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주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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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1.09.29 13:55
최근연재일 :
2011.09.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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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04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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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아빠가 되주센! - 030

DUMMY

“...?”



“왜, 승희야.”



“아니, 유나 목소리가 들린 거 같아서...”



“유나? 유나가 왜?”



“음... 아닌가? 너는 못 들었어?”



“응, 그냥 착각한 거겠지.”



승희는 뒤를 돌아봤다. 나는 그런 소리는 못 들었다. 들은 건 어떤 커플이 옥신각신 싸우는 거... 별 싸울 이유도 아닌데, 영화가 재미 없네 있네로 싸우고 있었다. 내 대답에도 불구하고, 승희는 계속 의아해하며 뒤를 쳐다봤다. 나도 뒤를 쳐다봤다. 회색 츄리닝을 입은 행인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야, 저 사람, 꼭 서영이랑 똑같이 생겼다.”



“서영이?”



“응, 걔는 휴일에는 꼭 저 츄리닝이랑 똑같은 옷 입고 나다니거든. 중학교 때부터.”



“아~ 그래? 우와, 되게 촌스러.”



“하긴, 아무리 서영이여도, 저 꼴로 무제를 올 리는 없지.”



나랑 서영이는 친한 사이지만, 승희는 서영이를 고등학교 때 와서 만났기 때문에, 나만큼 친하지는 못하다. 근데 참, 진짜 서영이꺼 츄리닝이랑 똑같이 생겼다, 보면 볼수록. 녀석 특유의 츄리닝을 여기서 보다니, 하하, 재미나네.





-“아오, 들키는 줄 알았잖아.”



“죄, 죄송해요...”



“됐어, 얼른 쫓아가자. 더욱 조심하고.”



“네.”



서영이는 한참을 걸어가고 나서야 겨우 유나에게 돌아왔다. 유나는 미안해서 자동으로 존댓말이 복구됐다. 둘은 한층 경계심이 증가한 상태로 놈들을 미행했다.





식당이 어디에 있으려나. 연애라는 건 해본 적이 없고 항상 게임만 하거나 친구들과 밖에서 놀기만 한 나는 이런 일에는 당최 소질이 없다. 다행히 승희랑 얘기하면서 걷다가, 적절한 가게가 눈에 띄어 같이 들어갔다. 둘이 앉으니, 기분이 참 묘하다. 아, 내가 커플이 됐구나. 항상 민준이나 서영이랑만 같이 밥 먹었는데. 그 때는 항상 커플들이 밥 먹으면 ‘죽일꺼야, 죽여버릴꺼라고!!’ 라면서 질투했었는데. 이제 내가 그 커플이라니... 그냥 그 느낌만으로 참 기분 좋다.



“뭐 먹을까?”



“나는 네가 사주니까 비싸고 양 적고 맛있는거!”



“그, 그래. 그럼 나는 싸고 양 많은 거.”



“이게! 농담 좀 했다고 표정 싹 바뀌는 거 봐.”



나는 표정 하나 안 바뀌고 뻔뻔하게 승희를 보며 말했다.



“응? 무슨 소리야 승희야?”



“아이씨! 너는 여자친구한테 밥 사주는 게 그렇게 돈 아까워?”



“으응? 아니, 아닌데?”



“됐어, 이거하고 이거 먹으면 되잖아.”



“아이, 장난이야.”



잠시 장난치며 음식을 시켰다. 우와, 이렇게 다르구나.




-민준이와 서영이와 밥을 시켜 먹을 때.



“난 돈까스.”



“나도.”



“그려, 나도.”



“여기 돈까스 세 개요.”



“......”





이랬었는데, 지금은 단지 둘만 있는데도 훨씬 역동적인 대화잖아. 밥을 먹기 전까지는 그냥 잡담을 한다.



“...!”



“...!”



승희랑 조금 조금씩 얘기를 하다가, 승희가 말을 그치고 TV를 보는 사이에, 나는 바깥을 두리번 거리며 살펴봤다. 그러다, 지나가던 행인과 눈이 마주쳤는데, 흠칫 놀랐다. 행인도 흠칫 놀랐다. 행인은 세영이였다. 옷도 잘 차려입고, 다른 여자애 2명이랑 걸어 가는 걸 보니, 아마 놀러 온 모양이다. 세영이는 나와 승희가 같이 있는 걸 보고는 씨익 웃었다. 나는 조금 어색해서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에, 세영이는 깔깔 웃으며 시선을 친구들 쪽으로 돌린다.



“왜?”



“아니, 아니야.”



내가 바깥을 보고 웃는 걸 보자, 승희가 의문스런 눈초리로 날 보며 묻는다. 나는 대충 넘어갔다.





“......”



“......”



