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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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웅곰
작품등록일 :
2012.11.19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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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2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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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1.1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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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쪽

나는 검이다. - 16

DUMMY

대마왕처럼 보이는 수상한 남자 : "전 무림맹에서 아랑검님을 만나보라고 보낸 사람입니다. 일단 저에게서 풍기오는 기운부터 설명해 드려야겠군요. 전 사파 사람도 아니고 정파 사람도 아닙니다. 무공도 모르는 농부였죠. 하지만, 그들이 나타나 마을 사람들을 모두 괴물로 만들었습니다. 전 그중에서도 의식이 남아 있었기에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전 무림맹 사람을 만날 수 있었고 맹주님 서쪽 먼 산림지역으로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첫 조사를 시작하고 습격당한 마을들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습니다. 전 약선 어르신에게 치료를 받았고 약선어르신은 제 몸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적들이 무엇인지 파악했죠.

적들은 사람을 강압적으로 주화입마에 빠지게 합니다. 보통 사람이 주화입마에 빠지면 당연히 죽게 되죠. 적들은 죽은 사람을 강시화 시켜 병사로 만든 겁니다.

약 천명 중 한 명이 강시처럼 살아남아 죽었지만, 술사의 명령에 의해 살아 움직이는 강시 괴물이 된다고 합니다.

즉 괴물 하나를 만들려고 무고한 사람 천명의 목숨을 태워버린다는 겁니다.

간단한 조사결과 죽은 사람들의 숫자로 적이 만들어낸 괴물 강시의 숫자는 무려 2만이라고 합니다.

더군다나 전 아무런 무공도 익히지 않았던 농부였는데도. 화경경지에 맞먹는 힘이 있습니다. 그 말은 적들은 이미 2만 명 화경에 버금가는 말도 안 되는 세력을 기른 겁니다.

무림맹에선 즉시 모든 문파들에게 소환명을 내리고 아직 정체를 알 수 없는 적을 찾으려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전 맹주의 명을 받고 아랑검님의 도움을 받으러 온 겁니다."

대마왕의 긴 설명이 끝났고 아랑검이 재밌다는 듯 말했다.

"음. 심심하던 차에 잘됐는데."

애검집 : "그래서 맨입으로 도와달라는 건가?"

대마왕 : "어쩌면 천하가 이름 모를 사악한 자에게 멸망할지도 모르는데…. 대가를 원하신다면 분명히 맹주님께서 섭섭지 않게 주실 겁니다."

"난 그런 애매모호한 대답을 듣고 싶은 게 아니야. 얼른 맹주한테 돌아가서 도와주면 뭘 해줄지나 알아보고 다시 이야기하자고."

대마왕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가려 할 때 이장이 나서며 말했다.

"애검님, 무림맹주의 부탁을 거절하다니…. 좋지 않습니다. 이야길 들어보면 이 강호에 큰일이 벌어졌기에 강호에 숨겨진 고수들까지 찾아나서 도움을 청하는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되돌려보내면 혹 애검님에게 큰일이 있을 때 도와주려는 무림인은 없을 겁니다."

"난 남의 도움을 받고 싶지도 않고 공짜로 도와주는 것도 싫거든."

"하지만, 환타님은 선행을 베푸시지…."

"좋아. 그럼 그 무림맹주를 직접 만나러 가서 얼마를 줄지 물어봐야겠어. 너(대마왕을 가리키며) 길 안내 좀 해."

대마왕 : "죄송하지만 전 서쪽으로 바로 가봐야 합니다. 가능하면 아랑님의 도움을 받아 함께 가려고 했지만, 저 혼자만이라도 가봐야지요."

애검이 뭔가 비꼬듯이 말했다.

"너 무림맹 사람이 아니구나? 그렇지?"

대마왕 : "무슨 말씀입니까?"

"아랑아. 이 녀석 잡아. 이 녀석 뭔가 수상해."

대마왕이 표정이 바뀌며 도주할 준비를 취했다.

애검이 그냥 시비를 건다고 생각했던 아랑검도 대마왕이 이상행동에 반사적으로 대마왕의 두 다리와 팔을 잘라버렸다.

덩그러니 몸통과 얼굴만 남은 대마왕은 바닥에 넘어졌다.

신기하게도 잘린 몸에서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았다.

아랑검 : "이 녀석 무림맹이라 사칭하고 우리를 서쪽으로 데려가려고 한 건가? 역시 애검은 감이 좋네."

애검집 : "말을 너무 그럴듯하게 해서 말이야. 오히려 이 녀석 우리를 서쪽으로 유인한 다음에…. 그렇구나. 이런 식으로 강호인들을 찾아가서 서쪽으로 유인해 강시로 만드는 건지도 몰라. 이 녀석이 말한 것은 부분적으로 사실일 거야."

이장 : "그러다 이자가 정말 무림맹에서 보낸 사람이면 어쩌시려고요?"

애검 : "방금 뭔가 일이 꼬인듯한 표정을 지으며 도망치려고 한 거 못 봤어?"

아랑 : "그럼 이 녀석을 어쩌면 되지?"

이때 대마왕처럼 보이는 녀석의 얼굴에 핏기가 검게 그을리며 온몸에 수분기가 완전히 빠져나가 버리더니 다 말라버린 시체가 되어 버렸다.


* * *


애검과 아랑검 그리고 이장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의견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줬다.

무림맹으로 가서 이러한 녀석들이 강호인을 유인한다는 것을 알리는 것과

서쪽으로 가서 이 녀석들을 찾아내 제거하는 것이다.

애검 : "감히 우리를 유인해 어떻게 해보려고 했다는 건데. 이런 녀석들은 가만히 두면 안 되겠지?"

아랑 : "우리를 어떻게 해버릴 정도로 대비되었다는 거니까 직접 찾아가는 건 위험해. 차라리 무림맹주에게 가봐서 그들도 이러한 일이 있는지 알아보고 힘을 빌리는 게 좋다고 생각되는데. 아니면 차라리 무시해 버리거나. 난 서쪽으로 가는 건 반대야."

"넌 저번에 죽을뻔한 후로 너무 소극적이 된 것 같아. 걱정하지 마 넌 그때에 비해 이미 7배 이상 강해졌어. 아니 단순히 내공의 양만 7배 강해졌고 날카로움도 전보다 배는 강해졌으니 14배 정도는 강해진 거라고. 아무리 봐도 널 어떻게 해볼 수 있는 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 더군다나 산성 내공도 배웠으니 더는 산성공격도 너에게 해를 입히긴 어려워. 뭐가 그리 겁나?"

"조심해서 나쁠 건 없잖아."

이장 : "역시 이런 사실을 무림맹에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애검 : "아 그래. 우리는 환타를 따라다닌 거잖아? 환타는 어떻게 할 거야?"

환타 :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는 무리가 있다면 당연히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림맹에게 가는 게 좋다고 생각돼요."

애검 : "그보다 뭔가 위험한 곳으로 떠날 것 같은데 이장님 따님을 정말 우리를 따라다니게 할 생각이세요?"

이장의 딸 : "난 집 나갈 거야. 고작 이런 일로 이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이장은 쓴웃음을 지으며 애검에게 말했다.

"부디 제 딸도 데려가 주십시오."


* * *


아랑검과 애검집은 대부분 시간을 환타의 그곳(?)에서 보낸다.

모습을 작게 만들 수도 있으니 말이다.

사실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아랑검의 모습은 아랑검 본모습이 아니라 아랑검이 만들어낸 구현검이다.

구현검은 기검의 일종으로 기검처럼 형태가 기로 만들어져 빛나지 않고 말 그대로 실제 물체와 다른 점이 없는 기검이다.

아랑검의 구현검은 강제로 개조된 아랑검의 모습을 따를 필요가 없었기에 아람검 본연의 모습과 같았다.

환타와 이장의 딸은 하얀 늑대 화이울을 타고 이동 중이었다.

화이울이 지쳐 휴식을 취할 때 아랑검은 이장의 딸에게 검을 가르쳤다.

