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가자(1).....7권시작.
앞으로 가자(1).
청해성 서녕.
다시 돌아온 청해성 서녕의 거리는 온갖 무림인들로 넘쳐났다.
하림의 배려로 하오문의 문도들이 섬에 있던 무림인들을 뭍으로 실어 날렸다.
무림인들은 이번에 하오문에 대해서 그간 소문으로만 들어왔던 모든 것들이 사실이라는 것을 깨닫고, 이제는 스스로 대하오문을 치켜세우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사실이지만 그들은 하림에 의해 목숨의 빚을 지게된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그리고 이제 많은 사람들이 하오문에 입문하기를 원하고 있었고 갈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하오문의 입문은 그리 쉬운 것이 아니었다.
하림이 문주가 되면서 입문의 절차를 까다롭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하오문 서녕분타를 찾아갔지만, 당연히 분타주인 임영에게 퇴짜를 맞는다.
그것 때문에 성내는 떠들썩해졌다.
얼마 전까지도 자신들은 하오문에 엮이는 자체를 싫어하며 경원시했었다.
아무리 하림의 명성이 높아져도 하오문이라는 명성이 주는 어감은 썩 달갑지 않았던 것이다.
상청각.
서녕에서 손꼽이는 규모를 자랑하는 객잔이다.
사층으로 높게 솟은 고루거각의 위용을 자랑하는 상청각의 사층에는, 하림을 비롯한 대하오문의 사람들이 머물고 있다.
넓은 회의실은 분타의 제자들에 의해서 욕탕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들이 물까지 퍼 나르고 하림은 손수 양강지력으로, 스물두개의 나무욕조에 가득한 물을 온천의 물처럼 끓게 만들었다.
얼마 걸리지 않아 사층의 고루거각은 수증기 가득한 욕탕으로 변했다.
물론 한쪽으로 치우친 곳에는 반투명한 망사천로 가려져있었고, 그곳은 당연히 이십일웅중에 세명의 여협들을 위한 자리다..
잠시 뒤 수증기 가득한 곳으로 반라의 사람들이, 각자의 통 안으로 자리를 잡고 앉기 시작했다.
그들의 곁에는 정갈한 복장의 하오문 제자들이 시중을 들고 있다.
각자의 욕조 옆에는 작은 탁자가 있었고, 거기에는 간단하게 술과 안주거리들이 올려 져 있었다.
이로서 하림과 도림이 소곤거리던 하룻밤의 조촐한 소망이 이루어 진 것이다.
하림은 강남칠협과 곤륜오자와의 오찬을 마치고 올라와 홀가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욕조의 수증기로 인해 그의 얼굴이 유독 뽀얗게 빛을 발한다.
“아아.....이 얼마 만에 누려보는 호사인가?”
“하하....마갈형님이 제일 좋으시겠습니다.”
“이잉....? 나만 좋다니 장명소제, 그게 무슨 뜻인가?”
“하하....소제에게 무슨 별 뜻이야 있겠습니까. 그저 나이 드신 분의 삭신이 노곤 노곤해지니 좋으시겠다, 뭐 그런 뜻 아니겠습니까?”
청풍비도 야장명의 말에 사마강이 표정이 급변하며 대뜸 쌍심지를 치켜 올린다.
“장명아우, 지금 나더러 나이 먹었다고 놀리는 것인가? 이 사람아, 아직 나는 본 나이로 따지자면 서른도 안 되었다는 것을 모르는가? 이 면상이야, 소싯적에 고생을 많이 해서 이런 것이고..”
“호호.....맞아요, 마갈오라버니는 입가에 팔자주름이 깊어서 나이보다 더 먹어 보이는 것이죠, 거기다가 오공존자와 비슷한 용모 때문에 더욱더 그렇죠.”
“헉...! 송령소매야! 혹시 그 오공존자가 제천대성 손오공은 아니겠지?”
“하하하하......!”
“호호호호.....!”
사마갈이 제갈송령을 쳐다보면서 처연하게 묻는다.
그러자 울상을 짓는 그의 표정이 너무 우스워서 모든 사람들이 박장대소를 터트린다.
“호호.....마갈 오라버니, 왜 아니겠어요. 그러니 소매가 오공존자를 존경하듯, 마갈 오라버니를 높게 보는 거잖아요.”
“이잉....?...소매 네가 날 존경해서 높게 본다고...?”
“호호호...어머....! 몰랐어요? 여기 우리 세자매가 모두 그렇잖아요. 그치? 애들아....!”
“호호호.....그치!”
“호호....맞아...!”
