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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go
작품등록일 :
2019.04.01 18:13
최근연재일 :
2021.09.14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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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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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01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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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5쪽

1화

DUMMY

..................


........................


........................


나는 꿈을 꾸고 있었다.


언제인지 모를 혹은 미래일지도 모를 꿈을 꾸고 있었다.


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생소하였고, 현실이라고 하기에는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었다.


내가 일어난 곳은 늘 보던 익숙한 침대가 아닌 큰 나무였다. 나는 무엇인가에 취해 누워 있었다.


주변은 평화롭기 짝이 없었다. 하늘에는 구름 한점없이 날씨 마저 상쾌한 이곳은 낮잠을 자기 좋은 날씨였다.


나비들은 꽃들 주변을 맴돌았고 꽃은 주변을 유혹하고 있었다. 벌들은 이곳 저곳을 들쑤시며 다녔고 벌레들은 무리를 지어 다녔다.


이곳은 말 그대로 평화로웠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서는 매우 낯선 곳이기도 하였다.


나는 잠시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그것이 생소해서 인지 혹은 신기해서 인지는 모른다.


갑작스레 머리가 아파졌다. 나는 다시 지그시 눈을 감았다.


눈에서는 점점 흐려져 가는 나뭇가지들이 보였다.



2XXX년 3월 2일


삐비빅... 삐비빅... 삐비빅..


나는 자명종 소리에 이끌려 잠이 깨고 말았다.


방안

꿈에서 그리운 풍경을 본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런 기분도 잠시 어느샌가 사라졌다.


머리를 긁적이며 자꾸 눈이 감기는 것을 뜨기 위해 눈에 힘을 주었고, 한숨 더 자고 싶은 것을 참았다.


오늘은 개학식이기 때문에 평소와 달리 늦잠을 잘 수 없었다.


나는 눈을 비비며 밖으로 나갔다.


봄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날씨는 겨울과 같이 추웠다.


거실에는 아버지가 티비를 보다가 잠드셨는지 소파에 누워 계셨고 티비는 아직까지 켜져 있었다.


나는 근처에 있는 리모콘을 꺼내어 티비를 끄고는 화장실로 갔다.


온수를 틀고 몇분 기다리면 따뜻한 물이 나오지만 오늘은 왠지 모르게 차가운 물로 씻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차가운 물에 손을 담그고 얼굴을 씻다가 무엇인가 잘못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마저 씻기로 하였다. 수건으로 얼굴과 머리를 닦고 나오자 마치 머리카락이 붕떠있고 얼굴이 부어 있는 느낌이 들었다.


집에 요리를 할 수 있는 주방은 오랫동안 사용을 하지 않은 탓에 먼지만 쌓여 있다.


나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아침을 굶고 학교에 가기로 하였다.


‘교복을 안 입은지 얼마나 되었더라.. 아마 방학을 하고 나서부터 입지 않았으니까..’ 1년 뒤 졸업이지만 몇 개월간 입지 않은 탓인지 교복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학교에 갈 준비를 다 맞쳤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주무시고 계셨다.


학교 가는 길

“학교 갔다오겠습니다.”라고 말을 하고는 집을 나왔다.


차갑게 울부짖는 바람과 금방이라도 가라앉을 것 같은 언덕..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고드름이 떨어진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눈길은 온데간데 없고 평범한 콘크리트 바닥이 보인다.


중간 중간에는 하수구와 어제 막버리지 못한 쓰레기와 음식물 통이 있다.


봄의 향기는 아직 익혀져 있지 않았고 잠시 휴가를 낸 상태인 듯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나는 몸을 움츠렸다.


이대로 골목을 가로질러가면 학교가 나온다.


개학식이라 그런지 슬슬 학생들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듬성 듬성 자란 머리는 막 자른 느낌이 들었고 오랫동안 방치해둔 탓인지 제대로 다려지지 않은 교복과 급하게 집에서 뛰어나와 옷이 잘 정리되어 있지 않다든지..'


