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주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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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1.09.29 13:55
최근연재일 :
2011.09.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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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28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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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아빠가 되주센! - 074

DUMMY

“어디야?”



“어, 음 그러니까... 배 뒤쪽으로 와!”



“배 뒤쪽?”



“그냥 뒤쪽으로 계속 걸어오면 넓은 데 있어.”



“알았어.”



전화를 끊고 승희 말대로 그냥 뒤로만 가다보니 과연 넓게 트인 곳이 나왔다. 배의 뒷부분이다. 우리가 조금 전까지 있던 뭍이 보이고, 뒤의 바다로는 패달이 돌아가는 흔적인지, 물거품들이 엄청 지나간다. 승희는 난간에 기대서 바람을 쐬면서 눈을 감고 있었다.



“나 왔슈.”



“여기 여기.”



내가 말하자 승희는 눈을 뜨더니 오른손만 움직여서 자기 옆을 두드렸다. 그리고는 다시 눈을 감고 바람을 느낀다. 승희가 두드린 대로, 옆에 가서 나도 난간에 기댔다. 오늘 승희를 처음본다. 승희는 밝은 색의 얇은 가디건에 꽤나 짧은 미니 스커트를 입었다. 수학여행이라고 차려 입고 왔나보다. 눈을 감고 있는 승희와 굉장히 잘 어울려서, 되게 예뻤다. 오늘의 승희는 더욱 예쁘다. 헌데 아까부터 바람이 많이 불고 있다. 바람이 불어와서 치마가 마구 흩날린다.



“승희야.”



“응?”



내가 부르자, 승희는 감았던 눈을 살짝 뜨고 곁눈질로 나를 쳐다본다.



“왜 짧은 치마 입고 왔어.”



“왜? 뭐가? 예쁘잖아.”



“그게 아니라. 남들이 보면 어떡하려고...”



“남들이 뭘 봐?”



“그... 그니까...”



뭐, 뭐냐면 그니까... 아이, 이걸 말로 해야 되냐고! 승희는 내가 우물쭈물 하자 살며시 미소 지으며 내 앞으로 왔다. 그러더니 살짝 나를 껴안으면서 속삭이듯 귀에 대고 말했다.



“에유, 이 심술쟁이. 이렇게 해 주면 용서 해줄꺼야?”



“......!”



승희가 나를 껴안은 건 처음이다. 게다가 속삭이는 게 되게 야하다. 이거 너무 야한 거 아니야! 수위가 이미 15세를 넘었다고!! 아, 우리 15세 넘었구나. 나는 얼굴이 빨개져서 뭐라 말도 못하고 가만히 난간에 기대고 있었다.



‘빠앙-!’



“와, 배 타니까 신기한 거 많다, 그치?”



“...어.”



승희는 나에게 떨어져서 다시금 난간에 기대 눈을 감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말했다. 나는 조금 무안해서 작게 대답했다. 아직도 심장이 두근거린다. 승희가 했다는 거에서, 저번에 키스 했을 때보다 더 떨린다. 승희 이거... 너무 야한 거 아니야. 배가 본격적으로 나가기 시작하자, 답답함을 느꼈는지 사람들이 많이 나왔다. 하긴, 나는 진짜 잠깐 있었지만 아무리 방이 넓어도 난방하고 사람도 그렇게 많으면 답답해서 그런 곳엔 못 있는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우리는 사람이 별로 없는 곳을 찾아 나섰다.



“2층 쪽으로 내려가면 괜찮지 않을까?”



“2층? 여기 층수도 있었어?”



“어, 여기가 3층이고. 내려가면 2층이지.”



“그래, 내려가보자.”



승희의 제안에 대답하고 걸었다. 아까 전만 해도 한산하던 복도는 부딪힐 정도로 사람이 많아졌다. 승희를 놓치지 않게 손을 꼭 잡고서 2층으로 내려왔다. 2층은 아무래도 남고 애들 영역인 것 같았다. 딱 보니 남중 때 지내던 애들 얼굴이 보인다. 괜히 뭔가 창피해져서, 애써 외면하려 했다.



“여, 이게 누구여. 진효성 아니여?!”



“아... 안녕.”



하지만 애써 외면하려 했지만 친구들이 우루루 몰려오며 말했다. 잠시나마 중학교 친구들을 외면하려 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6~7명 정도 되어 보이는데, 중학교 때 알던 애들 말고도 모르는 애들도 몇 명 있다.



“오랜만이네. 잘 지내냐?”



“우린 뭐... 중학교 때랑 같은 삶이지. 남중-남고.”



“그건 그렇고 네 옆에 있는 아리따운 처자는 설마, 설마, 설마!”



“오오오--!!”



녀석들은 잔뜩 과장된 몸짓과 표정으로 반응하며 한 발자국씩 나에게서 멀어졌다. 마음도 멀어진 것 같다. 승희는 이런 남고 애들의 반응에 웃었다. 하긴, 승희는 남고애들이랑은 연이 좋지가 않다. 만나는 애들마다 이 모양이니. 한 친구는 부러워하며 내 등을 탁탁 치며 말했다.



