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인도차이나 전쟁
마르틴이 들고 있던 MP40가 날아갔다. 오토가 외쳤다.
"잡아!!"
병사들이 달려가서 마르틴을 포박했다.
우크라이나 병사, 파울로는 총구에서 김이 나는 소총 한 자루를 들고는 입을 크게 벌리고 있었다. 마르틴이 MP40로 자신의 얼굴을 겨누었을때, 파울로가 조준사격으로 MP40을 맞추었던 것 이다. 파울로는 자신의 사격 솜씨에 속으로 감탄했다.
쿠당탕!!
마르틴은 땅에 옆 얼굴을 대고 엎어졌다. 뒤늦게 달려온 슐레프 중대장이 마르틴을 포박하라고 했다.
"너무 세게 묶지 마!!"
그렇게 마르틴은 엎어진 상태로 포박을 당했다. 마르틴은 커튼에 둘둘 쌓여있는 율리야의 시신을 바라보았다. 커튼 밖으로 율리야의 삭발된 머리와 발이 삐져나온 상태였다. 마르틴은 애써 눈물을 참았다. 슐레프 중대장이 와서는 펄펄 뛰었다.
"시발!!! 내 진급이 날아갔어!!! 여태까지 로스케 전차를 몇 대를 격파했는데!!!"
마르틴 히틀러는 포박당한 상태로 건물 밖으로 끌려나왔다. 건물 밖에서는 독일 병사들이 스탈린 동상을 끌어내리고 있었다.
"영차!! 영차!!!'
스탈린 동상이 쓰러졌고, 독일 병사들이 환호했다.
"우와!!!"
비르타넨은 쓰러진 스탈린 동상 위에 올라가서 목에 칼을 들이밀었다. 그 때, 병사들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뭐야?"
비르타넨이 고개를 들어보니 마르틴 히틀러가 포박당한 채로 끌려가고 있었다.
"뭐지?"
오토 파이퍼 또한 사색이 된 얼굴로 슐레프 중대장을 따라가고 있었다. 비르타넨은 자신이 속한 중대에 뭔가 골치아픈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어차피 비르타넨은 핀란드인이고 진급 따위는 관심없었다. 비르타넨은 신이 나서 스탈린의 동상에 오줌을 갈겼다.
'난 로스케 죽이러 참전한건데 부대 일 따위 알게 뭐냐!!!'
오토는 식은 땀을 흘리며 중대로 돌아왔다. 게오르크는 자신의 소대원인 마르틴을 제대로 관리 못한것에 대해 슐레프와 만토이펠에게 제대로 깨지고 있었다. 슐레프 중대의 전차병들은 마르틴을 까고 있었다.
"그 고문관 새끼..."
"폐급 새끼 하나 때문에 이게 뭐냐?"
"일은 잘했대?"
"지 할 일은 잘했다는데...앞으로 별 일 없겠지?"
"별 일 없긴 뭐가 없어!!! 우리 좆된거야!!"
블라덱이 수군거렸다.
"불쌍한 게오르크..."
"앞으로 우리 대대 보급 순위 밀릴까?"
헬무트가 말했다.
"괜찮을걸세. 중전차 대대는 무조건 보급 최우선 순위일세."
볼프강이 투덜거렸다.
"알게 뭐야! 어차피 라스푸티차 때문에 연료 보급도 안되고 있는데!"
그 때, 슐레프 중대장이 들어와서 오토에게 물었다.
"이보게!! 이번 일에 대해서 아는거 있나?"
"자...잘 모르겠습니다!"
한편 만토이펠 대대장은 마르틴을 설득하고 있었다. 조만간 군사 재판을 받을텐데 사건이 커지지 않도록 미리 말을 맞춰두어야 했다.
"이번 사건은 우발적인 총기 사고였네...그 여자 포로는 탈출을 시도하다가 사살당한 것 이고...아니 창녀로 하는게 좋겠군."
마르틴이 입을 열었다.
"제 여자친구입니다."
만토이펠은 기겁한 표정으로 마르틴을 바라보았다.
'이 새끼가 정신이 나갔나?'
"뭐라고 했나?"
마르틴이 다시 말했다.
