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주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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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1.09.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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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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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07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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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되주센! - 083

DUMMY

-잠시뒤.



“와- 이뻐 이뻐!”



“잘 어울린다!”



“에에...이...”



유나는 표정을 찡그렸다. 마리아와 세나는 연신 감탄사를 내밸고 있다. 예은이는 한숨을 내쉬고 있고, 혜린이도 좋아서 유나를 쳐다보고 있다. 동아리 사람 두 명과 혜린이에 의해서 유나는 옷을 갈아입혀졌다. 입고 있는 옷은 교복 같은 건데, 얼핏 보면 무난해 보이는 교복이지만 묘하게 현실성이 없어 보이는 교복이다. 치마도 짧고, 옷의 질감이 보통 교복과는 다르다.



유나에게 이런 상황은 익숙한 편이다. 1학기 축제 때, 애니사랑 폐인회 애들에 의해서 본의 아니게 몇 번 코스프레도 하고 심지어 축제 무대 때엔 바니걸 옷을 입고 무대에 올라가기도 하고, 납치 당할 뻔 하기도 했으니 말 다했다. 그런 격한 성향의 애니사랑 폐인회의 애들에 비하면 이쪽은 매우 건전하다. 게다가 애니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지만 나머지 의상이니 준비가 뭔가 매우 엉성한 애니사랑 폐인회와는 달리 이쪽 옷은 정말 대단한 수준이다. 하지만 그러니 저러니 해도 이런 옷을 입고 있자니 부끄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나마, 여기 있는 애들이 여자애들 뿐이라 덜 창피하긴 하다. 게다가 옷 자체가 그리 화려한 편이 아니라 무난해서, 덜 창피하다.



“자, 여기에다 이렇게 하고...”



“와, 똑같애 똑같애!”



세나는 유나에게 다가가서 오른쪽 앞머리에 노란 핀 두 개를 꽂아줬다. 마리아는 뭐가 뭔 지 모르겠지만 똑같다고 박수를 치며 좋아한다. 세나는 그러고도 만족하지 않았는지 이번엔 유나 손에 캐스터네츠를 들려준다.



“이걸 치면서 이렇게 해봐.”



“어?”



“응, 땅!”



“......”



세나는 귀엽게 캐스터네츠를 치면서 캐스터네츠를 좌우로 이동시켰다. 뭔 소리인고 하니, 캐스터네츠를 치는데 이동하면서 쳤다. 유나는 잠자코 세나가 하는 짓을 보고는 말했다.



“그런 건 안할레.”



“에에이, 옷 다 입어놓고 무슨 소리야.”



“그런 걸 어떻게 하라구~! 창피하게!”



“괜찮아, 우리만 보고 있잖아.”



“저기 예은이가 카메라로 찍고 있잖아~~!”



유나가 쪽팔려서 발버둥을 치자, 세나가 은근한 말투로 달랬다. 마리아는 약간 상기된 얼굴로 흐뭇하게 유나를 바라봤다. 예은이는 어느새 캠코더로 그쪽을 찍고 있다. 예은이는 캠코더에서 눈을 떼고는 처량하게 말했다.



“포기해, 유나야. 나도 처음엔 그랬어.”



“나, 나는 여기 학생도 아니잖아~~ 대체 왜~!”



유나는 너무 창피해서 얼굴이 새빨개졌다. 옷을 입는 것 까진 상관없지만, 저런 걸 하라니. 한참을 안하겠다고 떼쓰다가, 결국 캐스터네츠를 잡았다.



“으... 응... 땅...”



“소리 크게! 그리고 좀 더 적극적으로 해야지. 이건 NG다.”



“뭘 영화 찍듯이 그렇게 찍고 있는데!!”



세나가 엄한 목소리로 말하자 유나가 소리쳤다. 예은이는 여전히 캠코더로 찍고 있고, 혜린이와 마리아는 의자에 앉아 이 정경을 구경하고 있다. 한참을 NG내고서, 결국 유나는 눈을 질끈 감고 했다.



