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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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웅곰
작품등록일 :
2012.11.19 10:44
최근연재일 :
2013.01.22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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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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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나는 검이다. - 14

DUMMY

아랑검은 이중 칼날이 되기는 비교적 쉬웠다.

자기 몸 양쪽(머리와 꼬리)을 칼날로 바꾸고 몸을 접어 버리면 어렵지 않게 양날이 될 수 있었다.

문제는 애검집이 이중 날로 만족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는 만족스러워 했지만 아랑검에게 삼중 날을 요구했고 아마도 더 많은 날을 가지게 하고 싶어 했다.

아랑검은 몸을 두 번 접어서 삼중 날을 만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가운데 부분은 어쩔 수 없이 두툼해져서 진정한 삼중 날이라 할 수는 없었다.

아랑검 자력으로 삼중 날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한 애검집은 직접 아랑검을 개조시키기 시작했다.

외부의 힘으로 강제적으로 모습이 변한다는 건 끔찍한 고통이다.

사람으로 비유하면 팔다리를 억지로 늘리려고 갈비뼈를 뽑아다 팔처럼 만들어 붙여 버리는 형식이었다.

며칠을 아랑검은 괴성을 지르며 보내야 했다.

그리고 결국 아랑검은 7중날을 가진 모습이 되었다.

더 많은 칼날을 가지게 할 수도 있지만 애검집에게 있어서 칼날이 더 늘어나도 느껴지는 감각에 큰 차이가 없기에 칠중 날에서 끝냈다.

또한, 강제로 모습이 변해서 칼날이 상당히 무뎌졌기에 개조는 그만두고 다시금 아랑검을 연마해주기 시작했다.

아랑검은 각 칼날이 문어처럼 움직일 수도 있었어. 촉수 괴물처럼 보이기도 했다.

7중 날을 가졌지만 각 칼날 하나하나가 매우 얇아서 언뜻 보면 그냥 칼날 하나의 검처럼 보였다.


* * *


환타 : "칼 아저씨는 왜 저런 무서운 여자랑 결혼한 거에요?"

아랑검 : "결혼? 결혼은 안 했지만. 뭐 사실상 반려자네. 무섭긴 하지만. 그게 더 자극적이라서 헤헤."

"그렇군요. 몸은 어때요?"

"덕분에 괜찮아. 네가 없었다면 이런 모습이 되기까지 엄청난 고통이 있었을 거야."

"아저씨 좀 징그러워요. 그렇게 흐물거리지 마세요."

아랑검은 해초가 해류에 쓸리듯 일곱 개의 칼날을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아랑 : "하지만 이렇게 나왔을 때가 아니면 몸을 풀 수가 없어서 말이야."

"매일 검집에 들어가 있을 거에요? 완전 감옥에 갇힌 거랑 다를 게 없어 보이던데."

"뭐랄까. 편안하달까."

"뭐가 편안해요? 매일 신음에 헉헉대면서."

"아파서 내는 소리는 아니고 좋아서 헉헉거리는 거니까."

"아저씨 언젠간 망가져 버릴 것 같단 말이에요."

애검집 : "자. 그만 몸 풀었으면 이리와."

아랑검은 7중 날을 빳빳이 세우고 애검집에 박혀 들어갔다.


아랑검과 애검집의 그것은 처음엔 쇠 갈리는 소리 때문에 소음이 심했지만, 이제는 익숙해졌는지 별다른 소음은 들리지 않았다.

그냥 평범한 검집에 들어간 검으로 보일 뿐이었다.

처음엔 아랑검이 막 애검집에 들 낙 거리는 형태였지만 지금은 그런 행동도 안 하고 그저 애검집에 들어가 있을 뿐이었다.

환타 : "그냥 넣어두기만 하면 기분 좋아요? 좀 움직여야 느껴지지 않나요?"

애검집 : "사람이었다면 그래야 하겠지만 우리는 검과 검집이잖아. 우리도 처음엔 몰라서 그렇게 했지만 사실 그냥 이렇게 품고 있을 때가 가장 자극적이야."


* * *


애검집 : "음. 부족해."

아랑검 : "칼날을 늘릴 때가 온 건가?"

"아니 칼날 문제가 아니야. 다른 자극이 필요하달까."

"어떤 거?"

"찌릿찌릿한 거."

"??"

"뇌전 같은 기를 만들어 내면 더 좋을 것 같은데."

"흠. 이런 거?"

아랑검의 칼날에서 [ 빠지직 ] 소리가 나며 전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애검집은 얼굴에 화색이 돌며 바로 아랑검을 통째로 먹어 버렸다.

