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주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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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1.09.29 13:55
최근연재일 :
2011.09.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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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2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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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되주센! - 094

DUMMY

“헤헤.”



나영이가 유나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자, 유나도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웃는다.



“그래서, 모두하고 사진을 찍고 싶다길레 이렇게 데려왔지. 너도 같이 찍을거고. 찍을꺼지?”



“네, 당연하죠.”



“네가 진효성이야?”



나영이랑 얘기하고 있는데, 가게 안에서 어떤 여자가 나와 팔짱을 끼고 못마땅한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그 여자는... 확실히 나영이랑 비슷하게 생겼다. 누나인가? 뭔가 위압적인 태도에 나는 조금 쫄아서 대답했다.



“아... 네.”



“기어이 또 왔구먼. 너 말야... 우리 동생...”



“어, 언니, 됐으니까 들어가!”



“넌 빠져 있어, 이년아.”



나영이 누나로 판단되는 사람이 나에게 뭐라고 하려고 하자, 나영이는 애써 그 사람을 저지하려 했지만 그녀는 간단하게 나영이를 제압하고 도리어 성큼성큼 나에게 다가왔다.



“...여자친구가 누구야.”



“저요.”



“......”



그녀의 질문에 승희가 손을 들었다. 잠시 나와 승희를 번갈아 보는 나영이 누나. 그러더니 나를 보고 의미있게 한 마디 하신다.



“나영이 좀 그만 괴롭혀.”



“...네?”



괴롭히다니, 뭔 소리야. 누가 보면 내가 꼭 변태같잖아. 고민할 틈도 없이, 나영이 누나의 말이 이어졌다.



“쟤, 네놈 가고서 또 울었잖아.”



“아, 아니야, 언니 그만 하라니까!”



“됐어. 그니까 여친 있으면 있다고 확실히 끝을 맺으라고. 괜히 어릴 때 조금 잘 대해준 거 가지고 내 동생 괴롭히지 말고. 응?”



“아... 네...”



그러니까, 이 말인 즉 나영이가 아직도 나 좋아하고 있다고 받아들여야 하는거야? 근데 나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으니까, 나영이는 그저 괴로워만 하는 거라고? 아... 그래, 그건 정말 미안한데... 잠깐 보면 나 언제부터 이렇게 하렘마스터 같은 사람이 된 거지. 불과 1년 전 고등학교 입학할 때만 해도 난 찌질찌질한 보통 남고생이었는데. 세삼 격세지감을 느끼면서, 고개를 나영이 쪽으로 돌렸다.



“나영아.”



“......”



나영이는 살짝 고개를 돌린다. 얼굴이 상기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라서 잠시 생각하다 결국 그냥 나가는 대로 말을 이었다.



“음... 그래, 나... 난 이미 여친 있으니까... 저번에도 보여줬잖아, 승희.”



“......”



내 말에 나영이는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려 나와 승희를 쳐다본다. 나영이 눈에 살짝 눈물이 고여 있는 것 같다.



“그니까, 나 따위 건 이제 버려! 왜 나 같은 걸 좋아해서... 응?”



“...그런 소리는 하지 마요.”



“그래, 그럼 너랑 사귀는 나는 뭐야?”



“아, 말이 그렇다는거지...”



괜히 앞에서 진지한 말 하고 있으니까 분위기가 금세 가라앉았다. 나영이는 눈물이 고인 걸 억지로 참으려는 듯 뒤돌아섰다.



“그래, 예전 사랑을 잊으려면 새로운 사랑이 좋지! 난 어떤가, 난 멋진남자 박민준이다.”



“비켜, 이놈아. 아가씨, 유나 공주님에 이어 저의 공주님이 되 주지 않으렵니까?”



“......이 바보들 뭐야.”



민준이와 구원이의 난입에, 무거웠던 분위기가 나아졌다. 괜히 시비를 거는 민준이와 구원이의 행태에 나영이는 처음엔 말싸움으로 대응했다가 더욱 난관에 빠졌다. 말로 통하는 애들이 아니니까. 결국 분위기는 다시 원래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넘어갔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금세 시간이 흘러, 칼국수가 나와서 마구 먹어댔다. 한참 정신없이 먹고 있는데.