“진효성, 잘 생겼다.”



“뭐가.”



“에유, 우리는 이게 뭐냐. 다들 커밍아웃 할 기세야.”



“허허허, 그 소린 중학교 때도 하지 않았냐?”



“그런가? 키키키, 그래도 부럽긴 부럽다. 우린 아예 기회가 박탈되잖아.”



오래간만에 중학교 때 애들과 얘기하니까 재미나다. 승희랑 사귀고 부터는 남자애들이랑 거의 안 놀아서, 놀아봤자 서영이랑 노는데 서영이랑도 유나얘기 승희얘기만 해서 이런 대화를 접한 게 꽤나 오래 전 일이다. 하지만 조금밖에 얘기하지 않았는데 승희가 옆구리를 살짝 찔러서... 어쩔 수 없이 인사했다.



“그럼, 나 간다.”



“머야, 여자친구를 택하고 우릴 버리는거냐!”



“잘 있어라, 친구들아. 가자, 승희야.”



“우우우우~!!”



“진효성 개새끼!!”



“잘-생-겼-다!”



“멋-있-다~!”



친구들을 뒤로하고 승희 손을 확 잡고 걸어가며 뒤로 손을 싹 흔들어줬다. 애들은 그런 내 뒤로 마구 야유와 폭언을 퍼부었다. 그런대로 무시하고 걸어갔다. 이제야 겨우 한적한 곳을 찾았다.



“으흠-”



“음.”



나와 승희는 아까와 반대로 앞쪽을 향해서 난간에 기댔다. 배는 하얀 거품을 일으키면서 바다를 나아간다. 이제 우리가 있던 뭍은 잘 보이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제주도가 보이지도 않는, 망망대해다. 되게 묘한 기분이다.



“이제 좀 조용하네.”



“그러게.”



승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나도 별로 할 말이 없다. 한동안 둘이서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멍하니 바다만 봤다. 그러다 어색함을 못 이긴 내가 말했다.



“할 거 없네.”



“들어가도 할 거 없잖아. 그냥 놀아~”



“그래.”



“......”



“......”



“뭐하고 놀아.”



“그냥 있어 좀!”



승희는 나랑 그냥 같이 있는 게 좋나보다. 아니, 평소엔 그냥 같이 있어도 재밌는데, 오늘은 뭔가 그냥 있으니까 답답하다. 놀러 가니까, 재밌게 놀아야 한다는 압박감인가 이건? 바다도 질리고, 아까처럼 바다를 뒤로 하고 엉덩이 쪽을 난간에 기대 앉았다. 승희와 내가 찾은 곳은 구석 쪽이라 아까처럼 바람이 많이 불지도 않고 적절했다. 갑자기 머리가 빙글 한다.



“어... 어지럽네.”



“배멀미?”



“어, 갑자기... 음... 아우!”



한 번 핑 돌기 시작한 머리는 계속 돈다. 승희는 내가 괴로워하자 걱정되는 지 머리를 만져준다. 그렇다고 멀미가 나을 리는 없다.



“들어가 누워 있어야 겠다.”



“그래... 나는 뭐 유나라도 불러다 놀게.”



“어... 어우, 죽겠다.”



승희가 방까지 데려다 준다고 했지만 나는 괜찮다고 만류하고 휘청휘청 혼자 우리 방을 찾아 들어갔다. 선민이가 나를 반겨준다.



“왔어? 어유, 안색이 안 좋은데.”



“아우... 어지러서. 아파 보여?”



“어, 얼굴이 창백해.”



“멀민가봐... 좀 누워 있어야 겠다.”



그렇게 말하고서 누웠는데 바로 옆에 어떤 놈이 누워있다. 나와 똑같이 괴로운 듯 머리를 짚고서 얼굴이 창백하게 되어 있는 녀석은 바로 서영이. 눈을 감고 괴로워 하고 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서, 찰싹 가슴을 때려 깨웠다.



“억! 뭐야, 놀랬잖여.”



“너도 멀미냐.”



“어이구... 죽겄다, 아까부터.”



“나도 그런디...”



“같이 자자...”



“그려...”



멀미는 참 사람을 무기력하게 한다. 미식미식 거리기도 하고, 어지러운 데다가 몸에 힘도 빠진다. 동료인 서영이와 같이 그냥 잤다. 자는게 제일이다. 그리고 3시간 뒤-






“드디어...!”



“거 ‘드디어...!’ 되게 많이 하네.”



“여기가 제주도인가!!”



탈 때엔 환했는데 제주도에 도착하니 벌써 어둑어둑해지려 한다. 섬이라서 해가 빨리 지나? 그런 건 뭐 어떻든 상관없다. 우리는 한 마음 한 뜻으로 기뻤다. 하루종일 버스에, 배에, 피곤하고 힘들었다. 그치만 이렇게 어렵사리 도착했으니 어찌 기쁘지 않으랴. 피곤하고 힘들게 온 제주도이니만큼, 수학여행이니만큼 기대가 벅차올랐다. 아침에 선생님이 예언한대로 다시 배에서 내리자마자 버스에 탔다. 짜증날 만도 했지만 이제 이게 마지막 버스라는 생각에 애들은 다들 시끌벅적해졌다. 사실 배에서 많이 자서, 이제 잠도 오지 않는 게 더 크다.



