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주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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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1.09.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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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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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13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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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되주센! - 089

DUMMY

다음날, 유나는 그럭저럭 나아졌다. 다행이다. 저번에는 아파서 학교도 못 갔는데. 약간 얼굴이 상기되어 있지만, 정말 괜찮다고 교복을 입는다. 둘이 집을 나서니 승희도 이제 많이 나아서 굳이 부축을 받지 않더라도 혼자 걸을 수 있게 되었다. 학교에서는 하루종일 자도 뭐라고 하는 선생님이 별로 없다. 나와 서영이한테는 그야말로 지상낙원이다. 어떻게 보면 지루할 정도다. 자고 싶은 대로 자고, 놀고 싶은 대로 놀아도 선생님들은 그냥 놀으라고 한다. 야~ 기분좋다! 게다가 또 뭔 날이라고 야자도 안하고 보충 9교시도 안하고 끝내줬다. 중학생이 끝나는 시간대랑 비슷하게 끝난 우리.



“유나야, 얼른 가자.”



“잠깐만요... 엄마랑 먼 저 가고 계세요. 저... 할 일이 있어서.”



“그려, 얼른 와.”



유나는 무슨 일이 있나보다. 얼른 6반에 가서 승희와 함께 교문을 나섰다.



“......”



“......”



꽤 오래간만에 둘이서 하교하는 건데도, 한 마디 대화가 오가질 않는다. 승희를 쳐다봐도, 무심하게 다른 데를 보며 걷고 있다. ...어색한데.



“저기.”



“응?”



여전히 다른 데를 쳐다보며, 승희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승희를 쳐다봤다.



“뭐 좀 물어볼 게 있는데.”



“뭐?”



“음...”



승희는 여전히 내 고개와 반대편을 보고 말한다. 그러다, 고개를 돌려 내 눈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 입을 열었다.



“이거 듣고서 이상한 애 취급하지 말아줘.”



“뭐... 뭔데 그래.”



“너무 이상해서... 나도 내가 바보같으니까. 그리고, 꼭 답변해 줘야해.”



“글세, 뭔데 그렇게 뜸을 들이는 거야.”



승희의 눈은 진지하다. 괜히 뭔가 두려울 정도다. 승희는 그렇게 뜸을 들이더니, 숨을 한 번 크게 내쉬고 들이쉬더니 말을 시작했다.



“유나... 뭐야?”



“응?”



“유나... 뭐하는 애냐고.”



“어어?!!”



나는 순간 적지 않게 당황했다. ‘유나 뭐하는 애냐고.’ 듣기에 따라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승희가, 저렇게 진지한 눈으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질문하니까 덜컥 당황할 수밖에 없다.



“마, 말했잖아! 친척인데 우리 집에서...”



“그게 아니야... 뭔가 있어. 있다구.”



“뭐, 뭐가...?”



승희는 정말 진지하게 묻고 있다. 불안불안하다. 서, 설마...? 아니, 그럴 리가. 승희는 혼잣말하듯이 조곤조곤 얘기했다.



“저번에 유나 구했을 때... 그건 내 의지가 아니였어. 솔직히 그렇게 버스가 가까이 왔는데 몸을 날려서 유나를 구한 건 나도 신기해. 그건 내 의지가 아니라... 꼭 내 마음이 달려가는 것 같았다구.”



“......?”



“그래서... 정말 말도 안 되는 건데... 정말 어이 없고 바보 같은 소리인데!”



“유나... 내 딸인거야?”



“!!!!!!”



으, 아, 저, 그 뭐야, 이거, 어떻게 안거야. 어떻게... 이거 뭐 어떡해야되. 승희가... 알아채 버렸어...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유나 나이가 몇인...”



“내 물음에만 대답해줘! 다시 물어보기도 힘드니까.”