“여기인가?”



“...들어가 봐.”



“저기 효성이 있네.”



“아, 유나야~~~!”



“아!”



세 명의 젊은이가 가게로 들어왔다. 혜련이, 미성이, 태성이 형이었다. 유나는 먹다 말고 일어나 혜린이에게로 갔다. 혜린이는 거의 달려들 듯 뛰어 와서 유나를 껴안았다.



“오래간만이야~ 유나야!”



“어떻게 왔어? 못 온다고 했잖아.”



“몰레 놀래켜주려고 왔지! 히히히.”



유나와 혜린이는 서로 격하게 좋아하며 얘기한다. 뒤늦게 온 3인도 앉아 칼국수를 먹었다. 모두들 다 먹고서 밖으로 나갔다. 추워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녀석들을 겨우 추슬러서 대열을 맞추었다. 삼각대에 디카를 올려놓고, 타이머를 맞추고 나도 찍혀야 하니까 얼른 달려갔다.



‘찰칵.’



“한번 더!”



“아이씨, 뭐여!”



으레히 있는, 단체 사진 찍을 때 있는 한 번 더. 애들은 불평했지만 나는 꿋꿋이 디카에 가서 사진이 잘 나왔나 살펴보고는 다시 타이머를 맞췄다. 그 사이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돌아다니면서 대열을 바꿨다.



‘찰칵!’



“이제 끝났어?”



“어, 끝!”



사진 여러 장을 찍고서 대열을 해체했다. 이제 헤어져야 하는데... 좀 허무하다. 이럴려고 그 고생을 해서 애들을 모았던가... 욕은 내가 다 처먹는데.



“뭐여, 겨우 이거 하려고 고생해서 온 겨?”



“어떡하냐, 다들 잘 가라.”



“흐흐, 그렇게는 안 되지...”



“으응?!”



내가 잘 가라고 한 건 농담이다. 진짜 가려고 해도 다 같이 가야지. 하지만 나의 말에, 남자애들 일부, 그래봤자 서영이나 성찬이, 상균이, 선민이에 보스 패거리 정도지만 어쨌든 녀석들은 음흉한 미소를 짓더니 나를 들어 올렸다. 저항할 틈도 없이 제압당해서 완벽하게 들렸다.



“으아아아~”



“하하하, 어디 겨울 바다 맛좀 효성이한테 보여줘야지?”



나를 드는 사람이 많아서, 나는 거의 머리 높이만큼 들렸다. 이 추위에, 저 바다에 나를 쳐 넣겠다구! 으아아아, 사람 죽어 그럼! 심장마비로 진짜 죽을지도 몰라!



“으아아 여기 사람 죽습니다 살려주세요!”



“이미 늦었다. 넌 독한 맛을 봐야해.”



“사람이 가장 큰 추위를 느낀다는 겨울 바다. 효성이가 직접 들어가보겠습니다.”



“야~~~~~”



“으아 앙대!”



‘첨벙!’



결국 녀석들은 날 바다에 처 넣었다. 난 한 겨울의 차디찬 바닷물의 짠 맛을 봐야 했다. 들어간 순간 아... 정말 지릴 뻔 했다. 온 전신으로 퍼지는 그 차가움은... 뭐라 말로 설명할 도리가 없다. 머릿 가죽은 얼어서 찢어지는 것 같고 진짜 심장마비 걸릴 기세로 온 몸이 덜덜 떨린다.



“으으으으...”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도망가, 킥킥킥!”



물에 처 넣은 녀석들은 죄의식도 없이 낄낄 웃어대며 도망갔다. 황급히 달려온 승희와 유나, 나영이의 도움으로 나는 나영이네 집으로 이송됐다. 허나 나의 곁에 남은 건 승희 뿐이다. 다른 녀석들이야 별 필요 없지만, 유나와 나영이마저 가 버리다니... 세상 참, 남는게 역시 아내 뿐이구나. 어쨌든, 겁나게 춥다. 진짜 감기 걸리겠다. 나영이 어머님이 핫초코를 타 주셨다. 아, 따뜻하다.