소접과 서옥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세여인의 한술 더 뜬 호들갑에 사마갈의 처연했던 표정이 금방 밝아졌다.
“하하...역시 소매들이 사람을 볼 줄 아는구나.!”
“하하하...!”
“호호호...!”
익살스럽게 변하는 사마갈의 표정이 우스워서 모두가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그 모습을 즐기는 하림 옆에 남궁필도가 통 안에서 목만 내놓고 흥얼거렸다.
“역시 젊음이 좋군..아...! 내가 십년만 젊었어도.....!”
“하하...대형....아직 오십도 안 되서 무슨 한숨을 그렇게 내쉬어요?”
“이사람 아우! 자네가 내입장이 되어보소, 하루하루가 살처럼 지나가는 것을 느끼면서, 저녁의 아름다운 노을도 이 우형의 눈에는 결코 예쁘게 보이지 않는다네.”
“하하....하긴 대형께서도 얼른 가정을 가져야할텐데 말입니다.”
“예끼....이사람, 난 결코 그런 마음이 없다네. 그저 아우님 옆에서 유유자적하며 살아가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나의 꿈 아니겠는가? 하하하.....!”
“하하....대형도...! 별 말씀을요, 소제가 필히 대형에게 맞는 아름다운 형수님을 찾아서, 꼭 가정을 만들어드리고 말 것입니다.”
하림의 말에 남궁필도의 입이 헤벌쭉해지며, 어느새 하림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욱 끈끈해진다.
“흐흐...역시 이내 속 쓰린 맘을 살살 긁어주는 것은, 천하에 아우님밖에 없는 것 아시겠는가?”
“하하.....! 대형, 그래야, 남궁가주님께 잘했다고 칭찬이라도 받을 것 아니겠어요...”
“하긴, 그 양반, 볼 때마다 아직도 며느리 안 데려온다고 매질까지 하시는 분이시니...노인네가 자네 말을 듣는다면 맨발로 뛰어나오시겠네.”
“하하.....이제 대형은 저만 믿으세요..”
하림의 자신감서린 말에 남궁필도의 표정이 고무되면서 손으로 술잔이 움켜쥔다.
“하하....좋아!좋아! 우리 오랜만인데 건배한번 할까?‘
“하하...좋지요. 모두 술잔을 들어라! 대형께서 건배를 하자 신다.”
“대호법님, 만세!”
“대호법님 대공을 이루십시오.”
“대공? 이 나이에 무슨 대공인가...?”
“하하....대호법님의 대공은 가정을 이루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예끼...이사람....자네들까지 놀리나...?”
“하하하하.....!”
“호호호....!”
장내는 순식간에 떠들썩하게 변했다.
일일이 하오문 제자들에게 극진한 시중을 받으면서 그들은 그렇게 즐기기 시작한다.
한참을 술잔을 허공으로 날리며 왁자지껄하던 중인들이 하림에게 시선을 모은다.
그가 한손을 들어 올렸기 때문이다.
“모두 오늘까지 부족한 나를 끝까지 믿고 따라와 주었다. 마음속으로 항상 고맙게 여기는 부분이다.”
여기까지 말한 하림이 잠시 말을 끊으며 모두에게로 일일이 눈을 맞춘다.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 모두가 하림의 돌연한 분위기에 긴장한 듯 침을 꼴깍 삼킨다.
그들의 긴장감을 몸으로 느꼈는가, 하림의 입가에 빙긋 미소가 떠오른다.
“너희들은 나와 형제 같은 인연으로 만났다, 난 맹에서 기회를 주웠을 때, 나처럼 외로운 사람들을 선별해서 뽑았었다, 왜 그랬겠느냐? 그것은 바로 나처럼 외로운 신세였던 너희들이 언젠가는 이 강호를 쥐락펴락할 날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했기 때문이다.”
그가 말을 끊고 모두에게 술잔을 들어올렸다.
“내가 왜 술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유독 이 독한 화주를 가끔씩 즐기는 줄 아는가. 그건 바로 이 녀석의 거칠고 독한 맛이 나를 자극시켜주기 때문이야.”
하림은 말을 마치고 시원하게 잔을 꺽 어 들이킨다.
그 모습에 모두가 술잔을 들고 일순간에 마셔버렸다.
“하하...좋군. 이런 분위기에 내가 하나 묻지, 허심탄회하게 말 해줘야해! 그대들은 나를 끝까지 따르기로 했다. 그 이유를 물어도 되겠는가?”
일순, 거짓말처럼 찾아오는 정적......
하지만 길지 않았다.
-탁!