“응 땅! 응 땅!”



“음... 오케이! 우와, 진짜 잘했어 유나야~”



“...피이...”



세나가 극찬을 하며 유나를 껴안았다. 예은이도 살짝 미소를 지으며 캠코더에서 눈을 떴다. 마리아와 혜린이는 어디어디 하면서 캠코더에 녹음된 화면을 확인했다. 마리아는 화면을 보고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내가 복식 연구회에서 이런 짓을 많이 했지만 이 정도 싱크로율은... 유나가 최고야. 넌 이제 유나가 아니라 유이야.”



“...에...”



유나는 기분이 이상했다. 자기는 분명히 혜린이랑 놀려고 온 건데 이런 짓을 당하고 있다니... 정작 혜린이는 애들이랑 같이 보면서 좋아하고 있다.



“다음엔 이거.”



“에에엑, 이건 절대 안돼!!”



“왜! 이게 얼마나 예쁜데.”



“이건 너무 창피하잖아!!!”



세나가 다음 옷이라고 가져온 것은 솔직히 좀 그렇다. 옷은 그냥저냥 평범한데, 바지가 되게 짧고 위 옷이 길어서 바지를 가려서 꼭 바지를 안 입은것처럼, 소위 말하는 ‘하의 실종’ 패션처럼 되어있는 옷인데, 그 정도야 봐줄만 하다. 문제라면 바로 귀. 분홍색에 하얀색이 섞인 크고 아름다운 토끼 귀다. 머리띠형인데 이걸 차라고 한다. 게다가 무슨 마법봉 같은 것도 들고 있으라고 하고. 유나는 이번에도 완강한 저항을 했지만 결국 입게 되었다.



“으윽... 나 정말 어떻게 될 거 같애...”



“으앙~! 너무 귀여워! 막 깨물어주고 싶어!”



세나는 흥분해서 옷을 입은 유나를 껴안았다. 유나는 창피해서 발버둥쳤다.



“이제 그만할래, 이런거.”



“잠깐만! 좀 찍고.”



예은이가 캠코더를 찍으며 말했다. 유나는 울상이 됐다.



“자, 웃고.”



“...으앙.”



결국에, 그 뒤로도 옷을 한 서너번은 더 입고나서야 유나는 원래 입고 온 옷으로 갈아입을 수 있었다.








“원래 역극부는 정통 연극을 하는 연극부였는데... 어떻게 하다보니까 이렇게 의상연구회로 바뀌어 버린거지.”



“그래도... 이건 내가 아는 어떤 애들이랑 너무 똑같잖아. 오타쿠 무리 애들.”



“어허! 오타쿠라니! 우린... 우린...!”



세나와 마리아가 설명하자, 유나는 울상으로 말했다. 옷 입는 게 창피해서 죽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지나니 유나랑 세나랑 마리아는 되게 친해졌다. 도리어 마리아와 조금 거리를 두는 혜린이보다 더 친해진 것 같다.



“그럼 이제 우리 동아리 설명은 그만 하고.”



“휴우.”



“학교 구경이라도 할레? 볼만한 데 많이 있으니까.”



“어!”



세나의 말에 유나는 벌떡 일어나면서 표정이 환해져서는 대답했다. 사실 이 학교 구경을 해보고 싶기는 했다. 엄청 큰 데다 건물들도 예쁘고, 무엇보다 고등학교라기보다 대학에 가까운 이 학교를 한번 꼭 구경해보고 싶다. 자기는 시궁창같은 일반 고등학교 다니고 있는데...