아랑검은 자신을 휘둘러주는 대상의 잘못된 점과 힘의 분배 자세의 올바름을 바로바로 알고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아랑검에게 검을 배우는 사람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검도를 깨우쳐 간다.

검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아랑검에게 검을 배우면 몇 시간 만에 고수급의 경지에 도달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 내공까지 증가시켜주는 게 아니라서 정말 고수처럼은 안 된다.

아랑검은 남아도는 게 내공이고 언제나 애검집에 의해 가득 차버리는 게 내공이었기에 이장의 딸이 깨우친 만큼의 내공을 전수해 주었다.

이장의 딸은 단시간만에 자신이 봐도 몰라보게 달라진 검술에 환호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단단한 바위도 두부 썰듯 잘라버리는 스스로의 능력에 감탄하며 말했다.

"우와~ 검아저씨 정말 대단하군요. 아저씨한테 검을 배우는 건 그냥 노는 것 같은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성장을 해버렸어요."

"지나치게 좋아하지 마. 네가 잡은 내가 너무 날카로워서 그런 것뿐이야. 아마 다른 평범한 검을 잡으면 또 다를 거야. 솔직히 말해서 넌 검에 소질이 없어. 아마 다른 사람이었으면 벌써 화경이 되었을지도 몰라."

"그런가요…. 그래도 상관없어요. 이 정도 능력이면 전 무적이에요. 호위대장도 이 정도로 강한 것 같진 않았다고요."

"하하하. 너무 자만하지 마. 그러다 너보다 강한 사람 만나기라도 하면 아무것도 못해보고 당할지도 몰라."

"근대 왜 환타는 검을 못 배우는 거에요?"

"이미 내공에 전혀 다른 무언가가 가득 차 있거든. 아마 그 기운이 환타의 치료하는 능력의 근원이겠지."

"왜 검아저씨는 환타를 따라다녀요?"

"달리 갈 곳도 없고…. 그리고 생명의 은인이니까. 그냥 따라다니는 거야."


* * *


무림맹주는 중앙성에 있었고 중앙성으로 점점 가까워질수록 전란의 중심지로 가기 때문에 사람들이 사는 모습은 더욱더 처참했다.

어떤 성은 모든 사람이 성을 버리기까지 한 폐허도 있었다.

늦은 저녁쯤에 어느 마을에 도착했고 이제 막 마을 입구로 들어가려는데 애검이 불안한 듯 말했다.

- 이 마을 뭔가 이상한데. -

아랑 : - 그래? 늦긴 했지만 들어가진 말까? -

- 아니야. 그렇게까지 불안한 건 아니야. 그냥 주의만 하도록 하자. 좀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으면서도 별것 아닌 일이 벌어질 것 같아. -

- 매번 느끼지만 너의 그 감은 정말 신기해. -

이장의 딸 : "이 마을도 사람들이 버리고 갔나 보네."

환타 : "그러게…."

환타와 이장의 딸은 괜찮아 보이는 집을 찾아 들어갔다.

집안엔 사람은 없었다. 단지 집안에서 사용하는 물품들이 그대로 있었다.

마치 마을 사람들이 마을을 떠났다기보단 무언가에 도망친 것으로 보였다.

지금까지 들러본 마을도 사람이 없긴 마찬가지였지만 이렇게 집안에 살림을 남겨두고 떠난 마을은 없었다.

"오랜만이다. 아랑검."

이때 갑자기 나타난 사람이 있었다.

몰골이 시체와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사람이었고 풍기오는 기운 또한 심상치 않았다.

아랑검 : "누구지? 넌 뭐야?"

"난 쥐쥐다."

"쥐쥐? 그 몰골은 뭐야?"

"이게 내 모습은 아니야. 이 마을 사람 중 강시화에 성공한 사람인 셈이지. 그보다. 예검은 어디 있는 거지?"

쥐쥐는 애검이 검집이 된 것을 모르는 것이 분명했다.

"뭐 상관없어. 신경 써야 할 건 너뿐이니까. 이게 뭔지 알지?"

쥐쥐는 산성 액체가 들었을 것으로 보이는 병을 들고 있었다.

이어서 땅바닥이 갈라지면서 시체들이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겉보기엔 그냥 썩어가는 시체였지만 하나하나가 화경 경지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아랑검 일행이 들어온 집이 무너져 내리고 수를 헤아릴 수 없는 강시들이 포위하고 있었다.

그리고 강시들 전원이 산성 액체가 든 병을 들고 있었다.

아랑검 : "어떻게 내가 이곳에 올 줄 알고 있던 거지?"

"너희 행동범위는 언제나 예측 가능하거든, 아무튼 죽을 시간이야. 아무래도 네가 살아 있으면 내 계획을 망칠 것 같거든."

쥐쥐가 공격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적들의 수를 보니 구현검 만으로 상대하긴 어려울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환타의 몸속에 숨겨져 있던 애검집이 튀어나오고 이어서 일곱 개의 아랑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쥐쥐 : "뭐야? 이 검들은 다 뭐야?"

칠검이 요란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포위하고 있던 강시들이 하나둘씩 쓸려나갔다.

척 봐도 강시들이 전멸할 것이 분명했다.

강시들의 능력은 결코 허접한 것이 아니었다. 강시 하나하나가 화경급 실력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아랑칠검이 본 실력을 발휘하면 이렇게 맥없이 쓰러졌다.

강시들은 산성 액체를 투하하기 시작했다.

쥐쥐는 얍삽하게 환타와 이장의 딸을 향해 산성 액체를 던지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산성내공을 지닌 아랑산검이 산성공격을 막아냈기에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했다. 산검은 몸으로 산성을 막아낸다 해도 산성에 피해를 받을 리가 없었다.

쥐쥐 :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그 짧은 시간에 뭔가 새로운 기술이라도 배운 건가? 이 일곱 개의 검은 뭐야?"

쥐쥐에게 조종되어 대신 말을 한다고 생각되는 강시도 청록색 전류가 흐르는 뇌검에 산산조각이 나버리고 주변을 에워싼 강시들도 그 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결국, 강시들은 산개하여 도망치기 시작했고 아랑검은 가능한 처리할 수 있는 강시들을 처리하고 굳이 멀리까지 도망가는 강시들까지 추적하진 않았다.

이 일방적인 전투에서 환타는 경험이 있기에 무덤덤했다. 반면에 이장의 딸은 바들바들 떨고 있었으며 오줌까지 지린 듯 보였다.

강시들 하나하나가 이장의 딸보다 강했다. 더군다나 강시들은 감정과 감각이 없어서 공격받아도 공격한다.

지금까지 자기 검술에 자만했던 이장의 딸에게 있어 이 정도 충격은 당연해 보였다.

아랑칠검이 너무도 빠르게 적들을 베어버려서 사실상 이장의 딸은 적과 대치한 적도 없었지만 어린 소녀에겐 무서운 시간이었다.

환타가 이장이 딸을 위로했고 이장의 딸은 잠시 멍한 듯 보이더니 이내 울며 환타에게 안겼다.

"우아아앙~"

환타 일행은 바로 옆 건물로 옮겨서 휴식을 취했다. 이때 한 사내가 인기척을 풀풀 풍기며 다가왔다.

강시들이 품기는 요사스런 기운도 아니고 딱 봐도 평범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내공을 소유한 강호인이었다.

"아가씨들은 누구요? 그보다. 이 강시들을 이렇게 간단히 베어버리다니…. 내 눈으로 보고도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는군요. 무림맹에서 내로라하는 고수들도 무참히 도륙한 강시놈들인데…. 더군다나 이렇게 많은 수를 고작 어린 여인 둘이서…. 아가씨들 정체가 뭐요?"

강호인은 이 강시들을 전멸시킨 것이 환타일 거로 추측한 것 같았다.