도림이 손안에 든 화주를 시원하게 마셔버리고, 소리 나게 탁자에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주공, 속하는 처음 주공과 일도(一刀)를 나누는 순간에 아, 나의 패배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요. 하지만 결코 오기가 발동하지 않았습니다. 극강의 차이, 감히 흉내조차 낼 수없는 어떤 큰 힘이 고집 쌘 저를 내려눌렀기 때문입니다. 놀라서 다시 앞을 바라보았을 때, 속하 보다 어린 주공에게서는 그 순간,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광휘가 눈부시게 비치고 있었으니까요. 그 이후, 주공께서는 저희들의 든든한 보호자이자, 사문의 스승님이 되셨습니다. 아마 죽을 때까지 이 팽도림은 사부님 곁에 있고 싶습니다.”
말을 마친 도림의 눈이 훨훨 불타올랐다.
그는 사각 진 강인한 턱선 위로 어금니를 깨무는 듯, 실룩거리는 모습이 하림의 눈에 시리게 다가왔다.
-짝...짝....!
“하하....좋군, 좋아! 낼 모래 반백인 내 가슴이 뜨거워지는군....!”
남궁필도가 박수를 치며 시를 읊는 것처럼 흥얼거린다.
하지만 그의 얼굴도 어떤 감동이 살짝 어려 있다.
이때였다.
“동(同)!”
“동!”
“동....!”
한사람으로 시작된소리가 꼬리를 물면서 우렁차게 울려 퍼져 나갔다.
같은 마음, 한마음. 우리의 마음도 같다...뭐 그런 뜻이리라.
하림은 울려 퍼지는 소리를 들으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고맙군, 너희들의 생각과 마음은 나를 뜨겁게 만들어주었어. 나의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답해 주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건배할까?”
“예엣! 주공!”
“당연하죠.”
“좋아! 본문의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건배하자! 건배!”
“사부님과 대호법님을 위하여!”
“건배!”
“건배!”
사부님, 무인이라 하여 쉽게 나올 수 있는 어휘가 아니다.
더욱이 상대가 자신보다 한참 어린경우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이미 나이를 초월하고 서로 간에 영적인 그 무엇이 존재한다.
우렁찬 건배소리가 별청을 크게 울리며, 마치 거각을 들었다 놓은 것처럼 진동했다.
“좋군....! 형님, 어쩐지 든든하지 않으십니까?”
”하하....그렇고말고, 본문이 이제 천하제일문으로 발돋움하는 것은 시간문제일세.“
하림은 빙긋 웃으며 말을 받는다.
“까짓 거 천하제일문이 무슨 영화랍니까, 우리 모두가 있는 그곳이 바로 천하제일이죠.”
“그럼..그럼....하하하....!”
두 사람의 술잔이 맞부딪쳤다.
이윽고 하림이 은근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이시간이 지나고 오늘밤이 새고 나면 우리는 본문으로 돌아간다.”
“본문으로 가십니까?”
도림이 말을 받자 하림은 고개를 끄덕인다.
“맞아...돌아가야지!”
“..........!”
“섬에서 잠깐 이야기하다 말았지만, 우린 이제 혈마의 뒤를 무작정 쫓지 않을 작정이야!”
“아.....!”
“아....!
몇 명의 입에서 탄성이 새어 나왔다.
“본문으로 돌아가서 스물한개의 각(閣)을 만들 것이야, 그리고 그 수장들은 너희가 되겠지. 각 수장들은 예하 전투부대를 만들어야 할 거야.”
“전투부대요?”
“맞아! 스물 한개, 아...물론 각의 수는 추후에 바뀔 수도 있어, 일단은 문도들을 차출해서 전투부대를 만든다면 우리하오문의 전투력은 어떻게 될까?”
“아....!”
“아....!”
여기저기 탄성이 나오면서 남궁필도는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문주...어떻게 그런 생각을...우형은 문주가 평생 혈마의 뒤만 쫓을 줄 알았는데....”
“대형, 그렇게 해서는 이제 혈마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지금에 와서 겨우 깨달은 것이죠.”
“허허....이십일웅이 각기 전투부대를 양성 한다 라......스물한개의 무력전단....! 아....! 정말 가슴이 뜨거워지는군.”
남궁필도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미 마셔버린 독한 화주의 술기운 탓도 있겠지만 글쎄 꼭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어디 붉게 달아올라 두 눈을 빛내는 사람이 유독 그만일까?
욕실로 변해버린 정청 안에는 밝은 빛을 발하는 사람들로 인하여 환하게 변해갔다.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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