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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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웅곰
작품등록일 :
2012.11.19 10:44
최근연재일 :
2013.01.22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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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1.19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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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나는 검이다. - 13

DUMMY

환타 : "그럼 우량이 오빠는 죽은 거에요?"

애검 : "모르겠어. 그냥 사라졌다고 말하는 편이 옳을 거야."

"혹시 도망친 거 아닌가요? 나에게 멋진 하룻밤을 선물하겠다고 했었는데. 결국, 약속을 지키지 않고 사라졌네. 왠지 그런 느낌이 들었지만. 난 너무 어린애로 보는 것 같아서 약속 안 지킬 것 같았어."

"어린애기 전에 남자로 봤을 수도 있지. 호호호."

"에에? 절 놀리는 거에요!"


* * *


아랑검은 열심히 수련 중인 애검에게 말했다.

"수련하지 마. 현경의 경지를 넘어서면 어떻게 되는지 네 눈으로도 봤잖아?"

"그렇긴 하지만. 오히려 검에 대한 생각을 안 하려고 할수록 더 검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아."

"죽을지도 몰라."

"나도 너처럼 검이 되고 싶어. 나도 너처럼 검이 될지도 모르잖아?"

"난 검 그 자체가 되고 싶어서 검이 된 거야. 하지만, 넌 그런 마음이 아니잖아. 진정 네가 바라는 게 검이 되는 거야? 내가 볼 때 네가 정말로 바라는 건 베이는 거야."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지. 난 베이고 싶어서 그런 이상한 짓을 했으니까. 검의 날카로움이 베일지도 모른다. 그때 생기는 공포감 전율에 미친 여자니까. 그럼 내가 현경의 경지를 넘어서면 싹둑 잘려서 죽게 되는 건가?"


* * *


애검 : "날카로운 걸 좋아하지만 실제로 베이는 건 싫어. 즐길 수 있는 고통을 넘어서는 거니까. 실제로 내가 검을 좋아하지만 자해하거나 하진 않으니까. 그럼 내가 정말로 바라는 건 무엇일까?"

아랑 : "수련은 그만두지 않을 것 같군."

"멈출 수 없어. 나도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지만. 날 잘 알잖아? 그런 두려움이 날 더 자극해서 말이야. 죽을지 모르잖아? 죽는 게 아닐 수도 있으니까. 그 아슬아슬함에 내 목숨을 걸어도 좋을 것 같아."


* * *


애검은 매일 수련을 열심히 했다. 일단 부족한 내공을 늘리는 훈련을 했다. 아랑검도 애검과 함께 내공을 늘리는 수련을 했다. 아랑검은 기본적인 경지가 있어서 생전 처음 하는 내공심법에도 막대한 양의 내공을 쌓을 수 있었다.


* * *


애검은 어느 날 검집을 양손에 들고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검집에 민우량의 유품인 검을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너무도 진지하게 그런 이상 행동을 하고 있어서 아랑검은 말도 못 걸고 바라만 보았다.


* * *


애검은 어느 날 갑자기 머리를 짧게 잘랐다. 그리고 아랑검에게 검집을 선물했다.

바로 애검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검집이었다. 머리카락만으로 만든 거라서 검집이라고 할 수도 없는 아주 얇고 틈새가 많아서 꼭 스타킹 같은 검집이었다.

애검 : "특히 그곳 털도 사용했으니까. 향기가 좋을 거야."

아랑 : "왜 이런 검집 같지도 않은 검집을 만든 거야?"

"어젯밤 불현듯 떠올랐어. 이 세상에서 가장 날카로운 아랑이를 품 안에 둘 수 있는 검집이 될 수도 있을지 모른다고 말이야."

"..."

"앞으로는 매일 내 머리카락으로 만든 검집을 입고 있어."


* * *


애검은 기검을 만들어 내듯 기로 검집을 만들어 내는 훈련을 시작했다. 처음엔 잘 안되었지만, 점점 결국 완벽하게 기로 검집을 만들어 내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 검집은 애검2세를 만들어 내듯 점점 실체화되기까지 했다.

최종적으론 기로 기검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기로 검집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정말로 검집을 만들어 냈다. 대신 애검2세는 다시는 만들지 못했다.


* * *


검집을 구현화 시킨 것은 애검의 야릇한 기운도 가득 들어 있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여인 향기가 강했고 검집에 아랑검을 넣어두면 윤활액도 흘러나왔다. 윤활액은 내공으로 만들어진 반 구연이 된 기의 물질이라서 어딘가에 묻어나는 그러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실제 윤활액과 같이 감싼 물체를 매우 미끄럽게 만들어 버렸다.


