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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wan타스틱
작품등록일 :
2020.05.12 15:14
최근연재일 :
2021.11.0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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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1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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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외전 : 재룡의 다른 이름 - 5

DUMMY

외전. 재룡의 다른 이름


“조, 종료.”


로시난테는 조금은 놀란 목소리로 시험의 종료를 알렸다.

놀랄 법도 한 것이, 당초 예상했던 경연 시간보다 몇 배는 빠르게 경연이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가진 화살을 모두 소비해야 끝이 나는 시험 특성상, 이런 경우를 불러오는 상황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시험을 포기한 누군가가 아무 조준 없이 화살을 마구 흩뿌렸을 때.

그리고 두 번째는······.


‘그럴 리가 없지.’


로시난테는 두 번째 상황을 생각하다 헛웃음을 짓고는 고개를 저었다.

정규화 된 교육도 못 받은 이런 천한 것들 중에는 두 번째 경우로 상황을 불러올 확률은 전무하다 시피 했기 때문이다.

로시난테가 생각한 두 번째 경우는 바로, 압도적인 실력으로, 모든 화살을 빠르게 명중시킨 경우이다.

허긴, 결과는 두고 보면 알 일이었다.


“감독관들은 화살 수거를 시작하라.”


로시난테의 명이 떨어지자, 참가자들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나 결과를 기다렸고, 그 사이로 감독관들이 돌며 떨어진 돌멩이들을 주워 박힌 화살을 솎아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차곡차곡 형형색색의 날개깃을 가진 화살들이 한쪽에 종류별로 쌓여갔다.

그리고 그 수가 점점 늘어날수록, 로시난테의 얼굴에는 놀람을 넘어 경악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한 쪽에 쌓여가는 노란색 날개깃의 화살들은 모두 명중 자리에만 놓였기 때문이다.


“저······. 로시난테님. 분류가 모두 완료되었습니다.”


감독관 하나가 얼이 나가 있는 로시난테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로시난테는 그제야 제정신을 차렸다.


“자, 잠깐. 지금 분류가 정확히 된 것이 맞나?”


로시난테가 되묻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갔다.

사실 이 정도로 빠른 시간에 모든 화살을 명중시킨 다는 것은, 이미 폴레 비병단에 입단할 수 있는 자격이 충분히 되는 수준이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예. 저희도 놀라서 몇 번이나 재확인을 했습니다만······. 정확합니다.”

“그래, 알았다.”


로시난테는 감독관이 전하는 결과지를 손에 들고는 펼쳐보았다.

사실 분류를 잘해놓아, 육안으로 봐도 한 번에 결과를 알 수는 있었지만, 무슨 일이든 허례허식을 좋아하는 로시난테의 성정을 잘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


“모두 1열 횡대로 도열하라.”


나는 로시난테의 목소리가 아주 미묘하게 떨린다는 것을 알아챘다.

제깟 것이 숨기려고 한다 한들, 용의 눈을 가릴 수는 없는 법이었다.


‘티르다 때문이겠지.’


물론 내 예상일뿐이지만, 아마 정확할 것이다.

로시난테는 횡대로 늘어선 참가자들을 쭉 둘러본 후, 결과지를 펼쳤다.

참가자들은 이미 쌓여있는 화살들을 모두 보았기 때문에, 결과를 다 알고 있었지만, 혹여나 모를 반칙패를 바라며 눈을 빛내고 있었다.


“다들, 고생했다. 사전에 안내했다시피, 합격자는 네 명이다. 결과를 발표하지. 4위로 경연을 통과한 자는 보라색 날개깃의 보르노 보네띠. 단상으로 올라오라.”


참가자들은 박수를 치며, 아쉬운 눈으로 단상 위로 올라가는 보르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3위는 빨간색 날개깃의 쟌느 므기. 단상으로 올라오라.”


참가자들의 눈에는 이제 기대감이 사라졌다.

반칙패가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자신들이 직접 본 쌓인 화살의 개수대로, 호명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아이들을 딱한 눈으로 한 번 바라본 후, 단상 위로 올라가 로시난테의 뒤에 섰다.