애검집과 아랑검은 이미 환타 몸속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

환타는 마을을 돌아다니며 산적이나 강도를 만나면 아랑검이 상대해 주었고 도움받은 사람들은 당연히 아랑검을 조종한 것이 환타라고 생각했고 환타고 굳이 아랑검에 대해 설명하는 것보단 그냥 자신이 했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 편했다.

환타 : "전 환타라고 합니다."

강호인이 보기에 환타의 내공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수긍했다. 그리고 환타의 내공은 치료의 힘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환타의 내공을 아주 따뜻하고 포근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강호인도 환타가 결코 악인이 아닐 것이라 짐작한 듯 보였다.

강호인은 뭔가 물어보고 싶은 게 많은 듯 보였지만 환타에게 안겨 울고 위로받는 이장의 딸을 보고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 * *


충분히 위로받은 이장의 딸은 하얀 늑대와 함께 조각난 강시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아 인사가 늦었군요. 전 무림맹원 원빈이라 합니다. 강시 무리를 추적하고 있었습니다. 그놈들이 3일 전 이 마을을 쓸어버리고는 누굴 기다린다는 듯이 함정과 진을 구축하고 땅속에 숨었더군요. 아무래도 환타님을 기다린 것으로 보입니다. 그 수가 어림잡아 200여 명이었는데…. 저 강시 하나가 화경의 경지와 맞먹는다는 것은 알고 계시죠? 대체 얼마나 강하시기에 혼자서 저 강시 무리를 이긴 겁니까? 언뜻 본 일곱 개의 검은 무엇이고요?"

환타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강호인이 "죄송합니다.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말해서 환타의 생각을 덜어주었다.

"제가 강호 소식엔 박식한 편인데 환타님에 대해선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검은 누구에게 배운 겁니까?"

"음…. 그냥 독학이라고 알아두세요."

"네…? 알았습니다. 그보다 지금 세상은 혼란으로 가득합니다. 나라가 망하고 군벌들이 무분별하게 전쟁을 하면서 일반백성들이 고통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치안이 안 좋을 때 강호를 위협하는 강시를 조종하는 세력까지 나타났죠. 환타님도 무림맹에 힘을 보태주십시오. 적들의 강시는 너무도 강력합니다."

"그럴 생각으로 무림맹으로 가는 중이에요."

"그렇습니까? 그럼 제가 동행하겠습니다. 저도 이 강시 무리를 추적하는 것이 임무였지만 이렇게 끝나 버렸으니 무림맹으로 돌아가야 하거든요."


* * *


중앙성, 무림맹

원빈은 바로 환타를 무림맹주에게 안내했다.

맹주 : "어서 오십시오. 환타님 북방에서 소식은 얼핏 들었습니다. 그쪽에선 선녀라 불린다지요? 죄송하지만 실제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지요? 겉모습이 진짜 연세가 아닐 거로 생각합니다."

환타 : "한 천 살이라고 해둘게요."

"재밌는 분이시군요. 특이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제가 느끼기에 환타님의 내공은 아무래도 전투용은 아니군요. 특유의 살기와 민첩함이 느껴지지 않는 내공 같습니다. 이런 느낌의 내공은 다른 능력이 있는 게 보통이죠. 느끼는 것만으로 치료되는 것 같은 기분인 걸 보니 치료 능력을 위한 내공이겠군요."

"네. 맞아요."

"원빈이 말하길 환타님이 무려 강시 200마리를 힘들이지 않고 이겼다고 하던데…. 그보다…. 아주 희미하긴 하지만 다른 기운도 느껴집니다. 단전보다 좀 더 아래쪽…."

맹주는 슬쩍 환타의 다리 사이를 빤히 바라보다가. 성희롱했다는 것을 자각하며 미안해하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 추측이 맞는다면 뭔가를 숨기고 계시군요. 원빈의 말에는 일곱 가지 각자 색이 다른 검을 보았다고 하더군요. 혹 그 무기를 숨겨둔 겁니까?"

환타는 좀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런 셈이에요. 그만 나가볼게요."

"강시 200명을 상대했다는 그 실력을 좀 볼 수 있을까요?"

"거절…."

환타는 거절한다고 말하려고 할 때 아랑검이 환타에게 말했다.

- 대결하자고 해. 무림맹이라는 칭호의 실력이 어떤지 궁금하거든. -

환타 : "잠시만요."

환타는 이렇게 말하고 대답하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아랑검은 구현검을 만들어 내어 환타에게 물었다.

아랑 구현검 : "왜 거절한 거야?"

"전 싸우기 싫어요. 그냥 아저씨만 싸울 거라면 제가 아니라도 아무 사람 손에 잡혀도 되는 거잖아요?"

"그보다. 얼떨결에 내 정체를 숨기게 됐잖아?"

"그러게요. 다른 사람이 물어보면 계속 없는 척해서 저도 모르게 그렇게 행동했나 봐요."

"그래 이장의 딸이 있었지."


* * *


아랑검이 이장의 딸에게 무림맹주와 대련하는데 자신의 몸을 빌린다고 말하자 이장의 딸은 고민 없이 승낙했다.

얼마 전까지 실전에서 벌벌 떨며 오줌까지 지리고 엉엉 울었던 사람치곤 태연했다.


* * *


"제 수제자랑 대련을 추천하고 싶어요. 사실 그때 강시 200마리를 상대한 건 이 아이거든요."

환타는 무림맹주에게 이장의 딸을 소개했다.

무림맹주는 이장의 딸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별볼일없다는 것을 금세 깨달았다. 하지만, 이장의 딸 손에 들린 아랑 구현검을 보고는 조금 시험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대련하기로 하였다.


* * *


무림맹주는 사실 이름만 있는 연합이었다. 과거 무림에 큰 위기가 있을 때만 무림강호인들이 힘을 합쳐 만든 맹이다.

평소에는 천하제일을 자처하는 무사들이 명성만을 지키는 자리였다.

언제든 무림맹주의 자리가 탐난다면 도전하여 맹주를 이기면 그 자리를 탈환하고 언제든 빼앗길 수 있는 칭호의 증명을 하는 곳과 같은 곳으로 맹으로써 권력 같은 건 없었다.

따라서 무림맹관이라고 해봐야 그저 작은 회관일 뿐이었다.

그리고 상시 고수들의 대결이 이루어지다 보니 투기장으로 변모하여 그 수익금으로 무림맹이 유지되었다.

이건 평소의 모습이고 일단 무림에 위기가 찾아오면 무림맹의 입지는 최고가 된다.

이 좁은 회관을 무림인들이 가득 채웠으며 인근 건물들까지 무림맹 건물이 되었을 정도니까 말이다.

또한, 이럴 때야말로 무림맹주가 되어야 권력을 얻을 수 있기에 수많은 강호문파의 고수들이 맹주가 되려고 도전한다.

맹주와 이장의 딸은 투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투기장에선 가능한 예고된 결투만 보여주게 운영되지만, 강호인들이 그러한 틀을 지켜줄 리 난무하다.

따라서 싸움구경에 관심 있는 몇몇 사람들은 투기장에 상주하며 구경을 하거나 어떤 이는 소식지로 만들어 싸운 방식 같은 걸 자세히 기록하여 책으로 판매하는 자도 있었다.

10명 남짓한 사람이 있었고 그들은 맹주가 모습을 드러내자 관심이 집중되었다. 또한, 맹주와 함께 온 이장의 딸을 보고는 척 봐도 대련이라기보단 그냥 교육하기 위해 등장했다고 여기고 관심을 닫아 버렸다.


* * *


맹주는 검을 뽑아들었다. 맹주에 어울리는 보검을 들고 있었다.

애검집이 살짝 입맛이 돌 정도로 예리한 검이었다.

이장의 딸도 아랑 구현검을 들었고 이내 눈을 감았다.

아랑검에게 자신의 의지를 넘겨주려는 일종의 준비과정이었다.

이장의 딸이 의식적으로 움직이려 하거나 감정이 급변하지만 않는다면 아랑검이 이장의 딸의 몸을 완벽히 조종할 것이다.

