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펜 국제 마법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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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4.01.22 21:19
최근연재일 :
2014.06.07 22:18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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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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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2.2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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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학기 초(8)

DUMMY

그의 손바닥에는 보라색 마법진이 각인돼 있었다.

아무리 상식이 없는 티엘이라지만 파즌이 마법을 쓰려 한다는 사실 정도는 알 수 있었으며, 그건 레이도 마찬가지였다.

차이가 있다면 레이는 방어하기 위해서 마법진을 각인했던 반면 티엘은 넋을 놓고 그 모습을 구경했다는 것이다.

방금 전까지의 기세는 어디 가고 티엘은 입을 떡 벌린 채 정신없이 파즌을 구경했다. 결국 레이는 에렌처럼 한숨을 푹 쉬고 티엘을 그의 등 뒤로 끌어당겼다.

"뭐하고 있어? 지금 선배가 마법 쓰려는 거 안 보여?"

"응? 아, 그런데 너무 신기해서.."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된건지 티엘은 우물쭈물 대답했다.

기가 막힌 레이는 뭐라 말도 못하고 주문 영창을 시작했다. 그보다 한순간 빨리 파즌 역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내 오른손에는 불의 채찍이,

내 왼손에는 여신의 가호가

나의 적이 나를 추적하지 못 하고..."

"그대의 축복이 그대를 지켜주길

그대의 사랑이 그대를 빛내기를

그대의 기쁨은 또한 나의 기쁨."

레이의 주위에 불투명한 반구형 막이 생겼다. 그리고 주문 영창이 레이보다 조금 늦게 끝난 파즌의 팔꿈치에 작은 정육면체가 생겼다.

레이는 몸을 긴장시켰다. 저건 뭐지? 그는 머리 속으로 방금 전 파즌의 주문을 되뇌었다. 주문 영창 때문에 지금에야 깨달았지만 학원에서 배운 적 없는 주문이었다.

물론 3학년만 배우는 주문일 수도 있고, 파즌이 독학에서 알아낸 주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위험한 주문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마력의 흐름이 너무 불안정했다. 마법을 쓰면 마력의 흐름이 불안정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건 불안정한 정도가 아니였다.

마력의 입자들이 날뛰고 있었다. 아빠 잃은 새끼양 마냥 한 곳에 가만 있질 못 하고 이리저리 빠른 속도로 돌아다녔다. 그러다 다른 입자와 부딪치면 터지기까지 했다.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는 이상한 상황이었다.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 레이는 반구형 막에 정신을 모았다.

불투명한 막이 점차 투명해지더니 아예 보이지않게 됐다. 레이의 이마에는 송글송글 작은 방울들이 맺혔다.

레이가 방어막을 강화시키는 동안 파즌 역시 준비를 끝마쳤는지 피곤한 어조로 말했다.

"폭파."

파즌의 팔꿈치에 있던 정육면체가 팡, 소리를 내며 터졌다. 회색 연기가 조금 났을 뿐, 위험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레이는 순간 자신이 잘못 생각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그는 곧 알 수 있었다.

파즌의 팔꿈치, 정확히는 정육면체가 있던 자리 바로 옆에 정육면체가 생겼다. 똑같은 보라색이었지만 크기는 좀 더 작았다. 이번에도 정육면체는 펑 터져버렸다.

그리고 터져버린 정육면체 주위에 몇 개의 정육면체가 생겨났다. 그 정육면체들 역시 곧 터져버리고 다시 주위에 많은 정육면체들이 생겼다.

그런 식으로 정육면체들은 번식-번식 외에는 달리 표현할 말을 찾을 수 없었다. 어쨌거나 정육면체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까.-하며 마침내 수백 개의 정육면체들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수백 개의 정육면체들은 더 이상 폭파하지 않았다. 정육면체들은 파즌의 코를 중심으로 모이기 시작해 파즌의 얼굴을 다 덮어버릴 정도로 큰 정육면체가 되었다.

그 순간, 어떤 생각이 레이의 머리를 번개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그 생각이 옳음을 그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자신은 절대 저 정육면체를, 파즌 선배를 이길 수 없다.