“허허, 나 제주도 처음 와봐.”



“나도.”



“근데 뭐... 똑같은데.”



“그럼 뭐 제주도에는 일본어 써 있을 줄 알았냐?”



“뭔 개소리여.”



버스는 한시간 조금 못 되게 달려서 드디어, 정말 드디어 숙소에 도착했다.



“우으으아아!”



“와아아악”



“이것들아, 소리 지르지 말고 질서를 지켜!”



“우와아아앙!”



모두 버스에서 내리니 우리 학교 애들 뿐 아니라 남고 애들까지 합쳐져 숙소 앞은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선생님들이 제재하려 했지만 애들은 말을 듣지 않고 마치 난동부리는 것처럼 난동을 피운다. 우리도, 그에 섞여 얼른 엘리베이터에 탔다. 열쇠는 선민이가 미리 받아놨다. 413호... 선민이가 열쇠로 문을 열고 드디어 마침내 방에 도착했다.



“으아아아-!”



“나... 이제 죽어도 되...”



“겨우 도착했구나-!”



방에 도착하자 승찬이고 상균이고 서영이고 다들 뭐라 할 수 없는 감정을 최대한 말로 표현하면서 자연스럽게 가방과 옷을 여기저기 내려놓기 시작했다. 선민이는 ‘아우 아무리 남자새끼들이라지만 이렇게 오자마자 방을 어지르면 어떡하냐’ 면서 작은 방을 정해 거기에 옷과 가방을 몰아 넣자고 제안했다. 서영이는 그냥 납작 누워서 눈만 동그랗게 뜨고 듣지 않고 있고, 나도 그 옆에 누웠지만 성찬이가 잡아끌어 일으켰다. 그래, 조금만 움직이자. 오자마자 어지른 방을 대충 정리하고 다들 죽 누웠다.



“야...”



“응?”



“굳이 이렇게 까지 X같게... 수학여행을 와야 되냐?”



“...글세.”



“나 진짜 그냥 자고 싶당.”



서영이는 뭔가 감개무량한듯 울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이 그렇다. 그래도 아침에 말 들었을 때엔 12시간 이동이라길레 ‘에이 설마...’ 했는데 진짜 그만큼 이동하다니. 뭔가 억울하다. 성찬이도 상균이도 누워서 말이 없다. 우리 중 유일하게 정상인 같은(?) 선민이도 누워서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확실히 피곤하긴 했지. 지금 저녁시간인데, 다들 저녁 먹고 싶지도 않지?”



“...좀만 있다 가자. 저녁시간 언제까진데?”



“어. 우리같이 있는 애들이 많은가봐. 한시간 반 정도로 준다네.”



“그럼 진짜 한 삼십분만 누워있다 가자.”



“그래.”



우리는 누워서 숨을 골랐다. 자는 건 아니다. 버스에서, 배에서, 선잠이긴 하지만 잠은 정말 실컷 잤기 때문에, 잠이 오진 않는다. 누워 있으니까, 편하다.



“음...”



‘꼬르륵.’



“밥이나 먹자.”



“그래, 으이구... 으쌰.”



우리는 씻지도 않고서 다섯명이서 밥 먹으러 급식실 같아 보이는 곳으로 내려갔다. 학교 급식실하고 정말 똑같아 보였지만 다행히 줄이 길지 않았다. 밥도 급식 같았지만 그래도 돈 내고 온 숙소라 그런지 맛있는 반찬이 두 개는 되었다. 우리는 즐거이 밥을 먹고는 방으로 돌아왔다. 돌아와서는 선민이의 말에 의하면 아무 일정도 없다고 한다. 뭐, 지금이 8시인데? 그냥 자유시간이라고 한다. 다들 돌아가면서 씻고서, 이제 자리를 잡았다.


작가의말

수학여행은... 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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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76 치느
    작성일
    11.08.28 14:15
    No. 1

    제주도 .. 겁나 귀찮다 ..
    ... 요새 일이바빠서 잘 못갈뿐이지 애들 방학하면 제주도 고모집에서 놀았는데.. ㅣ
    왜 수학여행은 제주도를 가는건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1.08.28 20:11
    No. 2

    저는 정말 억울한게, 우리 윗 학년은 수학여행 일본으로 갔는데 윗학년 애들이 일본 가서 볍신같이 질서도 안지키고 X랄 많이 해서 우리학년부터 제주도 크리... 엌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2 큰소나무
    작성일
    11.09.21 06:55
    No. 3

    비행기만 12시간 타는것 보다는... 비행기, 공항대기 시간 합하면... 37시간 정도... 흙...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9 애상야
    작성일
    14.01.06 15:28
    No. 4

    요즘에는 비행기로 가면 저렴하겠지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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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아빠가 되주센! - 070 +5 11.08.18 731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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