' 잠이 오는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은 기분 탓일까..' 아무튼 개학식은 하고 싶든 안하고 싶든 오늘부터 개학은 시작된다.


나는 길을 나섰다.


드문 드문 있던 학생들은 어느샌가 많아지기 시작하였다.


막 입학을 하는 1학년 몇몇은 친한 친구가 없어서 일까 서먹서먹하게 보였다.


아니 어쩌면 이 길이 익숙하지 않은 건지도 모른다.


‘나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저 아이들처럼 피로에 찌들려 있을까.. 아니면 늦잠을 자서 대충하고 나온 졸린 모습일까..’


‘아니면 저 아이처럼 인상을 잔득 찌푸린 채.. 무엇인가에 마음이 들지 않는.. 그런 표정일까..’


“어이 사토시 오랜만이군.” 뒤에서 누군가를 부른다.


나의 이름은 아니지만 나는 왠지 모를 기대를 안고 뒤를 쳐다본다.


당연하지만 나의 아는 사람들이 아니다. 넥타이를 보니 오늘 입학하는 1학년들이다.


‘그리고 사토시라는 남자는.. 조금 전에 멍한 표정으로 .. 마치 친구가 없을 것 같은 남자였지만.. 아니 지금도 인상은 찌푸리고 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웃음을 띠고 있는 것은 기분 탓일까..’ 나는 다시 앞을 보며 걷는다.

그렇게 여러 명의 학생들이 서로의 이름들을 부르는 것을 들으며 어느덧 교문 앞으로 온다.


교문 앞에는 학생들이 많아서인지 시끌벅쩍하다. 드문 드문 학부모도 섞여 있는 것이 보인다.


‘그래.. 내가 입학하던 날에도 그랬었지..’


‘나의 이름은 신스케 성은 아오야마다. 그렇게 흔하지 않은 것도 흔한 이름도 아닌 그저 그런 이름으로 요컨데 나의 이름은 아오야마 신스케. 그것이 나의 이름이다.’


어머니는 내가 어릴 때 돌아가셨고 친척들 또한 남아있지 않다.


유일하게 피가 섞인 사람이라고는 아버지뿐인데 그 아버지는 현재 티비앞에 있는 소파에서 주무시고 계실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아침을 굶고 교문 근처를 걸으며 혼자 쓸쓸히 걸어가고 있다.


‘쓸쓸하지 않아야 하지만..’ 왠지 모르게 쓸쓸하였다.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과거의 나는 약속하였지만 지금와서는 후회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나는 현재 3학년이기 때문이다.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나의 앞에 있던 두 학년이 기억이 났다.’ 무엇이라 말을 하고 싶지만 딱히 설명할 말이 떠오르진 않는다.


‘그래 딱 떠오르는 한마디는..’ 바보같은 사람들이었다.


졸업을 하고 1년.. 아니 2년이 지난 사람들도 있지만 하나 하나 셀 수도 없을 만큼 바보같은 사람이었다.


어떤 사람은 중요한 일을 남에게 양보를 하는 사람도 있었고.

.

가령 끼어 들지 않아도 되는 곳에 괜히 끼어 들어 손해를 보는 사람도 있었고..


그와 반대로 스스로에게 이익이 되는 행동만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 외에도 여러 사람이 있었을 것이지만..’ 왠지 모르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토록 선명하였던 기억이 어느샌가 잊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현실로 돌아오기 위해 머리를 흔들었다. 그렇지만 아직 기억은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현실로 돌아오기 위해 머리를 흔들었다.


그렇지만 아직 기억은 떠오르지 않는다.


‘아무튼 그런 바보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 결코 가까워지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정감이 갔다.’


‘왜 그랬던 것일까.. 그때의 ‘나’는 왜 그랬던 것일까..‘ 그런 이유는 지금에 와서도 생각이 나지도 아니 애초에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때의 상황에 맞춰 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보면 나도 그들과 비슷한 사람일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그런 사람들이 좋았다.