"제 여자친구입니다. 전쟁이 끝나면 결혼하기로 했습니다."
만토이펠은 분노를 억눌렀다.
'이 병신같은 새끼가...'
오토는 임시 치료소에 가서 부상당한 자신의 소대원들을 찾았다. 치료소에는 어제 보았던 지뢰에 발뒤꿈치가 날아간 공병도 있었다. 그 공병은 싱글벙글 웃으며 외쳤다.
"난 이제 제대야!! 워후!!! 집에 돌아간다고!!!"
발뒤꿈치가 날아가서 평생 목발을 차야함에도 불구하고 그 공병은 진심으로 웃고 있었다. 오토는 자신의 소대원들을 격려한 다음 치료소 밖으로 나왔다. 여전히 추적추적 비가 오고 있었다.
만토이펠의 501중전차 대대에 이런 사고가 터졌을 무렵, 502 중전차 대대에서 오토 카리우스, 미하엘 비트만, 앙뚜완 삼총사가 엄청난 전공을 세우고 있었다. 이 셋은 상당히 친한 친구였다. 전투가 끝나고 이 삼인방은 전쟁이 끝나면 뭘 할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카리우스가 말했다.
"대학에 가서 약학을 공부하고 싶네!"
"전문직이 좋지!"
"약국 차리면 자주 방문하겠네!"
카리우스는 유머 감각도 있고 전투도 잘했지만 머리도 상당히 좋았던 것 이다. 솔직히 말해서 다른 장교들 입장에서도 카리우스는 부럽기 그지 없었다. 뭐든지 잘하는 이런 밥맛 떨어지는 새끼는 어딜가나 한 명씩 있었다. 카리우스가 슈납스를 마시고는 말을 이었다.
"나중에 나이가 들면 회고록 쓰는 것도 좋을 것 같네!"
카리우스는 유머 감각이 좋았기에 회고록을 쓰면 재미있게 쓸 것 같았다. 앙뚜완이 물었다.
"회고록 제목은 뭐라고 쓸건데?"
카리우스는 진흙 투성이 땅 위에 주차된 자신의 티거를 바라보았다.
"진흙 속의 호랑이?"
그로부터 수십년 뒤, 카리우스는 중전차 대대에서 활약했던 자신의 모험담을 쓴 회고록 '진흙 속의 호랑이'를 쓰게 된다. 21세기 한스 파이퍼의 후손인 루카 파이퍼는 자신의 집에서 '진흙 속의 호랑이' 를 읽고 있었다. 그 책에는 오토 카리우스가 비트만, 앙뚜완과 찍은 사진이 실려 있었다. 비트만과 앙뚜완은 책에서도 여러 번 언급되었다.
현재 좀비 사태로 난리가 났기에 전기가 끊겨서 루카는 인터넷을 하거나 게임을 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긴빠이친 책들을 읽는 것 이었다. 진흙 속의 호랑이는 책이 너덜너덜해지도록 수십번도 더 읽었기에 내용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래서 루카는 다른 책을 고르기 시작했다.
'인도 차이나 전쟁?'
프랑스 출신 장교인 샤를 에거(엘랑 에거의 아들)의 자서전을 펼쳤다. 한스 파이퍼와 악연이 있는 엘랑 에거의 아들, 샤를 에거는 인도 차이나 전쟁에 참전하게 되어서 기대되어 죽을 지경이었다.
'과연 정글은 어떤 모습일까?'
샤를은 사관학교 동기인 에릭, 프랑크, 니꼴라와 함께 그 악명 높은 인도 차이나 반도에 가게 되었다. 솔직히 말해서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컸다.
'나도 빨리 중대장 되고 싶다!!'
"놈들은 우리보다 평균키가 10센치는 작대!"
"체구가 작아도 절대 만만하게 보면 안된다고 들었네! 놈들은 오랜 기간 정글에서 살았기 때문에 정글 속에서 식별을 잘한다더군!"
솔직히 말해서 샤를과 친구들의 베트남 사람들에 대한 인식은 원숭이나 다를바 없었다. 눈이 작고 찢어진 베트남 사람들은 같은 사람이라기보다는 괴기스럽고 약간 소름이 돋는 생명체였다.