다섯명은 적절하게 학교를 거닐며 유나에게 학교를 구경시켜줬다. 잘 꾸며놓은 공원, 분수, 폭포, 강당, 별관... 하나같이 이미 고등학교의 레벨을 벗어난 건물들이었다. 특히 공원이나 분수 같은 건 왠만한 대학교 캠퍼스에서도 못 볼 것 같은 수준이었다. 유나는 감탄해서 입을 쩍 벌렸다. 좀 거닐다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됐다.



“점심 먹으러 가자.”



“어디? 밖에?”



“아니, 학교에서 주지. 오늘은 사람이 적으니까, 너 데려가도 문제되지 않을 꺼야.”



“그래도...”



“괜찮아, 괜찮아.”



세나의 말에 유나는 풀죽은 표정으로 그래도... 했지만 마리아가 괜찮다고 하면서 그냥 데려갔다. 아무리 그래도 남의 학교에서 밥 얻어 먹기는... 그러나 그 생각은 급식을 받고서 바뀌었다.



“헐...”



“왜?”



“이게... 보통 평상시에 주는 급식이야?”



“음... 오늘은 사람 없다고 그런가, 좀 화려하게 주긴 했는데. 뭐 일상적이지.”



“마, 말도 안돼...”



유나는 벌린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이 학교가 아무리 유럽 무슨 제단 어쩌고 해서 학교 이름이 ‘성 프란체스코’ 라고 외국어가 들어가고, 학교 안에 성당도 있고 외국 풍으로 건물을 짓기도 했지만 어떻게 급식까지 외국식으로, 그것도 엄청 화려하게 나올 수 있단 말인가. 이게 정녕 급식인가. 급식은 크림 스파게티에 스프, 네모난 치즈 조각 몇 개, 바게트 빵에 생크림, 과일 주스 이렇게 나왔다. 유나가 먹는 쓰레기같은 중앙고 급식으로는 감히 생각할 수 없는 식단이다. 유나가 조금 두려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거... 좀 느끼하지 않을까.”



“나도 솔직히 처음엔 엄청 느끼했는데... 먹다보니까 괜찮아. 생각보다 안 느끼하게 잘 만들더라고. 먹어봐, 맛있어.”



옆에 앉은 혜린이가 말했다. 앞을 보니 마리아가 익숙하게 바게트 빵에 스프를 찍어서 한 입 베어물고 있었다. 굉장히 고상하고 우아하게 먹고 있다. 혜린이는 유나에게 말하다 말고 마리아가 밥 먹는 모습을 보고 얼굴을 붉혔다. 유나는 어안이 벙벙해서 일단 크림 스파게티를 먹었다. 생각보다 느끼하지 않고 부드러운게 맛난다.



“맛있어!”



“뭐~ 너희 학교 급식 맛없다는 건 효성이한테 귀에 딱지가 얹도록 들어서 그 심정 잘 이해하지. 맛나게 먹어.”



“응. 그런데 나... 뭔가 이런 급식 먹으니까 눈물이 다 나네... 내가 눈물이 나는 사람이 아닌데...”



“유, 유나야 진짜 우는거야?”



반 정도는 진심이다. 정말 현실적으로 워낙에 평소에 먹는 점심, 저녁 급식이 개판이니...








그 뒤로는, 대략 놀았다. 바깔에서 노는 걸 좋아하는 혜린이의 제안으로, 저번에 추석에서 했던 놀이를 그대로 혜린이네 학교에서 재현했다. 다행히 적절하게 큰 나무 하나가 있어서 거기에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부터 시작했다. 이 게임이 끝나면 다른 초등학생들이나 하는 유치한 게임들을 했다. 하지만 유나는 이런 류의 게임을 어릴 적에 못 해봐서 되게 재밌었다. 예은이는 ‘정말 이 사람들이 이런 초등학생 때 하던 게임이 재밌나...’ 하는 눈초리였지만, 혜린이는 ‘정말’ 재밌어서 하고 있고, 세나도 나름대로 재밌나보다. 마리아는 어릴 때 외국에 있어서 이런 걸 안 해봤다고, 되게 재밌다고 칭찬했다. 그 칭찬에 또 혜린이는 얼굴을 붉혔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이후로도 깡통차기니, 얼음땡이니, 팔방놀이니, 고무줄 놀이 같은것도 하고 아주 쌍팔년도 식으로 재미나게 놀았다. 그렇게 놀다보니 오후가 다 가서 어느덧 오후 4시 30분. 엄마한테, 정확히 말하면 효성이네 엄마니까 할머니한테 저녁 먹기 전까지 온다고 했으니 이제 가야한다.



