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주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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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1.09.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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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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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03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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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되주센! - 079

DUMMY

-다음날.



선민이와 서영이 일행은 어제 격렬한 전투를 치렀다. 방으로 돌아가려 하다 남고의 2차 요격군을 만나 그대로 전쟁을 시작했고, 수적 열세와 저하된 사기 속에 어떻게든 버티다 결국 새벽 3시 경에 전쟁이 끝이 났다. 너무 피곤한 나머지 그들은 방에 돌아갈 엄두도 못 내고 처음에 집결했던 입한 중앙고 연합군 사령부에서 잠들었다. 선생님들의 기상에, 그들은 7시 30분 경에 일어났고, 그대로 밥을 먹으려다 효성이를 빼먹고 어제 효성이 혼자 방에 들어간 것을 생각해냈다. 그래서 그들은 방으로 돌아왔다.



“......!”



“제군들, 이걸 보고 무슨 생각이 드는가.”



“진효성... 개새끼...”



“나 이제 효성이랑 안 놀래.”



그들은 방에 돌아와서 말을 잇지 못했다. 방 안에는 효성이와 승희가 같은 이불에서 다정하게 자고 있었다. 너무나 평화롭고 아름다운 그 모습에, 그들은 할 말을 잊었다.



“으음...”



“그냥 가자.”



“어... 뭐야?”



“친구여, 옆을 보게.”



“어... 아, 자, 잠깐만 얘들아 이건 그러니까...”



“비겁한 변명일 뿐이야! 이제 너는 동정따윈 필요 없겠지! 크아아악!”



눈을 뜨니까 애들이 나를 멀리하며 나가려고 한다. 무슨 일인가 하니 오해가 보인다. 승희랑 나랑 같이... 잤다고 생각하는거야, 이놈듵! 아 물론 잔 건 맞는데. 그 잔 게(?) 아니잖아!오해를 푸느라 아침부터 온갖 쌩 쇼를 펼쳤다. 승희는 숙취 때문인지 일어나서 머리 아프다고 헤롱헤롱 댄다. 어쩔 수 없이 승희를 챙겨주자 아이들은 또다시 나를 변태로 몰아간다. 아니라니까, 이것들이!







오늘도 대충 아침을 먹고 버스에 올랐다. 이제 조금 지겨울 정도다. 그러나 저러나 벌써 마지막날이다. 혼잣말하듯 말했다.



“아, 벌써 마지막날이네. 재미도 없었는데.”



“왜요, 재밌었는데. 오늘은 또 어디 갈까요?”



“생각해보니까, 저녁 때랑 드럽게 힘들긴 했는데 재미는 있었네.”



“그쵸? 서영이도 막 논 거 얘기하고 난리던데.”



옆에 앉은 유나는 재밌나보다. 웃으면서 재잘재잘 얘기한다. 나는 심드렁하게 창 밖 풍경을 보았다. 버스는 달리고 또 달린다. 뭐, 관광이야 뻔하다. 특별히 재밌었던 곳은 바로 승마 체험하는 곳. 한 번에 3명씩 타는데, 먼저 타는 애들과 돌아오는 애들을 보니 매우 재밌어 보였다. 정말 승희랑 둘이서 오붓하게 타보고 싶었지만 현실은 냉혹한 법. 별 수 없이 줄 서는 순서대로 나, 서영이, 유나 이렇게 셋이 타게 됐다.




“이랴! 이랴!”



“푸르릉.”



“오오오오!!”



천천히 걷던 말은 조련사가 소리치자 천천히 속도를 높여 뛰기 시작했다. 서영이는 좋아서 탄성을 내뱉었다. 유나도 깔깔대며 웃었다. 나도 재밌어서, 소리를 질렀다. 말이 뛸 적마다 엉덩이가 안장에 부딪혀서 되게 거시기 하긴 했지만. 오전은 금세 지나가서 점심이 되었다. 역시 어제처럼 아무 식당에 가서 밥을 때웠다. 사람이 꽤나 들어갈 수 있는 그 식당은 마당의 자갈밭과 재래식 화장실 처럼 생긴 화장실이 인상적이었는데,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이란 게 형편이 없어서, 흑돼지 두루치기? 이런 건데 세상에 껍데기에 털이 그대로 나 있는 게 있다. 우린 질색을 했지만 선생님이 대충 먹으라고 해서 그것만 벗겨내고 먹었다. 에효, 관광지라고 있는 게 이러면 어떡해. 오후에도 관광은 계속 이어졌다.



“자, 여기는 민속마을입니다.”



“......”



가이드의 말에 우리는 말없이 초라한 시골집을 쳐다봤다. 말이 민속마을이지, 별 특이한 것도 없다. 책에서 보던 정낭과 흑돼지 같은 것만 간단히 보여주더니 바로 어떤 방으로 우리를 데려갔다.



“이게 우리 마을 특산품인 흑 오미자에요. 오미자는...”



“에-”



“이건 원래 엄~청 비싼건데, 특별히...”



내가 관광을 온 건지 약장수 구경하러 온 건지... 완전 약장수랑 같은 분위기다. 귓등으로 듣고 무시하는데, 바보같은 서영이는 그걸 또 듣고서 사려고 한다.



“미친놈아, 왜 사!”



“왜, 건강에 좋데잖아. 엄마 사다 줘야지.”



“그게 불효야, 미친놈아!”



“맞아, 사지 마!”