내가 변명하려고 말하는데 승희가 큰 소리로 언성을 높이면서 말을 끊었다. 그 말에, 나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승희는 감정이 격해진 듯 숨을 내쉬고 계속 말을 이었다.



“알아, 얼마나 바보같은 생각인 지... 근데... 유나 구하고 부터는... 뭐가 이상하단 말야... 유나 보면... 그 때 생각하면! 여기가 너무 찌릿찌릿거려서... 이상해!”



승희가 가슴에 손을 대고 말했다. 화 난 건 아닌데, 감장이 되게 격해져서 흥분해서 말한다. 나는 굳었다. 지금 내 표정을 본다면, 정말 ‘멍’한 표정일 것이다. 그 표정을, 승희는 대답으로 받아들이겠지. 하지만 뭐라고 변명할 여지도 없다. 너무 정곡을 팍 찔러버려서, 응답할 수가 없다.



“아빠~~ 아직까지 안 갔네요?”



“......”



“응? 안 가고 뭐해요??”



“그, 그래, 가자.”



“......”



이러한 난감한 상황 속에 유나가 저 멀리서 날 부르면서 다가왔다. 아, 진짜 분위기 쩔 때 오네. 승희는 날 노려보듯 살벌하게 쳐다보더니 아무 말도 안 하고 걷기 시작했다. 저 눈빛은... 접때 100일 때 싸웠을 때랑 거의 흡사하다. 아... 젠장... 이거 뭐 어떡해야되.



“잘 가, 승희야.”



“......”



“엄마 왜 저래요? 싸웠어요?”



“응, 조금 그런게... 있었어.”



“에이, 얼른 화해 해요.”



헤어질 때도, 승희는 대답하질 않는다. 유나는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왠지 울적하다. 승희하고 사이가 나빠질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 그런데, 그 예감이 현실이 되려나보다. 유나는 그날 밤 또 아프게 됐다. 어제보다 열이 훨씬 나고, 너무 아파서 말도 제대로 못한다. 유나가 아픈 건, 나와 승희의 사이가 나빠져서 그런 거지. 너무 미안하고, 너무 슬프고, 너무 아프다. 항상 죄송하다고 하는 건 유나지만, 이번엔 내가 너무 미안해서 한 마디 꺼냈다.



“미안해, 유나야...”



“하아... 하아... 괜찮아요... 히히... 하아...”



유나는 더듬더듬 괜찮다고 한다. 유나는 진짜 이게 병이다. 전혀 안 괜찮은데 애써 괜찮은 척 하는 거. 그러면 진짜 내가 너무 미안하잖아.






“으음...”



“......”



“어이구...”



일어나보니 아침이다. 유나 곁에서 간호하다 그냥 쓰러져서 잠들었다. 이불도 깔개도 아무것도 없이 그냥 맨바닥에서 자서 으슬으슬 춥다. 유나는 아직 자고 있다. 이마에 손을 대보니, 열이 많이 내렸다. 그래도, 아직은 무리다. 좀 더 쉬게하고 오늘은 학교에 안나가게 하는 게 낫겠다.






“......”



“아, 안녕, 승희야!”



“......응.”



학교 가는 길. 승희와 눈이 마주쳤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인사했다. 승희는 차갑고 냉정한 목소리로 짧게 대답한다. 아... 어색해...







-“하아... 하아... 흐이잉...”



유나는 홀로 앓고 있었다. 많이 낫긴 했지만 그래도 힘들다. 자고 있을 때엔 괜찮았는데 깨니까 아프다. 효성이가 간다고 부스럭 대는 소리에 깨서 더 잠이 오질 않는다.



‘@!T@#^@%!’



“어...?”



괴상한 소리가 났다. 이 방에는 틀림없이 혼자 있는데.



‘여! 1년간 잘 지냈니?’



“아...!”



