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상흔의 잔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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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대화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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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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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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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2)

DUMMY

어둠 속에서 쇠붙이의 마찰로 불꽃이 반짝거렸다.


“횃불 든 병사부터!”


나무 뒤에 숨어있다 튀어나온 벨로나는 월영군 병사의 투구를 칼등으로 내리치며, 카니엘에게 그렇게 외쳤다.


그 명령에 카니엘은 주저 없이 협곡 아래에서 횃불을 들고 올라오는 병사의 머리를 향해 도약을 했다.

어둠속에서 날아든 발차기에 상대는 마땅한 반응도 하지 못하고 혼절해 버렸고, 그 사이 카니엘은 횃불을 발로 비벼 껐다.


그렇게 다시 어둠이 주변을 뒤덮자 추격군 또한 쉽사리 공격을 이어갈 수 없었다.


렌소 협곡의 악명 높은 거친 지형은 쫓는자와 쫓기는 자를 가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샤즐 사제!”


그 상황에서 벨로나가 짧게 외쳤고, 샤즐 노리탄은 즉각적으로 마법을 시전했다.


곧 광풍이 주변을 휩쓸며 협곡 상단과 하단에서 공격하던 월영군의 발을 묶자, 벨로나 일행은 그 때서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사제님! 후방 길을 아예 막도록 하지요.”


어느 정도 거리를 벌렸다고 판단한 벨로나는 또 다시 마법을 요청했고, 샤즐은 그 요청에 알맞은 마법을 시전하기 위해 과거 경험을 떠올렸다.


렌소 협곡의 매장자.

비록, 이십여년 전의 일이긴 했으나 자신의 그 별명은 바로 이곳에서 붙여진 것이었다. 때문에 협곡의 특성뿐만 아니라 마력 흐름 또한 익숙했고, 상대적으로 구현하기 까다로운 지형 변형 마법도 빠른 시간내 시전이 가능했다.


『쿠쿵···』


그렇게 샤즐은 손쉽게 협곡 상층부 지반 일부를 무너뜨렸고, 그러자 그의 예상대로 큰 소리와 함께 나무들이 연이어 쓰러지며 후방에서 접근하려는 월영군의 시도를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소규모 산사태가 휩쓸고 지나간듯한 후방로의 모습을 바라본 카니엘은 이제 전방 포위망을 돌파하는 일만 남았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전방에는 수십개의 횃불들이 협곡 상하단에 자리 잡고 있어 도무지 어떻게 공격을 해야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 것이었다.


전투 인원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은 벨로나와 카니엘 단 둘.


때문에 무리한 돌파는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고, 그렇다고 또다시 기폭 마법이나 지형 마법을 이용하자니 후방로를 막아놓은 상황이었기에 유일한 탈출로를 스스로 끊는 격이 될 수도 있었다.


“카니엘!”


진퇴양난이라 생각하던 카니엘은 자신을 부르는 벨로나의 목소리에 재빨리 발걸음을 옮겼다.


“협곡 상층부를 돌파하면 좋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보이는군요. 따라서 협곡 골짜기 아래로 돌파하려 합니다.”


공격자 입장에서는 항상 고점을 유지하는편이 좋았기 때문에 벨로나의 그 판단에는 동의했으나 문제는 공격 방법일 테였다.


“추격군에게 혼선을 주기 위해, 협곡 하단 여러 곳을 찔러볼 겁니다. 그러나 행동이 길어지면 포위당할 우려가 있으니, 카니엘께 그 조절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제가.. 공격 보조 역활인건가요?”


그녀의 명령에 카니엘은 그렇게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목숨건 돌파 명령이 아니라 공격의 보조를 맡아라는 명령이었고, 단 두사람만 있는 상황에서 그 역할 분배가 의미 있는지 의아했던 것이었다.


“아!”


그러나 벨로나가 어떤 대답도 하기 전에, 카니엘은 그렇게 단말마를 외쳤다.


까맣게 잊고 있던 존재가 떠올랐던 것이었고, 동시에 벨로나가 어떤 작전을 구상하고 있는지 이해한 것이었다.


“예. 어둠 속에서 가장 특화된 무기로 이 협곡을 벗어나고자 합니다.”


놀란 표정을 짓는 카니엘을 향해 벨로나는 미소를 지어보였고, 그 미소에 한줌의 희망이 생기는 것이었다.


