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1940년 여러 가지 이야기들
에릭의 물음에 엘랑 에거의 얼굴에 깊은 주름이 패였다. 샤를은 난생 처음 자신의 아버지의 표정을 보고는 충격을 받았다.
'아...아버지?'
에릭은 그제서야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엘랑 에거의 얼굴에는 순간 수십년간 쌓여온 증오, 절망, 비애가 그대로 나타났다. 하지만 엘랑은 이내 천천히 말을 이었다.
"앞으로 전쟁의 주역은 조만간 자네들이 될걸세. 내 시대가 싸웠던 던 것 보다 더 자랑스러운 역사를 후대에 남기게."
참고로 이 인터뷰는 훗날 유투브에도 올라온다. 루카 또한 이 영상을 보고는 충격을 받았다.
'이...이게 전쟁 참전자의 실제 인터뷰인가?'
루카는 여태까지 밀리터리 덕후를 하면서 수 많은 전쟁 영화를 보았다. 하지만 실제 참전자가 이렇게 인터뷰하는 것은 거의 본적이 없었다.
'도...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유투브에도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엄청난 고통을 겪었던 것 같아!]
[전쟁이란 어느 세대에나 비극이군!]
[저 인터뷰하는 새끼 눈치는 있는거냐?]
다시 1940년 6월로 돌아가보자. 에릭은 인터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고 에릭이 말했다.
"나는 가능하면 독일과 소련의 전쟁이 오래갔으면 좋겠네."
"그건 왜?"
"당연한거 아닌가? 독일의 경제가 꼴아박아야 프랑스가 다시 유럽 대륙의 강자로 남을 수 있네! 가능하면 전쟁으로 다른 지역 강국이 꼴아박아야 유리한 시대야! 나폴레옹 시대의 영광을 다시 차지하는거지! 그 때와는 다르게 피를 흘리지도 않고 말일세!"
"확실히 그렇군."
현재 프랑스 내부적으로는 독일과의 전쟁을 바라는 세력이 있었다. 이들은 독일이 전쟁에서 승리해서 유럽의 패권을 거머쥐는 것에 우려하고 있었고, 프랑스가 독일과 전쟁을 하여 알자스 로렌을 되찾기를 바랬다. 에릭이 말을 이었다.
"그 녀석들은 멍청한걸세!"
샤를이 말했다.
"맞아. 우리가 굳이 선빵쳐서 전쟁의 명분을 줄 필요는 없지."
"전쟁이 질질 끌면 가만 있기만 해도 우리는 유럽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걸세! 놈들은 전후 복구에만도 엄청난 돈과 시간을 들여야할걸세! 로스케들은 그렇게 공산당이 패망한다고 쳐도 적백내전때처럼 내전이 수 년 이상 가겠지!"
샤를과 에릭 등 그 당시 유럽인들은 러시아인에 대한 극도의 혐오감을 갖고 있었다. 프랑스, 영국, 독일인 모두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러시아인이 서유럽에 오는 것을 원치 않았다.(많은 문헌에 따르면 이 당시 서유럽인들은 러시아인에 대한 극도의 혐오감을 갖고 있었다. 이는 유대인에 대한 인종 차별과는 궤도가 달랐다. 이 작품에서는 독일, 이탈리아의 영향으로 유대인에 대한 인종 차별은 서유럽 전반에서 많이 줄어들었다.)
샤를이 말했다.
"우리가 독일보다는 지정학적으로 유리한 것 같군..."
"놈들은 절대 경제적으로 영국이나 우리 프랑스 같은 우위를 점할 수 없을 걸세!"
에릭을 보내고 샤를은 집으로 돌아가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게 장기적으로 프랑스에 유리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샤를은 솔직히 자신도 전차를 타고 부대를 이끌며 싸워보고 싶었다. 지금 10대 유럽에는 히틀러를 제 2의 나폴레옹으로 보는 젊은이들이 많았다. 뿐만 아니라 한스 등 독일의 유능한 장성들에 대해서도 동경과의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샤를 또한 자신도 한스 파이퍼, 속칭 강철 사냥꾼처럼 위대한 장군이 되고 싶다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프랑스인들은 강철 사냥꾼을 증오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샤를 같은 10대 꿈나무가 보기에는 한스 파이퍼에게 쳐발린게 아버지 세대가 병신이었다.
'내가 그 때 장교였다면 더 잘 싸울 수 있었을지도 몰라! 전차도 우리가 더 발전했는데 멍청하게도 쳐발리다니...애초에 신 무기를 개발했으면 대량 생산한 이후에 한번에 투입했다면 알자스 로렌까지도 차지할 수 있었을텐데...나폴레옹 시대의 그 패기는 어디로 간건가?'
