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주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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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1.09.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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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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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21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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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되주센! - 091

DUMMY

그주 주말.




우리 집은 아침부터 난리법석이었다. 나는 부를 수 있는 최대한 많은 친구들을 불렀다.



“여.”



“오, 왔구나.”



“우리도 왔다.”



가장 먼저 온 건 민준이와 구원이, 우민이. 의외로 남고 애들이 먼저 왔다. 분위기를 보니 민준이가 억지로 일찍 끌고 온 것 같지만. 뒤이어 상균이, 선민이, 성찬이 등의 아이들이 차례로 찾아왔고, 그에 따라 나는 정신이 없어져 갔다.



“이제 대충 다 왔나?”



“잠깐!! 우리를 빼놓다니!”



“아, 너희도 있었구나.”



딱히 부르지도 않았는데 애니사랑 폐인회 녀석들이 전부 왔다. 사실 안 부르려고 한 게 아니라 한 명도 친한 애가 없어서 연락을 못했던 거다.(...) 아마 유나가 연락했겠지. 얼추 다 모이니 스무 명은 족히 될 것 같다. 다들 거실에 모여 쇼파에도 앉고 바닥에도 앉고 하니, 그리 좁지 않다고 생각하던 우리 집 거실이 겁내 좁아 보인다. 애들 앞에 서서, 연설하듯이 말했다.



“자자, 여기 주목!”



“제가 이렇게 서로 학교도 다른 친구들을 우리 집으로 불러 모은 이유는... 2학년 올라갈 때 유나가 전학가기 때문이야.”



“뭐, 뭐야?!”



“그걸 이제야 알려주면 어떡해!”



“으아, 앙대!”



아이들은 격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구원이와 애니사랑 폐인회 녀석들의 반응은 볼만 하다. 나는 계속 이어서 말했다.



“그래서, 유나와 친분 있는 애들을 이렇게 모았습니다. 비록 서로 잘 모르는 사이여도 이번 일을 계기로 친해지죠!”



나는 말을 끝내고 승희와 유나 옆으로 갔다. 헌데 모두들 가만히 움직이지 않는다. 서로 어색해서 그런가... 한동안 어색한 침묵이 계속됐다.



“아이고, 공주님. 공주님이 가시면 전 어떡하라고...”



“그, 그렇게 됐어... 미안.”



“이봐! 누가 네 공주님이지!”



구원이가 유나에게 달려와 평소에 취하는 한 무릎을 꿇고 유나의 손을 잡는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그러자 애니 사랑 폐인회의 아이들이 화내며 구원이를 둘러쌌다. 구원이도 구원이 나름대로 성깔있는 눈으로 녀석들을 쳐다보면서 입을 연다.



“...뭐.”



“어째서 유나가 너의 공주님이지?”



“그거야, 난 유나 공주님의 기사니까!”



“마, 말도 안되! 우린 입학하자마자 유나 팬클럽을 결성했다고! 너 혼자 독차지 하는 건 우리 목숨을 바쳐서라도 안되!”



“훗, 그럼 무력을 쓸 수밖에 없나.”



“싸, 싸우지 마세요...”



시비가 붙은 구원이와 애니사랑폐인회 녀석들 사이에서 유나는 난처해 했다. 실제로 구원이가 무력을 쓸 확률은 0에 가깝다. 함부로 누굴 때리는 녀석은 아니니까... 그리고 애니사랑 폐인회 녀석들 역시 주먹을 휘두를 확률은 0에 가깝다. 누굴 때릴 정도로 깡이 있을 정도의 녀석들이 아닌 찌질이들이니까.



“쟤네는 재밌게 노는데...?”



“그려, 우리도 놀아야지.”



옆에 있는 승희가 나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그래, 놀아야지. 하지만 논다고는 하는데 또 이상하게 됐다. 나와 민준이는 각각 내 방가 아빠 방의 컴퓨터에 앉았다. 그리고 내가 있는 쪽에 중앙고 애들이, 민준이가 있는 쪽에 남고 애들이 모이게 됐고 거실에는 구원이와 애니 사랑 폐인회 녀석들이 점거한 체 여전히 싸우고 있다.



“이러면 놀자고 한 본 취지에 어긋나는데...”



“그래도, 남고 애들이랑은 어색해.”



“어째 공교롭게 같은 중학교 아닌 애들하고만 친하냐, 효성아.”



“그러게.”