나와 유나가 애써 뜯어 말려 서영이의 헛구매를 막았다. 오전, 오후 관광 빼놓을 것 없이 정말 더럽게 재미 없었지만 어제와 같은 일탈은 하지 않았다. 정말 어제 같은 불상사가 일어나면 어떡해. 오후 애매한 시간에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한 4시 30분 정도? 저녁이 7시인데 그 때까지 자유시간이라고 한다. 다만 선생님은 ‘효성이네 조처럼 연락두절되면 정말 벌점을 주겠다’ 고 엄포를 놓아 반 애들의 폭소를 유도했다. 아우, 약점 한 번 제대로 잡혔네... 우리 조 애들은 일단 숙소에 들어가지 않고 건물 앞에 섰다.



“이제 뭐더냐.”



“방에 죽치고 있는 것도 인자는 질리고.”



“효성아!”



“어... 승희야.”



애들하고 어떻게 놀 지 말을 나누고 있는데, 승희가 찾아왔다. 아... 생각지도 못했다. 당연히 조원들하고 놀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승희가 오자, 나를 제외한 다른 애들이 살짝 뒷걸음질 치며 나와 거리를 뒀다.



“뭐하는 거야!”



“둘이 노시유.”



“야, 그건 아니지...”



“서영이도 유나랑 놀고. 솔직히 수학여행 왔는데 여자친구랑 분위기 있게 놀아야지.”



“그래도...”



선민이가 나와 서영이를 밀며 말했다. 선민이는 괜찮다고 웃고 있지만 뒤의 상균이와 성찬이는 안 괜찮아 보인다.



“잘 가시구랴, 우리는 우리끼리 놀란다.”



“야, 야!”



선민이는 억지로 바둥대는 상균이와 성찬이를 끌고 저 멀리로 사라졌다. 남은 건 나랑 승희, 유나랑 서영이.










“......”



“오늘이 마지막이네-”



“아아, 그라제잉.”



“......”



할 말이 없다. 일단 네 명이서 걷고는 있는데. 나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승희의 혼잣말에 대답하는 건 서영이. 유나도 또한 말이 없다. 막상 이렇게 멍석을 깔아주니까 되게 어색하다.



“이딴 게 수학여행이었다니. 슬프다.”



“그래도 집에 가서 생각하면 재밌는 추억일껄? 효성이는 너무 욕심이 많아. 뭐가 얼마나 더 재밌어야 수학여행이야.”



“글세, 아무래도 일본 정도는 가 줘야 수학여행이지?!”



“일본! 나도 가 보고 싶다.”



넷이서 거닐다보니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 숙소가 바다에 있다면 그래도 되게 무드 있게 바닷 바람을 맞으면서 걸을 수 있을텐데, 이놈의 학교가 돈이 없나, 아니면 뭐가 안 되나 숙소를 그냥 애매한 도시에다 잡아놨다. 그렇다고 아주 큰 도시도 아니고, 시골도 도시도 아닌 애매한 수준. 결국에 그에 맞게 애매하게 거닐면서 잡담이나 하다 들어가 쉬고 저녁 먹고 방으로 들어왔다.



“오늘은 되게 날이 허무하네.”



“그러게. 한 게 별로 없어.”



다들 누워서 한 마디씩 했다. 이제 이것도 3일째니 지겹다. 첫 날은 소규모 전투, 둘째 날은 대규모 전투. 이제 더 이상 배게 싸움도 재미나진 않는다. 그렇다고 수학여행 마지막날을 이렇게 허무하게 보내기는 싫다. 가뜩이나 오늘 제대로 재밌었던 게 말 탄 거 하나밖에 없는데. 무얼 해야 할 지 고민하는 우리들에게, 마침 시기 적절하게 입한 중앙고 연합군 전령이 우릴 데리러 왔다. 사령부에 도착하여, 선민이가 연합군 장에게 물었다.



“뭐야, 오늘은 또 무슨 일이레?”



“오늘은 전투가 아니라... 이런 쪽지가.”



연합군 장은 어제 결투선언 쪽지와 비슷한 크기의 쪽지를 보여주었다.




‘중앙고 동무들아. 어제는 참 재밌게 놀았구나. 오늘은 우리가 화해의 의미로 선물을 들고 가마. 고등학교 수학여행, 마지막 밤을 불태우자꾸나. -입한고 연합군 대장’




“여기도 연합군 대장 같은 거 만들었었구나...”



쪽지 내용은 별로 보지 않고 얘네도 우리처럼 연합군 대장이란 게 있다는 게 더 눈에 띈다. 선물이라는 게 뭘까 고민할 사이도 없이 밖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문이 열리더니, 입한고 아이들이 검은 봉지 여러개를 들고서 우르르 들어왔다.



“친구들아!”



“??!”



녀석들은 봉지를 놓더니 다짜고짜 우리들을 껴안았다. 갑자기 급친한척을 하는 녀석들은 봉지에서 이것저것 꺼내기 시작했다. 소주, 맥주, 각종 마른안주, 과자 등.



“오~!”



“자, 불태우자!”



“오오, 이것이 뭐시여!”



아이들은 신이 나서 환호성을 질렀다. 대체 어떻게 저 대량의 술들을 산 거냐. 난 그게 신기했다. 게다가 나는 뭔가 내키지 않았다. 고등학생인데 술을 마시다니... 아니, 내가 딱히 뭐 범생이는 아닌데 술이나 담배 같은 건 확실하게 가린다. 찌질이고 뭐고 손가락질 해도 그건 변하지 않는다. 고등학생은 술을 먹으면 안 되!



“어, 효성아 어디가?”



“그냥 방에 갈게.”



“에에이, 이런 자리는 빼면 안 되는 거지. 안 내키면 조금만 마셔.”



“됐어, 술은 안 마실레.”



“우우우우!”



내가 일어나 나가려고 하자, 선민이가 나를 붙잡으며 말했다. 그 착한 선민이가 이런 때엔 또 빠지지 않는다. 뿌리치고 나가자, 일부 애들이 야유를 하며 나를 쳐다본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나왔다. 기분이 개운치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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