효성이와 조금 멀리 떨어진 자리에 앉은 서영이와 유나. 그러나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다. 서영이는 분노와 격노의 감정이 담긴 눈빛으로 효성이를 노려보고 있고, 유나는 그런 서영이를 조금 무서워 하는 눈으로 보고 있었다. 서영이의 입에서, 낮고 격앙된 목소리가 나왔다.



“죽일꺼야, 죽여버릴꺼라고!!”



“지, 진정해요, 왜 갑자기 그래... 응?”



“아, 그래, 평소 습관대로 나와서 그만...”



유나가 옆에서 걱정스런 눈초리로 보자, 서영이는 잃었던 이성을 찾았다. 둘도 역시 똑같이 음식을 시켰다. 기다리는 사이, 서영이가 지루한 듯 말했다.



“야, 근데 우리, 이렇게 염탐하는 이유가 뭐냐?”



“에? 그러니까, 효성이가 데이트 제대로 하고 있나...”



“내가 저녀석 데이트 잘하나 여기까지 온거야?”



“아니, 그러니까... 재밌잖아요! 염탐하는거!”



“재미 없어.”



두 사람은 슬슬 의견에 차이가 생기기 시작했다. 유나는 효성이, 자기 아빠가 데이트를 잘 하나 걱정이 돼서 쫓아왔다. 그러니 염탐하는 데 재미는 중요치 않다. 그저 잘 하고 있는 건가 보는거다. 그러나 서영이는 다르다. 그는 오로지 염탐의 재미만을 추구한다. 근데 아까부터 계속 쫓고 있지만, 별다른 재밌는 일은 없었다. 뭔가 뜨끔할만한 장면도 없다. 그래서 슬슬 진력이 나는 서영이였다.



“뭔가 화끈하게... 포옹을 한다던지. 키스를 해버린다던지.”



“에? 오늘이 첫 데이트인데 무슨 그렇게...”



“그래야 염탐할 맛이 나지...”



“그래도...”



“아이씨, 몰라, 재미없어.”



“아, 안되요.”



서영이는 재미 없어진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유나가 손을 내저으며 말렸지만, 서영이는 효성이와 승희가 있는 쪽으로 뚜벅뚜벅 걸어왔다.





“여.”



“너...너!”



“왜, 뭘 그리 놀라?”



나는 놀라서 나와 승희 사이의 책상에 손을 얹고 서 있는 자에게 손가락질하며 말을 더듬었다. 씨익 웃으며 우리 둘을 쳐다보는 자는, 말도 안되게 촌스러운, 위 아래 회색 츄리닝을 입은 서영이었다. 서영이는 미소지으며 말했다.“둘이 사귄다는 소문이 사실이었구만.”



“뭣? 벌써 소문이 나?”



“병신아, 훼이끄다.”



아까 영화관에 있던 게 서영이가 맞구나. 근데, 서영이가 왜 이 꼴로 무제에 있는거야?



“근데 넌 왜 그 꼴로 무제에 있는거냐?”



“나? 아, 아는 여자애 헌팅 좀 해서 데이트 좀 하고 있었지.”



“헌팅? 데이트?”



“저 짝에 앉아 계시지 않냐.”



과연, 서영이가 자랑스럽게 가리킨 방향에는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아이가 앉아있다. 오, 내가 여자친구 사귀니까 서영이도 여자친구를 사귀네. 역시, 우리는 영혼이 통하는 친구다. 근데, 저 여자애 어디서 본 거 같이 생겼다. 승희도 닮았고. 머리도 길고. 저 옷 어디서 본건데. 저 티셔츠 내껀데. 어... 어...?



“유나?”



“딩동댕~ 와, 유나랑 오면 안되가?”



“아니,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오히려 뻔뻔한 건 서영이다. 나와 서영이와의 대화는 별개로, 승희는 웃으며 유나를 불렀다.



“유나야, 일루 와, 왜 거기 따로 떨어져 있어.”



“......”



유나는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다가 쫄쫄쫄 걸어왔다.



“......”



“아유, 왜 눈빛이 그랴. 우리가 데이트 방해해서 그랴?”



“아니야, 그런거 아니지, 그치, 효성아?”



“...끙, 그렇지, 뭐.”



내가 유나를 노려보자, 서영이가 능글맞게 말했다. 승희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고, 내가 대답했다. 나는 유나에게 눈으로 말했다.



‘왜 왔어!’



‘죄, 죄송해요...’



눈빛으로 유나에게 말하자, 유나도 죄송하다는 눈빛을 보낸다. 어휴, 모르겠다.