아랑검 : - 마음을 편하게 가져. 그리고 위험하다고 생각된다고 억지로 몸을 움직이려고 하지 말고 힘을 빼둔다고 생각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네 몸을 조종할 수가 없거든. 자칫 엉성하게 움직이다 다칠 수도 있으니까. 무섭다고 생각하면 대련을 중지하면 되니까. 너무 무서워하지 말고. -

아랑검이 이장의 딸의 몸을 완벽하게 제어했고 순간적으로 이장의 딸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지켜보는 사람들도 무공은 모르지만 이런 구경을 업으로 삼다 보면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어느 정도 서로의 역량이나 누가 이길지 느끼게 된다.

투기장 주변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고 특히 이장의 딸을 눈앞에 둔 맹주의 눈빛이 무섭고도 흥미롭다는 듯이 반짝였다.

맹주 : "이거 놀랍군요. 마치 다른 사람을 앞에 둔 것 같습니다."

이장의 딸 : "그럼 시작해도 되겠죠?"

"물론입니다."

이장의 딸(아랑검)이 먼저 공격했다. 맹주는 여유롭게 아랑검을 막으면서도 생각했다.

'절묘하군…. 이런 공격은…. 나의 역량을 알아보려는 공격이다. 아주 기본적인 공격이면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공격한다. 마치 나의 장단점을 확인하려는 의도된 공격이야…. 설마 날 아래로 보고 있다는 뜻인가?'

맹주가 처음엔 공격을 받아주며 즐기려 했지만 어떤 위화감 때문에 서둘러 반격했다.

이장의 딸은 눈앞에 벌어지는 화려한 검술에 넋을 잃고 있었다.

스스로 의식해서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움직이는 것을 너무도 잘 느끼기 때문이다.

선뜻 이해하긴 어렵지만, 눈앞에서 벌어지는 결투를 보고 놀라워했다.

이장의 딸 : '사람이 이렇게 움직이는 게 가능하다니…. 이게 내 몸이라고?'

맹주 : '이해할 수 없는 건 왜 내공이 고수 수준밖에 안 되냐는 건데…. 시험해볼까?'

맹주는 내공을 운영하며 자신의 한계속도로 끓어 올렸다.

아랑검이 볼 때 이장의 딸의 육체적 능력만으로 피할 수 있는 수준의 속도가 아니었다. 따라서 자신이 직접 내공을 이장의 딸에게 전달하여 보조하여 이장의 딸의 움직임을 보조해야만 했다.

이장의 딸은 처음 느껴지는 다른 자의 내공이 멋대로 자기 몸을 돌고 있어도 그게 당황하지 않고 이 상황을 잘 즐기고 있었다.

맹주 : '검에서 내공이…. 정말 이상한 일이군, 사실 반대로 사람의 단전에서 검으로 내공이 주입되는 게 일반적인데…. 검에서 단전으로 내공이 유입되는군…. 이 검 자체에 내공이 있다는 건가? 실로 놀라운 검이 아닌가?'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도 예사로운 대련이 아니었다.

맹주는 자신의 진짜 실력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 힘을 다해서야 눈앞에 있는 자의 실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맹주 : '이건 도대체…. 너무도 이질적이구나…. 내가 이렇게 뒤처져 보이긴 처음이다. 내가 낼 수 있는 속도를 능가하고 있어…. 더군다나…. 너무나 절묘하다. 내가 보더라도 내가 힘에 부치는 걸 느낄 수 있다. 반면에 저 태연한 표정은 뭐란 말인가?'

아랑검 : '슬슬 움직임이 한계인 것 같네….'

이장의 딸 : '우와~ 뭐가 뭔지 모르지만…. 느낄 수 있어. 그리고 이렇게 빠른 검들이 너무도 잘 보여.'

이랑검의 내공의 보조를 받았기에 이장의 딸도 평소 볼 수 없는 한계의 속도까지 눈으로 확인할 수가 있었다. 이장의 딸이 느끼기에는 마치 시간의 흐름이 늦어진 가운데 어마어마한 검과 검이 서로 엉키는 장면을 보는 것과 같았다.

아랑검 : '좀 더 밀어 붙여볼까.'

아랑검의 움직임이 좀 살의적으로 변했다. 맹주도 그것을 느끼며 나름 여유롭던 마음을 다잡았다.

[ 사사삭, 사사삭 ]

아랑검이 맹주의 몸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맹주 : '공격에…. 살의가 조금씩 생기고 있다…. 그렇구나…. 날 시험하려 하고 있어. 진정 내가 내는 힘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내려 하고 있어.'

아랑검의 일격에 맹주의 자세는 강하게 무너졌다.

[ 파앙 ]

하는 파공성과 맹주의 몸이 뒤로 수십 보 날아갔으며 뒤로 날아가는 와중에도 자세를 잡지 못하고 꼴사납게 넘어지고 말았다.

이걸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의 표정이 너무도 놀라운 표정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맹주는 자존심에 살짝 금이 갔는지 이를 악물었다.

맹주 : '뭐 이런 존재가 있단 말인가? 이런 상대라면…. 전력을 다해도 상관없겠지?'

맹주는 살의를 품었다. 눈앞에 있는 자를 상대하는 데 있어 정말로 죽일 생각을 하고 검에 여유를 두지 않고 싸워도 상대가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랑검도 분명히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맹주의 살기를 받아내야 하는 건 아랑검이 아니라 이장의 딸이었다.

이장의 딸의 몸이 맹주의 지독한 살기에 위축되어 버렸다.

아랑검 : '이런…. 몸의 제어가 풀려 버렸다.'

이장의 딸은 갑자기 자기 몸이 자신의 의지로 움직이자 혼란스러워하며 당황해 했다.

이장의 딸 : "악! 엄마! 뭐야. 무서워. 엄마야!"

이장의 딸이 서둘러 투기장에서 도망쳐 버렸고 맹주는 멍한 표정으로 도망치는 이장의 딸의 뒷모습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


* * *


맹주는 이장의 딸을 찾아왔고 이장의 딸은 순간 섬뜩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인사했다.

"맹주님?"

"놀라셨다니 죄송합니다. 그보다 조금 전엔 왜 갑자기 중단하신 건가요?"

아랑검 : - 너무 흥분하면 조절이 안 된다고 변명해. -

이장이 딸 : "하하하. 너무 흥분하면 조절이 안 돼서요."

맹주 : "그…. 그렇습니까. 하하하. 다름이 아니라 무림맹주는 천하제일인에게 어울리는 자리입니다. 제가 느끼기에 저보다는 환타님이 이 자리에 어울릴 것 같습니다.

환타 : "전 그럴 생각이 없어요."


* * *


환타는 중앙성에 와서도 무료 진료를 하였다. 그리고 이장의 딸은 무림맹관 손님실에서 아랑구현검과 수련 중이었다.

이장의 딸 : "아저씨 살기 좀 보여주실래요?"

"왜?"

"왠지 익숙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요."

"알았어 보여줄게."

아랑 구현검이 살기를 이장의 딸에게 쏘았고 이장의 딸은 그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기절해 버렸다.

잠시 후 이장의 딸이 일어나서는 다시금 살기를 보여달라고 했다.

이장의 딸은 아무래도 살기에 익숙해지려는 듯 보였다.

이장의 딸 : "억울해요."

"뭐가?"

"맹주와 싸울 때 저만 아니었으면 아저씨가 쉽게 이겼을 텐데."

"뭐 그렇지. 네가 싸운 것도 아닌데 억울해?"

"네, 제가 살기에 익숙해지면 다시 싸우도록 해요."


* * *


며칠 간 환타는 무림맹관에 머물면서 무료진료를 계속했다. 그리고 오늘 각 무림에서 사람들이 모여서 강시 무리를 처리한 대책을 세우는 날이었다.

각 문파별로 대표하는 두세 사람들과 은거 고수들과 명망 높은 무소속 강호인들

이 세상에서 이름있는 모든 영향력을 가진 무림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셈이었다.