“아쉽네.”



“응...”



“다음번에 또 놀러와 유나야, 더 좋은 옷 입혀줄게.”



“에에이... 그건 사양해요, 언니.”



마리아의 말에 유나가 뒷머리를 긁으며 대답했다. 작별한다는 말에 다들 아쉬워한다. 유나는 예은이에게 다가가 말했다.



“예은아.”



“응?”



“아까 찍은 거, 파일로 보내주라. 메일주소 알려줄게.”



“에에, 아까는 그렇게 창피해하더니...”



그러니까 말이다, 아까는 그렇게 창피해하더니. 유나는 생긋 웃으며 대답했다.



“아빠랑 남친 보여주려고. 되게 재밌어할 것 같애.”



“아빠?”



“응, 그런 게 있어.”



예은이는 자기가 잘못 들었나 했지만 유나는 웃어 넘겼다. 다들 교문까지 나가서 손을 흔들며 배웅해줬고, 혜린이만 따라와 같이 버스정류장으로 왔다.



“어때, 오늘 재밌었어?”



“응!”



“마리아 언니나 예은이는 어땠어? 되게 재밌지?”



“응. 게다가 그런 옷 진짜 리아 언니가 다 만드신 거야?”“그렇다니까! 정말 대단하지!”



말하는 사이에 버스가 와서, 유나랑 혜린이 둘이 탔다. 유나가 혼자 갈 수 있다고 했지만 혜린이가 그래도 배웅해준다고, 같이 좀 더 얘기하고 싶다고 탔다. 유나도 솔직히 혼자 가기 좀 두려웠는데 안심했다.



“어쨌든, 마리아 언니 말대로 다음에 기회 되면 또 놀러와. 그땐 더 재밌게 놀자!”



“응!”



버스에서 내려서 기차역에 가니 마침 때가 적절하게 10분 뒤에 기차가 온다고 한다. 혜린이는 기차 선로까지 마중나와서 유나가 기차 타는 것까지 지켜보고 걸어갔다. 창 밖으로 혜린이가 가는 걸 보고, 유나는 혼자 살짝 웃었다.



“재밌었다.”



기차는 출발하고, 유나는 살짝 눈을 감았다. 먼 외지에 혼자 놀러 나왔다 이제 집으로 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풀려서 살짝 잠에 들었다.







한편, 집.



“아... 지루하다.”



효성이는 하루종일 컴퓨터를 하고 있었다. 승희에게 별다른 연락이 없어서, 그냥 컴퓨터나 하고 있다. 유나는 어디 놀러갔다고 하루종일 없다. 그덕에 서영이도 심심해 죽겠다고 같이 컴퓨터 게임 안에서 만나서 놀고 있다.



“근데 나 이번엔 진짜 지금 처음 나오고 끝나게 생겼네. 모르겠다.”



‘덜컹.’



“아빠~”



“오, 유나 왔나.”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유나가 ‘아빠~’하는 소리가 들렸다. 효성이는 컴퓨터를 하면서 다리를 책상에 올려놓고 있던 걸 내리고는 천천히 일어났다. 허리가 뻐근하다



“아유, 우리 딸래미.”



“아빠, 오늘 되게 재밌었어요.”


작가의말

왜 전공과목은 과제를 안 주는데 타 전공들이 매주 과제를 주고 X랄이야ㅠㅠㅠ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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