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검이다

나는 검이다. - 12

"?!"

생각에 잠겨 있던 민우량의 감각을 자극하는 것은 애검의 기였다.

민우량 : "애검낭자. 기운이 매우 만이 변했소. 무슨 일이라도 있던 거요?"

"제 기가 바뀐 게 느껴지나요?"

"마치 현경의 경지라도 된 것 같소. 하지만, 내력의 양은 그것에 못 미치는 것 같은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소?"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뭔가. 깨달았달까. 혼자 수련 중이었는데. 먼가가 불연 듯 떠올랐거든요. 그때 단전의 흐름이 의도하지 않게 변했어요."

"아무래도 현경의 경지에 도달한 모양이군요."

"현경? 하지만, 환골탈태는 안 됐는데?"

"경지를 넘어선다고 꼭 환골탈태가 되는 건 아니오. 환골탈태하려면 기본적으로 더는 축적할 수 없는 내공을 단전에 담아 둔 상태여야 하오. 애검낭자는 단전이 포화상태가 아닌 상태에서 깨달음을 얻어서 그런 거요. 내공이 늘어갈수록 점점 현경의 경지가 될 테니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거요."

* * *

아랑검은 환타의 손에 잡혀 있었다. 환타와 정을 나눈 사이가 되었기에. 혹은 달리 할 일도 없었기에 환타에게 검술을 가르치고 있었다.

일단 아랑검이 느끼기에 환타는 절대로 검의 고수가 될 수 없는 걸 알 수 있었다.

환타의 단전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기운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이 기운이 환타의 신비한 치료 능력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애검 : "아랑아. 오랜만에 휘둘러 보자. 이리와."

불쑥 나타난 애검은 환타에게서 아랑검을 빼앗아 갔다.

애검 : "너. 모양이 왜 이래? 날이 전혀 안 섰잖아?"

아랑 : "어? 하하하. 잠깐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더니."

"너. 환타랑 뭔가 했지? 이 진한 향기는."

* * *

애검에게 정신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연마를 받은 아랑검은 다시금 날카롭게 날이 섰다.

애검은 그런 아랑검을 손에 쥐고 휘둘러 보았다.

아랑검 : "어허헐, 기분 좋아. 뭐지? 갑자기 손놀림이 좋아졌어."

애검 : "그래? 완벽해?"

"아니 완벽한 건 아니야. 음. 이 느낌은 마치 민우량에게 잡혔을 때 느끼는 기분인데. 어떻게 된 거지? 너 현경의 경지라도 된 거야?"

"아마도 그런 것 같아."

"하지만, 내공은 부족해."

"나도 잘 모르지만, 내공이 부족한 상태에서 현경의 경지가 된 거라고 하더라고. 민우량이."

"아무튼, 기분 좋아. 애검이 이 정도 실력이 됐다면 난 쉽게 가버릴 거야. 좀 더 적극적으로 내공을 써봐."

"좋아. 우선 간단하게."

애검이 아랑검에게 내력을 흘러 넣었고 아랑검은 바로 광선을 뿜어 냈다.

"꺄아아아~ 헉헉. 민우량에 비하면 힘은 부족하지만 역시 여자의 손길로 이렇게 자극받는 건 최고야. 더. 더해줘!"

* * *

처음엔 불만 없이 잘 느끼던 아랑검이었지만. 그러한 쾌락도 익숙해지니까. 요구가 늘어났고. 잔소리도 늘어났다.

"좀 더 마음을 담아서 휘둘러야 해."

"마음?"

"자세와. 기의 흐름이 완벽해 지고 나면 남은 건 마음이거든."

"?? 무슨 의미야?"

"마음도 몸과 기가 하나가 돼야 가장 잘 베어지거든. 처음엔 자세 즉 몸과 검이 하나가 돼야 하는 거고 그다음엔 내공과 검이 하나가 되는 거야.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음과 검이 하나가 될 때 최고의 검술이 되는 거지."

"마음이라."

"현경의 경지가 되면 몸과 기를 완벽하게 다스릴 수 있다는 걸 의미해. 이제 남은 건 마음이지."

"혹시 그 마음의 다스림이 완벽해지면 현경 이상의 경지에 도달하는 거야?"

"아마도. 엇 잠깐만."

"응? 왜?"

"현경 이상의 경지가 된다는 건 위험해."

"뭐가 위험한데?"