강시들의 대책을 세우기도 전에 이들은 먼저 무림맹주를 결정하는 투표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전통적으로 일인자가 맹주가 되는 것이 아닌 세력의 영향력으로 대표를 뽑자는 것이었다.

때가 때이니만큼 결속력과 지휘력을 겸비한 인물이 무림맹주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물론 반대도 있었다.

서로 반반의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문파들로써는 단순히 싸움만 잘하는 사람에게 우두머리 자리를 내줄 수 없었고 은거 고수를 포함한 무 세력의 무림인들은 평소 무림맹주의 자리는 천하제일인이 가져야 한다는 전통을 깨기 싫었다.

결국, 무림맹주는 그대로 두고 일시적으로 무림맹을 이끌어줄 무림맹부군이라는 새로운 사람을 뽑아서 그 사람의 명을 우선하는 이상한 구조로 의견이 통합되었다.

적이 사악한 기운의 강시이니만큼 소림사의 스님들의 영향력도 크고 의욕도 남달랐기에 소림사 사람이 무림맹부군으로 선출되었다.

그는 첫 명으로 먼저 강시 무리의 본거지를 찾아내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강시 무리는 무방비한 마을을 습격하면서 힘을 기르고 있었다. 이대로 두면 언젠간 무림맹에 모인 세력보다 힘이 강해질지도 모르기에 서둘러 그들의 뿌리를 찾아 뿌리를 뽑아야 했다.

강시 무리를 찾아낼 별동대로서 최고의 정예만으로 구성하자는 의견이 있었으며

적 강시들이 화경급의 힘을 발휘하는 만큼 현경 이상자들로만 구성된 별동대가 적합하다는 의견이었다.

현경 이상의 경지를 가진 사람은 이미 그 수가 10명이었다.

무림맹주, 소림대사, 무당파의 무한검, 하오문의 닭다리와 양귀비 부부, 화산파의 육봉

남궁세가의 남궁천자문, 모용세가의 모용가리

추운 북쪽 지방에서 이름을 알린 대포동

남해의 해상에서 영웅으로 불리는 해신 이순신

그리고 환타와 이장의 딸도 무림맹주가 추천했지만, 이름없는 자들이고 척 보기에 현경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기에 실력을 검증해야만 했다.


* * *


이장의 딸과 환타가 소녀이다 보니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소림대사가 실력을 검증한다고 선뜻 나섰다.

무림맹간 투기장에는 소림대사와 의문의 소녀의 실력을 확인하려는 무림인들도 객석이 가득 찼다.

이장의 딸은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 서는 게 조금 부끄러운듯했지만 무덤덤하게 아랑구현검을 들고 나섰다.

소림대사는 잘생긴 젊은 중이었다. 현경의 경지이니 실제 나이와 외모는 다를 것이 분명했다.

아랑검 : - 음…. 맨손인 사람과 싸우는 건 처음이네. -

이장의 딸은 전신의 힘을 풀고 아랑검에게 육체의 제어를 넘겼다.

소림대사는 이장의 딸의 느낌이 급변한 것을 느끼며 신기해했다.

'음…. 분위기가 변했다. 이게 조금 전까지 소녀로 보이던 아이란 말인가? 이 모습은 마치 불상을 앞에 둔 것과 같다. 뭐지 이 이루 말할 수 없는 높은 경지는?'

소림대사 : "난…. 안 되겠소."

이렇게 말하고는 자리를 벗어났다. 소림대사는 뭔지 모르게 싸울 의지가 사라져 버렸다.

이곳에 모인 무림인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결국 이장의 딸의 실력을 검증할 사람을 다시 선출해야 했다.

현경급 무인 중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 양귀비가 나섰다.

"어린 소녀와 싸워야 한다고 다들 꼬리를 빼시는군요. 어쩔 수 없이 같은 여자인 제가 상대해 봐야겠군요."

이장의 딸 : - 이 아줌마도 맨손인데요? -

아랑검 : - 과연 그럴까? 여자의 몸에는 뭔가를 숨길 수 있는 공간이 많아. -

양귀비는 이장의 딸 앞에 나서고는 웃으며 말했다.

"잠시만. 옷 좀 갈아입고. 이런 거추장스러운 옷을 입고는 싸우기 그러니까."

확실히 양귀비가 입은 옷은 치렁치렁한 장신구가 잔뜩 달린 호화로운 옷이었다. 머리 장신구도 많아서 보기에는 좋으니 행동하는 데는 정말로 불편해 보였다.

이장의 딸 : "그럼 갈아입고 오세요."

이때 양귀비가 옷고름을 풀고 허리끈을 풀어 버렸다.

이곳에 모인 사내들이 여인의 속살을 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양귀비가 입은 옷은 양쪽 어깨와 등 일부를 드러낼 정도로 내려왔기 때문이다. 이어서 어디서 생겨났는지 모를 붉은 부채가 펼쳐지더니 양귀비가 빙그르르 돌고 나니 그녀가 입은 옷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양귀비는 차마 설명하긴 민망한 도복을 입고 있었다.

가슴이 거의 다 드러나고 옆쪽으로 엉덩이가 다 드러났음을 물론이고 다리와 양쪽 팔도 다 드러난 민망한 의상이었다.

이장의 딸 : "헐~"

이곳에 모인 남자들은 입이 쩍 벌어져 그런 양귀비를 바라만 볼 뿐이었다.

양귀비의 모습이 정말로 신기할 정도로 변해 있었다. 머리에 매달려 있던 장신구들도 어디로 갔는지 하나로 묶은 긴 생머리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든 의상이 숨겨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긴 덩어리가 그녀의 엉덩이 쪽에 꼬리처럼 매달려 있을 뿐이었다.

한 손엔 양산 다른 한 손엔 어느새 주황색과 붉은색 문양의 부채를 든 양귀비였다.

이장의 딸이 민망한지 양귀비를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아랑검 : - 야. 멋대로 움직여 버리면 내 지배력이 없어진다고. -

이장의 딸 : - 저런 걸 어떻게 바라보고 있어요? 전 못 봐요! -

- 보기 좋고만 하구만…. 쩝 -

양귀비 : "아가씨. 같은 여잔데 뭘 그리 부끄러워하는 거야? 그보다. 나랑 싸워야 하는데 그렇게 고개를 돌림체 싸울 생각인가?"

이장의 딸이 고개를 들고는 아랑검에게 전음을 전했다.

- 왠지 저 아줌마 얄밉네요. 아저씨 한 방에 끝내버려요. -

- 그러지 뭐. -

이장의 딸은 몸을 아랑검에게 넘겼다.

아랑검의 지배와 내공도 보조받는 이장의 딸의 분위기는 급변해 있었다.

양귀비도 현경의 경지의 고수였기에 그 정도는 당연히 알아봤다.

"왜 그 대머리가 도망쳤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아. 단순히 느끼기에 이렇게 강한데…. 직접 싸우면 얼마나 강하다는 거지? 그럼 내가 먼저 공격한다 아가씨."

이렇게 말을 끝낸 양귀비는 전신에서 불길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대로 이장의 딸에게 불사조처럼 날아오기 시작했다.

[ 화르르르륵~~~~ ]

이장의 딸은 아래에서 위로 아랑검을 쳐올려 베어버렸다.

단 하나의 베기 동작이었는데 그 동작 안에서 수십 개의 어검기가 부메랑처럼 선회하며 양귀비에게 날아들었다.

[ ... ]

아랑검이 날린 어검기는 양귀비에 적중해 것은 하나도 없었다. 단지 양귀비가 만들어낸 불길을 모두 잘라내어 버린 것이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양귀비가 그냥 앞으로 가다가 불을 거두고 멈춘 것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검기는 정확하게 양귀비의 불꽃만을 베어 사라지게 하여 버린 것이다.

양귀비 : "세…. 세상에…."