샤를은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의 장성들이 전술을 잘못써서 독일보다 더 많은 전차가 있었음에도 한스 파이퍼에게 패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군들이 멍청하니까 병사들이나 죽어나가는거지! 내가 장교가 되면 제대로 된 전술을 써서 &%@$'
그렇게 샤를은 장교가 된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집에 돌아왔다.
'마지노선 따위에 돈을 쓰는 것 보다는 빠른 전격전으로 적군이 예상하지 못한 루트로 기습적으로 공격해야 한다!'
근데 서재 쪽에서 울음 소리가 들렸다.
"으윽...으으윽...으어억!!!"
샤를은 등골에서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아...아버지?'
그로부터 얼마 뒤, 엘랑 에거는 독일에 주재무관으로 갔다가, 자신이 사랑했던 미사카를 닮은 앙뚜완을 발견한다. ('내전' 편 참고) 엘랑 에거는 미사카가 어딨냐며 작은 소란을 피우고, 이 일로 엘랑 에거는 징계를 받아 인도차이나로 발령가게 된다. 결국 엘랑 에거는 집에 돌아온 후 짐을 싸고 나왔다. 샤를은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를 배웅했다. 하지만 도저히 무엇때문에 저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엘랑 에거가 인도차이나로 떠난 이후, 샤를이 어머니에게 물었다.
"세계대전때 아버지 무슨 일 있었습니까?"
어머니는 샤를의 눈을 피했다.
"나도 모른다..가서 케이크나 먹으렴."
그 날, 샤를은 몰래 아버지 엘랑 에거의 서재로 들어간다. 그리고는 철사를 이용해서 잠겨있는 엘랑 에거의 서랍을 열었다. 온갖 잡동사니 속에서 샤를은 엘랑 에거가 어렸을때 촬영했던 가족 사진을 발견했다.
'이...이 여자는 누구지?'
엘랑 에거와 부모님(샤를의 조부모), 그리고 동양인처럼 보이는 엘랑 또래의 소녀가 함께 있었다. 참고로 샤를은 한 번도 이 동양인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친구인가?'
샤를은 호기심에 계속 서랍을 뒤져보았다.
'뭐...뭔가 숨기는게 있는건가?'
그리고 샤를은 엘랑이 그 동안 언론사 등과 주고 받았던 편지 뭉치를 발견하게 된다. 미사카라는 여인은 어린 시절부터 엘랑 에거의 부모님에게서 입양되어서 자랐던 동양인 혼혈이었다. 이 여자는 전쟁때 독일군에게 무참히 강간당했다. 엘랑은 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제보했으나, 프랑스 군과 언론 입장에서는 이를 묵살했다. 독일과 휴전 협정을 이루어 하루 빨리 전쟁이 끝나야하는데 괜히 외교적으로 이런 사건을 키우고 싶지는 않았던 것 이다.
샤를은 그제서야 왜 엘랑이 자신이 어린 시절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았는지 알게 되었다.
'이럴 수가...어쩌면 아버지는 이 여자를...'
다시 1940년 10월로 돌아가보자. 한스는 부관 프란츠와 함께 다그마가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늑대굴로 가고 있었다. 히틀러는 소련군의 IS-2 전차의 122mm D-25T 전차포보다 관통력이 막강한 전차가 필요하다는 것에 예전부터 동의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이미 히틀러는 두 달 전에 현존하는 티거보다 강력한 티거2를 설계하라고 주문했고, 티거 2의 설계도를 승인한 상태였다. 기존의 티거보다 하중이 무거울 티거2를 수송하기 위한 궤도 차량의 생산 또한 주문했다.
한스는 티거 2를 한 번에 대량으로 투입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지난 세계대전 때 프랑스가 전차라는 신무기를 발견했음에도 찔끔찔끔 투입했고, 그를 통해 독일 제국은 프랑스의 전차에 대처하는 방법을 준비할 수 있었다...이런 신무기가 나오면 무조건 한 방에 투입해야 한다! 라스푸티차가 끝나고 땅이 얼어붙을때, 티거 2를 대량 투입해야 한다. 길이 좁거나 전차 기동이 불리한 곳이 아닌, 대규모 전차전이 가능한 곳으로!'
한스는 혼자 실실 웃으며 티거 2로 이루어진 중전차 부대가 기습적으로 소련군의 방어선을 공격하는 것을 떠올렸다. 한스의 부관 프란츠는 한스가 혼자 실실 웃는 것을 보고 속으로 생각했다.
'또 저러시는군...'