애검집 : "오오~ 바로 이거야."


* * *


며칠 정도는 아랑검이 만들어 내는 짜릿함에 만족한 애검집이었지만 금세 그것도 부족한듯했다.

애검집 : "좀 더 전기를 올릴 순 없는 거야?"

아랑검 : "내 전문 분야가 아니라서 이 정도가 한계야. 더 강한 전력을 내려면 일단 내공 속성도 달라져야 하고 좀 더 전문적인 뇌전무공을 알아야겠지. 혹은 내 몸의 재질도 바뀌어야 할지도. 그리고 속성이 변하면 나의 날카로움도 변하게 될 거야. 아무리 찌릿한 게 좋아도 검강이 무뎌지는 걸 원하진 않겠지?"

"당연하지. 그럼 지금의 내공도 유지하면서 새로운 내공을 쌓아야겠네. 그리고 칼날 중의 하나도 재질을 바꿀 필요가 있겠네."

"간단하게 말하지 마. 두 가지 내공을 가질 순 없어."

"아니야.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하는 수 없이 다른 검을 넣어둘 수밖에."


* * *


아랑검은 절대로 애검집이 자기 말고 다른 검을 품길 바라지 않았다. 그래서 아랑검은 자기 몸을 나누었다.

동시에 두 가지 내공을 가진다는 건 불가능했다. 따라서 두 개의 몸이 필요했고 아랑검은 자기 몸을 끊었다.

물론 떨어져 나간 칼날이 아랑검의 의지대로 움직일 리가 없었다.

어디까지나 처음에만 그럴 뿐 집념의 노력으로 아랑검은 자기 칼날 중의 칼날 하나를 때어내어 그것을 제어할 수 있었다.

그렇게 몸을 나누고 떨어진 몸은 별도의 내공 수련을 시작했다.

내공수련은 애검집에 들어가면 막무가내로 휘둘려서 금세 1갑자의 내공으로 쌓아진다.

애검집은 아랑검을 강하게 만들어 주면서 그 강해지는 것만큼 자신도 강해진다.

더 날카로운 검에 베이고 싶다는 욕망으로 만들어졌기에 이런 것이 가능했다.

요 며칠 동안 아랑검의 칼날은 사실상 허용할 수 없을 정도로 날카로워진 상태였다. 그리고 그 과정은 지금도 계속되는 중이다.


* * *


애검집은 더 많은 자극을 원했고 아랑검은 그런 애검집의 요구를 철저하게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7개로 나뉜 아랑검은 각 검마다 다른 내공속성과 제질 역시 각 속성에 맞추어져 애검집이 개조했다.

한때 아랑검이 임신하여 출산했던 칠색 미녀의 검들과 같은

화검, 산검, 강검, 뇌검, 독검, 음검, 빙검

이렇게 일곱 자루의 속성검으로 나뉘었다.


* * *


아랑검을 개조하기 위해 새로운 철을 구하려고 애검집과 아랑검 중원 곳곳을 여행했고 천하가 예전보다 더욱더 어지러워진 것을 알 수 있었다.


* * *


아랑검과 애검집은 이제 막 북빙성에서 빙검을 완성하고 환타가 머무는 산속 외진 오두막집으로 돌아왔고 환타가 인사했다.

"그 먼 곳도 금방 다녀오네요. 그럼 마지막 검을 완성한 거에요?"

애검집에서 빙검만 뽑아져 나와 환타 앞에 보기에도 썰렁하고 얼어 버릴 것 같은 한기를 내뿜는 청색의 검을 바라보았다.

환타 : "7가지 다 보여주세요. 호호 한번 전체적으로 볼게요."

불길이 이글거리는 붉은빛의 화검

역한 향기의 부식성 기를 발산하는 갈색의 산검

금빛의 아름다움과 완전한 날카로움을 자랑하는 강검

뇌전이 흘러 번적이는 청록색의 뇌검

밝고 진한 녹색의 맹독이 가득해 보이는 녹검

보고만 있어도 아름다운 소리를 낼 것처럼 보이는 보라색 음검

청색 빛의 한기가 절로 느껴지는 빙검

아랑칠검(?) 순서대로 나열되니 무지개를 보는 듯 화려했다. 환타의 입에서 절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와아~ 예쁘다."

애검집은 얼른 아랑칠검을 자기 몸속에 쑤셔 넣으며 말했다.

"예쁘기만 한 게 아니야. 아주 강력하지."

"그보다. 언니는 이제 만족해요? 또 얼마 안 가서 아저씨를 늘리거나 개조할것 같은데요?