컴퓨터를 하다가도 이건 아닌 것 같아서 서영이에게 맡기고 나왔다. 그래도 내가 애들 불러서 파티를 주최했는데 주최자란 놈이 ‘애들이 안 노네...’ 하면서 그냥 컴퓨터만 하는 게 말이 되는가. 일어나서 대뜸 보이는 게 혜경이.



“아...”



아... 혜경이. 혜경이는 별달리 애들이랑 얘기도 안 하고 침대 구석에 앉아 있었다. 얼마만에 정면에서 쳐다보는 혜경이인가. 정확하게 생각해보면 여름방학 전에 그런 일(?)이 생기고서 개학하고 대화를 시도해봤지만 혜경이의 씹음으로 인해 결국 사이가 멀어지게 된 그런 거다. 하지만 이제 학기 말. 언제까지 이렇게 어색하게 살아갈 것인가. 용기를 내서, 혜경이에게 다가갔다.



“혜경아.”



“응...”



내가 말을 걸자, 혜경이는 저번 개학때와는 달리 제대로 대답을 했다. 저번처럼 싸늘하지도, 그렇다고 뭔가 애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음... 뭐라고 해야 될까. 일단 미안하다고 할게.”



“뭐가 미안해?”



“아니... 그러니까... 음...”



‘뭐가 미안해?’ 하는 말의 어감은 비꼬는 게 아니라 그냥 평상 말이다. 하지만 나를 충분히 당황하게 만들었다. 글세, 뭐가 미안할까. 고백했는데 안 받아준 거? 이러니까 나 엄청 인기 있는 놈 같아 보이네. 내가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혜경이는 살짝 웃으면서 대답했다.



“괜찮아, 이제 너 관심 없으니까.”



“...그거 좀 씁쓸하네.”



“하하하하.”



“어... 진효성씨? 뭐가 씁쓸하다고?



“아, 아니야, 아이구, 내가 무슨 말을 했다고”



내가 혜경이랑 노닥거리니까 승희가 와서 은근한 말투로 말했다. 이에 나는 당황해서 변명을 하려고 발버둥쳤다. 보니 승희랑 혜경이도 예전보다 훨씬 나아진 것 같다. 세월이 약이구나. 세월이 약이야. 한편 나와 혜경이처럼 사이가 어색한 것‘처럼’ 보이던 세영이와 서영이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모양이다.



“어디서 게임질이야!”



“악!”



“그래도 게임하네!”



‘퍽!’



“아아, 그만 때려!”



세영이의 폭력에 서영이는 고개를 쳐들고 한 마디 했다.



“아줌마, 요즘 애들은 한 성깔 하거든요?!”



“응?”



“그, 그만하겠습니다.”



“필요 없어!”



하지만 그 장난질이 세영이에게 무차별 구타를 받는 시발점이 됐다. ‘아줌마’라는 적절한 어휘의 선택으로 서영이는 결국 컴퓨터에서 벗어날 정도로 맞으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오래간만에 보는 익숙한 풍경이다.



“잘 노네, 들.”



“그러게.”



나와 승희는 이렇게 잘 노는 애들을 쳐다보다 문득 바깥이 시끄러운 걸 느꼈다. 살짝 문을 열고 나가니, 유나가 나를 보고 웃는다.



“뭐 하는 데 이렇게 시끄러워?”



“아, 아빠.”



유나가 나를 끌고 거실로 나왔다. 거실에는 바닥에 신문지가 깔려 있었다. 그 위에는 피자와 치킨, 탕수육 등이 있었다. 구원이와 폐인 녀석들이 밖에서 옮기고 있다. 조금 놀란 나는 유나를 보고 물었다.



“이게 다 뭐야...?”



“이제 점심때잖아요? 제가 시켰어요.”



“돈은 어디서 나서.”



“조금씩 모으던 걸로... 헤헷.”



참, 누구 딸인지 몰라도 정말 착하다. 아빠가 눈물이 나는 사람이 아닌데... 눈물이 나려고 하네. 냄새를 맡고서 벌써 서영이는 세영이한테 맞으면서 나온다. 나는 아빠방 쪽으로 큰 소리로 외쳤다.



“야, 다 나와! 밥이다!”



“헠헠”



“우오오오옷!”



남고 녀석들은 내 외침에 문을 열고 음식을 보자 눈이 마치 짐승들이 본능을 깨우쳤을 때의 표정과 같게 변했다. 순식간에 하이에나와 같이 다가온 녀석들은 저지할 틈도 없이 음식을 먹어치우려 했다.



