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펜 국제 마법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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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4.01.22 21:19
최근연재일 :
2014.06.07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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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2.2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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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장과의 대화

DUMMY

에렌은 그 직후 눈을 뜨리라 결심한 것을 후회했다. 눈을 뜨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른쪽 눈은 그나마 나았다. 수천 개의 바늘로 쿡쿡 찌르는 듯한 고통이 덮쳐왔지만 간신히 실눈을 뜰 수 있었다.

그러나 왼쪽 눈을 뜨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전체적으로 몸에 힘이 없었지만 왼쪽 눈은 안의 내용물은 다 빠져나가고 껍데기만 남은 것처럼 통증조차도 느낄 수 없었다.

아까 파즌과 싸울 때 심하게 다친 것 같았다. 어쩌면 시력을 잃은 것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상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단언할 수 있다. 만일 그 때 자신이 마음을 돌리지 않았더라면 파즌은 죽었을 것이라고.

참으로 웃기는 일이었다. 다시는 그 때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 반란까지 일으키기로 결심한 자신이 순간적인 분노 때문에 사람을 죽일 뻔한 것이.

아마 무뎌져서 그랬을 것이다. 벌써 5년 전 일이다. 사람이 변하고, 과거를 잊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그러나 자신은 그래서는 안 됐다. 자신은 반란을 준비하는 반란군으로서 그들과 그 사건을 잊어서는 안 됐으며 변해서도 안 됐다.

이 상처는 자신을 일깨우고, 무뎌지지 않게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벌써 깬 거니?"

옆에서 학원장의 것이라고 짐작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답하기 위해서 입을 열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무리하지 마렴. 넌 지금 상태가 안 좋으니까."

학원장이 다정한 목소리로 타일렀다. 하지만 에렌은 포기하지 않았다. 목 안쪽이 따끔따끔했지만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지금 꼭 학원장과 대화하고 싶었다.

"학..원장...님"

그의 노력은 헛되지 않아 겨우겨우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비록 쉰 목소리였지만 학원장님이 알아들을 수 있으니 상관 없었다.

"..너도 참 고집쟁이구나. 그래, 뭐 궁금한 거라도 있니?"

무심코 고개를 끄떡이려다가 확 닥치는 통증에 신음 소리가 새어나왔다.

"무리하지 말라니까. 잠시만 기다리렴."

아들을 걱정하는 자애로운 어머니처럼 데시는 에렌의 얼굴에 손을 얹고 주문 영창을 시작했다.

"죽음의 화살이 이 아이를 비껴나가길."

통증이 약해졌다.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지만 데시는 치유사가 아니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으음.."

에렌은 숨을 턱 내뱉었다. 통증이 가라앉았기 때문인지 목소리를 내는 것도 방금 전에 비하면 훨씬 쉬웠다. 몸도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움직이지 않는 게 좋을 게다. 내가 쓴 건 통증 완화 마법이라 통증을 덜어준 것 뿐, 네 상처를 치유한 건 아니란다."

에렌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데시가 먼저 말했다. 에렌은 미소를 지으려다가 움직이지 마라는 말을 기억하고 입술만 움직여 말했다.

"네. 학원장님, 제 눈은?"

"..."

데시는 대답하지 않았다.

정말로 시력을 잃은건가. 다행이다. 이제 결코 잊지 않을 수 있겠구나.

보통 사람이라면 슬퍼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다시는 무뎌지지 않을 수 있어서 기뻤다. 진심으로, 한 치의 거짓도 없이 기뻤다.

"다행히 시력은 잃지 않았단다. 하지만 치유사 말이 흉터가 좀 남고 시력이 많이 나빠질 거라고.."

그런가. 그래도 딱히 별 상관은 없었다. 뭐가 됐든 이 일을 잊지 않을 징표만 있다면.

하지만 그런 사실을 알 수 없는 데시로서는 미안할 뿐이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에렌의 다친 왼쪽 눈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에렌, 파즌이 내 아들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니?"

처음 안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놀랍지는 않았다. 조금 전, 남자에게 변명할 때의 그녀의 모습이 어머니 같아서 어느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물론 어머니가 어떤 분이셨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눈치는 채고 있었어요."

"그러니? 그래, 그 아이는 내 아들이란다. 하지만 나는 감히 그 애를 아들이라고 부를 자격이 없단다."