“2위는 분홍색 날개깃의 뚜엔느. 단상으로 올라오라.”


움직이는 뚜엔느를 본 후, 로시난테는 1위 결과지를 펼쳤다.

그리고 말을 잇지 못했다.

자세히 보니, 그녀의 입은 ‘헬리엉’이라는 세 글자를 계속 읊조리고 있었다.

자신이 잘 아는 성이기 때문에 그렇겠지.


“로시난테님?”

“응? 아, 그래. 1위는 티르다 헬리엉······ 이다. 단상으로 올라오도록.”


티르다는 조금은 굳은 표정으로 걸음을 뗐다.

드디어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로시난테를 정면에서 맞는 순간이 온 것이다.


“그 외 귀관들에게도 역시 찬사를 보내겠다. 1차를 통과하였다는 것도 굉장히 좋은 실력임에 분명하니, 여기서 낙담하지 말고 더더욱 정진하여 훗날을 기약하도록. 그럼 안전한 귀가되길 바라지.”


로시난테는 매몰차게 돌아서서는 나를 포함한 네 명의 합격자를 바라보았다.

물론, 티르다를 바라보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소비하긴 했지만 말이다.


“2차 시험까지 통과한 것을 축하한다. 특히 1위를 한 티르다 헬리엉. 그 정도의 궁술이라면 당장 폴레에 입단하더라도 모자람이 없는 실력의 궁술이더군. 어디 출신이지?”

“잰르맹이라는 시골 마을 출신입니다.”

“잰르맹이라······. 내가 직접 방문했던 곳이군. 혹시 자네는 몬테니 헬리엉의 딸인가?”

“······ 그렇습니다.”

“그렇군. 3차 시험에서도 합격하길 기원하지.”


로시난테는 그 말을 끝으로 자리를 벗어났다.

티르다는 무언가 더 말을 하고 싶은 모양이었지만, 손목을 잡아끄는 나의 만류로 더 이상 별다른 말을 덧붙이지는 못했다.


“고생들 많으셨습니다. 네 분은 숙소로 복귀하셔도 됩니다. 3차 시험은 일주일 뒤, 이 곳입니다.”


로시난테가 비운 자리는 감독관이 대신하여, 이후 시험일정과 복귀를 알려주었다.


##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침대에 걸터앉고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시간을 보냈다.

한참을 묵묵히 굳은 얼굴을 하고 있던 티르다는 갑자기 내 손을 슬쩍 잡았다.


“뭐야?”

“아니······. 고마워서.”

“뭐가?”

“아까 말려준 거 말이야. 쟌느가 말려주지 않았다면, 난 또 욱해서 무슨 말을 뱉었을지 모르겠어.”

“그럴까봐 말린 거지.”

“풋.”

“웃기는.”


티르다는 민망한지, 머리를 긁적였다.


“나 곰곰이 생각해봤어. 그런데 역시 쟌느 말이 맞는 것 같아. 최고의 복수는 우리 엄마의 딸인 내가 직접 로시난테 위에 군림하는 거야. 매일 빼먹지 않고 한 수련의 성과를 여실히 보여주겠어.”

“그래. 그거면 돼. 그리고 충분히 할 수 있어. 어제 그리고 오늘 봤지?”

“응. 솔직히 놀랐어. 그만큼 가능성도 봤고.”

“남은 건, 마지막 3차뿐이야. 할 수 있어.”

“그래. 아! 그나저나 배고프네. 식사기간 아직 안됐나?”

“슬슬. 가보자.”


우리는 밝은 표정으로 숙소 밖을 나섰다.


##


드디어 대망의 3차 시험 날이 도래했다.

장소는 여전히 덤폴의 대연병장 단상 아래.

그 곳에는 각 조에서 최상의 성적을 거둔 네 명, 총 스무 명의 인원들이 조별 1열종대로 헤쳐모여 있었다.

인원의 출결 및 건강 상태를 간단하게 확인한 감독관들은 별다른 이상이 없자, 바로 로시난테를 호출했다.

로시난테는 예의 그 뒤뚱거리는 모습으로 나타나 단상 위에 올랐다.