“야, 야! 다 모이고 먹어! 이것들이!”



“왏앍앏앎앑!”



먹을 것을 보고 이성이 있던 구원이와 우민이의 도움으로 겨우 저지시켰다. 솔직히 이 짓을 하는 건 보스쪽 패거리 녀석들 때문이다.



“자, 다들 먹세! 이거 유나가 사는거여!”



“고마워 유나야-!”



“헤헤, 많이들 드세요.”



“먹자!!”



아이들은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했다. 이것저것 먹다보니, 서로를 보고 웃음이 나온다. 다들 먹을 것 앞에 어색함을 털어냈다. 엄청 많은 양의 음식들이 단 20분만에 모두 없어져버렸다. 여자건 남자건 다들 한창때이니, 당연한 일인가. 대신 다들 너무나 배불러 그대로 누웠다. 유나가 혼자서 다 먹고 아수라장이 된 곳을 치우자, 양심에 찔린 내가 일어나서 도우려 했으나 구원이와 애니사랑폐인회 녀석들이 일어나 순식간에 다 치워버렸다. 소화가 될 때까지, 다들 TV앞에 모여 앉았다. 배도 부르고, 오후가 되자 다들 누워서 자려고 한다. 그건 맞아, 학교에서도 원래 이 시간엔 자는거니까. 이 때, 말수가 별로 없는 우민이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효성아.”



“응?”



“가서 축구같은 거 할래.”



“오, 좋지.”



“그래, 남고 대 중앙고 하자!”



대다수의 남자애들은 동의했다. 다만 혜경이나 승희, 유나 등의 여자애들은 그다지 탐탁지 않은 듯 했지만 어쨌든 모두가 간다고 하니 하는 수 없이 동의해서, 모두 남고로 향하게 됐다. 중앙고에는 없지만, 남고에는 풋살장이 있다. 다만 웃긴 건 ‘풋살’ 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바깥에 있다. 입한고는 우리집을 기점으로 해서 중앙고랑 반대 방향이다. 그리고 거리는 중앙고까지 가는 것보다 두배 넘게 멀다. 요새 그래서 승희와 서영이가 징징댄다. 멀다고. 애들이 때거지로 몰려다니면서 시끌벅적하게 얘기하면서 가니 그래도 비교적 금방 도착했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풋살장으로 향하는데, 운동장에 또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어, 보스?!”



“오오, 효성이 아니여!”



“하하, 여기서 뭐해요?”



“나? 애들이 말 하지 않았나? 봉사활동 하고 있잖여.”



“아~”



과연, 보스는 정말 개과천선했다. 1학기 때 그 사악하고 악랄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보스의 얼굴에는 인자한 미소만이 가득하다. 보스는 내 뒤의 일단의 무리들을 보고 묻는다.



“근디, 뭐다러 이렇게 다 온겨?”



“풋살하려구요. 형도 하실레요?”



“풋살? 거 좋지~”



보스는 환히 웃으며 대답했다. 보스는 자신의 부하들과 남고 애들을 적절하게 배치해서 남고 팀을 짰다. 우리도 우리대로 중앙고 팀을 짰다.



“......”



“아유, 제수씨도 오래간만에 보네. 그체?”



“...변태.”



보스는 승희와 눈이 마주치자 넉살 좋게 대답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승희의 싸늘한 대답이다.



“어허, 이 양반 보소. 죄송하다니께.”



“...저질.”



보스가 사과해도, 승희는 싸늘하게 대한다. 사실 사과는 축제 때 하지 않았었나? 왜 이제와서 이런 촌극을 벌이고 있는 거야. 보스는 계속해서 사과하고, 하지만 승희는 받아주지 않고. 결국 보스가 무릎을 꿇고 사죄까지 하자 그제서야 승희가 당황해하며 사과를 받아준다.



“유나송별파티배, 남고 대 중앙고 풋살을 시작합니다!ㅢ



“......”



“시작!”



경기가 시작되었다. 나는 당연히 중앙고 소속이다. 중앙고니까. 경기는 남고 녀석들에게 유리했다. 녀석들은 밥 먹고 풋살만 하는 지 엄청난 팀워크를 보여줬다. 우리도 축구라면 밥먹고 축구만 하지만 풋살은 그닥... 게다가 생각해보니까 저 녀석들, 보스 패거리랑 섞여서도 저렇게 엄청난 팀워크를 보여주다니... 그들의 파상적인 공격에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한 골 먹혔다.


작가의말

...부끄러운 줄 알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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