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주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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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1.09.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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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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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24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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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되주센! - 093

DUMMY

『30화. ...안녕.』




방학이 되어 보충을 하고... 그런데 유나는 아직 우리 집에 남아있다. 금방이라도 떠날 것 같은 기세더니. 안 가고 보충까지 다 같이 했다. 어찌된 일이냐고 물어도, 유나 본인이 모른다는데 어찌해야 하는가. 유나도, 목소리가 정확히 언제 간다고 말을 안 해서 모른다고 한다. 시간은 또 잘도 흘러서, 겨울 방학 보충이 모두 끝나버렸다.

오늘이 그 마지막 날. 나와 유나, 승희 서영이는 발걸음도 가볍게 집으로 향했다.



“다녀왔습니다!”



“으응-”



“저도 다녀왔어요-”



“그래.”



지극히 평범한 하루다. 나는 컴퓨터를 하고, 유나는 졸리다고 낮잠을 잔다. 아, 피곤하다. 이제 또 겨울방학이구나. 열흘 남짓 되는 겨울방학. 여름방학하고는 틀려서, 이렇게 추우니 어딜 나갈 수가 있나. 그냥 집에 처박혀서 게임하는거다. 그건 또 내 주특기지. 게임만 계속 한다.






‘얘.’



‘유나야!’



“어...?”



유나는 살짝 눈을 떴다. 꿈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공간. 그냥 유나 혼자 누워있다. 일어났다. 여전히 아무것도 안 보인다. 목소리만 울리듯이 들린다. 그 목소리는, 유나가 처음 왔을 때, 그리고 저번에 아팠을 때 들렸던 그 음성이다.



‘몸은 다 나았어?’



“응... 나은 지 한참 됐지.”



유나가 대답하자, 허공에서 생겨나듯이 아주 작은 빛 하나가 내려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그냥 빛만 보인다.



“이게... 뭐야?”



‘이제... 한계야.’



“어...?”



목소리의 말에 유나는 잠시 멈칫 했다. 이제 한계. 무슨 소리인 지 알아들은 유나. 하지만 막 슬퍼지거나 눈물이 고이거나 하진 않는다.



“고마워, 요정아.”



‘뭐가?’



“미리 말해줘서. 미리 말해줘서, 막 그렇게 슬프거나 그러진 않네.”



‘하하... 다행이네. 많이 성장했어, 유나.’



“그럼...! 아빠랑 엄마랑 같이... 지냈는걸.”



울거나 하진 않더래도 서글퍼 보이는 유나다. 빛은 유나 주위를 한 바퀴 돌았다.



‘이틀 정도... 뒤야.’



“응...”



‘그럼...’



“......”



빛은 나올 때처럼 허공에서 사라졌다. 유나는 그냥 멍하니 어둠 속에서 누워 있었다. 잠시 일으켰던 몸도 다시 뉘었다. 아무 말도 없이 누워있다가, 한 마디 했다.



“아, 하나만 더 하고 가야겠ㄷ...”






저녁 때가 다 되어서야, 유나는 일어났다. 헌데, 유나 녀석 잠이 덜 깼는지 상태가 약간 이상하다. 뭔가 횡설수설한다.



“왜 그래, 꿈 꿨어?”



“아빠...”



유나는 졸린 눈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엉뚱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모두를 다시 불러주면 안 되요?”



“모두라니... 음... 뭐?!”



무슨 소리야... ‘모두를’ 이라니! 설마 그 ‘모두’라는 사람들 저번 화에 나왔던 그 사람들 말하는 거 아니지?!! 유나는 애처로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방금 전의 졸린 눈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 이건...!



“야, 그건 너무 무리라구... 저번에 부를 때도 엄청 욕 먹으면서 했는데.”



“제발...”



유나는 징징 짜듯이 뗑깡을 부린다.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안 하던 짓을 한다더니, 얘가 갈 때가 넘어가니까 안 쓰던 떼를 부리나. 아, 이건 말이 너무 심한가. 내 딸이지만 간다고 해놓고 설마 보충이 다 끝나고 겨울방학 다 끝나도록 안 갈 줄은 모르니까, 은연중에 이런 말이 나왔나보다.



“제발... 저 2일 뒤면 간다구요.”



“뭐?!”



나는 유나의 말에 깜짝 놀랐다. 2일 뒤에 가다니, 그건 또 무슨 엉뚱한 말이야. 아무 전조도 없이. 유나는 내 말은 듣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모두와의 추억을...”



“저번에 다 놀았...”



“기억만으론 안되요! 잊어버리지 않게... 모두와의 추억 한 장...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요. 갑자기 든 생각이지만... 정말 잊어버리지 않고 싶으니까! 모두와의 추억...”



“......”