무슨 방법으로 자신과 티엘, 에렌을 공격하려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대로 있다간 죽을 것이다. 선배는 지금 진심이다. 진심으로 자신을 죽이려는 것이다.

도망쳐야 한다.

"티엘!"

"응, 아, 왜?"

티엘은 여전히 넋을 놓고 건성으로 대답했다. 도대체 뭘 믿고 이렇게 여유를 부리는지. 설마 엄청난 실력을 지닌 천재이기라도 한건가?

쉴 새 없이 빙빙 돌아가는 머리 한 구석에서 그런 생각을 했으나 지금은 중요한 것은 그런 게 아니었다. 레이는 티엘의 정강이를 힘껏 걷어찼다.

"아야!"

티엘이 비명을 지르며 레이를 눈물 맺힌 눈으로 노려봤다. 원망 섞인 눈빛에 레이는 조금, 아주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사과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

"도망쳐."

"갑자기 왜?"

"설명할 시간 없어! 지금 위험하니까 당장 도망가라고!"

티엘은 그제야 상황을 눈치챘다. 하지만 저 정육면체가 왜 위험하다는 건지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정육면체에서 레이저가 나오기라도 하나?

레이에게 묻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 거렸지만 일단 그는 뒤로 달려갔다.

레이 역시 티엘을 뒤따라 인파를 헤치고 파즌으로부터, 정육면체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도망치는 것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레이를 제외한 다른 학생들은 위화감을 느끼지 못했는지 여전히 웅성거리며 길을 비켜주지 않았다. 심지어 어떤 학생들은 티엘과 레이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몸으로 막고 발을 걸기까지 했다.

"젠장, 야 이 미친 놈들아. 지금 까닥하면 다같이 골로 가는 거라고!"

그러나 학생들은 레이의 말을 믿는 기색이 아니었다. 오히려 티엘과 레이를 안으로 밀어내며 비난했다.

"어이, 1학년들, 시작을 했으면 끝을 내야지!"

"빨리 싸우라고!"

"비겁한 자식들. 차라리 마법 한 대 맞지 쪽팔리게 도망가냐."

이건 한 대 맞고 끝나는 정도가 아니란 말이다.

레이는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 해야지? 어떻게 해야 도망갈 수 있지? 형, 내가 어떻게 해야될지 알려 줘.

그러나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 상황을 빠져나갈 좋은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발버둥은 끝낸 건가?"

파즌이 무미건조한 말투로 물었다. 그의 얼굴은 정육면체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선배, 지금 무슨 짓을 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만 두세요. 여기서 우리가 죽으면 선배만 곤란해지는 거라고요."

"죽어?"

옆에서 티엘이 깜짝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레이는 화내지 않도록 노력하며 대답해줬다.

"제발, 티엘. 좀 닥쳐줄래?"

"이름이 티엘인가? 성격이 계집 같던 게 이름 때문이었군."

티엘의 얼굴이 빨개졌다. 하지만 지금은 티엘을 위로해줄 때가 아니었다.

"선배. 제발요. 저희들은 죽어봤자...뭐, 좀 아깝긴 하지만 선배는 아까운 것 정도가 아니잖아요. 학원에서 가만히 있을 것 같아요? 아무리 학원장님 아들이라더라도 사람을 죽인 건 용서되지 않을 거라고요. 그러니까.."

"미안. 더 들어주고 싶은데 시간이 다 된 거 같다. 그리고 난 너희들 죽일 생각 없어."

"정, 정말요?"

"물론. 멀쩡하진 않지만 살 수는 있을거야. 다만 한 10년 동안은 침대에서 꼼짝도 할 수 없을 걸?"

미쳤다. 이 인간은 미쳤어.

레이는 재빨리 주문 영창을 하기 시작했다. 방어 마법은 움직이면 막이 사라지게되서 다시 만들어내야 했다. 완전하진 못하더라도 피해를 어느정도 줄여줄 것이다.

"그대의 축복이 그대를 지켜주길

그대의 사랑이 그대..."

펑!

