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 옥정의 가슴을 통렬하게 찔러왔다.


어느덧 서른 살을 넘어선 옥정으로서는 스물세 살의 꽃다운 나이인 인현왕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옥정이 보기에 인현왕후는 갈수록 미색이 한층 아름답게 꽃피고 있었다.


미색이 빼어난데다 인품까지 뛰어나 신민들의 경의를 한몸에 받고 있는 인현왕후가 왕자라도 낳는다면 숙종의 총애를 잃지 않을까 옥정은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숙종의 총애를 빼앗길까 두려운 생각이 들기 시작한 옥정은 숙고 끝에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그래, 내가 곤위에 올라야 원자의 자리가 공고해지지 않겠는가."


옥정은 인현왕후를 모함해 페출시킨 후 중전의 자리를 차지하기로 작정하였던 것이다.


숙종은 옥정의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곧이 들을 정도로 옥정을 철석처럼 믿고 있었다.


이러한 옥정이었기에 마음만 먹으면 무슨 일인들 못하랴는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숙종이 미간을 찌푸리며 송시열을 구명하는 상소를 읽고 있을 때, 옥정이 넌지시 말했다.


"전하, 송시열이 왕자의 명호가 결정된지 보름이나 지나 전하께 그와같이 무도한 상소를 올린 것은 필시 배후가 있을 것이옵니다. 배후가 없다면 어찌 보름간 가만히 있다 느닷없이 상소를 올렸겠사옵니까?"


숙종은 노한 기색을 드러내며 말했다.


"배후가 있다? 누가 감히 그와같은 무도한 일을 꾸밀 수 있단 말인가?"


"신첩이 어찌 알겠나이까만, 중전마마를 따르는 서인들 중 배후가 있지 않을까 하옵니다. 배후가 있다면 필시 송시열을 구명하려 할 터이니, 상소를 올린 자들을 모두 조사하여 엄히 처벌하는 것이 좋을 듯하옵니다. 민심이 어지러운 이때, 혹여 불순한 무리들이 청과 결탁하여 역모를 꾀한다면 그 화를 어찌 감당하겠사옵니까?"


"어허, 별소리를 다하는구나!"


"황공하옵니다."


옥정의 말에 숙종은 송시열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송시열이 역심이라도 품었단 말인가?'


처음에는 송시열이 고지식하여 왕자의 명호를 거두라는 상소를 올린 것으로 여겼으나, 옥정의 말을 듣자 그가 역심을 품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송시열을 구명하는 서인들의 상소가 빗발치자, 숙종은 책임을 물어 파직되어 낙향해 있는 송시열과 김수항을 모두 귀양보낼 것을 명했다.


영빈 김씨는 후궁으로 입궁한 이래 자신의 뒷배를 봐온 종조부 김수항을 구하기 위해 숙종을 찾아가 눈물을 흘리며 간청했다.


"전하, 신첩, 정치에 대해 알지 못하여 종조부께서 무슨 죄를 지으셨는지 모르오나, 부디 신첩의 낯을 봐서라도 종조부님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숙종은 마치 남의 일인 양 냉담하게 말했다.


"나라의 종친이라 할지라도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 것이 마땅하거늘, 어찌 공과 사를 구분치 못하고 죄인을 방면하라는 것이냐? 나라에 분란을 일으킨 죄, 결단코 용서할 수 없으니, 그리 알거라."


대전을 나선 영빈 김씨는 인현왕후에게 달려가 눈물을 비오듯이 쏟으며 애원했다.


"중전마마, 부디 소첩의 종조부님을 구해주소서. 소첩에겐 친할아버지 같은 분이옵니다. 염치없는 부탁인 줄 아오나, 소첩의 종조부님을 구해주실 분은 오직 중전마마뿐이시오니, 부디 소첩을 긍휼히 여겨 소첩의 종조부님을 구해주시옵소서!"


인현왕후는 이미 숙종의 마음을 돌릴 수 없음을 짐작하고 있었지만, 영빈 김씨의 간청을 외면할 수 없어 대전에 나가 김수항을 방면해 줄 것을 간곡하게 청했다.


"전하, 김수항이 비록 죄를 지었다 할지라도 숙의의 낯을 보아 김수항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숙종은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중전은 어찌 나라의 분란을 가져온 죄인 김수항을 구원하려 하는 것이오? 혹시 중전이 김수항에게 송시열을 구원하라 말한 것은 아니오?"


옥정의 말을 철석처럼 믿는 숙종이었기에 혹시 하는 마음에 인현왕후의 심중을 떠본 것이다.


인현왕후는 고개를 저었다.


"신첩이 어찌 감히 그와같은 일을 할 수 있겠사옵니까?"


"그게 아니라면, 자중하시오. 어찌 죄인을 두둔하여 과인의 심기를 어지럽히는 것이오?"


"송구하옵니다."


"과인에게 다른 용무가 없다면, 이만 물러 가시오."


어느새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하인이 150명이나 되는 희재의 집 정자에서 오색 비단옷을 멋스럽게 차려입은 여인이 주먹을 불끈 쥔 채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기필코 민정중을 비롯한 서인들에게 당한 수모를 갚고야 말겠다.'