자신의 이기심에 움직이거나.. 남에게 양보를 하거나.. 끼어들지 않아야 할 곳에 끼어들어 잔뜩 손해를 보거나 .. 그런 사람들의 틈에 끼어 산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 사람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사는지는 모르지만..’ 오늘따라 그 사람들이 그리운 것은 사실이었다.


교문

어느덧 옛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교문에 도착하였다.


교문 앞에는 그리운 사람이 있었다.


‘꽃을 파는 아주머니..’ 1학년 입학식때 그 사람이 나에게 사다준 꽃을 팔았던 아주머니였다.


‘아마 작년에도 있었을테지..’ 작년에 입학식날에는 오지 않았다.


‘만약 그 사람이 있었더라면 나는 그 사람과 같이 아주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수다를 떨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은 작년에 졸업하였다.


나는 아주머니를 피하려고 하였지만 왠지 모르게 아주머니가 나에게 눈빛을 보낸다.


‘그토록 그 사람이 수다를 떨 때 같이 있었던 탓일까..’ 2년이 지났음에도 나를 기억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나는 가고 싶지 않았다.


나의 마음을 헤아렸는지 더 이상 나에게 눈빛으로 호소하지 않는다. 나는 고개를 약간 숙이며 인사를 하였다.


‘안녕하세요라든지.. 반갑습니다라든지.. 그런 인사말이 있었지만..’ 나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채 고개만 숙였다.


그 아주머니도 나의 행동을 이해하였는지 고개를 약간 숙이고는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나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이 장면은 마치 그 입학식날 그 사람에게서 꽃을 받았을 때와 비슷한 광경이었다.


‘그때는 한 사람이 더 있었지..’ 지금 나의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주머니도 그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인지..’ 나에게 더 이상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래..’ 나보다 그 사람에게 관심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대로 그곳을 떠나 교문으로 향하였다.


같은 시각 교문 앞.

낯선 여자가 주위를 서성이고 있다.


입학식날이라 다양한 사람이 왔다갔다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여자는 무엇인가 달라보였다.


그 여자는 혼잡속에 놓여 있지만 마치 무엇인가 찾듯이 눈동자를 이곳 저곳 굴리며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 꽃집에서 멈춰서고는 꽃의 냄새를 맡기 시작한다.


“으음.. 역시 향기가 좋네.” 여자 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의 수상한 행동을 눈치챈 주인은 그녀에게 다가간다.


“무슨 꽃을.. 아니 오랜만이네 학생 . 여기서 또 보게 될줄이야. 졸업하지 않았어?”


“뭐 여러 가지 일이 있어서요. 아주머니께서는 별일 없으세요?”


“나야 새학기가 되면 꽃을 팔러오니 별일이 없지. 아이구 내 정신좀 보게 . 졸업하기 전 같이 오던 그 학생있지?”


“네 신스케 말씀이신가요?”


“아이구 나는 이름은 잘 모르겠고. 그 학생이 이곳을 지나갔었어. 이전과는 분위기가 다르던데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네 뭐 여러 가지가..”


“그래.. 그 학생 마음씨가 좋은거 같아서 마음에 들었는데 오늘 보니 말을 못 걸겠더라고.”


“그렇군요..” 여자는 더 이상 이곳에 있고 싶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뭐 여러 가지 사정이 있겠지. 그런데 그 나이때는 아직 늦지 않았어. 무슨 일이 있으면 금방 화해를 해야해 . 안 그러면 나중에 늙어서는 그런 용기도 가지지 못하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 꽃 이름이 뭐였죠?”


같은 시각 교내

교문으로 가기까지 이어진 길은 산을 깎아서 만든 탓에 매우 길었다.


