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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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rhks404
작품등록일 :
2020.11.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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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30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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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질

DUMMY

롬멜은 다른 장교들에 비하면 명예나 훈장에 그닥 집착하는 성격은 아니었고, 이번에 훈장을 뺏긴 일에 대해서도 부하들 앞에서는 아무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속으로는 엄청나게 분노하였다.


‘빌어먹을 머저리 귀족놈들···’


그 날 점심 시간, 한 병사가 부사관한테 가서 말했다.


“저, 지난번 전투 이후로 왼쪽 귀가 잘 들리지 않습니다.”


부사관이 말했다.


“전투 직후에는 원래 귀가 멍멍해지네. 좀 기다리면 나을 걸세!”


그 병사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젠장···며칠 째 안 들린다고···’


병사는 동료들 곁으로 가서 투덜거렸다.


“나는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참호가 지옥이라 생각했거든? 그치만 지금은 제발 그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


“그 때는 정말 안락했지. 포격이 쏟아질 때 대피호에서 잠을 잘 수 있었다니! 믿기지가 않아!”


한 병사가 취사병에게 가서 점심을 보급 받고는 한 숟가락 떠서 맛보고는 말했다.


“오늘은 스프에 고기가 들어갔어!”


맨날 맛 없는 다 식은 음식만 먹었는데, 오늘은 왠걸 고기가 들어간 따뜻한 수프가 나왔기에, 병사들은 기분 좋게 점심을 먹었다.


그런데 병사들이 밥을 다 먹기도 전에 부사관이 호루라기를 불더니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자! 행군한다! 모두 일어나!”


아직 밥을 다 먹지 않은 병사들이 머뭇거리자 부사관이 얼굴을 들이밀며 소리쳤다.


“명령 못 들었나! 빨리 일어나!”


결국 병사들은 밥도 미쳐 다 먹지 못하고 행군을 시작했다. 이등병 발터가 혼자서 무거운 탄약 상자를 짊어지고 가다가 주저 앉았다. 그 모습을 보고 슈페를레 상병이 소리쳤다.


“엄살 부리지 말고 빨리 일어나라고!”


발터는 탄약 상자를 매고 가느라 어깨에 시뻘겋게 자국이 났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그렇지만 슈페를레 상병은 발터에게 잠시 쉴 틈도 주지 않았다. 발터는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빌어먹을 슈페를레···나한테 다 떠넘기고···’


결국 발터는 탄약 상자를 짊어지고 동료들과 함께 깎아지르는 길을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다. 산악 지대에 무거운 짐을 지고 행군하는 것은 엄청나게 힘든 일이었다. 장교들이 잠시 멈춰서 토론을 하더니, 부사관에게 무언가를 명령했고, 부사관들이 병사들에게 말했다.


“이 곳에 참호를 판다!”


산악지대에서 참호를 파는 것은 엄청나게 힘든 일이었다. 나무 뿌리가 여기저기 깊게 박혀 있었기 때문에 삽질을 하다 보면 손에 굳은 살이 박히는 것은 물론이고 물집이 터져서 피까지 날 지경이었다. 발터가 속으로 생각했다.


‘어차피 여기 파봤자 금방 옮길 텐데 빌어먹을···.’


한참 동안 삽질을 했더니, 그래도 어느 정도 참호 모양새가 잡히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 장교가 땅을 살펴보고는 부사관에게 말했다.


“이 쪽은 나무 뿌리가 너무 많잖아! 저 쪽에 파게!”


결국 부사관들이 병사들에게 말했다.


“이봐! 우리 잘못 팠어! 저 쪽에 파게!”


발터는 그 말에 삽을 내동댕이치고 싶었다.


‘머저리 같은 자식들!! 파고 싶으면 네 놈들이나 파라고!!’


한 시간 정도 고생을 한 이후에 병사들은 용케도 휴식 시간을 갖게 되었다. 하인리히가 주변에 부사관이나 장교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네 그거 들었냐? 롬멜 중위가 훈장을 뺏긴 것 때문에 연대장을 찾아가서 직접 항의했대!”


빌헬름이 숟가락으로 통조림을 싹싹 긁어대며 말했다.


“항의해봤자 소용 없을걸?”


발터가 말했다.


“롬멜 중위는 훈장을 뺏긴 이후에 좀 이상해졌어. 예전에는 그렇게 무모한 작전은 내리지 않았단 말야. 무작정 돌격하는게 무슨 전술이야?”


“쉬이! 조용히 하라고!”


“이봐 발터, 무슨 일이 있었는데 그러는 거야? 롬멜 중위는 적어도 부하들을 헛되게 죽게 만들 지휘관은 아니라고 들었는데?”


발터가 주변을 살펴보고는 목소리를 낮추고, 이주일 전에 있었던 일을 동료들에게 설명하였다. 그 때 발터는 동료들과 함께 무거운 탄약 상자와 커다란 짐을 어깨에 매고 행군하고 있었다.


‘젠장..왜 배가 아프지···’


아까 식사 시간에, 절대로 먹을 것을 나눠주지 않는 한 상병이 왠일로 발터에게 통조림을 주었고, 그것을 좋다고 한 번에 다 먹은 것이 화근이었다.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이 점점 짧은 주기로 느껴졌다. 발터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앞서 가던 상병한테 말했다.