양귀비는 자신이 당한 공격에 할 말을 잃었다. 마치 촛불의 불꽃만을 베어내듯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불길을 어검기로 베어낸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화경급 이상의 고수들만 지금 일격의 실체를 파악했을 것이다.

이장의 딸 : - 와우~ 아저씨 정말 대단해요. -

아랑검 : - 헤헤헤. 그보다 지금 내 어검기가 보였니? -

- 네. -

- 신기한걸. 넌 못 볼 줄 알았는데. -

소림대사 : "이건 대체…. 다른 것도 아닌 현경의 경지에 들어선 자를 무슨 애 다루듯 한단 말인가? 이건 분명히 그 이상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것인데…."

무한검 : "현경 이상의 경지라…. 이럴 수가…. 그런 경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지금까지 그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하물며 현경의 경지의 한계를 아는 사람이 역사적으로 손에 꼽을 정도인데…."

무림맹주 : "그래…. 그렇구나. 느껴지는 내공이 보잘것없었던 이유는 그러한 경지에 도달했기에 기를 더 잘 숨길 수 있어서 그런 것이군요."

이곳에 있는 현경의 강자들이 하나둘씩 이장의 딸 앞으로 나와서는 극찬과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이장이 딸은 자신이 한 것이 아니라서 무안하면서도 자기를 높이 평가해주니 그저 좋을 뿐이었다.

이장의 딸의 실력에 대하여 의문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대신 이장의 딸에게 작은 가르침이라도 받아보려는 듯 모든 현경의 강자들이 대련을 신청했다.

이장의 딸 : - 아저씨? 어찌할 거예요? -

아랑검 : - 몸 제어를 나한테 넘겨봐. 이제부터 내가 한 사람씩 가르쳐 주지 뭐. -


* * *


환타와 이장의 딸 그리고 10명 현경의 고수들은 서쪽 지역으로 조사를 나갔다. 강시 무리를 찾는 건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였기에 작은 마을마다 현경의 고수들이 숨어서 적들이 나타나 마을 사람들을 강시화 시키고 그들의 뒤를 추적하는 방법뿐이 없었다.

환타와 이장의 딸도 어느 작은 마을에 머물러서 강시 무리가 나타나길 기다렸지만 몇 주일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원빈이 찾아와 급하게 소식을 알렸다.

원빈 : "강시 놈들이…. 소림사를 괴멸시켰습니다."

환타 : "어떻게 그럴 수가?"

"아무래도 그들이 먼저 나서서 공격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허를 찌른듯합니다."

"괴멸이라면?"

"전부 죽었습니다. 소림대사를 비롯한 무림인들이 소식을 알고 찾아갔을 땐 승들의 시체만 가득할 뿐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소림대사의 말을 빌리자면 몇몇 고수들의 시체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아마도…. 마을 사람들처럼 강시화에 성공한 소림승들이 강시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 * *


적들이 능히 은밀하게 문파 하나를 파멸시킬 세력이 있기에 무림인들은 결국 한곳에 모두 모이게 되었다. 그러자 적들은 또다시 외곽지역 마을을 급습하여 사람들을 죽여 강시를 늘리는 것이 분명했다.

아마도 그 강시 무리는 전 무림인들의 힘보다 강해질 때까지 죄 없는 사람을 죽이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모든 문파가 한곳에 모여야 한다는 무림맹의 당부에도 자신의 문파에 머물기를 고수한 몇몇 소문파 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강시 무리의 습격을 받아 괴멸해 버렸다.

강시 무리가 화경급 실력을 갖췄기에 은밀한 건 말할 것도 없었으며 기동력도 엄청났다.

무림인들로서는 그 무리보다 언제나 뒤늦게 그들이 저지른 일을 후에 알게 될 뿐이었다.

또한, 이탈하는 무림인들도 많았다.

이대로 시간만 지나면 결국 강시 무리의 힘이 강해져 언젠간 모든 무림인이 모인 이곳을 힘으로 제압할 것이다.

따라서 차라리 먼 곳으로 도망쳐 살길을 찾는 무림인들이 많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무림맹을 지키는 사람들은 너무도 적은 숫자였다. 다행인 것은 남은 사람들은 대부분 고수 중의 고수였다는 점이다.

주변 마을을 습격당하는 마을 주민의 숫자로부터 지금까지 늘어난 강시의 수가 이미 지금 무림맹에 모여 있는 고수들의 세력보다 3배는 강해졌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었다.

이제부터 강시들이 무림맹에 쳐들어오는 건 시간문제로 보였다.


* * *


무림맹주 : "강수성이 강시들의 침입을 받아 모든 주민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이제 강시 무리의 수는 아마도 15만 이상일 겁니다. 하~ 무려 현경의 고수가 15만 명은 있다는 소린데…. 이제 우리도 이곳에 있는 것은 개죽음일지도 모릅니다. 도저히 그 강시 무리에 상대가 안 될 겁니다."

전에는 힘에서 불리하다 할지라도 이곳에 모인 자들이 힘을 합치면 강시 무리를 막아낼 수도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강시 무리는 쳐들어오지 않고 계속하여 세력을 키웠다.

그리고 결국 고수 중의 고수들도 사기가 꺾이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최후로 남은 무림고수들의 연합도 강시들의 공격에서부터 도망치려고 중앙성을 떠났다.

이어서 그 강시 무리는 군벌들로 혼란스러운 중원을 그 막대한 무력으로 잠식시키고 황제에 등극하여 강시 무리에 수장으로 보이는 자가 양지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쥐쥐였다.


* * *


쥐쥐가 황제가 되었다는 소식을 싫어하는 사람은 많았고 애검집과 아랑검도 분명히 싫어했다.

당연히 쥐쥐를 죽이려고 황궁으로 날아갔다.

서둘러 날아가려고 환타와 이장의 딸는 남겨둔 체 아랑검과 애검만 하늘을 날며 날아갔다.

몹시도 멀고 먼 길이지만 아랑검에겐 먼 길도 아니었다.

애검 : "좋아. 다 날려버리자."

아랑 : "글쎄. 잠입하는 게 좋겠어. 일단 쥐쥐의 강시들이 얼마나 있는지도 파악하고 말이다. 그리고 쥐쥐는 저번처럼 세력을 버리고 도망칠 수도 있으니까. 쥐쥐를 찾아내서 죽여야 해."

아랑검과 애검집은 최대한 몸을 작게 만들었다. 길이가 중지에서 손목까지 정도이며 두께는 손가락 한 마디 정도까지 작아질 수 있었다.

이렇게 작아졌으면서도 하늘을 날수도 있고 보통사람은 확인도 못 할 정도로 빨리 움직일 수도 있으니 황궁을 잠입하는 것은 너무도 간단했다.

궁을 지키는 모든 병사는 강시들로 이 녀석 하나하나가 화경급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황제가 있을 만한 곳은 당연히 가장 큰 건물이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가장 크며 중심에 있는 건물로 향했다.

대전이었다. 하지만, 사람은 몇몇 강시 경비들만 서성이고 있을 뿐 아무도 없었다.

가장 큰 건물 말고도 가장 높은 건물도 있었다.

척 보기에도 화려한 것이 쥐쥐의 처소가 분명해 보였다.

건물 옥상까지 잠입한 결과 쥐쥐를 볼 수가 있었다.

쥐쥐는 향을 피워두고 자리에 앉아 명상하고 있었다.

아랑검은 바로 아랑구현검을 만들어 내어 쥐쥐에게 날렸다. 그런데 쥐쥐가 번뜻 눈을 뜨며 아랑 구현검을 한 손으로 잡아 버렸다.

쥐쥐 : "음?"

아랑 구현검 : "엌? 잡았다."

"아랑검이구나. 어떻게 여기까지 들어온 거지? 하긴 모습이 그냥 검일 뿐이니 잠입하는 건 쉬웠겠군."

아랑검은 쥐쥐를 너무 쉽게 보아 힘없이 날아간 구현검에 날을 세우고 힘을 싫어 넣었다.