* * *


아랑검은 처음에 애검이 만들어낸 검집에 들어가 있는 게 자유롭지 못해서 싫었지만 검집안은 마치 화로에 있는 것처럼 따뜻했고 내부적으로 무언가가 아랑검을 날카롭게 연마해주기도 했다.

그래서 이제는 가능하면 검집에서 나가지 않고 가끔 몸을 풀 때만 나가게 되었다.


* * *


애검의 기검집은 이젠 감각까지 공유했다. 애검은 검집에 아랑검을 넣어 두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쾌락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엔 그냥 넣어두기만 했던 아랑검을 의도적으로 넣고 뺏기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아랑검에게 검강을 일으키게 한 다음에 검집에 넣고 빼기를 반복했다.

아랑검이 애검의 기검집이 부서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애검 검집은 검강을 흡수하였다.

며칠이 지나고 애검 기검집은 검강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아랑검에게 초식까지 쓰게 만들었다.

검 끝으로 검기가 발현되는 아주 간단한 초식으로 애검은 점점 자신의 분신인 검집으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느끼지 못한 쾌락을 전달받고 있었다.


* * *


애검의 손에는 아랑검이 잡혀 있었다. 그리고 아랑검은 이미 자신이 만들어낸 기검 세 자루가 들어가 있어 빡빡한 애검 검집으로 비좁게 들어가고 나가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애검이 아랑검의 몸에 내력을 불어 넣었다.

아랑검은 반 강제적인 '가버려' 상태가 되어서 애검 검집안으로 막대한 양의 내공을 쏘았다.

이 기술은 강주성 병력을 한방에 5%씩 전멸시켰던 기술이었다.

그 파괴력은 엄청났다. 하지만, 애검 검집은 전혀 부서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기운을 모두 흡수하고 더 많은 기운을 흡수할 기세로 아랑검을 빨아 드릴 것처럼 보였다.

아랑검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쾌락을 느끼는 동시에 온몸에 힘이 빠져서 고통도 동반했다.

아랑검은 힘들어 죽을 것 같은데도 애검 검집 안에 들어가 있으면 강제적으로 아랑검이 전율하게 되고 힘이 들어가게 하여 버린다.

애검은 검을 울려서 연마하는 기술이 있었다. 아무래도 지금의 검집에는 그러한 기능까지 들어가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아랑검은 행복하다면 한없이 행복하고 힘들다면 한없이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 * *


애검 : "검집과 내 감각이 연결돼서 느낌을 확실히 받을 수 있어서 좋긴 한데. 이 걸론 부족해. 난 정말로 이 검집이 되고 싶어졌어. 내가 이 검집이 되어서 정말로 아랑이를 내 품 안으로 넣어보고 싶어."

아랑 : "이걸 원했던 거야? 내가 검으로 영혼이 들어간 것처럼 넌 검집으로 영혼이 들어가고 싶었던 거야?"

"날카로움만을 즐기고 싶었던 건 아니야. 진정으로 베이고 싶었던 거야. 너처럼 전설적인 검에게 베이고 싶었던 거야. 그런 게 가능해지려면 이런 검집이 되어야만 하는 거야."


* * *


그리고 드디어 애검이 현경의 경지를 넘어서는 날이 왔다.

애검은 자신이 검집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기뻐했다. 애검의 환골탈태가 끝나고 그 자리에 남은 것은 검집이었다.

아랑검처럼 애검도 자신이 바라던 모습이 돼버린 것이다.


* * *


환타가 애검집에 박힌 아랑검을 빼내려고 했지만, 꽉 박혀서 전혀 뽑히지 않았다.

"나도 아랑 아저씨가 필요하다고요!"

애검 : "안돼. 아랑인 평생 내가 품고 있을 거야."

아랑검은 오래전부터 애검집에게 진액을 빨려서 의식불명 상태였다.

"그보다. 아저씨 상태가 이상한데 이러다 죽을지도 몰라요."

"네가 치료해 주면 되잖아?"

"싫어요. 아저씨도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서 잘 부려 먹을 셈이에요?"

"음. 좋아 그러면 날 사용해. 나도 아랑검처럼 어느 정도 유연하게 모습을 바꿀 수도 있고 아랑검과는 다르게 표면이 날카롭지도 않고 윤활액도 나오거든."