"죽을 수도 있어. 죽지 않아도 나처럼 될 거야."

* * *

민우량은 애검에게도 현경 이상의 경지가 되면 벌어질 상황을 이야기해주었다.

민우량 : "물론 확신할 순 없어. 역사상 현경의 경지를 넘은 사람의 기록은 없고. 현경에 들어선 인물들도 얼마 안 될뿐더러. 현경정도 되는 인물들은 여러 가지 의미로 세상과 동떨어진 삶을 살았거든. 아랑검이 왜 검이 되었는지를 생각해 봤어. 아마도 아랑검은 검이 되고 싶었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을 거야. 어디까지나 아랑검은 검이 되고 싶어한 특이한 인물이고. 일반적인 강호인이 가장 되고 싶은 건 뭘까?"

애검 : "글쎄요."

"무신이겠지. 즉 강해지고 싶다에 정점. 무신을 꿈꾸겠지. 그 말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걸 거야. 인간이 신이 될 수 있을까? 아무튼, 신이 될 수 있든 없든. 무신이 되고 싶어 하는 자들은 죽었거나. 정말로 저 하늘로 올라가 신이 되었을 거야. 달리 말하면 이 세상을 하직하게 된다는 거겠지."

* * *

아랑 : "그보다 애검2세는 어디 간 거야?"

애검 : "현경이 되면서 사라졌어. 아니 완벽하게 사라진 건 아니고."

애검은 기검을 만들어 냈다. 처음엔 기의 형태였지만 금세 물질적인 형태가 되었다. 그 모습은 애검2세였다.

"잘은 모르지만 애검2세는 나의 마음 같은 거였어. 아무래도 아랑이의 기운이 섞이면서 만들어진 걸꺼야. 현경의 경지가 되면서 다시금 내 마음속으로 되돌아온 거지. 어떤 의미에서 기검 이상의 기검을 만들어 내게 된 거야."

* * *

아랑이는 애검이 자신을 휘두르려고 하자 불안해하며 말했다.

"잠깐만."

"왜? 부끄러워?"

"그런 게 아니야. 이대로 수련이라도 했다가 네가 현경 이상의 경지가 돼서 사라져 버리면 안 될 것 같아서."

"음. 확실히 그건 좀 두렵다. 그럼 환타에게 해줬던 거 나한테도 해줘 봐."

"어? 그런 거라면야. 기꺼이. 헤헤."

* * *

애검 : "줘줘를 죽이러 가볼까."

아랑 : "그러고 보니 우리가 그놈 때문에 죽을 뻔했었지."

애검과 아랑검은 줘줘를 죽이려고 민우량 환타와는 헤어졌다.

멀리 줘줘가 머무는 강주성이 보이는 곳에서 애검은 아랑검을 손에 쥐고 말했다.

"자. 그러면 아랑이의 가버렷! 신공을 써볼까나. 준비됐지?"

"헉헉. 응응! 얼른 보내줘."

애검은 막대한 내공을 아랑검으로 밀어 넣었다. 아랑검은 금세 떠질 듯한 모습이 되어 버렸다.

애검 : "조금만 참아! 지금 싸버리면 앙데. 내가 초식을 사용하는 순간에 맞혀서 싸버려. 그래야 너도 최고의 쾌락을 맛보게 될 거야."

아랑 : "핡핡. 얼른 해버려! 더는 못 참아!"

"간다!"

애검은 아랑검을 가버리게 하면서 그것과 맞추어 초식을 사용했다.

막강한 초식은 그대로 강주성문으로 날아가 그 일대를 모두 파괴했다.

* * *

사마귀 : "큰일이군요. 적은 분명히 애검과 아랑검일 겁니다. 이렇게 사정거리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위치를 숨기고 원거리에서 강주성을 공격합니다. 한 번의 공격으로 병력의 5%가 죽어 버렸습니다. 너무도 강한 초식이라서 4시간마다 한 번씩 쏘는 걸로 보입니다."

줘줘 : "어떻게 할 수 없는 건가?"

"도박이라도 해야겠죠. 어중간한 수색을 했다간 더 많은 병력이 줄어들 겁니다. 병력은 3등분 하여 강주성 밖 어딘가에 있을 애검과 아랑검을 공격해야 합니다. 이 계략이 성공할 확률은 극히 낮으며 실패하면 강주성은 물론이고 줘줘님도 끝장일 겁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이곳에만 있으면 그것도 끝입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단지 두 명의 인간 때문에 내가 이륙한 이 군세가 없어진단 말인가?"