넷이서 밥을 맛있게 먹고서, 노래방에 갔다. 그래도 노는데엔 사람 많은 게 좋아서, 확실히 재밌긴 했다. 그 재밌음에는 서영이의 깝죽거림이 몇 할 정도는 차지했다. 그래, 이건 이거대로 낫다고 치자. 나랑 승희만 왔다면 단 둘이서 재미있고 로맨틱하고 그런 걸 기대할 수 있었겠지만, 둘이서 노래방에, 그러면... 아오 진짜! 둘이서 왔으면! 이런 거 ! 저런 거!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아, 근데 나는 사실 그런 기회가 주어져도, 아마 못할 거 같다. 넷이서 한참동안 노래를 부르고, 다들 목상태가 안 좋은 상태로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는 길. 맨 뒷좌석에 넷이서 나란히 앉았다. 마구 깝죽거린 서영이는 지쳐서 창문에 기대서 자고 있다. 나랑 승희는 조금씩 얘기하고, 유나는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앉아있다.





-“잘 가라.”



“그래.”



골목길의 갈림길에서, 서영이와 헤어졌다. 이제, 평소 하굣길과 똑같이 세 명. 아침에 나올 때는 둘 이었는데 말이지. 내가 짐짓 꾸짖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 왜 무제까지 쫒아온 거야.”



“죄송해요, 아빠.”



“죄송은 나중에 하고. 이유나 말해. 왜 쫓아온거야?”



“그게...”



유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랑 엄마랑 데이트 잘 하나 보고 싶어서.”



“야, 내가 세 살 먹은 애기냐? 설마 데이트를 못하리라고.”



“...헤헤, 그냥 구경하고 싶어서.”



결국엔 원래 이유를 실토하는 유나다. 작게 말했지만, 바로 옆에 있으니까, 그 말을 들은 승희가 한 마디 했다.



“뭐야, 그런 거였어? 유나 못 됐네~ 남의 데이트나 구경하고.”



“죄송해요...”



“아니, 그렇다고 그렇게 사과할 것까지야... 꼭 효성이 같잖아~”



“......”



윽, 방금 전 발언, 위험하다. 승희는 유나가 나보고 아빠라고 하는 걸 어떻게 생각하려나... 물론 승희는 대충 넘어간다. 그리고 유나가 나보고 아빠라고 하는 것도 안다. 평소에, 거의 남들에게 들리지 않게 아빠라고 하고, 남들이 들을 땐 어색하게나마 ‘효성이’ 라고 부르는 유나이지만, 등굣길에도, 애들하고 있을 때도 내 옆에 있는 승희니까, 유나가 나보고 아빠라고 하는 걸 많이 들었을 것이다. 실상 승희는 그냥 넘어가는 거 같지만, 그래도 불안한 건 마찬가지다. 아이, 아무리 승희 상상력이 뛰어나도, 유나가 자기 딸인 걸 어떻게 알겠어. 아니, 솔직히 제 딸이 자기랑 나이가 같으면 그걸 믿겠냐고, 어느 누구가. 아, 여기있네, 믿는 사람.



“다음부터는 그러면 안되요~”



“네.”



“근데 유나는 왜 존댓말 써?”



“그냥요.”



“헤헤, 애기같네.”




승희가 유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하자, 유나는 마냥 좋아서 실실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이미 표정에서 이성을 읽을 수가 없다. 유나는 머리 쓰다듬어 주는 걸 좋아한다. 특히, 내가 쓰다듬어주는 것보다 승희가 쓰다듬어 주는 걸 훨씬 좋아한다. 승희가 엄마니까 그런가. 지금도, 승희가 자꾸 머리를 쓰다듬어 주니까 막 애기처럼 승희한테 달라붙는다.




“그만 하고 집에 가자, 유나야.”



“아, 네.”



“잘 가, 승희야.”



“그래, 내일 봐.”



벌써 집 앞이다. 승희와 헤어지고.






하아암. 재밌는 하루였다. 첫 데이트...



“좋아요?”



“응? 뭐가.”



“첫 데이트.”



“그럼... 그걸 딸이 본 게 좀 그렇지만.”



“헤헷, 미안해요. 그래도 잘 했어요, 아빠.”



“이게... 아빠한테 잘 했어요가 뭐야 이녀석아.”



“피이! 여기선 나이도 같고 정신연령도 같거든요!”



“야... 그런 식으로 말하면... 뭐... 맞는 말이긴 한데.”



“헤헤, 아빠.”



“야가 왜 이래. 나이도 같고 정신연령도 같다메.”



유나가 나를 껴안는다. 유나가 바란 아빠는 지금의 나보다 더 크고 따뜻한 품을 지닌 아빠겠지.



“미안하다, 아빠가 작아서.”



“괜찮아요, 비슷한 느낌이에요.”



“뭐? 나 여기서 키가 더 안커?”



“아,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라. 느낌이 비슷하다는 거에요.”




하루는 저물어 간다.


작가의말

으아아 왜 안써요
과제가 많구나
뭔가 잘못됐어 얼른 글을 써야겠어
과제 때문에... 힘이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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