"인도차이나 여자들은 맛이 어떨까?"
베트남에 대해서 철저하게 자료를 연구했던 에릭이 외쳤다.
"따먹을 생각하다가 목에 죽창 꽂힐 수 있으니 조심해라! 베트민들이 매춘부 이용해서 많이 죽인다더라!"
니꼴라는 가방에서 스프레이를 꺼내어 칙칙 뿌렸다.
"그건 뭐냐?"
"뱀이랑 전갈 쫓는 스프레이일세!"
"나...나도!!"
다음 날, 샤를과 친구들은 소대원들과 함께 베트남에 도착했다. 베트남은 공기와 냄새, 토질, 식물부터가 달랐다. 베트남에 있는 나무들은 나뭇잎이 대단히 컸다.
샤를은 자신이 전혀 새로운 곳에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여기가 베트남?'
천막으로 여기저기 막사들이 지어져 있었다. 그리고 곳곳에는 작은 뱀이 기어다녔다.
'이런 시발...'
곳곳에서 프랑스 병사들은 막사, 화장실, 샤워실 등을 만들며 작업을 하고 있었다. 어떤 녀석들은 드럼통을 이용해서 땟목을 만들고 있었다. 부이용 중대장이 와서 외쳤다.
"중대 장교들 전원 회의실로 집합!!"
샤를, 에릭, 프랑크, 니꼴라는 부이용 중대장이 쓰고 있는 임시 회의실로 들어갔다. 이 회의실은 베트남 사람들이 쓰던 작은 오두막으로, 천장이 대단히 낮았기에 허리를 숙이고 문을 열고 들어가야 했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사는거야?'
부이용 중대장은 정글에서 생존하기 위한 주의점들을 말해주었다.
"베트민들은 주로 야간에 기습 공격을 한다! 그러므로 야간에 놈들이 진입할 수 있는 루트에서 매복을 해야 한다!! 놈들은 온갖 함정을 만들어두었기 때문에 바닥을 확인하고 걸어야 한다!!"
부이용 중대장이 커다란 나뭇잎을 보여주며 외쳤다.
"이런 나뭇잎이 부자연스럽게 땅에 떨어져 있으면 99프로 함정이다! 인근을 이동할떄는 길다란 장대를 이용하여 꾹꾹 눌러보고 전진한다! 놈들은 땅굴을 이용하여 두문불출하기 때문에 수상하면 무조건 수류탄 굴려서 폭파시킨다! 뿐만 아니라 베트민들은 곳곳에 대인지뢰를 깔아둔다! 그런데 비가 오면 대인지뢰가 막사 근처까지 옮겨올 수도 있으니 주의한다! 질문있나!!"
니꼴라가 질문했다.
"샤워는 언제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부이용 중대장이 시계를 보았다. 현재 시각 오후 3시 30분이었다.
"30분쯤 기다리면 할 수 있을거다!"
오후 4시가 되자 비가 오기 시작했고, 샤를과 친구들, 그 외 병사들은 벌거벗고 몸에 비누칠을 하고는 하늘에서 오는 비를 맞았다. 지금이 장마철이라 오후 4시만 되면 정확하게 비가 왔다. 부이용 중대장이 외쳤다.
"장마 끝나면 세수는 3일에 한 번 정도 할 수 있을걸세!!!"
잠시 뒤, 부이용 중대장은 통역사와 함께 샤를과 소대원들을 데리고 인근 마을을 방문했다. 부이용 중대장이 말했다.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민간인의 협조가 필수적이네!"
샤를과 친구들은 현지인들을 바라보았다. 다들 밀짚모자를 썼고, 여자들도 커다란 장대를 이용하여 상당히 무거운 짐을 손쉽게 운반했다. 장대의 양쪽에 커다란 짐을 똑같은 무게로 매달아놓고 이동하는 것을 보며 샤를은 참 편리한 도구라고 생각했다. 어린 아이들 대다수는 커다랗고 헐거운 옷을 입거나 아예 발가벗고 있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서 귀엽다는 생각보다는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메리카 원주민을 발견했을때 이런 기분이었을라나?'