유나의 감정 실린 말에, 나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 정말 애처롭게 말해서, 그대로 울 것 같은 목소리여서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유나는 더 이상 울지는 않았다. 단호하게 자기 말을 했지만, 목소리 하나 떨리지 않는다. 음... 이건... 안 들어줄 수가 없잖아. 그리고 진짜로 2일 뒤에 간다면... 들어 줘야지, 뭐, 어떡해.



“흠흠, 서영아? 그...”



“민준아! 우리 집 또 놀...”



갖은 애를 써가며 친구들을 부르기 위해 노력했다. 화상통화도 아닌데 몸을 비비 꼬면서 애써 애들에게 선처를 부탁했다.



“뭐야, 저번에 다 끝난 거 아니었어?”



“그냥 한 번만...”



“나 안갈레.”



“아 제발...”








-다음날.




“아, 언제 가!”



“추워 죽겄네...”



우리 집은 또 시끄러워졌다. 모인 사람들은 저번 송별 파티 때 왔던 사람들과 별 다를 바가 없다. 다행히 한 사람도 빠짐 없이 모였다. 다만 저번에도 빠졌던 혜린이는 이번에도 못 온다고 한다. 하긴, 혜린이랑은 너무 멀지. 저번과 비슷하게 대인원인 우리들은 걷기 시작했다. 애들은 춥다고 잔뜩 불평한다. 저번 캠프파이어 하고 놀 때보다 훨씬 춥다. 걸어가고 있는 곳은... 저번에 갔던 시골 바다! 그러니까 나 어릴 때 살았었고, 그 더운 여름에 40분정도 걸어갔고, 가서 어색하게 놀다가 서영이도 만나고 의외로 알바를 하고 있던, 잊고 있었던 나영이를 만났던 그 곳. 그렇게 하니까 나영이도 자동으로 만나게 되는구나. 전화해보니까 지금도 알바하고 있다고 한다. 유나는 거기서 모두와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한다. 버스가 오자 모두 우르르 탔다.



“아, 이 겨울에 바다를 왜 가-”



“왜에, 겨울 바다, 운치 있잖아.”



아침이고, 게다가 방학이니 버스는 텅 비었다. 우리는 즐거이 떠들며 바깥 풍경을 즐겼다. 도착해서 내리고, 하지만 별 수가 있다. 여름과 마찬가지로 우린 걸어가야 했다.



“아아아아악! 귀 떨어져 나간다!!”



“진효성, 널 죽이겠다.”



서영이와 민준이가 마구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날 죽이려고 멱살을 잡고 주먹으로 때리고 난리도 아니다. 나는 포기한 표정으로 해탈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제발 죽여도 바닷가 가서 죽여.”



근데 진짜, 춥긴 하다. 나도 추워 죽겠다. 아이들의 불평은 하늘을 찌를 기세다. 20여명이 최대한 붙어서 걸었다. 겨우겨우 바닷가에 도착했다. 바다 자체는 저번 여름에 왔을 때랑 별로 변한 건 없다. 여전히 검은 바위와, 원두막. 그리고 해물 칼국수집. 다만 확실히 저번 여름과 다른 것은,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점. 뭐 어디 갈 데가 있겠는가. 나영이도 만나야 하니 우리는 얼른 칼국수집으로 들어갔다. 손님이 한 명도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대여섯명 정도 손님이 있다.



“어서오세...”



“여, 나영아. 우리 왔어.”



“아, 오빠.”



나영이는 들어오는 우리를 맞이하려다 선두에 서서 인사하는 나를 보고 생긋 웃는다. 우르르 들어오니까 살짝 놀라는 눈치다.



“뭐가 사람이 이렇게 많아?”



“그렇게 됐어. 다들 사진 찍으려고.”



“히히, 자체 졸업사진 같은거야?”



“하하하하. 그런 건 아니고.”



“여기 칼국수 주세요~”



“네네-”



단체손님마냥 20명이 와서 앉으니까 얼마 있지 않은 손님들이 우리를 쳐다본다. 아이들은 나와 나영이의 대화를 방해하려는 듯 나영이에게 주문을 시켰다. 나영이는 잽싸게 아이들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주문을 받고 서빙을 하기 시작했다. 나도 자리에 가 앉았다.



“맛있겠당.”



“꽤 걸리겠는데.”



“그러게.”



겨울에도 여기가 하는 줄은 몰랐다. 여름에 먹을 때도 맛있었지만 이렇게 추울 때 먹는 해물칼국수는 또 각별하지. 사람이 워낙 많다보니, 만드는 데 시간이 좀 걸려서, 나영이도 의자에 앉아 나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름에나 올 줄 알았는데...”



“실은, 유나가 이제 가거든.”



“가요? 어디를?”



“전학... 비슷하게. 어찌됐건 가거든.”



“아...”


작가의말

추억 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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