‘평지에 지었으면 좋았을 것인데..’ 공기가 좋은 점은 부정할 순 없지만 그 때문인지 몰라도 이곳은 교통이 불편하였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곳은 도로가 아닌 곳곳에 울퉁 불퉁한 돌들이 솟아있고 규칙적이지 않은 다져지지 않은 산길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교장이 취임한 이후로 도로가 깔리기 시작하고 산들이 베어지고 도로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 때문에 우리는 이전보다 편안하게 걸을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근처의 주민들 시선은 곱지 않았던 모양이다.


나는 학교에 아는 얼굴은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주로 친하게 지냈던 것은 보통 남들이 꺼려하는 1학년 위의 누나나 혹은 형들이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일까..’ 나에게 동급생의 친구는 없었다.


길을 걸으며 모르는 사람이 서로 아는 척을 하며 다가오는 사람을 볼 때마다 나는 왠지 모를 부러움을 느끼며 걸었다.


그렇게 한 두번씩 고개를 뒤로 돌아보다가 스스로의 처지를 생각한다.


‘그렇다 나에게 이 학교에 친한 사람은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니 아무런 기대도 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나는 계속하여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을 벗어나려고 하여도 벗어날 수 없는 마치 무엇인가에 이끌리듯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아마 그 사람은 나에게 결코 돌아올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기다릴 수 밖에 없는 것 또한 나는 알고 있었다.


그런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니 스스로에게서 한숨이 나왔다.


운동장

그런 생각을 하는 중에 도착한 곳은 운동장이었다.


운동장에는 사람이 많이 있었다.


‘그래.. 그랬었지..’ 나는 입학식을 한 그 날이 떠올랐다.


그 당시에 아무것도 몰랐었다.


‘왜 운동장에 있어야하고 왜 운동장에 모여 있는지를..’ 그 이유를 조금 뒤에서야 알았다.


학생회 사람들이 큰 표지판을 들고 왔다.


크기를 보더라도 많이 무거울 것 같지만 그것을 한 명이서 들고 온다.


아마 2명이서 들어도 힘들 것인데 태연한 표정으로 걸어오고 있는 것을 보고는 유도부 사람인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큰 표지판을 땅바닥에 심는다.


그것을 혼자서 하는 것은 아니고 여러 명의 사람이 몰려와 삽으로 모래를 퍼낸 뒤 그 위에 나무 표지판을 올리는 것이다.


도대체 왜 그렇게 하는지 이유를 아직까지 알 수는 없지만 그냥 그렇다고 생각하기로 다짐하였다.


표지판이 붙여지자 학생들은 우르르 몰리기 시작한다.


“잠깐 기다려..”


“어디를 만지는거야.”


“아 미안.. 그렇지만..”


“저기 자..잠깐.. 꺄아악.”


“거기 다들 비키라고.” 서로가 서로를 밀며 서로 물러서지 않는 공간.


그 풍경은 입학식날과 그 다음 2학년 입학식날에도 변함이 없었다.


나는 그 길을 뒤로 한 채 운동장 왼쪽 방향으로 간다.


운동장 정면에는 본교가 있다.


말 그대로 본교에는 학생들의 교실과 교무실 등 대다수 학교생활에 필요로 하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강당이 있으며 강당은 대다수 행사나 체육시간, 동아리 이외에는 개방하지 않는다.


그와 반대로 왼쪽에는 폐쇄가 된 교실이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교실은 아니다.


거미줄이 잔뜩 쳐져 있는 그 교실은 공기보다 먼지만 쌓여 있는 곳이었다.


동아리동

발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먼지가 차올라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아마 그 날 이후로 이곳은 폐쇄가 된 건물로 그러니 약 1년 넘게 방치되어 있었다.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말 그대로 싸늘한 콘크리트 벽과 부서진 자물쇠 그리고 사물함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이곳에 추억이나 기쁨 그런 것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그 사건’이 일어나고 얼마 뒤 나는 이곳을 다시 찾은 적이 있는데 지금 그 풍경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때는 먼지라든지 거미줄이 없었지만..’ 나는 잠시 들렀다 갈 예정이었지만 문득 그 방을 열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의 나는 그 문을 열어보지 못했었다.’ 평소 그 문은 나에게 낯설지도 두렵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 날만큼은 두려웠었다.


