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상흔의 잔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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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대화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5
최근연재일 :
2023.02.2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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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24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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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6장 - 변곡점_ 2화_ 창조자와 피조물(5)

DUMMY

벨리안느는 장점이 곧 약점이라는 그 진부한 말을 인형에게 적용 시키기로 했다.


그리하여 전 구성원이 마법에 능숙하다는 인형들의 장점을 역이용하여 그들의 마력 감지에 혼선을 일으켰고, 마력 감지에 의존하여 작전을 수행하는 빈도가 잦았던 인형들은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벨리안느가 ‘대륙 최고’수준의 실력을 뽐내며 만들어낸 혼돈이었기 때문에 어쩌면 인형들의 그 강점이 약점으로 바뀌어 버린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이어진 마법 공격은 그 혼돈에 불씨에 바람을 불어넣는 격이어서, 인형들의 약점을 더욱 부각되었던 것이었다.


하늘에 뜬 매가 평원의 토끼를 낚아채듯, 벨리안느는 자신의 마법 감지 범위 안에 들어온 인형들의 움직임을 파악하다가 순식간에 기폭 마법을 터트렸다.

동시에 다시금 자신의 마력 분신이라 할 것들을 신체향상 속도에 맞춰 이동시켜 마법 시전 후 도주하는 것처럼 꾸몄고, 자신 또한 그 속도에 맞춰 다른 방향으로 이동했다.


불확실성의 연속


목표를 위해 가장 합리적인 길을 모색하는 인형의 습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벨리안느였기에 그들이 불확실한 정보만으로 과감한 선택을 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특히 인형들을 지휘하는 자가 그 누구보다 인형스러운 결정을 내리는 자였기에 벨리안느의 그런 생각은 확고했다.


“아르센.”


정말 아르센이 왔다면 지금 그가 이번 작전을 지휘하고 있을 것이었고, 당연히 마법 연계를 확인하는 것이 그의 최종 목적일테였다. 그랬기에 딱 목표를 달성할 수준의 병력만 내보냈을 것이고, 목적을 달성한다면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이 분명했다.


‘절대로 네 뜻대로 움직이진 않을거야.’


물론 벨리안느 또한 마법 연계에 대한 확실한 물증은 없었기에, 이 모든 것이 불필요한 소동거리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아르센 앞에서 마법 연계 가정을 확인 시켜줄 생각은 전혀 없었기에 최후의 최후까지 마법은 사용하지 않겠다 다짐했다.

그럼으로 설사 죽는 순간까지 도망자의 삶을 살게 되더라도 인형에게 다시는 이용당하지 않겠다는 각오 또한 있었다.


........ 아니.

이 각오가 확고한 것일까?


비참한 삶속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시간을 함께한 아르센.

그런 그의 곁을 떠난 것은 배신당했다고 믿었던 자신이었지, 아르센이 그녀를 버린 것은 아니었다.

때문에 다시금 목숨 건 지긋지긋한 도주를 시작해야하는 이 시점에서, 차라리 아르센의 편에 서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벨리안느의 다짐이 약해졌을 때, 문득 벨로나가 자신에게 건넸던 말이 떠올랐다.

“순수한 최악의 사형수여. 부디 살아남아 그 순수함만 유지하시길.”

사형 날짜만 기다리며 정말 죽음의 문턱 앞까지 갔었던 그 순간 건네진 말과 함께 시작된 삶.


그랬다.


지금 붙어있는 목숨은 벨로나가 자신을 믿었기에 주어진 선물 같은 것이었다.

때문에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야했지, 이용당했던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가서는 안되었다.


그렇게 마음을 가다잡은 벨리안느는 그 결심을 행동으로 옮겨야 할 순간이 다가왔음을 깨달았다. 아무리 마법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마법 유효 범위라는 것이 있었고, 때문에 마력 분신들을 무한정 도망치게 만들 수는 없었던 것이었다.


“죽지말자. 일단 그거면 돼.”


벨리안느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동시에 활 시위를 놓듯 마력 분신들을 각 방향으로 날려 보냈다.

이어서 발자국을 남기지 않으려 나뭇가지를 밟으며 이동했던 도주 방식을 바꿔, 땅에 착지 한뒤, 어두운 숲 사이를 헤치며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각 방향으로 내보낸 마력 분신과 최대한 거리를 벌린 벨리안느는 자신의 마력 감지 범위 이내에, 50기의 인형 중 자신을 목표로 쫓아오던 인형 10기만 감지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자랑은 아니었지만 여태껏 자신보다 마력 감지 능력이 뛰어난 자는 보지 못했다.

때문에 인형의 본대가 어디에 있든, 아르센의 동화 능력 범위가 어느 정도이든, 자신을 쫓아오는 10기의 마력은 오로지 자신만 감지하고 있는 상황일 것이었다.


즉, 계획대로 인형 10기만 처분한다면 당분간 행적을 들키지 않은 채, 최대한 멀리 도망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셈이었다.