아랑 구현검을 기세등등하며 손에 잡고 있던 쥐쥐는 순간적으로 아랑구현검을 놓쳐버리고 그대로 아랑 구현검은 쥐쥐의 이마를 관통하고 뒤통수로 빠져나갔다.

애검 : "야! 바로 죽이면 어떡해! 좀 괴롭히다 죽이려고 했는데!"

아랑 : "미안. 나도 모르게…."

"음…. 아쉬우니까 토막토막 썰어버려서 죽으로 만들어 버리자."


* * *


아랑검은 쥐쥐의 시체를 썰고 썰고 또 썰어서 정말로 죽으로 만들었다.

더 썰어 버리고 싶어도 썰 건더기가 없어져서야 애검집이 말했다.

"흠…. 역시 복수란 건 한다고 해서 변하는 게 없네. 허무하네. 쥐쥐때문에 받은 울분도 그다지 해소되지도 않고 더 찜찜해졌어."

아랑 : "그보다. 제법 시간이 흘렀는데 아무도 황제를 보러 오질 않네?"

"그러게 말이야. 너무 조용한데."

"그보다. 쥐쥐녀석 강시를 만드는 법은 어디서 배운 거지?"

"나도 모르지."

"이렇게까지 썰어 놨는데 부활하거나 하진 않겠지?"

"그럼 태워버리지 뭐."

아랑 칠검중에 화검과 뇌검이 불과 전기를 일으켜 죽이 된 쥐쥐의 시체를 태워버려 검은 죽으로 만들어 버렸다.

고약한 시체 타는 냄새가 났지만 아랑검과 애검은 코가 없어서 냄새를 확인하진 못했다.

아랑칠검은 애검집 속으로 들어가고 이제 이곳을 벗어났다.

창문을 통해 건물 밖으로 날아 상공에서 궁을 살펴봤는데 이상하게 공에 가득 찬 강시 무리가 모두 쓰러져 죽어 있었다.

상공을 날다 말고 쓰러진 강시들을 살펴보러 애검집과 아랑검이 내려왔다.

아랑 : "이 강시들 죽은 건가?"

애검 : "오호라. 쥐쥐녀석이 조종자라서 아무래도 주인이 죽으니까 강시들도 전부 죽어 버린 건가 본데."

"음…. 일이 참 싱거워졌네. 강시 무리하고 원 없이 싸워보고도 싶었는데."

"거짓말하네. 강시들 무서워서 잠입하자고 해놓고."

"그럼 나머지 15만 마리나 되는 강시들이 다 죽어 버린 건가?"

"몰라. 상관없잖아. 그만 환타에게 돌아가자."


* * *


5년이 지났다.


환타는 시골 산속에 외진 곳에서 살았다. 그동안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사람을 치료했기에 환타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세상에 없었다.

몇몇 돈 없거나 아무도 고치지 못하는 병을 가진 사람들은 가끔가다 환타를 찾아와 치료를 받아가곤 했다.

그리고 아랑검과 애검집은 산속 깊은 곳에서 뭔가를 하고 있었다.

애검집은 덜덜덜 떨며 애원하며 말했다.

"여보…. 그만 해주세요. 그런 걸로 맞아 버리면…. 나 어떻게 될지도 몰라요."

"어떻게 된다고? 크크크 그거 보고 싶은데 과연 이걸 맞아 버리면 어떻게 변할지 말이야."

"그런 걸 맞아 버리면…. 허리가…. 허리가 끊어져 버려요!"

"후후후 그 허리를 끊어 버릴 테다."

"헉 너무해."

"받아라!"


* * *


환타의 집

[ 콰아앙! ]

산이 흔들릴 정도의 엄청난 파괴음이 들려왔다. 환타를 비롯하여 근처에서 한가롭게 하얀 늑대랑 노는 이장의 딸과 환타를 따르는 몇몇 동물들이 있었지만 이런 엄청난 소음에 아무도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단지 이제 막 환타에게 치료를 받으려 하는 사람과 그 일행 7명 정도만 놀라며 소리의 진원지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사람 1 : "무…. 무슨 소리? 환타님 이게 무슨 소립니까?"

사람 2 : "지진? 아니면 설마 화산인가?"

환타 : "별거 아니니까. 놀라실 필요 없어요."

사람 3 : "별거 아니라고요?"

환타 : "저의 또 다른 제자가 수련 중이에요."


* * *


아랑검은 쓰러진 애검집을 바라보고 있었다.

애검집은 매우 기운 없는 듯 보이면서도 묘하게 행복해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물론 검집이라서 표정은 없었지만 아랑검은 그런 애검집의 감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랑검은 본래 무언가 베어 버리는 것을 만족스러워 하며 살아온 인물이다.

아랑검에게 있어 유일하게 베지 못한 것이 있다면 애검집이다.

그래서 애검집 마저 베어버리려고 오늘도 온 힘을 다해 베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애검집은 상처하나 없이 멀쩡했다. 그리고 오히려 행복해 하고 이렇게 쓰러져 있었다.

5년간 필사적으로 애검집을 두 동강 내려고 노력한 아랑검이지만 그러지 못했다.

처음엔 애검집을 베어 버리면 애검집이 죽을지도 모른다.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부턴 애검집을 정말로 베어보고 싶어졌다.

아랑검이 살기 가득해지며 애겁집을 다루는 그때부터 애검집은 공포와 고통에 신음하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너무도 만족하였기에 이렇게 아랑검에 대한 태도가 변해 버렸다.

아랑검은 지금 애검집이 기운이 빠진 이때에 베어 버리면 어쩌면 쉽게 벨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런 무방비할 때 베어 버리는 것은 만족스럽지 않다고 생각하여 자신의 일곱 개의 몸을 꾸역꾸역 애검집 몸속으로 밀어 넣어 들어가곤 환타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갔다.


* * *


환자의 부모 : "정말 다 고쳐졌다고요?"

환타 : "네. 힘이 없어 보이는 건 병 때문에 기력이 약해져서 그래요. 며칠 내에 건강한 모습이 될 겁니다."

"이…. 이렇게 간단히요? 불치병이라 들었는데…. 일단 정말 호전되는지 보려고 이곳에 며칠 더 머물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 * *


이장의 딸은 아랑검에게 수련을 받은 결과 지금 현경의 경지 그것도 한계에 다다랐다.

아랑검 : "현경 이상의 경지가 돼버리면 최소한 이 세상에서 넌 사라질 수도 있어. 그러니 수련은 그만하고 인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

이장의 딸 : "네. 혹 갑자기 깨달음이라도 얻어서 환골탈태라도 하면 사라질지도 모르니까요."


* * *


환타 : "집으로 간다고?"

이장의 딸 : "응. 내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니까. 집에 들러야 할 것 같아서. 솔직히 돌아가고 싶진 않지만."

아랑검 : "나도 같이 갈게. 이곳에 너무 오래 머물러서 좀 지루했거든."

환타 : "아랑 아저씨도 가려고요?"

"응. 당연히 너도 갈 거지?"

"아뇨. 전 이곳에 있을래요."

"내가 가면 애검집도 따라가는 거라서 너 좀 허전하지 않을까? 지금까지 줄 곳 애검집을 품고 있었잖아?"

"괜찮아요."

아랑검과 애검집은 이장의 딸을 따라서 이장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먼 거리였지만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이장의 집에 도착했다. 문을 지키는 병사들은 처음엔 이장의 딸을 못 알아봤다.

5년간 성장했으니 못 알아볼 만도 했다. 하지만, 그래도 병사들은 알아보고 안으로 들여 보내주었다.

이장이 딸이 돌아온 소식을 듣고 뛰어오고는 너무도 성장한 자기 딸을 일단 살펴보고는 덥석 껴안으며 말했다.

"와하하. 그 말괄량이도 오랜만에 보니 이렇게 반갑구나. 그런데 혼자 돌아온 거니?"

"칼 아저씨랑 칼집 언니도 같이 왔죠."

"환타님은?"