//////////////////////////////


타하란은 붙잡아야 할 대상 중 전투 사제를 가장 신경 쓰고 있었다.

비록 휘하에 천 명의 병력이 있다고는하나, 자칫 잘못하여 범위 마법을 직격으로 맞는다면 단번에 그 모두를 잃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그 사제는 과거 렌소 협곡에서 도시 연합 병사 2만명을 매장시켰던 전적이 있는 자였기에, 똑같은 일이 다시 벌어질까 염려스러웠다.


따라서 절대적인 수적 우세 속에서 추격을 하고 있었음에도 타하란은 주로 열세에 있는 병력이 고려할만한 매복 작전을 구상했다.

렌소 협곡의 험한 지형 곳곳에 소수 병력이 매복해 있는다면, 마법 노출 빈도도 그만큼 적을뿐더러, 목표물을 협곡에 가둬 놓을 수 있을거라 판단한 것이었다.


“마법 공격에 노출되어 후방 진입이 쉽지 않습니다.”


“가파른 절벽 때문에 측면 또한 1개 분대 이상 접근하기 어럽습니다.”


그러나 목표물이 돌파하기 힘든 것만큼 이쪽 또한 공격하기 힘든 것은 어쩔수 없었다.

여기에 칠흙 같은 어둠 또한 한 몫하여 예상보다 더 많은 병력이 소모되고 있었고, 그 만큼 피해가 누적되고 있었으나, 타하란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명령을 내렸다.


“순차적으로 한 개 분대씩 투입한다. 무리한 전투는 피하되, 절대로 렌소 협곡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방어선을 유지해라.”


“··· 하지만 대대장님. 이렇게 병력을 소모할바에 대규모 병력을 투입할 수 있는 곳에서 싸우는 것은 어떻습니까?”


이미 5개 소대 병력이 전투불능 상태에 빠진 상황이었기에, 펠릭스 2중대장의 건의도 충분히 이해할만한 것이었다.


“펠리스 중대장. 현재 우리에겐 적군 마법사를 상대할 아군 마법사가 없다. 따라서 보병만으로 마법사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지.”


“그 기본 전술은 잘 알고 있습니다만, 그렇기 때문에 일제 공격을 건의 드립니다.”


“귀관이 말하는 방법은 인형과의 마법전에서나 효과가 있지, 인간 마법사에게는 되려 역효과를 보아 큰 피해를 입을 것이다.”


월영군으로서 대(對) 인형 전투 경험만 풍부했던 펠릭스에게 타하란의 설명은 한번에 와닿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이해한 타하란은 짧게 숨을 들여쉬고는 매복 작전을 구상하게 된 기본 가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인형들은 처한 상황 속에서 가장 위협이 되는 존재부터 공격하도록 설계되어 있지.

때문에 일제 공격을 할 경우 그 우선 순위에 혼돈을 주게 되지만, 동일한 효과를 인간에게 기대하기는 어렵다.

인간은 눈 앞의 것보단 원하는 목표를 최우선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존재이니까.”


“······”


“특히 위험에 처한 마법사가 강한 목표 의식에 집착할 경우, 스스로를 파멸할 시킬 수 있는 강력한 마법도 거리낌 없이 사용하더군. 그리고 그런 마법을 보병 부대만으로 상대해야 한다면, 경험상 소규모로 운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었다.”


“...어떤 경험이 바탕되어 하시는 말씀입니까?”


“대륙의 공적 추격 작전이지. 귀관 또한 결국 그녀를 붙잡은 것은 지금 규모와 비슷했던 월영군1개 대대임을 잘 알 것이다.”


그랬다.

타하란에게 지금 렌소협곡에서 벌어지는 일은 대륙의 공적을 잡을 때의 경험과 본질적인 내용은 다를바 없는다고 느끼고 있었다.


한정된 동선과 그 경로마다 배치된 병사들.

제 아무리 대륙 최고의 마법사라고 한들, 그 끊없는 소모전 속에서 결국 체력적인 한계를 극복하지는 못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저항 또한 점점 약해지는 것을 직접 목격한 그였다.