물론, 그 와중에도 티르다를 흘깃 쳐다보는 것을 잊지는 않았다.


“흠흠. 3차 시험장에 온 것을 환영한다. 3차 시험에서는 이 중 절반인 열 사람의 제군들만 통과하게 된다. 규칙은 간단하다. 무작위 추첨을 통한 1:1 대련. 병장기는 목재로 만들어진 비살상 무기만 허용된다. 질문 있나?”


조용했다.

허긴, 대련만큼 규칙이 명확하고 단순한 것도 없으니 별다른 궁금증이 있진 않을 것이다.


“없는 것 같군. 좋다. 그럼 각설하고, 바로 경기를 시작하지. 추첨바구니를 가져와.”


로시난테의 명이 떨어지자 감독관은 속이 보이는 커다란 광주리 같은 것, 하나를 로시난테의 옆에 놓았다.


“이 안에는 스무 장의 작은 종이 두루마리가 들어있다. 대충 예상이 가겠지? 그래. 각자의 이름이 적혀있다. 나는 여기서 두 장의 두루마리를 뽑을 것이고, 거기 적힌 이름의 주인공들이 연병장 가운데 조성해놓은 대련장으로 입장하면 된다. 그럼 뽑겠다.”


로시난테는 바구니에서 두 장을 꺼내들어 펼쳐보았다.

이름을 확인한 그녀의 표정에는 묘한 궁금증이 피어올랐다.


“첫 번째 대련의 주인공들은 4조의 티티 엘리자벳, 그리고 1조의 티르다 헬리엉.”


그래서 표정이 저랬던 건가?

나는 내 앞에 서 있는 티르다의 어깨에 손을 얹고는 기운을 북돋아 주었다.


“상대는 1차전에서 4조 1위를 했던 사람이야. 방심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걱정 마. 잘 하고 올게.”


티르다는 내 손을 두어 번 토닥이고는 대련장 앞에 서 있는 감독관에게로 향했다.

상대인 티티라는 여성은 굉장히 아름답게 생긴, 그야말로 규수였다.

저런 외관의 친구가 과연 제대로 된 무술을 구사할까 싶었지만, 4조의 우수자였던 것을 보면 역시 겉모습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운 높은 실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감독관을 포함한 세 사람이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보였다.

아무래도 사용할 무기에 대해 얘기하는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감독관은 얘기를 마치고는 따로 설치해놓은 무기함에서 두 개의 무기를 꺼내 티르다와 티티에게 건넸다.

티르다는 역시 활과 나무로 뭉툭하게 깎인 화살 열 개를 받았고, 티티는 이 세계에서 흔히 클로라고 부르는, 주먹에 장착하여 상대를 할퀴는 무기를 받았다.

물론 그 역시 목재로 뭉툭하게 만들어져있기에 상대를 살상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는 무기였다.


‘무기의 선택도 의외로군.’


나는 저 가녀린 여인이 과연 저 흉측한 무기를 어떻게 소화할지가 궁금했다.

내가 저들의 움직임을 머릿속으로 예측하는 동안, 두 사람은 감독관의 안내를 받으며 대련장 가운데로 움직였다.

그리고 서로를 바라봤다.

두 사람의 준비가 마무리된 듯하자, 로시난테는 크게 외쳤다.


“상대를 쓰러뜨리거나, 누군가 항복을 외친다면 대련은 종료된다. 준비가 되었으면 바로 시작하라!”


대련의 시작이 알려지자, 순간 티르다와 티티 사이에 흐르는 공기의 흐름이 변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티티가 있었다.

티티는 두 주먹을 야무지게 얼굴 위로 올리고, 빠르게 티르다를 향해 쇄도해 들어왔다.


‘호······!’


아마 일반적인 기사 수련을 받은 사람이라면, 동년배 중에서는 티티의 공격을 받아낼 인간이 과연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티티는 아주 훌륭한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내가 직접 기운을 만져준 티르다는 이미 그 위에 있는 아이였다.

빠르게 얼굴을 노리고 들어오는 예리한 티티의 주먹을 티르다는 목을 옆으로 젖히는 정도로 가뿐히 피해냈다.