왜인지는 알 수 없었다.


방문을 열려고 할 때 무엇인가 바스락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는 변칙적이었다. 큰 소리와 작은 소리가 아무런 규칙없이 일어났다

.

‘아마 이곳에 침입자가 있는 것 같았다.’


‘이곳에 훔쳐갈 것도 없는 것이지만 아마 등산객이 잠시 들른 것일까..’ 그러나 이런 폐가에 손님이라니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곳에 들어온 사람은 존재한다.


‘그렇다면.. 나와 같은 호기심을 가진 사람인가..’


‘아니다. 애초에 보통 학생이라면 이곳에 접근하지 않는다.’ 이곳은 금지조치가 내려진 곳으로 자칫 잘못하면 퇴학까지 당할 수도 있을 정도로 이곳을 밝히길 꺼려한다.


‘그래..’ 이곳은 이번 학기를 뒤로 폐쇄가 될 예정이었던 것이 방금 생각났다.


‘그것이 왜 지금 생각났던 것일까..’ 그때의 광경이 떠올랐지만 나는 그 광경을 지웠다.


검도부실

무엇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그 틈을 찾고.. 서서히 다가간다 . 눈을 감은 상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말 그대로 느껴지는 것을 파악하고.. 올바르게 포착한다.


나는 움직임을 감지하고 그곳을 손으로 내쳐쳤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무엇인가 떨어진다.


“.....” 아무래도 잘못 본 것 같다. 그곳에는 생쥐가 있었다.


아마도 폐쇄가 된 이래에 이곳에서 지내고 있는 것 같다.


학교 뒤에는 산이 있고 더 높은 곳에는 작은 절이 있다.


그리고 나는 시간이 날 때면 그 절에 들르곤 한다.


오늘도 온김에 들를 생각이었다.


생각해보니 새해가 지났음에도 나는 그곳을 가지 않았다.


그 사건 이후로 자주 가게 되었지만 이상하게도 학교를 떠나 있는 동안 그곳에는 가지 않았다.


왜 그랬는지는 스스로 알 수 없다.


그렇게 안심을 하고 그 곳을 나올 때였다.


무엇인가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탕탕탕..’ 누군가가 철문을 두들기고 있다.


방금 들린 소리는 쥐가 아닌 사람이 두들긴 소리였다.


“누구 계세요?”


‘탕탕탕 ’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탕탕탕..’ 매번 다른 패턴으로 문에 말을 걸고 있다.


그러나 문은 답을 할 수 없다.


아니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인간이라면 이런 녹슬고 낡아빠진 곳에 사람이 산다고 생각을 하지 못할 것이다.


아니면 무엇인가에 집중되었거나 긴장이 되어 사리분별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가령 높은 무대를 선다든지 말이다.


아마 누구에게라도 한번쯤을 있을법한 기회이다.


나는 그 사람의 목소리톤을 듣고는 어른이 아니라는 것을 판단한 나는 그 사람에게 모습을 드러내었다.


높은 울림의 탓에 남자라고 생각하였지만 나의 생각과 달리 여자가 서 있었다.


노란색으로 염색된 그리고 조금 짧은 머리 그 머리는 나에게도 익숙한 머리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 학교를 입학하는 여학생 대부분 저런 머리를 하고 온다.


‘유행일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때론 그것을 질문하고 싶었지만 무엇인가에 막혀 하지 못하곤 하였다.


‘그리고 현재는 그런 질문조차 할 수 없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런 질문보다 우선 상식적인 질문으로 상대방을 안심시킬 필요가 있다.