“그러나 아무리 강한 마법을 쓴다더라도 결국 마법사 또한 인간이다. 그러니 그냥 걸어도 힘이 빠질 이곳에서 동이 틀 때까지 공격당하면 탈진할 수밖에 없겠지. 그 이후 해가 떴을 때, 일제히 공격할 예정이니 지금은 매복 전선을 유지하는데 집중토록.”


보병으로 마법사를 잡는 방법을 알게 된 펠릭스 2중대장은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았다. 그랬기에 작전을 완수하기 위하여 다시금 현장으로 돌아가 분주히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완벽한 계획이라도 예기치 못하게 발생하는 변수를 모두 반영할 수 없었다.

특히 생사가 갈리는 전투지에서는 무궁무진한 변수들이 존재했고, 때문에 작전에 방해가 되는 일들이 충분히 벌어질 수 있음을 염두한 타하란이었다.


“매복조 2개조의 방어선이 무너졌습니다.”


“목표물, 방어선을 뚫고 협곡 골짜기로 이동중!”


“... 어떻게?”


그럼에도 날아든 소식은 단순한 변수가 아니라 계획을 송두리째 흔드는 것이었기에 타하란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 당혹 속에서 가장 먼저 마법 공격 가능성을 의심했지만 매복 2개 조를 무려화시킬 수준의 마법이 발생한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때문에 괄시하고 있었던 벨로나의 활약이 아닌가란 생각도 했지만, 아무리 그녀라도 이토록 단시간에 방어 진지를 돌파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되진 않았다.


그렇게 원인 파악이 늦어지는 가운데 다시 매복조 불빛 하나가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순식간에 방어 대형의 첫열이 무너진 상황이었기에 초조해진 타하란이 직접 현장으로 나서려던 찰나였다.


“부상병 목격 결과.. 현월수의 공격이라 합니다!”


“······”


그 소식에 타하란은 목표물을 이끄는 존재가 누구인지 좀 더 신경 썼어야 했음을 깨달았다.


벨로나 세라트너.


비록 자신이 대륙의 공적 체포 작전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고 한들, 그 모든 것을 지휘한 것은 벨로나였다. 때문에 그녀의 집요한 목표 의식과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시킬 수 있는 능력을 잘 알고 있었다.


이번에도 어둠으로 시야가 제한되는 환경, 그 속에서 현월수라는 특수한 공격 수단, 그리고 병력 분산으로 발생하는 추격군의 약점을 모두 이용하여, 협곡을 벗어난다는 목표를 이루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타하란 또한 목표를 향한 집념만큼은 그녀에게 뒤쳐지지 않는다 자부했다.


그랬기에 제 아무리 벨로나가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발버둥 친들 기껏 목덜미를 붙잡은 상황에서 그 숨통을 놓아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현월수 공격은 어둠속에서만 효과 있다. 그러니 어둠을 몰아내도록!”


자신 또한 최선을 다해 응해주는 것이 옛 상관에 대한 예의라 생각하며, 타하란은 어둠을 걷어 내라는 신의 권능에 도전하는 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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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2권] 8장 -여정_ 1화_ 수식어 (2) +1 20.09.28 40 2 10쪽
88 [2권] 8장 -여정_ 1화_ 수식어 (1) +2 20.09.23 48 3 9쪽
87 [2권] 7장 -조우_ 4화_ 전투의 잔향 (3) +1 20.09.16 63 2 9쪽
86 [2권] 7장 -조우_ 4화_ 전투의 잔향 (2) +2 20.09.15 41 3 10쪽
85 [2권] 7장 -조우_ 4화_ 전투의 잔향 (1) +1 20.09.15 55 2 11쪽
84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 (7) +1 20.09.11 42 2 8쪽
83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 (6) +1 20.09.10 43 2 7쪽
82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 (5) +1 20.09.10 45 2 10쪽
81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 (4) +1 20.09.03 45 2 8쪽
80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3) +1 20.09.03 38 2 11쪽
»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2) +1 20.09.03 41 2 10쪽
78 [2권] 7장 -조우_ 3화_ 렌소협곡 전투(1) +1 20.09.03 36 2 8쪽
77 [2권] 7장 -조우_ 2화_ 신념을 가진 자 (3) +1 20.08.11 38 2 12쪽
76 [2권] 7장 -조우_ 2화_ 신념을 가진 자 (2) +1 20.08.05 4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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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2권] 6장 - 변곡점_ 2화_ 창조자와 피조물(4) +1 20.07.24 41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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