"몰라. 하지만, 지금은 아주 만족스러워. 이보다 더 좋은 기분이 들 수 있을까? 의심이 될 정도로 말이야."


* * *


환타의 우려와는 다르게 아랑검은 기대 이상으로 애검집을 만족하게 해주고 있었다. 전에는 아랑검은 의식이 들면 애검집에게 휘둘려 금세 의식불명으로 쓰러지며 지냈는데 요즘은 반대되어서 애검집이 의식을 잃은 수준의 수면을 취하고 있었고 아랑검이 멀쩡했다.

아랑검은 애검집이 잠들어 무료한 시간을 환타와 이야기를 하면서 보냈다.

아랑검은 자신의 일곱 가지 몸은 애검집에 넣어둔 체 실체화되는 기검 하나를 만들어 환타와 대화를 했다.

아랑검이 일곱 분신으로 나뉘는 능력이 생기면서 부수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세 자루의 기검이 기의 형태에서 실체화 수준까지 변화할 수 있게 되었다.

아랑검의 기검의 모습은 일곱 가지 속성검도 아닌 예전의 그저 단순한 강철의 아랑검의 모습이었다.

아랑검 : "이렇게 무료로 아무나 치료해주면 좀 그렇지 않을까? 봐봐. 여기 온 지도 며칠 안 지났는데 치료해 달라고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였잖아?"

환타 : "그냥 익숙해서 괜찮아요."

이때 요란스러운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멀리서 열댓 명의 병사들이 말을 타고 이곳으로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환타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이었고 아랑검은 작은 한숨을 쉬고 병사들에게 천천히 날아갔다.

병사 대장 : "감히 허락도 없이 의원질을 하다니. 어디서 굴러먹던 계집이냐. 이놈들 썩 꺼져라!"

환자 1 : "이 빌어먹을 놈들아. 무료로 치료해준다는 의원이 생기니까. 그동안 우리 골 빼먹던 망할 돌팔이들이 벌이가 시원치 않으니까 환타님을 쫓으러 왔구나!"

대장 : "어이 영감 닥쳐! 그나마 남아 있는 여생을 지키고 싶다면 말이야."

환자 2 : "이런 지독한 놈들아! 벼룩의 간을 빼먹어라. 돈이 없이 치료도 못 받는 우리를 치료해 주겠다는 선한 사람을 돈벌이가 안 되는 의원 놈들에게 매수되어 왔으면서. 네놈들도 사람이면 이렇게는 못한다."

"닥쳐 이 아줌마야. 아무튼, 저 어린 계집은 멋대로 우리 마을에서 의료술을 행했다. 이건 우리 마을 법을 위반한 거야. 얼른 집에들 꺼져! 다치고 싶지 않으면 말이야."

마을 사람들은 머뭇머뭇 거리다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제 막 환타에게 진료받던 환자도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을 짓고는 도망쳤다.

순식간에 환타 혼자 덩그러니 남아있고 환타를 노리는 기마병들만 남았다.

대장 : "꼬마야. 누구 멋대로 무료로 치료해 주라고 했지? 넌 큰 죄를 진 거야. 따라와라."

아랑검 : "세상이 이 정도로 험하고 인정이 없어졌나. 사람들의 피와 살을 빼먹어도 정도가 있는 거지. 이렇게 다 죽어 가는 사람들 살려주는 것도 돈벌이에 방해되니까 제거하러 오다니. 마음 같아서는 네놈들 다 죽여 버리고 싶지만, 결과적으로 네놈들을 이렇게 행동하게 한 놈 때문이라서 죽이진 않겠다."

병사들은 검이 말을 하는 모습을 보고 순간 놀라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인지할 수 없는 속도로 아랑검이 움직여 그들의 갑옷과 무기 옷을 비롯하여 말 안장까지 전부 조각을 내버렸다.

병사들이 순간 없어진 말 안장 때문에 일제히 바닥으로 넘어졌고 말들이 놀라서 도망쳤다.

아랑검은 대장 눈앞에 칼날 끝을 겨누고 지독한 살기를 가득 싫어 말했다.

"돌아가서 네놈 주인에게 전해라. 조만간 죽이러 갈 테니 목 닦아 두라고 말이야."

알몸이 된 병사들이 귀신이라도 본 듯 미친 듯이 도망쳤다. 그리고 멀리서 구경했던 마을 사람들이 슬금슬금 환타가 있는 곳으로 걸어왔고 만세를 치며 환호했다.

"환타님은 대단한 분이시다.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님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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