비쩍 많은 현지인들은 자전거를 많이 타고 다녔고,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프랑크가 현지 여자들을 보며 수근거렸다.
"진짜 못생겼네...악!!"
부이용 중대장이 프랑크의 정강이를 찼다.
"현지인들과 반드시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하네! 또한 베트민들이 오히려 양민을 학살하고 이를 우리 군에 덮어씌울 수도 있으니 각별히 유의하게!"
위생병들은 현지인들에게 대민 진료를 해주고 있었다. 현지인들은 피부병에 많이 걸렸고, 발에도 상처가 났기에 위생병이 연고를 발라주고 간단한 진료를 봐주고 있었다. 에릭이 이 광경을 보며 말했다.
"현지인들은 정글에 익숙할거 같은데도 피부병에 걸리네요."
부이용 중대장이 말했다.
"독사나 독전갈에 물리면 상당히 골치아파진다! 군화를 신을때마다 뱀이 있는지 거꾸로 흔들어보고 신어야 한다!"
샤를은 처음 왔을때와는 다르게 점점 긴장되기 시작했다. 이 마을 주민들과 부대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음에도 샤를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샤를은 사관학교에서 온갖 훈련을 받았고 나름 성적이 우수했다. 하지만 이 땅에서는 베트민들이 지형지물에 훨씬 유리할 것 이었다.
부대로 돌아온 샤를은 자신의 소대원들을 집합시켰다. 샤를은 자신의 소대원들을 바라보았다. 다들 대단히 똑똑하고 정예병같이 보였다. 샤를은 자신의 소대원들을 보고 자부심이 생겼다.
'내 소대원들은 전세계 최고의 소대원일거야!'
알세스트, 조프루아, 아냥, 뤼피스, 외드, 클로테르, 조아생, 조지, 맥상, 드봉 등등 모두 최고의 전사들처럼 보였다. 이들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빨리 돌아가고 싶다...'
'날짜만 채워야지!'
'벌레 좆같네...'
'저 소대장 왠지 골치아프겠군!'
잠시 뒤, 명령에 의해 샤를은 자신의 소대원들을 이끌고 정찰을 위해 정글을 지나가기 시작했다. 참고로 베트민들의 저격을 피하기 위하여 샤를은 계급장을 모두 땐 상태였다. 베트민들은 장교를 주로 저격한다고 들었다. 물론 이렇게 계급장을 때더라도 대충 눈치로 누가 장교인지 알 수 있을 것 이었다.
샤를은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정글 곳곳을 살펴보았다. 고개를 들어올리자 거대한 나뭇잎 사이사이로 햇살이 들어왔다. 저격수가 제대로 위장만 하면 식별이 힘들 것 같았다.
선두에 있는 녀석들이 길을 내기 위하여 칼로 나무를 자르는 소리가 들렸다. 샤를은 장대를 이용하여 땅을 계속해서 꾹꾹 누르며 앞으로 걸어갔다. 끼르륵 끼르륵거리는 벌레 소리가 반복적으로 들렸다. 다들 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군화가 땅을 밟는 소리, 나무를 잘라내는 소리, 벌레 소리가 뒤섞였다. 병사들의 인식표가 짤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때, 커다란 나뭇잎이 바닥에 떨어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샤를이 수신호로 정지하라고 했다.
'정지해!!!'
알세스트는 긴 막대기를 들고 있었고, 샤를은 수류탄을 하나 꺼냈다. 샤를이 알세스트에게 고갯짓을 했고, 알세스트는 막대기를 이용하여 나뭇잎을 들어올렸다. 땅굴이 파여있었고, 샤를은 그 땅굴을 향해 수류탄을 던졌다.
쿠과광!! 콰광!!!
베트민의 시체 조각이 땅굴 밖으로 튀어나왔고 조아생이 이 광경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으아악!!!"
"화염 방사해!!!"
화염방사기를 들고 있던 조프루아와 아냥이 땅굴을 향해 화염방사기를 발사했다.
화르륵!!!
맥상이 말했다.
"오늘 소대 전체 바비큐 파티하겠네."
그 때, 정글 어디선가 총성이 들렸다.
탕!! 타앙!!!
"1시 방향이다!!!"
Comment ' 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