여인은 다름 아닌 숙정이었다.


6년 전 인조반정 축하연에서 서인들에게 희롱당했던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치가 떨렸다.


무엇보다 희재가 민정중의 명으로 아랫것인 포졸들 앞에서 곤장을 백대나 맞는 수모를 당했을 뿐만 아니라 초주검이 되어 수개월 간이나 거동초차 못했고 아직도 흉터가 남아 있었다.


생각할수록 분이 나고 원통했다.


정실인 자근아기는 세명의 아들이 있었지만, 숙정은 자식 하나 없었다.


그때 희재가 곤장을 백대나 맞아 몸에 이상이 생겨 자식을 낳지 못한 것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욱 분하고 원통했다.


정작 자신을 희롱했던 서인들은 멀쩡하지 않은가.


숙정은 그때 앞장서 자신을 희롱했던 이동현을 죽이지 않으면 도저히 분이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숙정이 청지기 철영을 은밀히 불렀다.


"철영아, 너에게 부탁할 일이 있다."


철영은 눈이 휘둥그래졌다.


"소인에게 부탁이라니, 가당치 않사옵니다. 명만 내려주시오면, 소인 목숨을 걸고 아씨의 명에 따를 것이옵니다."


한때 옥정에게 충성을 바쳤던 철영은 이제 숙정을 아씨라 부르며 충성을 바치고 있었다.


주인인 희재와 숙정을 위해서라면 목숨이라도 바칠 수 있는 철영이었다.


"너의 충정심, 참으로 갸륵하구나! 그래, 너에게 무슨 일을 시켜도 할 수 있겠느냐?"


철영은 무릎을 꿇고 맹세했다.


"맹세컨데, 주인 나리나 아씨께서 내리시는 명이라면, 그 어떤 명이라도 목숨을 걸고 따르겠사옵니다."


숙정이 철영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황금을 줄 터이니, 살수를 고용해 이동현을 도모하거라."


철영은 몹시 놀라 눈을 휘둥그렇게 뜬 채 말을 더듬었다.


"하오나...... 어찌 그런 명을...... 내리시는 것이옵니까?"


숙정은 한맺힌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육년 전에 내가 정명공주 집에서 있었던 임술년 반정 회갑연에서 그 몹쓸 놈에게 희롱을 당했었다. 그때 대감께서 나를 구하시느라 근무지를 이탈한 죄로 치욕과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하셨으니, 어찌 이 한을 풀지 않을 수 있겠느냐?"


"소인의 목숨을 걸고 아씨의 한을 풀어드리겠나이다."


"이 일은 너와 나만의 비밀로 해야될 것이다. 혹여 일을 그르치면 대감께 누를 끼칠 수 있지 않겠느냐?"


"소인이 모든 책임을 지고 일을 도모하겠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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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화 욕심이 지나치면 화를 부르기 마련 22.12.03 47 0 11쪽
37 37화 조대감께서 어찌 이러실 수 있단 말인가! 22.12.03 44 0 10쪽
36 36화 소첩 태기가 있는 듯 하옵니다 22.12.03 48 1 11쪽
35 35화 자네 뜻대로 하게나 22.12.03 44 0 11쪽
34 34화 소문 22.12.03 43 0 11쪽
33 33화 숙원이 된 옥정 22.12.03 50 1 11쪽
32 32화 오해 22.12.03 48 1 11쪽
31 31화 우연의 일치 22.12.03 47 0 10쪽
30 30화 인현왕후에게 현신을 올린 옥정 22.12.03 70 0 10쪽
29 29화 재입궁 22.12.03 79 1 10쪽
28 28화 과인을 기다리지 말거라! 22.12.03 55 0 11쪽
27 27화 물벌을 받고 쓰러진 대비 22.12.02 57 0 10쪽
26 26화 태자방을 부른 대비 22.12.02 50 0 11쪽
25 25화 잠행 22.12.02 50 0 10쪽
24 24화 어머님, 숙정을 첩실로 받아들이소서 22.12.02 58 0 11쪽
23 23화 희롱당하는 숙정을 구하기 위해 나선 희재 22.12.02 72 0 11쪽
22 22화 임술년 반정 회갑연 22.12.02 76 0 10쪽
21 21화 장희재를 포도부장에 임명하다 22.12.02 62 1 11쪽
20 20화 허울 뿐인 중전의 자리 22.12.02 64 0 10쪽
19 19화 숙종의 근심 22.12.02 52 0 11쪽
18 18화 가례식 22.12.02 58 0 11쪽
17 17화 옥정을 찾아온 대왕대비 22.12.02 50 1 11쪽
16 16화 복순을 데려가기로 결심하다 22.12.02 59 0 10쪽
15 15화 중전에 간택되다 22.12.02 62 0 11쪽
14 14화 민유중의 여식 인현 22.12.01 60 0 11쪽
13 13화 희망이 솟구치다 22.12.01 62 0 11쪽
12 12화 과인을 용서해다오 22.12.01 67 1 10쪽
11 11화 궁에 당도한 숙종 22.12.01 62 1 10쪽
10 10화 궁밖으로 쫓겨나다 22.12.01 74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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