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주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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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1.09.29 13:55
최근연재일 :
2011.09.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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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20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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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되주센! - 071

DUMMY

아침 처음에 아무런 말도 없이 정적인 상태보다는 대화가 질적으로 많이 나아졌다. 산보를 마치고, 두 사람은 집으로 돌아왔다. 늦은 오전에 나갔기 때문에 어느새 점심 때가 다 되었다.



“자, 이제 밥이라도...”



“......”



아빠는 말하다 말고 멈췄다. 유나는 의문인 표정으로 마찬가지로 말없이 아빠를 쳐다봤다. 생각해보니까, 아빠는 요리를 할 줄 모른다. 효성이야 요리 하는 걸 꽤 좋아해서 스스로 배우고 또 엄마에게도 배워서 요리를 잘 하지만, 아빠는 전혀 그런 쪽에는 관심도 소질도 없다. 아빠는 미안한 표정으로 유나에게 말했다.



“유나야, 너 요리 할 줄 아니?”



“아니오.”



“그럼 우리... 점심은...”



유나도 안타깝게 요리는 승희 쪽을 닮아 별로 못한다. 게다가 여기선 효성이가 다 만들어주니까, 그저 얻어 먹을 뿐. 아빠가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하자, 유나도 표정이 굳었다.



“아아, 이를 어쩐다...”









한편, 나와 엄마는...



‘지글지글’



‘치이익-’



“자, 다 익었겠다. 많이 먹으렴 승희야.”



“네-”



우리는 갈비집에서 고기를 구워먹고 있었다. 엄마가 오래간만에 한 턱 내신다고 승희까지 불렀다. 승희는 조신하게 앉아서 우아하게 고기를 상추에 싸 먹었다. 옆에서 보고 있던 내가 다 씨익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위화감이 든다. 엄마가 있으니까, 아무래도 평상시의 털털한 승희는 아닌 모양이다. 나도 잘 익은 고기를 하나 젓가락으로 들어 입으로 넣으며 한 마디 꺼냈다.



“그나저나, 아빠 잘 하고 있을까요?”



“아마 못할껄, 그 양반은.”



엄마는 쌈을 하나 가득 싸서 드시며 말을 이어 나가신다.



“워낙 소심해야지, 특히 ‘여자’ 한테는.”



“아무리 그래도, 손녀인데.”



“느 아빠는 손녀든 아줌마든 아가씨든 다 같은 여자로 쳐버리거든.”



엄마가 심드렁하게 대답하자, 승희는 눈을 크게 뜨고 고기를 우물우물 씹으며 말했다.



“유나랑 너희 아버지랑 어색해?”



“어, 온 지 몇 달 됐는데 아직도 말 한 마디 못 나눠.”



“에- 그럼 밥 먹을 때는?”



“어색하지. 그런 것 보다는 그냥 자리 배치를 최대한 멀리 하지.”



“진짜 어색하겠다 그러면.”



승희의 대답에, 엄마는 젓가락을 흔들며 말씀하셨다.



“그러니까 말이야. 효성이 아빠 만날 적에, 진짜 완전 숫기도 없고 남자가 말도 한 마디 못하고, 참 나도 그런 사람 만나서 잘도 애 낳고 키웠다니까.”



“그런 건 효성이랑 조금 비슷하네요.”



“효성이도 그러니?”



“네, 많이 그러는 건 아니고, 조금...”



“에유, 닮으라는 건 안 닮고 그런 걸 닮아가지고...”



엄마랑 승희는 어느새 수다를 떨면서 내 흉을 보고 있다. 사실 승희가 우리 집에 와서 엄마랑 많이 마주치긴 했는데 이렇게 대놓고 많이 얘기 하는 건 처음이다. 보니 마치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사이좋게 얘기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묘하다. ...아니 그보다 시어머니랑 며느리가 맞잖아!




“후루룩.”



“후루루루룩.”



식탁에는 냄비 하나와 김치 그릇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 김치 그릇도 김치를 그릇에 정갈하게 담아놓은 게 아니라 그냥 냉장고에 들어있던 통 채로 놓아서 흉하다. 아빠와 유나는 라면을 먹고 있었다. 하지만 상차림을 보면 평소 요리를 전혀 안 해본 아빠의 솜씨를 엿볼 수 있다. 아빠는 미안해하며 말했다.



“미안하구나, 유나야.”



“네?”



“할아버지라고 있는 사람이 할 줄 아는 요리가 이런 것 밖에 없어서.”



“괜찮아요, 맛있어요.”



“허어... 그러니?”



유나가 생긋 웃으며 말하자, 아빠는 미안한 표정에서 살짝 미소를 띄었다. 유나가 정말 아무 가식도 없는 순수한 미소를 지어서, 아빠는 조금 기분이 나아졌다. 유나는 라면을 한 젓가락 먹더니 말했다.



“아빠가 끓여주는 것보다 더 맛있는 거 같애요. 뭐 비법 같은 거라도 있어요?”