그러고는 활을 위로 쳐올려, 뻗어진 팔을 가격했고, 순간적으로 티티의 상체는 무방비 상태가 되었다.

티르다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티티의 복부를 걷어차면서 뒤로 도약하고는 활에 화살을 걸어 티티의 어깨를 향해 쏘았다.

하지만 티티도 그저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충격으로 뒤로 밀리면서 그 반동을 이용해 몸을 비틀었고, 그 덕에 돌멩이를 모두 맞추었던 티르다의 화살은 티티의 어깨는 맞추지 못하게 되었다.

찰나의 순간에 주고받은 화려한 공방.

두 사람은 이미 일반 평기사를 넘어서는 움직임을 보유한 훌륭한 전사들이었다.


‘티르다도 티르다지만, 저 티티라는 친구는 아주 훌륭하군.’


나는 감탄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문득, 로시난테는 어떻게 보고 있나 싶어, 난 그녀의 얼굴을 슬쩍 바라봤다.

확인해보니, 뭐, 크게 예상을 벗어나지는 않았다.

경악에 찬 모습.

그리고 보이는 일말의 불안함.

그 불안함의 이유는 묻지 않아도 능히 예상가는 바였다.


‘쯧쯧, 그러게 이 아둔한 것아. 죄 짓고는 못 사는 법이니라.’


로시난테의 복잡해 보이는 얼굴을 뒤로하고, 둘의 대련은 점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또 한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외전도 종료를 목전에 두고 있네요 ㅎㅎ

외전이 종료된 후 하루의 휴재기간을 가진 뒤,

페이즈3이 바로 업로드됩니다.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드려요 ^_^

추천 선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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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제173화 : 재룡과의 대화 +2 21.02.23 206 7 12쪽
201 제172화 : 재룡을 만나다 +2 21.02.22 204 7 12쪽
200 제171화 : 국경에 다다라서 +2 21.02.19 204 7 11쪽
199 제170화 : 발표 +2 21.02.18 210 7 12쪽
198 제169화 : 수장의 귀족 +2 21.02.17 209 7 12쪽
197 제168화 : 등극 +2 21.02.16 206 7 13쪽
196 제167화 : 다시 겨레로 +2 21.02.15 205 7 13쪽
195 제166화 : 자각 +2 21.02.11 202 7 13쪽
194 제165화 : 처단 +2 21.02.10 197 8 11쪽
193 제164화 : 공략법 +2 21.02.09 201 7 10쪽
192 제163화 : 무적 +2 21.02.08 194 7 12쪽
191 제162화 : 조우 +2 21.02.05 195 8 12쪽
190 제161화 : 다가온다. +4 21.02.03 196 9 12쪽
189 제160화 : 군사지역 +4 21.02.02 209 8 13쪽
188 제159화 : 소식 +4 21.02.01 203 9 13쪽
187 제158화 : 그닐 +4 21.01.29 196 9 12쪽
186 제157화 : 붕페의 무기 +4 21.01.28 208 9 12쪽
185 제156화 : 마족의 출현 +4 21.01.27 216 10 12쪽
184 제155화 : 새로운 마스터 +4 21.01.26 209 9 14쪽
183 제154화 : 마물을 막아내라 +4 21.01.25 210 9 11쪽
182 제153화 : 모드시의 위기 +4 21.01.22 211 9 13쪽
181 제152화 : 다시 찾은 모드시 +4 21.01.21 207 9 13쪽
180 제151화 : 안나의 행방 +4 21.01.20 206 9 14쪽
179 제150화 : 마스터 +4 21.01.19 218 9 15쪽
178 제149화 : 4년 +4 21.01.18 207 9 16쪽
177 제148화 : 다시, 세상으로 +4 21.01.15 207 9 12쪽
176 외전 : 재룡의 다른 이름 - 6 [완] +2 21.01.13 197 9 14쪽
» 외전 : 재룡의 다른 이름 - 5 +4 21.01.11 216 8 12쪽
174 외전 : 재룡의 다른 이름 - 4 +4 21.01.08 225 7 13쪽
173 외전 : 재룡의 다른 이름 - 3 +4 21.01.07 199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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