레이는 주문을 끝마치지 못 했다. 처음의 정육면체보다 몇십 배는 큰 소리가 귓전을 때렸고 손가락 끝에 차가운 무언가가 닿는 느낌이 들었다.





몸이 무거웠다. 몇십 명에게 구타를 당한 것처럼 온 몸이 찌릿찌릿 아프고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도 없었다. 느낌상 멍이 열 군데는 든 것 같았다.

이상하게 머리는 맑았다. 삐이익, 하는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기억이 났고, 자신이 지금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도 대충 알 수 있었다.

"...학..장님, 파....대로....없습니다."

"동.....하지...도통...않아서.."

옆에서 어떤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고장난 기계처럼 조금씩 말이 끊기고 있었다.

노곤했지만 에렌은 대화 내용이 궁금했다. 그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대화를 듣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 노력은 헛되지 않았는지 에렌은 점차 두 사람의 말을 잘 들을 수 있게 됐다.

"..원장님, 그 아이가....고가 지금 몇 번짼지 아십니까? 이번에는 사람이 죽을 뻔 했습니다. 그것도 세 명이나요."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에렌이라는 학생이 먼저 시비를 걸었다고.."

"시비를 먼저 걸었다고요? 그렇게 따지면 파즌이 먼저 시비를 건 겁니다. 제가 알아보니 파즌이 급식 받을려고 줄 서서 기다리던 에렌 앞에 섰다더군요. 쉽게 말해 새치기지요. 게다가 그 에렌이 저희 나라 대공의 아들입니다."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당연히 그러셔야지요. 대공께서는 아들을 끔찍하게 아끼시는 분입니다. 절대로 그냥 넘어가진 않으실 겁니다."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대공께 사죄드리겠습니다."

"진작에 학생 단속 좀 잘하시지 그러셨습니까. 하필 대공의 아들을 건드릴 게 뭡니까. 아니, 파즌 학생은 저희 나라에 무슨 원한이라도 졌답니까? 왜 항상 우리나라 학생만 건드리는 겁니까?"

"죄송.."

"사과는 필요 없습니다. 이만 가겠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남자는 문을 쾅 닫고 나갔다. 대화를 모두 다 들은 에렌은 잠시 머뭇거리다 눈을 떴다.


작가의말

레이의 "좀 닥쳐줄래?"는 조앤 작가님에 대한 오마쥬의 의미로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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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8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4.02.24 21:35
    No. 1

    재밌게 잘 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6 믹기
    작성일
    14.02.24 21:37
    No. 2

    우허헝 댓글 감사드립니다, 루트비히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4 어스름달
    작성일
    14.02.25 00:17
    No. 3

    정주행 마쳤습니다.
    역시 사람은 공중 도덕을 잘 지켜야 해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6 믹기
    작성일
    14.02.25 09:01
    No. 4

    제소설을 정주행해주시다니 이렇게 감사할 수가^^
    그렇죠 사람은 공중 도덕을 잘 지켜야죠. 안 그럼 민한테 살해당할 거에요!(이, 이봐?)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4.02.25 02:59
    No. 5

    티엘ㅋㅋㅋㅋㅋ 너무 귀여워ㅋㅋㅋ
    가만히 보면 저런 상황에서 티엘 같은 아이들이 꼭 주변에 한두명씩 포진하고 있다는...
    멍때리다 나중에 눈치채고 '아, 진짜? 저게 그렇게 센거였아? 난 몰랐는데'
    중고등학교만 그런가요? 행동이 너무 리얼해ㅠㅜ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6 믹기
    작성일
    14.02.25 09:03
    No. 6

    ㅋㅋㅋ티엘이 나이는 제일 많은데 행동은 제일 애죠ㅋㅋ
    후반부에 가면 성장한 티엘도 볼 수 있답니다^^
    물론 멍한 짓은 안 없어지겠지만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0 외기인
    작성일
    14.03.12 17:47
    No. 7
  • 답글
    작성자
    Lv.16 믹기
    작성일
    14.03.13 15:58
    No.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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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기 초(8) +8 14.02.24 465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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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학기 초(6) +2 14.02.19 337 8 11쪽
23 학기 초(5) +4 14.02.17 545 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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