정말 예전일 같은, 하지만 생각해보면 여기 있던 시간만큼 전에, 8개월 쯤 전에 들었던 이상한 목소리. 요정일꺼라고 생각했던 그 목소리다. 목소리는 처음 만났을 때와 비슷한 조금 활기찬 음성으로 말했다.



‘어떻게- 잘 돼가니? 네가 하고 싶었던 것.’



“이제... 가는거야?”



유나는 질문과는 전혀 다른 엉뚱한 대답을 했다. 그렇게 대답하는 유나의 두 눈에는 눈물이 가득 괴어있다.



‘이런... 왜 울기부터 하는거야. 슬퍼서?’



“가끔은... 떠나야 한다는 걸 깨닫곤 하지만... 진짜 떠난다고 하니까... 흑! 히힛... 흑!”



누워 있어서, 양 옆으로 눈물이 또르르 흘렀다. 목소리가 어디에서 나는 지 모르지만 유나는 허공을 향해 말하면서 씨익 웃었다. 하지만 곧 울음이 터졌다. 방에는 유나가 흐느끼는 소리만 나지막이 울렸다.



‘...그래도, 약속한 기한은 1년이니까- 미리 와 본거야. 한 번.’



“...흑! ...흐윽!”



‘그렇게 울지 마, 1년 전에도 그것보다 더 슬픈 표정으로 있어서 데려다 준건데- 이렇게 슬퍼하면 내가 한 짓이 바보같잖아.’



“...미안. 흑!”



목소리는 그것을 끝으로 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유나의 울음은 그칠 줄을 몰랐다. 슬퍼서, 너무 슬퍼서 그냥 눈물만 흘렀다. 몸이 아픈 건 둘째고, 이제 유나는 마음이 너무도 아팠다.







-또 학교가 끝났다. 여전히 승희와는 어색하다. 같이 걷긴 걸어도 이젠 거리감마저 생겼다. 싸워서 사이 나쁜 애들처럼, 말 한 마디 없이 거리를 두고 숨죽여 집까지 도착했다.



“다녀왔습니다.”



“효성아, 어쩌니...”



“네?”



들어오자마자 엄마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씀하신다. 뭐가 어쩌냐니요 하는 표정으로 내가 되묻자, 엄마가 대답하신다.



“유나가, 하루종일 울기만 해.”



“네? 아니 왜요. 아파서?”



“몰라, 아파서 그런 건 아닌 거 같은데... 지금은 어쩌나 모르겠어. 아까 오전에는 내내 훌쩍거리면서 울기만 하더라고, 안쓰럽게.”



엄마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아니, 아픈 애가 밥도 안 먹고 뭐하는 짓이야. 무슨 일인가 하며 방으로 들어갔다.



“유나야?”



“하아... 훌쩍! 하아... 훌쩍!”



방에는 불이 꺼져 있었다. 어둠속에서 유나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불을 켜고 유나를 보니 꼴이 말이 아니다. 하루종일 누워만 있었는지 머리는 산발이고 얼굴엔 눈물자국이 선명하다. 그 위로 또 눈물이 흐른다.



“유나야... 왜 울어. 뭐 슬픈 일 있어?”



“아빠... 훌쩍!”



“응?”



“이제... 시간이 없데요.”



“무슨 소리야, 시간이 없다니.”



유나는 힘이 없어서 모기소리만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 작은 목소리에도 슬픔이 가득 묻어난다.



“아빠랑... 엄마랑... 아직은... 모두와 헤어지기 싫은데...”



“......”



유나는 더욱 눈물을 흘리면서, 세상에서 더 없이 서글픈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얼떨떨해서 대답을 하지 못했다. 목이 메어서, 목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실은 나도, 유나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언젠가 헤어진다고. 이렇게 아빠와 딸이 동갑인 상태로 지내는 게, 사실 이상한 거잖아. 헌데 이렇게 눈 앞에 들이닥치니, 인정하기 싫다. 헤어지기 싫다. 유나와, 승희와. 더 같이 있고 싶다. 내 딸이라는 것도 믿기지 않지만... 딸인 건 둘째 치고 인간 유나와 헤어지기 싫다. 얼마나 착하고... 얼마나 착한 애인데.



