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주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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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1.09.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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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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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09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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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되주센! - 085

DUMMY

-다음날, 일요일.




“그럼 오늘은, 봉사활동이다.”



“으으... 황금같은 주말 이틀동안 뭐하는거야...!”



오늘따라 아침부터 쌀쌀하다. 봉사활동 하기로 나온 날 이래 추워버리면 어떡하니... 서영이는 불평 불만이 심하다.



“내가 진짜... 에휴, 무슨 봉사활동을... 애초에 내가 하고 싶어야 봉사활동 아니야? 근데 내가 하기 싫은데, 학교에서 시킨다고 하면, 그게 봉사활동이야? 그냥 개수작이지!”



“나한테 말하지 말고 교장한테 말해 이놈아. 나도 짜증나니까.”



서영이의 불평을 간단하게 제압하고, 승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근데, 어디야?”



“응, 버스 타고 좀 가면 되.”



승희가 말한 장소는 어디 노인정이라고 한다. 버스 타고 시골 쪽으로 가서 내리면, 그 동네 노인정 겸 마을회관이 나오는데, 거기서 청소하고 좀 있으면 거기 이장님께서 바로 6시간 찍어주신다고 한다. 게다가, 날조로 어제 3시간 한 걸로도 쳐서 오늘 1~2시간 청소한 것만으로 완벽하게 봉사활동이 끝난다고 하니, 그야말로 대단할 따름이다. 승희 말로는 승희네 아버지께서 어떻게 아는 분이라 그리 된다고 하던데... 어쨌든 다행이다, 안 그랬으면 꼼짝없이 봉사활동을 8시간이나 해야 하잖아. 나도 솔직히 위에 서영이가 말한대로, 하기 싫은 봉사활동 억지로 하고 싶진 않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탔다. 뒷자리에 우르르 몰려 가 앉으니, 시골 버스는 특유의 탈탈거리는 엔진소리를 자랑하며 출발했다.



“이렇게 쭉 앉아있으니까, 접때 바다 놀러갔을 때 생각난다잉.”



“하하, 그때.”



“그 때 효성이 초등학생 때 애인도 만났었지, 아마?”



“아아이, 승희야 그게 아니라... 그니까...”



에구, 저놈의 이서영이. 서영이는 별 의미 없이 말했지만 거기서 승희는 눈을 날카롭게 빛내며 나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나는 또 승희에게 변명하느라 손을 내저으며 변명했다. 몇 번을 설명해도, 승희는 별로 알아먹질 않는다. 뜻밖에 내가 이렇게 털리고 있자 서영이는 유쾌하게 웃는다. 적절하게 유나가 비웃는 서영이 뒷통수를 한 대 때렸다. 열심히 변명하고 있는 나, 듣지도 않고 고개를 돌린 승희, 왜 때리냐고 고래고래 큰 소리를 치는 서영이, 맞을만 하잖아! 하면서 맞대응 하고 있는 유나. 네 명이 함께 뒷자리에서 떠드니 꽤나 시끄럽다. 시골버스니까 가능한 매너지, 도시에서 이러면 혼나겠지.



한 15분정도 가서, 승희가 내리자는 데에서 내렸다. 처음 와 보는 곳. 그리고 엄청 시골이다. 예전에 살던 그 시골과 비슷하다. 정류장에서 조금 걸으니 금방 ‘마을회관’ 이라고 써 있는 작은 건물이 보인다. 우... 뭔가 들어가기 두렵다. 들어가면 노인 분들이 많이 계시겠지? 그럼 들어가면 ‘뉘시유...?’ 하면서 우릴 쳐다보겠지. 뭔가 뻘줌하다. 승희가 당당하게 건물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뉘시유...?”



내 예상대로, 안에는 노인 분들이 계셨다. 하지만 예상만큼 많이 계시진 않고, 할머니 몇 명에 할아버지 두 분 정도 계신다. 우리는 승희 뒤에서 쭈볏쭈볏 노인 분들에게 인사했다. 승희는 야무지게 말했다.



“저, 봉사활동 하러 왔는데... OOO씨 라고 하면 아신다고 하던데.”



“이~ OOO이! 갸 딸인감!”



“아뇨, 아빠 친구분이라고 해서...”



“아빠는 또 누구여!”



“XXX이신데...”



“어허이! 갸 딸이 이렇게 컸어!”



할아버지는 승희를 보고 웃으며 큰 소리로 말하신다. 할머니들은 수군수군 뭐라고 말씀하신다. 우리는 무안하게 서 있었고, 승희는 그저 웃기만 했다. 잠시 뒤 할아버지가 연락해서 어떤 아저씨가 왔다.



“아유, 잘 왔다. 너희들이 봉사활동 하러 온 애들이니?”



“네.”