서글픈 어조였다. 하지만 에렌은 별다른 느낌이 들지 않았다. 자신은 단 한 번도 어머니의 사랑을 받아보지, 아니 기억하지 못 하기 때문일까.

그래서 위로하는 대신 데시에게 무미건조한 말투로 물었다.

"왜요?"

"벌써 15년 전이구나, 내가 이 네펜 학원을 세운 것이. 그 때 파즌은 겨우 2살이었지. 그래,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나이였지. 하지만 나는 그래주지 못 했단다. 이 학원을 핑계로 그 애를 제대로 돌봐주지 않았어. 2살짜리 아이가 그 어두운 방에서 혼자 있는게 얼마나 무서웠겠니. 그래서 나한테 쪼르르 달려올 때면 나는 그 아이를 다독여주지도 않고 화를 내며 내쫓았지. 지금..그 애가 이렇게 엇나간 건 다 그 때문이 아닐까 싶구나."

데시의 목소리가 떨렸다. 아마 울먹이는 것 같았다. 부모에게 있어서 자식이 삐뚤어지는 것 만큼 안타까운 일도 없을 것이다.

파즌을 잘 챙겨주지 못해 미안해하는 데시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안해하는 걸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과거의 파즌에게는 애정이 필요했는지 몰라도 현재의 파즌에게 필요한 것은 애정이 아닌 꾸지람이었다.

"저는....부모가 아닙니다. 저한테는 자식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학원장님의 마음을 다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 말만은 꼭 해야겠습니다. 학원장님, 학원장님께서 선배를 정말로 아끼신다면 선배를 혼내셔야 합니다. 자식이 잘못할 때는 혼내서 바른 길로 이끌어주는 것이 부모의 의무입니다. 그러니까 선배를 혼내십시오. 다시는 그런 일 하지 말라고, 필요하면 매를 들어서라도 선배를 바른 길로 이끄십시오."

데시는 빙그레 미소지었다.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었으면 이 세상에 자식 때문에 마음 고생하는 부모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이 아이도 부모가 아니기에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거겠지.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은 일이구나. 그래도 한 번 노력해보마."

"꼭 해보세요. 선배의 인생이 걸린 문제니까요. 아, 선배가 베네스 출신의 학생만 괴롭힌다는 게 사실인가요?"

에렌의 눈을 어루만지던 데시의 손이 움찔, 했다. 잠시 짧은 침묵이 이어지고 그녀는 평온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실이란다. 베네스한테 무슨 원수를 졌다고 그러는지."

"선배가 혹시 체나이멘이나 히온 출신인가요?"

"아니란다. 나와 같은 그림 출신이지."

그렇다면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다. 대륙에서 가장 막강한 힘을 가진 체나이멘도 아니고, 베네스와는 대대로 원수였던 히온 출신도 아닌 그림 출신인 파즌이 어째서 베네스를 미워한단 말인가? 게다가 그림은 베네스보다도 힘이 약한 나라다. 그림의 평민이 베네스의 귀족을 건드려서 살아남을 확률은 0에 가까웠다.

"그럼 선배는 어떻게 살아남은 거죠?"

"무엇을 묻는 거니? 아, 파즌이 귀족을 건드리고 어떻게 살아남은 거냐고 묻는 거니? 하아. 자랑은 아니지만 나 덕분이지. 그때마다 귀족님들께 찾아가서 무릎 꿇고 빌어야 했지만 다들 어떻게든 용서해주셨지. 대공께서는 너를 각별히 아끼신다던데 용서해 주실지 모르겠구나."

아버지라면 절대로 용서하지 않으실 것이다. 기억을 잃은 것 때문에 아버지는 자신에게 큰 죄책감을 가지고 있으신 듯 했다. 그게 아버지 잘못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제가 한 번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제 말이라면 아버지도 용서해주실테니까요."

에렌으로서는 파즌이 미울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자신의 날을 다시 날카롭게 세워준 그에게 고마워하지도 못할 망정 어떻게 미워할 수 있겠는가.

"저에게는 한 상처가 있습니다. 그 상처는 너무나 깊고 아프고 어두운 것이라서 그 상처를 입었을 때만 하더라도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저는 그 생각이 완전히 틀렸던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무뎌지고 있었죠. 저는 선배 덕분에 다시 날카로워질 수 있었습니다. 저는 오히려 선배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데시는 지금까지 신경도 쓰지 않았던 에렌의 외모를 살펴봤다.