그러나... 난 애가 아니다. 그렇다고 아직 어른인 것도 아니지만... 그 이전에, 난 유나 아빠다.



“유나야.”



“...훌쩍.”



“나도 너하고 헤어지기 싫어. 모두하고 다 같이... 그냥 지금 이대로 지내면 좋겠는데.”



“......”



“솔직히... 너가 미래로 가야, 나중에 만날 수 있는 거 아냐. 나랑 승희 커서 너 낳을 때까지 네가 있을 수 있는 건 아니잖아? 그럼 유나가... 두명이야? 크크크...”



“...히히히.”



되도 않는 개그를 치자, 유나는 살짝 웃는다. 나도 웃고서, 말을 이었다.



“내가 나중에 널 낳고서 그 네가 과거로 돌아와서 동갑인 아빠랑 같이 지낸다... 그 현실을 거슬러 왔으니... 이제, 네가 살던...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그 미래로, 돌아가야겠지. 그치?”



“...네.”



나는슬픈 것을 억누르고 애써 웃으며 말했다. 유나는 내 말을 듣고 울음을 그치고 자그맣게 대답했다. 나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가방도 풀지 않고, 교복도 벗지 않은 체. 유나가... 이제 간다...






며칠 지나는 동안, 여전히 유나는 계속 아팠다. 그것과 비례해서 승희와의 사이도 계속 어색하다. 유나가 아픈 걸 볼 때마다, 이렇게 승희랑 같이 걸을때마다 내 자신에게 죄책감이 너무 든다. 얼른 승희랑 사이를 회복해야... 유나도 나을텐데. 하지만 너무 거시기 해서(?) 선뜻 다가가질 못한다. 하지만 오늘은, 오늘은 다르다. 이제 유나에게도 시간이 얼마 없다. 이젠...



“승희야.”



“......”



“승희야.”



“......”



불러도, 승희는 대답을 안 한다. 이제는 완전히 삐친것같다. 생각해보니까 왜 이렇게 까지 된거지. 싸운 것도 아닌데.



“민승희.”



“...왜.”



진짜, 중2때 처음 만나고 그 이후로 처음 불러보는 것 같은, 성까지 다 붙여서 승희 부르기. 승희는 그제서야 대답한다.



“웃긴 거 하나 알려줄까.”



“뭐.”



“유나... 아픈 거 알지?”



“...응.”



내가 무덤덤하게 말하자, 승희는 고개를 조금 숙이고 대답한다.



“유나가 꽤나 자주 아프잖아. 왜 언제부터 그렇게 아픈 줄 알아?”



“......?”



“너랑 나랑 싸우면... 유나가 아프다.”



“무슨... 소리야?”



나도 이젠 더 안 끌련다, 그냥 다 말해버려야지. 갑자기, 마음 속에서 뭔가 끓는 것 같다. 감정이 확 올라간다.



“유나... 네 딸 맞아.”



“......!!”



“참... 크크, 웃기지 않냐. 미래에서...”



“미래에서...?”



승희는 내 말에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말하려니까 웃음도 나고, 뭔가 화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슬픈 것도 같고 이상한 감정이다. 왠갖 감정이 한 순간에 다 느껴진다. 그리고 말했다.



“유나... 미래에서 온 너하고 내 딸이야. 미래에서... 우리가 싸워서, 그래서...”



“...말도 안돼.”



“대답... 늦게 해서 미안해. 그러니까... 이젠.”



“!”



무슨 생각이었는지, 나는 거기서 승희 팔을 세게 잡아서 끌어 안으면서 동시에 입을 맞춰버렸다.


작가의말

이건 진짜 그야말로 시공간이 오그라드는 전개군. 후훗, 개판이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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