“그래, 화장실 가 보면 청소 도구랑 다 있을거야. 거기 먼저 청소 해주렴. 난 여기 있으마.”



사람 좋게 말한 아저씨는 그렇게 말씀하시며 자신을 부른 할아버지 옆에 앉았다. 할아버지는 웃으며 우릴 쳐다보셨다. 우린 억지 웃음을 지으며 할아버지께 인사 드리고 얼른 빠져나왔다.



“어휴, 어색해서 혼났네.”



“왜~ 할아버지 할머니들인데.”



“그러니까 어색한거지.”



화장실에 도착해서 한 마디씩 했다. 아무래도 나이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시니 뭐라고 해야할지 난감하다. 그보다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 두분 다 안 계신다. 내가 어릴 적에 돌아가셔서... 유나도 할아버지 없고 할머니만 있는 상태로 자랐다고 하니 비슷하다. 화장실은 생각보다 더러웠다. 하긴, 생각해보면 노인정에서 누가 청소를 할까. 우리야 학생이니까 우리가 청소하고, 공적인 건물엔 환경 미화원이나 그쪽 직원들이 청소를 하겠지만 이런 마을회관에는 그런 혜택이 올 리 만무하다. 아저씨가 오셔서 친절하게 고무 호스가 있는 곳도 알려주셔서 직접 고무 호스를 수도꼭지에 연결해주셨다.



“이렇게 물 뿌려가면서 팍팍 청소해. 찌른네 안 나게.”



“네~”



서영이가 한 손에는 호스를 들고 한 손에는 빗자루를 들었다. 손으로 적절하게 호스 끝을 눌러 물살을 세게 하면서 빗자루로 팍팍 밀었다. 나는 변기 닦는, 큰 칫솔 같은 걸로 오줌 싸는 변기를 닦았다. 오줌 냄새가 많이 난다. 승희는 화장실 쓰레기를 버리러 갔고, 유나는 변기를 청소했다.



“으~ 냄새.”



“훗. 지각으로 화장실 청소 당번이 된 게 이 때에 도움이 될 줄이야. 그야말로 인생사 세옹지마구나!”



서영이는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신속하고 정확하게 물을 뿌리며 빗자루질을 했다. 서영이가 지나가는 길은 반짝반짝 빛이나고, 서영이가 뿌리고 닦은 물은 구정물이 되어 앞으로 나아갔다. 그야말로 화장실 청소의 신이다.



“이야~ 서영이 잘하네?”



“하하, 이건 내 전공이지!”



“서영아, 이쪽도!”



“오케이!”



쓰레기통을 비우고서 돌아온 승희가 보고서 한 마디 칭찬하자, 서영이는 신나서 웃으며 대답했다. 나와 같은 솔로 변기를 닦던 유나가 도저히 안 되겠다는 표정으로 서영이에게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서영이는 신이 나서 변기에도 물을 뿌리며 빗자루로 팍팍 닦았다.






“청소 끝~”



“야, 신난다!”



한시간 반 정도 지나, 청소가 끝이 났다. 비단 화장실 뿐만 아니라 현관 정리에 마을회관 주변, 거실 등도 청소를 했다. 화장실이 특히 더러웠을 뿐이지, 나머지 곳들은 깨끗해서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래도 이렇게 봉사를 하니 기분이 나름 상쾌하다. 청소를 다 끝내자, 아저씨가 오셔서 말씀하신다.



“아유, 다들 잘 해줬구나. 근데 하나만 더 부탁해도 될까?”



“네?”



“할아버지 할머니들하고 말동무나 해 주렴. 어깨도 주물러 드리고. 뭐, 다들 손자 손녀 있으신 분들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젊은이들이 찾아왔는데 보고 싶다고 얼마나 말씀하시던지, 허허.”



“네...”



우리는 껄끄러웠지만 알았다고 대답했다. 그런 것보다 하겠다고 하지 않으면 왠지 도장을 안 찍어줄 것 같다. 쭈볏쭈볏 노인정으로 들어갔다.



“허허, 그러니까 네가 XXX이 딸이라는 거지?”



“네.”



“하이고야, 갸가 쪼매날 때 이러고 읍내에 학교 댕겼는디 벌써 그 딸이 이래 처녀가 됐어?”



“헤헤헤.”



승희는 어떻게 승희 아버지가 이 마을 출신인가보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랑 잘 논다. 서영이는 굳어서 말 없는 할아버지 어깨를 주무르고 있다.



“여... 여기요?”



“으흠, 조금 더 밑에.”



“네, 네...”



서영이 답지 않은 모양이다. 유나도 할머니들이랑 금방 재밌게 놀고 있고, 나만 겉돌고 있다. 나도 그냥 승희 쪽에 끼여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랑 얘기하고 놀았다.