여린 턱선과 오똑한 콧날. 전형적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잘생긴 편이었다.

어디서든지 볼 수 있는 평범한-잘생긴 사람은 어디에나 있으니까.-외모였지만 그 안에는 그녀가 알 수 없는 상처가 숨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상처는 이 평범한 소년을 강인한 소년으로 만들어주었다.

그녀는 뭐에 홀린 듯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너는...특별하구나."






"복 받은 놈."

"뜬금없이 무슨 소리예요."

능글맞은 웃음을 짓고 있으리라 생각되는 목소리로 펠스가 말했다.

다짜고짜 특별하다는 말을 한 뒤 데시는 에렌과 한두마디 더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갔다. 그 뒤에는 로린이 찾아왔었다. 티엘과 또 한 명의 이름을 알 수 없는 남학생은 아직도 기절해 있어서 로린 혼자 찾아왔다고 한다.

로린이 왔을 때는 정말이지 난리도 아니었다. 울고불며 난리를 치는 것을 에렌이 겨우 달랬다. 그러고도 다시는 위험한 짓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반강제로 받아낸 뒤에야 그녀는 이 치유실을-현재 에렌이 쓰고있는 치유실은 일인실이었다.-떠났다.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뜻밖에도 펠스가 들어왔다.

어디로 들어왔는지 그는 태연하게 에렌과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그에게 복 받은 놈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불길한 예감은 펠스의 방금 전 말이 로린과 관련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아니나다를까, 펠스는 웃음을 꾹꾹 눌러서 아래로 집어넣으며 에렌에게 말했다.

"로린 같은 예쁜 애한테 사랑받고 있으니까 말이지. 넌 전생에 나라를 열두번도 더 구했을 거다. 전전생애에는 아마 세계를 구하지 않았을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이런이런, 그 둔감함마저 아버지를 똑 빼닮았구나. 로린이 널 좋아하는 걸 정말로 모르는 거냐?"

당황스런 말에 에렌의 머리가 생각을 정지했다. 로린이, 그녀가 날 좋아한다고?


작가의말

제가 스포일러 하나 하죠.

다음 화에는 로린이 마하급 속도로 고백하고 차이는 장면을 보실 수 있는 겁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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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껍질 편 수정했습니다. 14.05.10 343 0 -
33 의혹 +3 14.06.07 653 10 8쪽
32 나름의 노력 +2 14.05.31 533 6 9쪽
31 껍질 +14 14.03.23 798 20 9쪽
30 움직임 +8 14.03.22 525 10 11쪽
29 거리 +6 14.03.09 683 14 9쪽
28 누군가의 마음 +10 14.03.08 552 8 16쪽
» 학원장과의 대화 +10 14.02.26 469 17 11쪽
26 학기 초(8) +8 14.02.24 465 8 10쪽
25 학기 초(7) +6 14.02.21 522 10 9쪽
24 학기 초(6) +2 14.02.19 338 8 11쪽
23 학기 초(5) +4 14.02.17 545 8 9쪽
22 학기 초(4) +2 14.02.12 549 9 12쪽
21 학기 초(3) +2 14.02.10 483 7 26쪽
20 학기 초(2) +2 14.02.07 454 11 13쪽
19 학기 초 +2 14.02.05 528 11 11쪽
18 입학(9) +2 14.02.03 499 10 11쪽
17 입학(8) +2 14.02.02 656 8 13쪽
16 입학(7) +2 14.02.02 490 8 8쪽
15 입학(6) +2 14.01.24 412 10 11쪽
14 입학(5) +2 14.01.22 701 8 8쪽
13 입학(4) +2 14.01.22 663 13 9쪽
12 입학(3) +4 14.01.22 884 15 10쪽
11 입학(2) +4 14.01.22 733 12 11쪽
10 입학(1) +4 14.01.22 607 15 6쪽
9 만남(5) +4 14.01.22 695 17 7쪽
8 만남(4) +4 14.01.22 728 17 8쪽
7 만남(3) +4 14.01.22 721 15 5쪽
6 만남(2) +6 14.01.22 839 1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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