"머무는 곳에 있어요."

"무슨 일로 돌아온 거니?"

"음. 어쩌면 제가 어떻게 될 수도 있어서 돌아왔어요."

"어떻게 되다니 그게 무슨 말이니?"

"현경을 넘어선 경지에 도달하면 사라질 수도 있어서 그래요."

"그게 무슨 소리니?"

"정확한 건 저도 모르고 칼 아저씨도 몰라요. 하지만, 현경 이상의 경지가 되면 대부분 사라지는 건 확실한 것 같아요. 혹은 칼 아저씨나 칼집 언니처럼 인간이 아닌 것이 돼버리니까요."

"그게 무슨 말도 되지 않는 소리니?"

"그런 게 있어요. 간단히 말해서 제가 현경의 경지를 넘어서 사라질 수도 있는 거에요."

"그럼 네가 현경의 경지란 말이니?"

"네. 현경이에요. 이제 다음 경지를 앞둔 상태죠. 물론 이 상태로 더는 아무런 발전도 없을 수도 있어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아무튼, 현경이라고 했지? 그럼 우리 동내 무사들과 한번 겨뤄 보아라. 어느 정도의 실력인지 궁금하구나."


* * *


아랑검 : "그보다 이 마을은 전보다 작아진 것 같은데…. 의외인 걸 이 마을은 번영할 줄 알았는데?"

이장의 딸 : "중원지방의 사람들이 너무도 많이 희생되었잖아요? 그 빈자리를 이렇게 외곽지역 사람들이 채웠다나 봐요. 그래서 마을은 젊은 사람들이 적고 나이 든 사람들만 많데요. 강시 무리가 사라지고 그 빈자리를 강호인들이 나라를 세웠다고 해요. 아직은 애매한 상태라고 하더라고요. 딱히 나라라고 선포한 상태는 아니지만, 성마다 문파들이 자체적인 통치상태라고 하더라고요. 아버지 말대로라면 조만간 강호인들의 세력싸움이 벌어질 것 같데요. 그리고 끝내 가장 세력이 강한 문파가 이 천하의 주인이 될 거래요."


* * *


이장의 딸은 집에서 가족들과 추억을 회상하며 담소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장의 딸은 어느 벽문을 보게 되었다.

벽문에는 천하제일 무공대회가 있으며

우승 상금으로 명검과 막대한 상금이 걸려 있었다.

아랑검 : "오호 대회라. 참여해보고 싶다."

이장의 딸 : "아저씨는 검이지 사람이 아니라서 참여 못할걸요."

"적당한 사람을 앞장세워서 싸우면 되지."

"음 그럼 저도 참여해볼래요. 기간이…. 음 내일이네요. 서둘러 중앙성에 가야겠는데요."


* * *


중앙성

이곳에는 대회의 소식을 듣고 모인 강호인들로 북적거렸다. 그리고 그러한 강호인들이 대결을 구경하기 위한 사람들도 많았다.

이장의 딸은 대회를 신청하러 갔고 아랑검은 자신의 숙주(?)가 될만한 사람을 찾아보려고 거리를 서성였다.


* * *


아랑검은 술집 여자를 돈을 주고 고용했다.

대회 신청에 앞서 어느 정도 실력을 증명해야 했다.

참가하려면 병사 10명 정도와 병사들에게 심한 상처 없이 제압해야 했다. 반대로 병사들에게 설령 죽더라도 참가자는 아무런 토를 달아선 안 됐다.

아랑검에 조종받는 술집 여자를 본 병사들은 곱게 생긴 여자라서 우습게 보고 있었다.

아랑검은 가볍게 어검기 하나를 날려 병사들이 허리끈을 전부 끊어주었다.

술집여자가 가볍게 검을 휘둘렀을 뿐인데 10명의 병사의 바지가 주르륵 흘러내리자 병사들을 놀라면서 얼른 바지를 올렸고 실력을 간음하는 신판이 말했다.

"세상에…. 합격입니다."


* * *


본 대회에 참여하는 무림인들만 20만 명에 달했다.

이 대회는 무려 1달간 진행될 예정이란다.

먼저 20만 명 중에 2천 명을 선출할 체력검증 시험이 시작된다.

대회 심판 : "그저 체력이 좋고, 그저 빠르기만 하다고 해서 강한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였으니 한순간에 사람을 가려야 할 때 가장 적합한 선출 방식은 달리기 시합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판단 기준에 이의를 제기한다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무림고수들에게 그냥 달리기 시합을 하라고 한다면 너무도 실례되는 것이겠죠. 따라서 달려야 하는 경로 곳곳에 암살자들과 함정을 두었습니다. 물론 여러분은 쉽게 피할 수 있는 수준일 태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또한, 그들의 공격이나 함정에 걸려 죽을 수도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참가자분들의 책임입니다. 이것이 싫다면 이곳에서 나가주시면 됩니다."

물론 이곳에 모인 사람 중에 이탈하는 사람은 없었다.

심판 : "중앙성에서 그나마 가까운 곳에 작은 산이 하나 있습니다. 그 산 정상에는 저희가 여러분이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여기 20만 명 중에 먼저 들어오는 선착순 2천 명만 선출될 것입니다. 앞으로 6시간 후 늦은 새벽 시간에 경기가 시작될 테니 준비해 주십시오. 그럼 6시간 후에 보겠습니다."


* * *


대회장 근처 여관

이장의 딸 : "하하하 술집 여자를 돈 주고 빌린 건가요?"

아랑검 : "뭐 돈 받고 몸을 파는 여자들이니까. 돈만 준다면야 뭔들 못하겠어?"

"근대 저를 지배할 때와는 다른 것 같네요?"

"맞아. 완벽하게 내가 지배한 거야. 내가 의식을 넘겨주지 않는 한 스스로 벗어나지 못해. 일종의 사술이지."

"달리기 시합이라니 재밌겠네요."

"허공담보가 가능한 사람들은 아마 날아서 산에 오를 것 같은데."

"그렇겠네요. 2천 명 정도라면 단순 계산을 해본다면 초절정고수급이 아니면 통과하기 어렵겠네요."


* * *


6시간 후 늦은 밤, 대회장 앞

심판 : "저희의 암수들을 상대할 때 여러분이 무기를 꺼내 방어하면 실격입니다. 또한, 우리 암수들을 공격해도 실격이죠. 여러분은 그저 암수들의 공격을 피해야만 하며 아주 작게 나며 공격을 당해도 실격입니다. 물론 함정에 걸려도 합격입니다. 그리고 여러분 간의 공격은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앞서가는 사람을 공격하는 경우죠. 하지만, 그 공격이 상대에게 회복하지 못할 피해, 예를 들어 사지 절단이나 회복하지 못할 정도의 내상을 입히게 되면 공격자도 실격이니 주의해 주십시오. 자. 슬슬 시작을 하겠으니 모두 긴장하고 준비해 주십시오. 앞으로 20을 새도록 하겠습니다. 20, 19, 18……. 5, 4, 3, 2, 1 출발!"

20만 명이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은 거의 군대의 움직임과 같았다. 모두 필사적으로 앞으로 달려가는 가운데 약 3천 명 정도는 아직 출발하지 않았다.

남아 있는 사람들은 척 봐도 고수들로 굳이 복잡하게 서둘러 출발하지 않고 늦게 출발하기로 마음먹은 자들이었다.

특히 유난히 여유를 부리고 뒤편에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화경급 이상의 강자들이었다. 그리고 현경들도 있었고 현경급 실력자들은 이장의 딸도 잘 아는 사람들이었다.

쓰레기 같은 무사들이 앞으로 빠지자 뒤에 있는 고수들은 느긋하게 서로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물어보는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양귀비 : "어머 이게 누구야. 안녕. 오랜만이네."

이장의 딸 : "안녕하세요."

"그보다. 이름이 뭐였더라?"

"제 이름은…. 어쩌면 어느 독자분이 댓글에 제 이름을 지어주실 수도 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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