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주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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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1.09.29 13:55
최근연재일 :
2011.09.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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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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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되주센! - 070

DUMMY

『24화. 묻힌 아빠』




“효성아.”



“예?”



“난 말이다... ‘아버지’란 존재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단다.”



“네.”



“봐라, 이 이야기의 제목도 ‘아빠’가 되주센! 아니니?”



“네, 그렇죠.”



“그런데 왜, 어째서 이 아빠가 24화가 되도록 단 한번도 나오지 않은게냐!! 어째서!!”



아빠가 소리를 지르신다. 내가 아니다. 그니까 우리 아빠, 유나 할아버지... 바로 아빠다. 솔직히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 그도 그럴 게, 학교 다녀올 때나 학교 돌아올 때나, 아빠가 우리보다 더 일찍 나가시고 더 늦게 들어오신다. 뭐, 실상 엄마만 있어도 이야기가 잘 진행되었고, 어쩌다 타이밍 한 번 놓치니 결국 묻힌 거나 다름 없다. 우리 아버지. 어쨌든, 이렇게 아빠의 절규로 인해 이제 아빠의 존재가 확연하게 드러나게 되었다.




-어느 화창한 주말. 아빠는 오래간만에 회사에 안 나가시고 쇼파에 앉은체 신문을 읽고 계셨다. 아빠는 무슨 일인지 주말에도 자주 일을 나가신다. 하지만 오늘은 정말 오래간만에 쉬는 날인가보다.



“후아암.”



“......”



유나는 방에서 하품을 하며 나왔다. 이제 일어났나보다. 부지런한 유나도, 일요일만큼은 늦게 일어난다. 아빠는 곁눈질로 신문 너머로 유나를 힐끔 쳐다봤다. 유나는 TV를 틀더니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식탁에서는 과자를 가지고 와서 TV 앞에 앉았다. 그리고 점차 엄마가 아침 드라마를 보는 자세로 한 쪽 팔은 머리에 기대고 모로 누워서 한 손으론 과자를 집어 먹으며 TV시청을 계속했다. 야,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유나도 이제 우리 엄마처럼...



“저... 유나 양.”



“네?”



한창 TV를 보고 있던 유나에게, 아빠가 말을 걸었다.



“TV를 그리 가까이서 보면 안되요... 여기 앉아서 봐요.”



“...네.”



유나는 일어나 앉은 뒤 과자와 음료수를 들고 쇼파에 앉았다. 과자와 음료수는 쇼파 앞 작은 상에 놨다. 계속되는 TV시청. 아무 말 없이 신문을 보고 계신 아빠. 마찬가지로 아무 말 없이 무표정으로 TV를 보고 있는 유나. 또, 아무런 대화도 없다.



“저기... 유나양.”



“예?”



뭔가 멋쩍은 듯이, 아빠가 말을 거신다. 하지만 뭔가 머뭇머뭇 부끄러워 하신다.



“......”



“?”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



다시, 유나는 TV를 보고 아빠는 신문을 읽으신다.




“으아아아악!! 이게 뭐에요, 이렇게 대하니까 어색해서 안 나오는 거 아니에요!! 24화까지!!”



“크... 그게 아버지에게 할 소리냐! 이런 버릇없는 녀석!”



지켜보던 내가 소리치며 말하자, 도리어 아버지는 나에게 큰 소리시다. 그렇다. 아버지와 유나는, ‘어색한 사이’ 이다.




진기남, 42세. 약간 소심하지만 신의를 가지고 떳떳하게 살아가는, 나의 아버지. 문제는 약간 소심하다는 건데... 그게 또 특이하다. 다 큰 어른이 손녀인 유나를 보고 수줍어하는 건 소심한 것과는 거리가 있는 거 같은데. 아빠는 주변에 유나만 있으면 마치 유나를 짝사랑하는 소년처럼 안절부절 못한다. 말을 못 거는 건 물론이거니와 제대로 쳐다도 못 본다. 이런 상태로 몇 개월을 지낸 게 신기할 정도다. 엄마는 이런 아빠를 보고 주책바가지라며 놀려댄다. 그러나 저러나, 아빠가 유나를 어색해하는 건 사실이다.