히틀러는 전차 개발에 관심이 많았고, 장갑 두께, 전차 기동 거리, 행동 반경 등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명령했다. 히틀러는 각 전차들의 장갑 두께, 포 구경까지 전부 알고 있었다. 히틀러는 판처 파우스트 등 대전차 무기가 개발됨에 따라 전차보다는 자주포, 야포 생산에 더 많은 자원을 써야 하는 것은 아닌가 고민했다.
그리고 최근에 히틀러는 3,4호 전차에 박격포와 지뢰발사기로 무장하는 것을 고려했다. 그렇게 3,4호 전차는 온갖 종류의 다양한 방식으로 개조되어 전선에서 이용되고 있었다. 한스는 이에 대해 멋진 시도이지만 소련의 전차 생산량을 고려했을때 우리 측에서도 4호 전차 생산량을 가급적 많이 늘리고 생산 효율을 늘려야 한다고 건의했다.
히틀러는 티거 2를 일단 소수만 생산해서 시험삼아 투입하기를 원했지만, 한스가 한 번에 대량으로 생산하여 기습적으로 투입하자고 건의하였고, 이 의견이 받아들여졌다. 한스는 속으로 생각했다.
'티거 2가 생산되면 최정예 전차 장교들만 모아서 티거 2 중전차 대대를 편성해야 한다!'
최정예 전차 장교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몇 있었다.
오토, 스테판, 슐레프, 마흐땅, 카리우스, 비트만 그리고 앙뚜완 등등
한스가 머리를 굴리는데 운전병 다그마가 말했다.
"도착했습니다."
한스는 부관 프란츠와 함께 퀴벨바겐에서 내렸다. 황태자, 포르세, 헨셀, 그 외 수 많은 장성들이 늑대굴에서 신 전차 개발에 대한 회의를 하고 있었다. 한 장성이 말했다.
"티거, 판터, 4호 전차의 성능은 매우 우수하지만, 소련 전차에 비해 대량 생산이 어렵고 정비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소련의 T-34 전차처럼 생산성이 좋은 신전차가 빨리 개발되어야 합니다!"
한스도 이에 속으로 동의했다. 하지만 포르세, 헨셀, 그 외 설계가들의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해졌다.
'이건 독일 설계가에 대한 모독이다!!!'
다른 독일 장성이 말했다.
"독일의 기계 공학은 세계 최고이지만 전쟁터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대량 생산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구난 소대가 있기는 하지만 이를 모두 운용할 수는 없기에 전선에서 많은 전차들이 버려지고 있습니다! 신병도 쉽게 전차를 정비할 수 있게끔 T-34처럼 단순한 구조로 나와야 합니다!"
결국 포르세가 말했다.
"T-34와 같은 전차를 모방해서 설계하지 않는 것은 단지 기술자로서의 자존심 문제때문이 아니오. 강철 합금 재료가 부족하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확실히...우리는 공업생산력 뿐만 아니라 자원 또한 부족하다...'
다음 회의로 넘어갔다. 현재 생산력의 한계가 있기에 이 한정된 생산력으로 자주포 생산을 증가시키는 것이 좋을지, 전차 생산을 증가시키는 것이 좋을지 한참동안 회의가 이어졌다. 지금 나름 독일은 포탑이 파손된 전차들도 포탑을 제거한 차대를 이용하여 알뜰하게 자주포를 생산하고 있었다.
회의가 계속되는데, 한 장교가 들어와서 보고되었다.
"프랑스와의 불가침 조약이 체결되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이 소식에 모두 기뻐했다. 한스 또한 속으로 기뻐했다.
'좋았어!!'
전차 개발에 대한 회의가 끝나고, 다른 주제가 안건으로 올라왔다. 발칸 반도에서 우스타샤들이 세르비아인들을 잔혹하게 학살하고 있다는 보고였다. 이에 대한 보고는 예전에 한스도 직접 들은 적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백군, 우크라이나군, 벨라루스군에 소련의 이중 스파이의 사보타주가 종종 있었다. 이로 인하여 백군, 우크라이나군, 벨라루스군 부대 내에서는 자신이 소련의 스파이가 아니라는 것을 우스타샤 식으로 증명하고 있었다.
농기구를 자를때 쓰는 날카로운 칼을 이용하여 파르티잔의 배를 가르는 것 이었다. 각 부대에서는 수상한 녀석이 있으면 직접 이렇게 파르티잔을 죽이도록 하여 자신이 소련의 스파이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도록 했다. 발칸 반도 쪽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일에 대한 보고는 제아무리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한스 일지언정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 우스타샤들은 세르비아인 임산부의 배를 가르고 있었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발칸 반도와 러시아는 계속해서 화약고로 남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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