"그럼 모습을 둥글게 바꿔봐요."

애검은 여전히 아랑검을 먹은 채로 겉모습을 둥근 몽둥이로 바꿀 수 있었다. 그리고 길이도 조절할 수 있었다.

품은 아랑검도 짧아지게 만들어서 결과적으로 20cm 정도까지 적당한 길이로 작아지는 것도 가능했다.


* * *


아랑검이 기검을 만들어 내듯 애검은 기의 검집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아랑검의 기검과 애검의 기검집은 서로의 분신과도 같아서 감각도 느낄 수 있었다. 따라서 아랑검은 기검을 만들어 애검의 기검집에 박아뒀다.

아랑검은 연마되는 쾌락에 빠졌으며 애검은 베이는 쾌락에 빠졌기에 언제나 이 상태로 지냈으며 틈틈이 최고의 쾌락을 맛보려고 검집에 검이 드나드는 행동도 했다.

밤만 되면 쇠 갈리는 소리에 환타는 잠을 못 잘 정도였다.

애검은 민우량의 유품인 그의 검을 품어보았다. 그 모습을 본 아랑검은 질투심 생겨 따지듯 말했다.

"뭐야. 나 말고 다른 걸 넣다니."

애검 : "질투하는 거야?"

"당연하지."

"이건 그냥 도구야. 너 말고 다른 걸 넣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 궁금해서 넣어 봤는데 역시 살아 움직이지 않는 검을 넣어봐야. 별로네. 그래도 조금은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해. 자 들어와."

"일단 그 검부터 빼야 들어가지."

"비집고 들어와. 하나보단 두 개가 느낌이 좋으니까."


* * *


애검은 아랑검 만으론 부족했는지 새로운 검을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잊었는지 모르지만 애검은 검을 만드는 장인이었다.

모습이 인간에서 검집으로 변하긴 했지만 검을 만들어 내는 실력이 줄어들진 않았다.

심열을 기울여 검을 만들어 내도 애검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애검 : "지금 생각해 보면 네가 임신해서 낳은 검들이 아쉽네. 그것들이 있으면 참 좋을 텐데."

아랑검 : "그건 좀 아닌데. 그렇게 태어난 검은 생명체잖아. 그냥 검이면 모를까. 생명이 있는 검도 넣겠다는 건 분명한 불륜이며 간통이야."

"인간이었을 땐 너만으로도 만족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의 난 너만으론 부족해. 좋아 화경을 앞둔 고수를 찾아내서 아기검을 만들러 가자."

"그건 생각처럼 간단하진 않을걸. 내가 임신해서 만들어 내는 검은 결국엔 그 사람의 마음이라고 했잖아? 그들의 마음이 너의 도구가 되려고 할까?"

"그럼 내가 최대한 좋은 검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는 거군."


* * *


애검은 질 좋은 철을 구하려고 중원으로 떠났다. 환타도 함께 가겠다고 했지만, 환타를 데리고 가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애검과 아랑검만 하늘을 날아 중원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 * *


중원 대장간 대장장이 : "좋은 철을 구하긴 어려울 거요. 천하가 어지러워 곳곳에서 무기를 찍어내기 때문에 일반인이 좋은 철을 구하긴 하늘의 별 따기 일 거요."

애검 : "광산이라도 찾아가야 하나?"

"광산도 나라에서 점령하여 그곳에 가도 철은 얻을 수 없을 거요."


* * *


결국, 나라에서 운영하는 무기고에서 훔쳐야 했다. 애검과 아랑검에겐 쉬운 일이었다. 실제로 이들의 능력은 현경 이상이었으며 크기도 작기 때문이다.

애검은 대범하게도 무기고에 있는 화로까지 이용하면서 검을 제작했다.

최고급 철로 검을 만들어 내긴 했지만 애검은 썩 만족스러워 하진 않았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은 지 검집에 밀어 넣었다.

아랑검은 다른 검과 애검속에 함께 들어가 있는 지금의 상황이 썩 좋지 않았다.

이때 아랑검에게 번뜩이는 생각이 있었다.

"내가 날이 두 개가 되면 굳이 이렇게 다른 검을 넣어둘 필요도 없는 거잖아?"

애검 : "날이 두 개? 그렇네. 쌍날이 된다면 감하나도 두 개를 넣어둔 것과 같은 효과니까. 그보다. 너 칼날을 하나 더 만들어 낼 수 있겠어?"

"널 독점하려면 되게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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