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주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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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1.09.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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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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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26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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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되주센! - 095

DUMMY

“애들아, 이제 가자!!”



“에- 벌써??”



“우리는 갈껴! 더 놀 애들은 놀던가!”



벌써 오후다. 다행이 마음 착한 나영이네 아버지께서 버스 정류장 있는 데까지 태워다주신다고 한다. 헌데, 트럭 뒤 짐칸에 사람이 20명이 넘게 타니 무슨 강제 징병하는 차량같다. 이런 짓도 시골이니까 가능하지.



“나영아?”



“왜요?”



“너는 왜 타?”



“배웅해 주게요. 안되요?”



“아, 그래.”



나영이도 탔다. 차로 가니까 빨라서 좋긴 한데, 트럭 짐칸이니 뭔가 가릴 게 없는 건 당연하고, 차가 달리니 바람이 아주 세게 부는 건 더욱 당연하다. 그래서 추위가 배로 됐다.



“으아아아아아-”



“귀 떨어질 거 같아! 존나 아파!”



아이들은 시끄럽게 소리지르며 괴로워했다. 저번 여름엔 이 차 타고 올 때 엄청 시원했는데. 뭐, 걸어서 천천히 오며 추워지는 것 보다는 낫지. 정류장에서 우린 다 내리고 나영이는 안녕 하고 갔다. 표정이 밝다. 정류장에서 조금 기다리다,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대부분의 아이들과 헤어지고, 다만 승희와 혜린이, 미성이, 태성이형만 우리집에 왔다. 허나 그들도 얼마 안 가 가버리고, 승희도 저녁 먹기 전에 갔다. 나와 유나도 저녁 먹고 엔간치 컴퓨터를 하다가 일찍 자리를 깔고 누웠다. 평상시처럼, 유나는 침대에 눕고 나는 바닥에 누웠다. 심심한데, 오래간만에 유나와 수다나 떨어야지.



“유나야.”



“예?”



“얘기나 하자.”



“네.”



“너 처음 왔을 때... 그날에 나, 승희한테 차였잖어.”



“그랬어요?”



“그려. 근데 갑자기 딸이라고 와서 얼마나 놀랐는지... 귀신인 줄 알았잖아, 킥.”



“저도, 아빠가 갑자기 어려지니까 약간 이상하더라고요.”



“그리고 너 학교 갈 때... 그거 둘러대기도 얼마나 힘들었던지.”



“학교에서 정말 재밌는 일 많았는데.”



“많았지- 시험도 못 보고, 승희랑 싸우고. 보스도 만나고. 축제도 진짜 재밌었지.”



“으으... 이상한 분장도 했었잖아요.”



“맞아, 그거 귀여웠는데. 어쨌든 그때 고백해서 승희랑 사귀고... 사이도 엄청 좋아졌지.”



“그치만, 아빠 소풍 가서는 막 싸웠잖아요.”



“뭐... 얼른 화해 했잖여. 그러고 기말고사 보고...”



“방학 때도 재밌었죠?”



“그래- 통합보충 해서 남고 애들도 만나고. 아, 너 언제 서영이랑 사귀었더라?”



“...그건 됐어요. 어쨌든 보충 때 구원이도 만나고, 놀기도 하고.”



“그래. 여름방학 마지막 낭만은 해수욕장이었지. 나영이 일이 좀 켕기긴 하지만.”



“방학 끝나고 추석 때엔 혜린이랑, 미성이랑, 태성이 오빠도 만나고. 추석이 뭔 지 제대로 현장학습도 해 보고. 히히.”



“넌 특히 혜린이랑 친했지?”



“네, 혜린이 있는 데도 놀러 갔고... 재밌었어요.”



“수학여행 때도 잊지 못할 추억이지. 배게 싸움에, 술먹고, 난리치고... 하하.”









-“......?”



효성이네서 나오고, 저녁을 먹고 씻고 거실에 누워서 TV를 보는데,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든다. 예전에 유나를 구했을 때처럼, 마음이 찌릿찌릿 아려온다. 뭐야 이거...?



‘유나한테 뭔 일 있나...?’



그런 느낌이 든다. 그냥 기분탓일지도 있지만, 이 마음이 짜릿짜릿한 건 진짜다. 얼른 적절하게 옷을 걸치고 집을 나서 효성이네 집으로 갔다. 이럴 땐 우리 집이 효성이네 집 옆집이라 참 좋다.



“어머, 승희 아냐? 이 밤중에 무슨 일이니?”



“아...네, 효성이 좀 보려구요.”



“어머... 좋을 때다, 호호호...”


효성이네 어머니께 대충 둘러대고, 얼른 방문을 열었다. 그곳엔...









-“그래서, 정말, 진짜, 즐거운 추억들이었어.”



“그러게요.”



“아마 나처럼 딸이랑 학창시절 추억을 공유한 사람은 없을꺼야.”



“아, 지금까지 있던 일들이 다 눈 앞에 스쳐지나가는 것 같아요.”



“하하, 주마등인가. 죽어? 헤헤헤헤.”



“......”