"저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이미 그렇게 일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 * *

이틀 동안의 게릴라에서 강주성의 모든 병력은 백기를 들고 모든 무장을 해제하고 성 밖으로 나와 있었다. 아무래도 모든 걸 포기하고 항복하는 것이었는데 애검과 아랑검은 그런 병력을 학살했다. 혹시나 무슨 계략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병력이 절반까지 학살된 후에야 애검은 적들이 아무런 계략도 없이 정말로 항복한 것을 알고 줘줘를 만나려고 했다.

하지만, 줘줘는 없었다.

총 책임자는 사마귀였고. 사마귀가 줘줘의 행방을 이야기해주었다.

"줘줘는 몇몇 심복들을 데리고 도망쳤습니다. 저도 그가 어디로 도망쳤는진 알 수 없습니다."

세력을 버리고 도망쳤다면 애검과 아랑검이라고 할지라도 찾아낼 방법은 없어 보였다.

애검은 이대로 사마귀를 통해 줘줘군을 흡수하여 세력을 일으킬까? 생각도 했지만 아랑검이 있다면 이런 세력도 허무하게 멸망시킬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세력을 만든다는 것이 허무하게 느껴졌기에 천하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을 얻을 기회를 버렸다.

* * *

민우량은 오늘도 생각에 잠겼다.

무한한 속도의 검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감조차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각으로 안 될 것 같자. 민우량은 몸을 움직이기로 했다.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빠른 초식을 사용하길 반복하고 반복했다.

자신을 구경하는 애검과 아랑검도 못 볼 정도로 집중하고 있었다.

민우량 : "언제부터 구경하고 있던 거야?"

애검 : "좀 됐어요. 역시 민우량. 엄청난 초식이군요. 이런 걸 막아낼 존재는 아마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군요."

"아랑검이라면 날 능가 했을지도 모르죠. 아랑검 그때 이야기 좀 해줄래?"

아람검 : "이야기하라고 해도. 생각나는 건 없어. 어쩌면 이게 도움이 될까나. 절대로 빨리 공격해야 한다고 간절히 바랬거든. 어쩌면 이건 현경의 경지를 넘어서야 할 수 있는 검법이 아닐까?"

"확실히 그럴 것 같네. 지금의 나의 경지에서는 발현할 수 없는 검법인지도 몰라."

"너무 열심히 수련하지 마 현경을 넘어서면."

"죽을지도 모르지만. 설마 죽기야 하겠어?"

"하지만, 현경을 넘은 사람들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 그 말은 전부 죽었거나. 다시는 이 세상에 오지 못하는 곳으로 가버린 거잖아?"

"다시는 이 세상에 오지 못한다라."

민우량은 이때 무언가 번뜩이는 깨달음이 있었다.

'어쩌면 아랑검이 보여준 기술엔 속도가 없을 수도 있어. 속도와 상관없이 원하는 곳이 그대로 베어 버린다면??'

민우량은 섬광처럼 떠오른 생각을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민우량이 검을 휘둘렀고 정확히 10여 미터 떨어진 곳의 나무가 베어 버렸다.

검기가 날아가는 속도는 보이지 않았다.

아니 처음부터 무언가가 날아간 것이 아니었다.

민우량의 검이 공간을 뛰어넘어 목표물을 베어 버린 것이다.

아랑검과 애검은 이 장면을 보고 순간적으로 믿을 수 없는 것을 본 것 같았다.

자신들의 눈에도 분명히 민우량이 날린 초식이나 검기 같은 건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허공에 검을 휘둘렀는데 멀리 떨어진 나무가 베어져 버렸으니 말이다.

민우량이 새로운 깨 닮음에 기뻐하는 이때에 민우량의 온몸에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환골탈태였다.

민우량은 자신의 몸이 환골탈태 되는 와중에 아랑검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저 웃음만 지으며 빛의 폭발 후에 이곳에서 사라졌다.

남아 있는 것은 민우량이 사용했던 그의 검뿐이었다.

아랑검과 애검은 잠시 멍하니 그 장면을 바라보았고 아랑검은 얼른 민우량이 사용한 검으로 날아가 검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민우량의 검은 자신처럼 영혼이 들어가 있는 상태가 아니란 걸 바로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