“그런 이유로, 이제부터 ‘아빠와 유나, 친해지길 바라’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와와와~”



“......”



내가 MC를 보듯 말하자 엄마는 소리치며 박수까지 치시며 좋아하신다. 유나는 무덤덤하게 가만히 있다. 오직 아빠만이 잔뜩 당황하여 나에게 물으셨다.



“그, 그런 걸 대체 왜 하려는 거냐...?”



“어색한 아빠와 유나의 사이를 친밀하게 만들기 위함이죠! 손녀와 할아버지 사이인데.”



“......”



“에휴.”



내가 논리정연하게 말하자, 아빠는 한숨을 푹 쉬셨다. 유나는 여전히 말이 없다. 아빠는 그러다 발작하듯 반발하며 나서셨다.



“그런데 효성아. 이건 네가 자꾸 어색하다 어색하다 하니까 어색하게 느껴지는 거야. 실제로는 아니라구.”



“그래요? 정말 안 어색해요?”



“그럼, 아빠가 얼마나 친밀감 있는 사람인데.”



아빠는 평소 안 부리시는 허세까지 부리며 말씀하셨다. 내가 엄마 쪽을 쳐다보자, 엄마는 가소롭고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아빠를 쳐다보신다. 평소에 하는 행동은 이미 어색의 극치를 달리고 있는데. 헛기침을 한 번 하고, 아빠를 쳐다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안 어색하다면 한 번 유나랑 마주보시죠.”



“응...?”



“보세요, 지금.”



나의 말에 아빠는 조금 당황한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신다. 내가 턱을 유나쪽으로 가리키며 말하자, 아빠는 천천히 뻣뻣하게 목을 돌려 유나를 쳐다봤다. 유나도 살짝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고서 아빠를 똑바로 쳐다봤다. 결과는 참패. 거의 0.5초도 못 버티고 아빠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유나가 무안해 할 정도로. 하지만 유나는 뭐 아까부터 계속 무덤덤하다. 오히려 아빠가 얼굴이 다 빨개지시며 어색해하신다. 숨막힐 정도의 어색함. 내가 의미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 맞죠?”



“크흠, 흠...”



아빠는 더 이상 변명도 못 하시고 얼굴을 붉히신다. 나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작전은 간단합니다. 오늘 하룻동안 아빠와 유나만이 지내는 거지요.”



“......”



아빠는 이미 채념하신듯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신다. 엄마는 즐거운 표정으로 아빠에게 말씀하셨다.



“여보, 잘 해봐요! 난 효성이랑 데려가서 맛난 거 사주고 올 테니까! 오호호호!”



“그럼, 다녀올게요. 유나야, 잘 해. 아빠도요.”



“네, 안녕히 다녀오세요.”



“......”



‘쾅.’



엄마는 요사스런 웃음소리를 내시며 현관으로 나가셨고, 나도 유나와 아빠에게 한 마디씩 하고 엄마를 따라 나갔다. 유나는 밝게 인사했고, 아빠는 잠자코 있으시다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이미 우리는 집에서 나왔다.







“......”



효성이와 엄마가 나가고, 거실은 한동안 정적이 맴돌았다. 아빠는 어색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돌리고 있고, 유나도 어색해서인지 아니면 분위기에 압도되어서 그런 지 마찬가지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멍하니 있다. 정말로 거실에는 어색함만이 감돌고 있다. 아빠는 필사의 용기를 짜내서 입을 열었다.



“흠흠...”



“산보라도... 갈까?”



“...네.”






잠시 뒤, 바깥.