마음을 가다듬은 벨리안느는 질주 속도를 늦추면서 동시에 긁개로 낙엽을 모으듯 서서히 마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규모가 큰 마법으로 10기의 인형을 일시에 소탕할 수도 있었지만, 마법 연계를 고려한다면 최소한의 마법으로 최대 효과를 만들어 낼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것 또한 벨리안느에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때마침 물 속성의 마력을 감지한 그녀는 곧 달빛을 머금은 개울가를 발견했다.

흐르는 물보다 고인 물이 형태변환하기 쉬웠기에, 거리낌 없이 손으로 얼음장 물은 퍼서 눈 밭에 펼친 벨리안느는 이어서 순식간에 수백개의 얼음 조각을 만들어 내었다.

최소 크기가 손가락만한 그 얼음 덩이들을 깍아서 공격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했고, 때문에 벨리안느는 이동하면서 긁어모으던 마력에 얼음 조각들을 연을 날리듯 하늘위로 띄워 보냈다.

이후 벨리안느는 개울가 근처 숲속에 몸을 숨긴채 인형들이 개울가 공터로 나오길 기다렸다.

필시 인형들은 하늘 위로 솟구친 마력보단 여태껏 쫓아왔던 벨리안느의 마력에 집중할 것이었고, 때문에 개울가 공터로 나와 자신의 실체를 찾으려 할 것이 분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예상대로 실체를 찾는다는 목표에 집착한 인형들은 아무 의심 없이 개울가로 나왔고, 그 순간 벨리안느는 공중에 떠있던 얼음 조각을 내리꽂았다.


인형들로서는 마력의 급강하와 동시에 응집 마법만 느껴지 뿐, 어떤 실체가 구현되는 마법은 아니었기에 처음에는 큰 위협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응집 마법은 얼음 조각을 덩어리로 키우기 위함이었고, 그렇게 중력과 마력 흐름이 더해져 무시무시한 속도를 지니게 된 그 얼음덩이가 둔탁한 소리와 함께 땅에 부딫치자 비로소 인형들은 위험을 인지했다.


하지만 그 때는 이미 너무 늦은 때였다.


인형들이 모여있던 땅위로 머리를 충분히 박살낼 무게의 얼음 조각들이 낙하했고, 한 때 개울가 물이었던 얼음들은 땅으로 회귀하는데 방해되는 모든 것들을 꿰뚫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부디.. 다음에는 모두가 평등한 세상에서 눈을 뜨길.”


암살자의 검날에 당한 것처럼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한채, 전투불능 혹은 처분된 인형 10기를 향해 벨리안느는 그렇게 유포레아스 식 고별사를 건네었다.


그리고는 여유부릴 틈 없이 자신이 이동해야 할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인형들이 월영시 방향에서 추격해 왔기에 어쩔 수 없이 우회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그렇게 벨리안느의 발걸음이 향한곳은 동쪽, 도시연합 방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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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2권] 8장 -여정_ 3화_ 달무리 작전 (1) +1 20.10.15 60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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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2권] 8장 -여정_ 1화_ 수식어 (1) +2 20.09.23 48 3 9쪽
87 [2권] 7장 -조우_ 4화_ 전투의 잔향 (3) +1 20.09.16 63 2 9쪽
86 [2권] 7장 -조우_ 4화_ 전투의 잔향 (2) +2 20.09.15 41 3 10쪽
85 [2권] 7장 -조우_ 4화_ 전투의 잔향 (1) +1 20.09.15 55 2 11쪽
84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 (7) +1 20.09.11 43 2 8쪽
83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 (6) +1 20.09.10 43 2 7쪽
82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 (5) +1 20.09.10 45 2 10쪽
81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 (4) +1 20.09.03 45 2 8쪽
80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3) +1 20.09.03 38 2 11쪽
79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2) +1 20.09.03 41 2 10쪽
78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1) +1 20.09.03 36 2 8쪽
77 [2권] 7장 -조우_ 2화_ 신념을 가진 자 (3) +1 20.08.11 38 2 12쪽
76 [2권] 7장 -조우_ 2화_ 신념을 가진 자 (2) +1 20.08.05 4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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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2권] 7장 -조우_ 1화_ 기억 속의 만남(3) +1 20.07.29 41 2 7쪽
73 [2권] 7장 -조우_ 1화_ 기억 속의 만남(2) +1 20.07.29 38 2 8쪽
72 [2권] 7장 -조우_ 1화_ 기억 속의 만남(1) +1 20.07.28 35 2 9쪽
» [2권] 6장 - 변곡점_ 2화_ 창조자와 피조물(5) +1 20.07.24 42 2 7쪽
70 [2권] 6장 - 변곡점_ 2화_ 창조자와 피조물(4) +1 20.07.24 41 2 8쪽
69 [2권] 6장 - 변곡점_ 2화_ 창조자와 피조물(3) +1 20.07.16 44 2 10쪽
68 [2권] 6장 - 변곡점_ 2화_ 창조자와 피조물(2) +1 20.07.14 40 2 9쪽
67 [2권] 6장 - 변곡점_ 2화_ 창조자와 피조물(1) +1 20.07.14 43 2 8쪽
66 [2권] 6장 - 변곡점_ 1화_ 변화의 바람(3) +1 20.07.13 40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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