“글세다. 할아버지가 예전에 젊을 때 자취를 했었거든. 그 때 라면만 잔뜩 먹어서. 오래간만에 끓인건데 어때 맛있니?”



“네, 엄청엄청 맛있어요!”



“그러니, 허허.”



아빠는 유나가 막 칭찬해주자 기분이 되게 좋아졌다. 그리고 되게 묘한 기분이 들었다. 겨우 45살인데 할아버지 소리 듣는 것도 그렇고, 유나 덕에 문득 이십 여년 전 거지같은 대학교 자취 생활도 기억이 나고 해서 그랬다. 그리고 요리도 못 해서 끓여준 라면을 몇 번이나 맛있다고 잘 먹어주는 유나가 측은하고 귀여웠다. 아빠는 손을 뻗어 유나 머리를 쓰다듬었다. 유나는, 평소 효성이도 많이 하던 짓인지라 눈을 감고 느꼈다.(?) 아빠와 유나는 조금 더 친해져서, 얼마 되지도 않는 설거지를 같이 했다. 점심 먹은 걸 다 치우니, 둘은 또 할 짓이 없어졌다. 아까처럼 TV를 보면 더 어색해질 것 같다. 아빠는 또 필사의 노력을 다해 할 짓을 찾아봤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아빠는 표정이 밝아지며 유나에게 말을 걸었다.



“유나야, 너 운동 좋아하니?”



“운동이요? 무슨 운동이요?”



아빠는 유나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안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뒤 나온 아빠의 손에는 배드민턴 라켓 2개와 흰 깃털이 달린 공 몇 개가 들려 있었다.



“싫지 않다면, 할아버지하고 운동하러 가자꾸나.”



“예!”





-입한중학교 운동장. 학교의 운동장은 텅 비어있다. 트렉 주변을 아줌마들 몇 명이 돌고 있을 뿐, 운동장은 황량했다. 쌀쌀한 가을 바람이 불어 약간 모래먼지까지 나서, 운동장은 되게 을씨년스러웠다. 제법 쌀쌀해진 탓에 유나가 오들오들 떨었다. 옷을 너무 얇게 입고 온 모양이다. 둘은 적절히 바람이 안 드는 곳에 자리를 잡고 운동을 시작했다.



“춥니?”



“네... 조금요.”



“운동 하자꾸나, 그럼 덜 춥겠지.”



“네.”



아빠가 먼저 공을 들고 서브를 쳤다.



‘툭.’



‘탁.’



‘터억!’



“으앙.”



“이런, 너무 세게 쳤나?”



“괜찮아요.”



아빠가 세게 친 스파이크에, 공이 아득히 멀리 날아갔다. 유나가 팔을 쭉 뻗고 점프까지 했지만 라켓 위를 아슬아슬하게 지나서 넘어갔다. 아빠가 미안한 목소리로 말하자, 유나가 괜찮다고 하고 종종걸음으로 뛰어가 공을 주워와 다시 서브를 쳤다.



‘툭’



‘툭!’



‘타악!’



“......”



“하아... 하아...”



“헉... 헉...”



이럭저럭 계속 치다보니 둘은 조금 지쳐서 숨을 헐떡였다. 쌀쌀한 바람에 느꼈던 추위는 온데간데 없고 어느새 땀이 조금 맺히기 시작했다. 아빠는 회사에서 배드민턴 동호회에 들어서 자주 치시고 또 그나마 있는 취미가 배드민턴이라, 아마추어 수준은 되신다. 그래서 되게 잘 친다. 하지만 유나도 승희의 운경신경을 이어받아서 못하는 운동이 별로 없다. 젊음과 운동신경을 무기로 아빠에게도 그다지 밀리지 않았다. 아빠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이마에 맺힌 땀을 손등으로 쓸어 넘기며 말씀하셨다.



“상객보다 잘하는구나, 유나.”



“헤헤, 배드민턴 좋아하거든요.”



“잘됐구나. 나도 좋아한단다.”



운동을 하니 둘의 어색함은 서서히 사라졌다. 역시 운동이란 것은 이런 것일까. 서로 땀흘리며 라켓을 휘두르고 웃고 떠들고 하다보니 둘의 친밀감은 조금씩 전진했다.



“아유, 따님이 참 예쁘네요?”



“네?”



“아빠하구 딸이 아주 보기 좋네요. 에휴, 우리 집사람은...”



“아하하.”



트랙 주위를 돌던 아주머니들이 두 사람을 보고 한 마디씩 하고 지나간다. 아빠는 할아버지와 손녀 관계를 아빠와 딸 관계로 오인한 아줌마들을 보고 헛웃음을 지었다. 뭐 사실 그쪽으로 보는 게 대부분이겠지만.



“히히...”



“허허허...”



둘은 이유 없이 웃었다. 아빠도 즐거웠고, 유나도 재밌었다. 배드민턴을 조금 더 친 후, 둘은 집으로 돌아왔다.


작가의말

흙흙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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