그 소녀는 나의 모습을 알아차린 듯 고개를 돌렸다.


“누구세요?”


“이 학교의 학생이지만.. 너는?” 나는 그녀의 넥타이를 봤다.


시리하라 고등학교의 특징중의 하나로 1학년의 경우 빨간색, 2학년은 초록색, 3학년의 경우에는 검은색으로 점점 색깔이 어두워지는 형태였다.


나의 옆에 있는 여자는 1학년 넥타이를 하고 있었고 나는 검은색 넥타이를 두르고 있었다.


“아 넥타이를 보니 3학년이군요.. 실례하였습니다. 저는 이번에 입학하게 된 아리카와 유키라고 합니다. 검도부에 관심이 있어 찾아왔습니다만 혹시 아시는 분이 있습니까?”


시리하라 고등학교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모든 학생이 동아리에 들고 방과후 활동을 해야한다.


물론 3학년이 되어서는 자율참가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1학년이라고 하더라도 동아리에 관심이 있어 찾아온 놈은 내가 알고 있는 한 아무도 없었다.


그만큼 이놈에게는 동아리라는 존재는 크게 느껴졌다.


‘그런데.. 어떻게 말을 해야할까.’. 검도부는 이미 폐부가 되었다.


동아리 방으로 주어진 이곳은 청소도 되어 있지 않았고 먼지와.. 벌레만 가득하다. 이 학생과 이전에 만난 적도 없다.


‘나는 이 학생에게 무엇이라 전해야 할까..’


‘있는 사실 그대로 학생에게 전해주어야 할까.. 그렇게 되면 이 학생은 상처를 받지 않을까..’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그런 대답보다 만약 그 사람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대답을 구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이곳에 없다.


‘그렇다..’ 그 사람은 더 이상 나를 만날 리가 없다. 나는 지금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미안하지만 검도부는 작년에 폐부를 했어. 진로과의 사람들이 말을 해주지 않았는지?”


나는 소녀에게 있는 사실을 그대로 담담하게 말을 하였다.


상냥하게 말을 하였을수도 있었지만 담담하고 나름대로 진지하게 말을 하였다.


왠지 모르게 이 학생이라면 이런 사실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근거 없는 사실이긴 하였지만..’ 소녀는 잠시 망설였다.


“하하.. 역시 그 말이 사실이었군요.” 소녀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말 선택을 잘못한 것 같아 소녀에게 미안하였다.


“미안..”


“어째서 선배가 미안하신거에요?”


“나는 검도부의 소속이었지만 부의 해체를 막지 못했고 어느정도 책임은 가지고 있어.”


“과연.. 그렇군요.”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이곳을 떠돌고 계신건가요? ”


“뭐 그것도 있지만...” 밖에서 누군가 사람 이름을 불렀다.


“유키? 거기 있어? 곧 입학식이 시작하니까 빨리 나와줘.” 밖에서 다른 여자가 목소리를 떨면서 말을 하였다.


“정말이지.. 무서운 것은 참지 못한다니까..” 유키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출구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선배 나중에 이야기 할 수 있어요?”


“상관은 없지만 그렇게 좋은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해.”


“그렇지만 이야기만이라도 듣고 싶어요. 이름좀 가르쳐 주시겠어요?”


“신스케.”


“네 다음에 뵈요.” 소녀는 손을 흔들고는 밖으로 나갔다.


“정말이지 아야네는 무서운 것을 참지 못한다니까.”


“보통 그런 것은 무섭지요.”


“그렇긴 하지만 아야네는 유독 심하다니까.”


“아무튼 서둘러야해. 곧 입학식이 시작이야.”


“응.”


“그런데 안에서 누구와 이야기 한거야?” 조금전까지 침착하던 유키의 표정이 변했지만, 주변에 시선이 끌린 아야네는 그런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응? 아니야 착각이겠지.”


“그런가 잘못 들었나..” 아야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강당으로 뛰어갔다.