유나가 꿈결같이 말하자, 나는 농담으로 말했다. 고개를 돌려 보니, 유나는 정말 우수에 잠긴 눈빛으로 허공을 쳐다보고 있다. 나도 다시 고개를 돌려 천장을 쳐다봤다.



“너 가면 진짜 쓸쓸할 거 같다.”



“......”



“......”



“...유나야?”



“......”



무슨 일인가 하여 앉아보니, 유나도 갑자기 말없이 일어나서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는 게 아닌가.



“아빠.”



“......?”



“즐거운 나날들이었어요... 정말, 소중하고 소중한. 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



“이제, 가야겠어요.”



유나가 말하고서, 유나 뒤에 공간이 이지러졌다. 그 틈새에는... 잘 보이지 않는데 아마 거기가 미래겠지. 신기하다거나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다만 서글픔이 온 몸으로 전염되듯 퍼졌다. 나도 모르게 눈물도 핑 돌려고 한다.



“저... 아빠.”



‘쾅!’



유나가 무언가 말하려는데, 갑자기 문이 세게 열렸다. 승희다. 승희는 안의 상황을 보더니 바로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는다. 그리고는 멍하니 앉아 있는 내 쪽으로 와서 멱살을 잡으면서 나를 일으키고 격하게 말했다.



“너...! 유나 올 때도 맘대로 말 안해주고, 갈 때도 나한테 말 안해줘?! 그러고도 남편이야!”



“어... 미안.”



“엄마, 엄마.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까!”



“휴우... 그래.”



승희는 정말 화가 나서 진심으로 내 멱살을 잡았다. 살짝 두려움까지 느껴질 정도. 정말 화났나 보다. 유나가 겨우 진정시켰다. 유나 뒤에는 여전히 공간이 이지러져서 출렁거리고 있다. 승희는 그런 유나를 보고는 착찹한 표정을 짓다, 애써 표정을 편하게 지으려 노력하며 말했다.



“...가는거야?”



“네.”



“잘 가.”



“네.”



말을 마치고, 유나는 그 틈새로 들어가려고 했다.



“자, 잠깐만!”



“??”



“사진, 안 가져 갔잖아.”



“아...”



유나에게 여러 장 찍힌 사진을 각각 한 장씩 줬다. 이걸 누구 때문에 무슨 개고생을 하면서 찍었는데 안 가져가면 어떡해. 유나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사진을 받고서 품에 넣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와 승희를 쳐다본다. 나는 승희 허리에 손을 대고 붙었다. 승희는 움찔 했지만 승희도 내 허리에 손을 댔다.



“...안녕.”



“잘 가, 유나야.”



“...히히히.”



유나는 이제 공간이 이지러진 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려다, 정말 마지막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눈물이 글썽글썽한 눈으로 나와 승희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목소리도 막 떨린다.



“엄마... 아빠...”



“응?”



“모두하고 다시 만날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가야지. 가면 만날 수 있을 거야. 미래로.”



“...갈께요 엄마. 아빠.”



“그래.”



“정말...! 고마워요, 아빠! 죄송해요, 엄마!”



유나는 눈물을 두 방울 볼에 쭉 흘리면서 그렇게 말하고 틈새로 들어갔다. 틈새는 유나가 들어가고 얼마간 유지하다 생겨날 때처럼 감쪽같이 사라졌다. 잠시동안 정적.



“......”



“허무한데.”



“그러게.”



“진짜. 진짜로, 가버렸다. 유나.”



“하아...”



기분이 착찹하다. 유나가 방금 전까지 서 있던 곳엔 유나가 흘린 눈물 두 방울이 떨어져 있다. 반짝반짝. 어두컴컴한 방엔 이제 나와 승희만 있다. 나는 무엇인가 외롭고 고독해져서, 까닭 없이 승희를 꼭 껴안았다. 승희도 나와 같은 기분인 듯, 서로 꼭 껴안았다. 눈물이... 난다. 남자는 울면 안된다고, 그렇게 생각하는데 항상 승희 앞에서 우는구나. 승희도... 슬픈 모양이다. 내 어깨로 따뜻한 무언가가 떨어진다. 잠시 뒤, 유나가 사라진 곳으로 가보니. 유나가 떨군 눈물 옆에, 작은 쪽지가 있다. 메모지 만한 크기의 작은 쪽지. 뭐야 이거. 내가 종이를 주웠다.



“......”













그 해, 내가 2학년이 되기 전 겨울 방학에, 유나는 우리 곁을 떠났다.


작가의말

에... 뭐라고 할까요. 음...

일단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독자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작은 꿈이 있다면 소설가가 되는 것이지만... 저는 작은 꿈이 있는데 바로 소설가입니다. 하지만 저 자신이 봐도 제 글은... 제 글을 '소설'로 치질 않습니다. 이게 무슨 소설입니까. 하지만... 이런 조악한 글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특히, 항상 댓글을 달아주시면서 지적도 해 주시고 잡담도 해 주시고 저를 설레게 해 주셨던 false god 님,
제 조악한 글을 재밌다고 해 주신 흔적남 님.
기타 여러분들(어이!) 감사합니다.

선호작 해 놓고 까먹고 안 읽으신 분도 많겠지만서도
선호작 해주신 107분도 감사드립니다.
이제 아빠가 되주센은...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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