그렇게 주물러 드리고 놀고 재롱떨고(?) 하다보니 금세 1시간이 지났다. 그 사이에 아저씨가 어디 갔다가 오셨는데, 꽤 큰 도장을 들고 계신다.



“자, 그 봉사활동 종이인가 어딨니? 도장 찍어주게.”



“와~!”



“감사합니다!”



우리는 각자 주머니에서 토요일, 일요일 치 종이를 꺼냈다. 아저씨는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갸웃 하며 말씀하셨다.



“이거이거... 2시간 일하고 9시간으로 둔갑해? 원래 이러면 안되는데...”



“에헤헤헤헤...”



“자, 다들 수고했다. 정말 고맙다.”



‘쾅.’



아저씨는 잠시 간을 보시다가 우리가 어색하게 웃자 도장을 찍어주셨다. 야, 이제 끝났다. 뭔가 공허하다. 이거 도장 찍으려고 이렇게 아침부터 고생을... 그래도, 어제와는 다르게 점심 먹기도 전에 다 끝나서 다행이다.



“에이, 점심이라도 먹고 가지.”



“아니에요, 가볼께요 할머니 할아버지!”



“건강하세요!”



“이이, 그랴, 언제고 또 놀러들 와!”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손을 흔들며 우릴 배웅해주셨다. 수더분하고 꾸밈없는 노인분들의 모습에 우리는 마음 깊숙한 곳에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드르륵.’



이제는 일상이 된 0교시 시작 전 풍경. 떠들고 있다가, 담임 선생님이 오면 얼른 다들 자세를 잡고 입을 다문다. 선생님은 또 평소와 같이 조금 비장한 목소리로 무언가 전달 사항이나 하실 말씀을 하신다.



“이제 곧 수능이지?”



“네.”



“너흰 멀어 보이지? 금방이다.”



“에에이~”



“하하하.”



선생님이 놀리듯 말하자 애들은 야유를 보냈다. 그 야유에 선생님은 재미있으신지 가볍게 웃으시고는 말을 이어나가셨다.



“어찌됐건, 곧 3학년 수능이니까, 학교에서 3학년 수능대박기원으로 떡을 산다고 한다. 그래서, 떡 값을 내라.”



“네?”



“떡값 내란다.”



“아~”



“말도안돼!”



“우우우우!”



아이들은 함성을 지르며 싫어했다. 아니 생전 모르던 선배들이 무슨 수능을 보겠다고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우리 돈으로 떡을 산단 말인가. 선생님은 격하게 싫어하는 아이들을 보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휴, 이래서 대한민국 미래가 암울한거야. 언제 이렇게 고등학교 선후배 관계가 개 떡이 된건지.”



“우우우우우!”



떡 사는 데 돈 쓰는 것 말고도 다른 게 더 있다고 한다. 과자를 사서 수능대박을 기원하며 3학년 형 누나들에게 드리는 것. 이것에 대해, 대다수의 학생들은 부정적 입장이다. 알지도 못하는 낯선 자들에게 자신의 돈을 쓰기는 싫다는 거다. 뭐, 난 그다지 반대하지만은 않는다. 입장 바꿔서 우리가 고 3 됐을 때 모르지만 그래도 후배라고 있는 애들이 과자나 떡 사서 준다면 나름 기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다.



오늘은 무슨 날이라고, 3학년들은 오후에 점심도 안 먹고 다 갔다. 하지만 과자를 주는 이벤트 날이라, 문은 잠궈있지 않았다. 그보다도, 평소에 문 자체를 별로 잠그지 않는다. 저녁시간이 돼서, 우리는 과자에 여러 글귀를 적은 뒤 저녁시간에 몰래 3학년 교실의 책상 위에 두고 왔다.



“3학년들, 답답하겠다.”



“그러게요, 수능이라니. 정말 힘들겠어요.”



유나는 마치 남일처럼 내 말에 대답했다. 나는 설마 하는 심정으로 물어봤다.



“왜, 너흰 없냐?”



“네, 그런 건 꽤 오래 전에 없어졌다고 하던데.”



“허어...”



유나가 항상 가끔씩 말하는 ‘미래’를 생각해보면 참 요지경이다. 11차 교육과정에, 교복도 없고, 추석도 없고, 수능도 없고. 그게 학교야?! 그건 그렇고, 이제 며칠 뒤엔 정말 수능이다. 어떻게 고 1이 끝나간다. 1년이 되게 빠르다. 이렇게 2번만 더 보내면 바로 우리도 수능이다. 마음이 조금 착찹하다. 그런 것도 그렇지만, 이제 유나가... 어떻게 사라질지 예상도 안가지만 애초에 올 때도 말도 안되게 왔으니까, 갈 때도... 올때처럼 그냥 사라지려나. 모르겠다. 그 생각만 하면 머릿속이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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