-바깥.



“아, 춥다.”



“히...”



“유나야, 전학 가도 자주 놀러와.”



유나와 혜린이는 바깥을 거닐면서 얘기했다. 혜린이는 유나와 같이 효성이를 보고 에- 하고 놀려준 뒤 바깥으로 나오는 참이었다. 혜린이와 대화하는 중에, 유나는 난감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에... 그러지 못할 거 같은데.”



“왜?!”



“아주 멀리 가요... 만나지 못할 만큼...”



“에에이, 말도 안 돼~!”



유나의 말에 불평하는 혜린이. 하지만 유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미래로 간다고 어떻게 말하겠는가. 전학간다고 거짓말 하는 것만으로 찔리는데, 거짓말을 더 부풀릴 수도 없고. 유나는 생각을 정리하고 한 마디 했다.



“그치만.”



“그치만?”



“저번에도 말했듯이... 조금만 기다리면... 만날 수 있을거야. 꼭.”



“당최 뭔 소린지... 아까는 못 만난다며. 조금만 기다리라고?”



유나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혜린이다. 그들이 그렇게 놀고 있을 적에, 보면 여친하고 별로 놀지 않는 서영이는 애들하고 누가 빠질지 베틀을 뜨고 있고, 보스 패거리와 기타 남자애들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공을 빌려서 축구를 하고 있다. 다만, 구원이와 민준이는 여전히 나영이에게 수작질이다.



“오오, 나의 공주님~”



“누, 누가 공주야!”



“그래, 저 따위 또라이는 갖다 버리고 이 멋진남자 박민준은 어떤가?”



“너도 마찬가지야, 저리 가!”



재밌어 보이는 광경이다.






-다시 안.



“승희야.”



“응?”



“물어볼 게 있는데.”



“뭐?”



승희는 내 옆에 앉아서 나랑 두런두런 얘기하고 있었다. 문득 생각이 난 나는 대화 주제를 바꾸려 했다.



“유나가... 왜 과거로 왔는 지 알아?”



“글세? 그러고 보니 그걸 안 알려 줬네. 유나나 너나.”



“미래에... 너하고 나하고 결혼한다고 얘기 했었잖아.”



“...어.”



‘결혼’ 이라는 말에, 승희는 조금 난감해하면서 대답했다. 나도 솔직히 아직까지 거시기 하긴 하다. 사귀고 있는 건 확실히 맞는데 미래에 결혼 이라니... 어쨌든 나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근데 미래에 너랑 나랑 이혼한데.”



“......”



그 말에, 분위기는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승희는 말없이 생각하다 시큰둥하게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뭐야,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벌써 이혼이라니...”



“나도. 처음에 그 생각 했는데.”



“......”



그리고서, 우리 둘은 입을 다물었다. 분위기가 되게 묘하다. 아직 우린 어린데, 결혼 어쩌고 하고 있으니... 문득 승희가 새침하게 입을 열었다.



“너, 이거 빌미로 나랑 결혼하려고 하지 마!”



“응?!!”



“결혼은 진짜 신중하게 해야 하는 거니까. 네가 하는 거 보고 결혼할 거야.”



승희의 그 말에, 나는 조금 당황했다. 꼭 결혼 안 할 것 갈이 말하잖아. 나는 몸을 버둥거리며 변명했다.



“그, 그럼 유나는...”



“떽! 그러니까 미래에 유나 나오려면 네가 열심히 노력해야지. 미래에서 뭔가 일이 있으니까 이혼을 한 거 아니야?”



“알았어... 알았다구.”



“히히, 나가자.”



승희는 밝에 웃으며 날 일으켜 세웠다. 핫초코 먹고 아랫목에서 이불 덮고 누워 있었더니 몸도 제법 녹아서, 이제 나가도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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