아빠와 유나가 집 주변을 거닐고 있다. 그 모습은 흡사 부녀와도 같지만 그들 사이에는 아무런 말도 오가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걷고 있을 뿐. 보이지 않는 어색함이 계속해서 그들 사이에 감돌고 있었다. 아빠는 사실 말수가 그렇게 많은 분이 아니다. 게다가 숨기고 있지만 사실 어릴 적부터 여자애하고는 말을 나눈 적이 거의 없었다. 거의 인생 전반을 뒤져봐도, 엄마 외에는 말을 해본 여자가 없을 정도이다. 그렇기에 여자인 유나하고는 어색하다. 아니, 자기보다 한참 어린 학생인데 뭐가 어색하냐 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아빠는 유나가 학생이라 더욱 어색했다. 어릴 적에 여자애들 앞에서 우물쭈물했던 기억이 떠올라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어, 구원아!”



이렇게 어색한 가운데 무슨 행군하듯이 묵묵히 걷고 있는데, 저 멀리서 누군가가 빙글 빙글 돌면서 오더니 유나 앞에 서서 한 손은 가슴에 얹고 다른 한 손은 하늘을 향해 뻗으며, 한쪽 무릎을 꿇고는 고개를 위로 향하며 유나를 쳐다봤다. 당연히 길가에서 이런 짓을 서슴치 않고 할 만한 애는 구원이 뿐이다. 구원이는 방학 때 봤던 것과 조금도 다름없는 열망 가득한 눈으로 입을 열었다.



“이런 후미진 길에 공주님께서 어쩐 일로...?”



“아, 히히히. 산책 나왔어.”



오래간만에 듣는 공주님 소리에 유나는 재밌어서 웃으며 대답했다. 아빠는 ‘이건 뭐하는 미친놈이야’ 하는 눈으로 구원이를 내려다봤다. 하지만 구원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유나의 손을 잡아 손등에 입을 맞추고는 일어났다. 그리고 아빠를 살짝 보더니 말했다.



“음, 그럼 옆에 계신 분은... 아버님?”



“응?!”



유나는 순간 당황해서 ‘응?!’ 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빠는 유나의 아빠가 아니라 효성이의 아빠니까, 유나한테는 할아버지이다. 근데 그렇게 말하면 말한다고 믿을 리가 없고 또 오히려 뭔가 들킬 수도 있지 않겠는가. 유나는 당황하다 대충 대답했다.



“...어, 응, 맞아.”



“오호, 그렇군. 안녕하십니까, 아버님. 저는 유나를 수호하는 기사로써, 언젠가 한 번 뵙고 싶었는데 마침...”



“......”



구원이는 유나의 대충 한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고는 아빠에게 한바탕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원레 아무 쓸모도 없는 미사여구를 붙여서 말을 늘리는 게 구원이 특징이다. 아빠는 혼란에 빠졌다. 이 놈이 뭔데 갑자기 자기한테 아버님이라고 부르면서 막 쓸데없는 말을 하는 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영문도 모르고 일단 입을 다물고 듣기만 했다.



“그럼, 공주님. 아버님과 함께 좋은 주말 보내십시오, 저는 이만...!”



“잘 가~”



구원이는 꾸벅 인사하고는 다시 미친 사람처럼 빙글빙글 돌며 길을 걸었다. 둘은 잠시동안 미친 구원이를 쳐다보다가 뒤돌아서 다시 걷기 시작했다. 또 정적. 하지만 그 정적은 금새 깨졌다. 아빠의 의문으로 인해.



“유나야.”



“네?”



“저 녀석, 친구니?”



“네.”



“...저런 놈이랑 놀지 마라. 정신이 하나도 없구나.”



“푸훗.”



“......!”



아빠는 솔직한 심정을 말했다. 그러자 유나가 풋 하고 웃음이 터졌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는 아빠의 말이 너무 공감가고 웃겨서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진 것이다. 아빠는 살짝 놀라서 유나를 쳐다봤다. 의도한 건 아닌데 유나가 자기 말을 듣고 웃어줘서 되게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도 나름 분위기가 좋아져서, 아빠는 기뻤다.



“히히히, 그렇긴 해요 구원이가. 그래도 좀 정신없긴 해도 좋은 애에요.”



“그러니. 그래도 남자애가 저래서는...”



“히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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