‘이야기라..’ 별로 내키지는 않지만.. 나는 입학식이 시작되는 종소리를 듣고

그곳을 떠나 운동장에 표지판이 있는 곳으로 왔다.


운동장

운동장 주변은 마치 태풍이 지나간 듯 고요하였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사람이 많이 있었을텐데 더 이상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나는 조심스레 3학년 표지판에서 나의 반을 확인하였는데 3-C 이것이 나의 반이었다.


본교는 총 6층으로 되어 있다.


1층에는 교장실과 교감실 그리고 식당이 있고 2층에는 교사들이 모여 있는 교무실, 3층부터가 학생들의 교실로 3층에는 3학년이 4층에는 2학년이 5층에는 1학년이 나머지 6층에는 수업에 필요한 재료가 있는 창고나 혹은 실습실이 있다.


본교 3층

나는 그대로 3층으로 올라갔다.


아직 학생들이 강당에서 나오지 않았는지 조용하였다.


교실에 점점 가까워지자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1학년을 제외한 나머지 학년은 강당으로 향하지 않고. 교실에서 텔레비전으로 감상을 하는 것이 학교의 전통이었다.


3-C 교실안

교실의 문을 열자 모두들 나의 모습을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다시 관심이 없어진 듯 이야기를 다시 시작하였고 나는 맨 뒷자리 빈 좌석에 앉았다.


옆에는 창가가 있었고 조금 전까지 있었던 운동장과 그 옆에 있는 건물이 살며시 보였다.


아직까지 겨울이 지나지 않은 듯 화단에는 나뭇가지들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앞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서 학생들은 대화를 멈추고 앞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선생님이 아닌 일반 학생이었다.


자켓의 단추를 몇 개 풀어헤치고 넥타이는 엉성하게 메어져 있었다.


머리는 남들과 달리 길어보였다.


“아하하하.. 아무래도 교실을 잘못 들어온거 같네.” 그 소년은 멋쩍은 웃음을 짓고는 문을 재빨리 닫았다.


겉보기에도 무척이나 당황한 표정들이 보였다.


반의 아이들은 다시 수다를 시작 하였고 나도 바깥을 보며 시간을 적당히 떼우려고 하였지만 다시 뒷문이 열렸다.


모두들 고개를 뒷문으로 돌렸다.


“안녕. 이 교실이 맞지 뭐야 하하.” 소년은 그렇게 어울리지 않은 표정으로 들어왔다.


그러다가 앞을 보지 못하였는지 의자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시력이 좋지 않은 것일까..’ 교실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아야..”


‘바보.’ 나는 다시 흥미가 떨어져 서 고개를 밖으로 돌렸다.


밖에는 아무것도 없는 평화로움이 있었다. 갑자기 졸리기 시작하였다.


“하암..” 잠이 오는 것을 참았다. 적어도 담임의 얼굴은 보고 잠들어야 할 것 같았다.


그 소년은 점점 나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한번도 본적 없는 놈이지만..’ 아무래도 이놈은 나를 알고 있는 것 같다

.

기분 나쁜 웃는 표정으로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나는 그럼에도 그를 무시한 채 창밖을 보기 시작하였다.


어느덧 그는 나의 앞자리에 앉았다.


“안녕 신스케 몇 개월만이지?”


“....”


“오랫만에 나오니 춥더라구 그렇지?”


“아까는 교실을 잘못 찾아온 줄 알고 무척이나 당황했어. 봐봐 이 땀을..” 그는 나에게 소매를 걷어 땀이 난 부분을 보여주었다.


그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학생들의 시선이 보여서 나는 그의 소매를 다시 원래대로 되돌렸다.


“이제 관심이 생긴거야?”


“너 누구?”


“......”


“.....”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나는 관심 없는 표정으로 다시 밖을 쳐다보았다.


밖에는 학생들이 우르르 본교로 들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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