“저..죄송합니다! 잠시 볼 일 좀!”


그리고 발터는 근처에 명당 자리를 발견한 다음에 그 곳에서 시원하게 볼 일을 보았다. 근데, 이미 동료들이 앞서 간 저 쪽에서 기관총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드득 드드드득 드드득


“아···안돼!!”


발터는 허둥지둥 일어나서 그 쪽을 향했다. 앞에서 동료들의 소리가 들렸다.


“매복이다! 피해!!”


고지대에서 바위 틈 사이로 이탈리아 군의 기관총이 불을 뿜고 있었다.


드득 드드드득 드드득


참호에서도 기관총은 무적이나 다름없었지만, 산악 지대에서 수풀에 숨겨놓은 기관총의 위력은 실로 엄청났다. 기관총에 속절없이 수많은 동료들이 쓰러지고 있었다. 발터는 그 모습을 보고는 짐도 다 버리고 뒤로 달아났다.


“으악!!! 매복이야!! 매복이야!!”


롬멜 중위는 그 상황에서도 병사에게 돌격을 명령했다.


“돌격해! 계속 앞으로 진격!”


발터는 재빨리 바위 틈으로 숨었다. 동료들이 있는 곳에는 사방에서 총알과 수류탄이 쏟아지고 있었다.


‘제···젠장!!!’


부상당한 동료를 데리러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하지만 발터는 너무 무서웠기에 차마 그 곳으로 갈 수 없었다. 결국 발터는 뒤에서 따라오는 부대와 합류했다. 그 날 매복해있던 이탈리아군을 사살하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많은 발터의 동료들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다.


발터가 동료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고 말을 이었다.


“나는 전술은 잘 모르지만 그 날 롬멜 중위가 계속 돌격하라고 명령한 것을 이해할 수가 없어. 후퇴했으면 몇 동료라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인리히가 말했다.


“그런 상황에선 후퇴했어도 상황은 비슷하지 않나? 어차피 죽을 텐데 공격이라도 해봐야지.”


빌헬름이 말했다.


“참호전이 지루하기는 했어도 지금에 비하면 천국인 것 같아.”


“롬멜 중위만 신났지. 산악 지대에서 자기 전술을 더 잘 펼칠 수 있으니까.”


독일군은 그 날 완성한 참호에서 비교적 오래 머물렀다. 이탈리아군은 독일군이 새 참호를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밤에 그 곳을 향해 총알을 퍼부었다.


드드득 드드드득


“빌어먹을!!!”


독일군이 모두 일어나서 총 방어 태세를 갖추었다. 그런데 정작 그렇게 하자, 이탈리아군은 모두 사격을 멈추었다.


“저 자식들 뭐 하는거지?”


이탈리아 군은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독일 군을 도발했다. 독일 병사들이 욕을 퍼부어댔다.


“저 자식들 또 시작이네!”


“저 멍청한 놈들 왜 총알을 낭비하는 거야?”


롬멜 중위가 심각한 표정으로 병사들에게 말했다.


“놈들은 이런 식으로 수시로 도발을 한 다음에 경계가 늦추어지게 하고, 어느 날 갑자기 기습 공격을 하려는 걸세! 절대로 경계를 늦추지 말게!”


롬멜이 직접 병사들에게 주의하라고 명령했지만, 병사들은 점점 경계에 소흘해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 밤, 경계를 서던 병사가 졸고 있는 것을 보고 롬멜이 불호령을 내렸다.


“이러다가 우리가 기습 당해서 전멸할걸세! 놈들이 공격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이 쪽에서 야간 기습한다!”


롬멜의 말에 한 부사관이 기겁했다.


“아니, 이 위치에서요?”


롬멜이 말했다.


“놈들이 기습할 경우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우리가 당한다!”


“차라리 몇 병사가 항복하는 척 해서 놈들을 유인하고 다른 쪽에서 전면 공격을 하는 것은 어떨까요?”


“그 방법은 비겁하지 않나? 그럴 순 없네.”


부사관이 속으로 씨부렁거렸다.


‘지금 다 죽을지 모르는데 그런 것 따질 땐가···’


그런데, 마침 비가 오기 시작했다. 빗줄기로 보면 이따 야간에도 계속 비가 내릴 것 같았다. 부사관이 롬멜에게 말했다.


“비가 오는데 작전을 취소할까요? 병사들이 미끄러질 수 있습니다.”


롬멜이 말했다.


“무슨 소리! 비가 와야 놈들이 우리 소리를 못 들을 것 아닌가? 오늘을 절대 놓쳐선 안되네!”


롬멜은 그 날 야간 기습 전에 병사들에게 말했다.


“놈들은 죽은 척 했다가 갑자기 일어나서 우리한테 노획한 기관단총을 갈겨대기도 한다! 그러니 반드시 시체도 꼭 총검으로 찔러보고 죽은 것을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야간에는 총을 쏘면 위치가 들통난다! 가능하면 근접한 이후에 개머리판이나 총검으로 사살하도록!”


이탈리아 놈들은 고지대에서 바위 틈으로 기관총 끝만 내밀어 놓은 상태로 완벽한 초소를 만들어 두었다. 발터가 생각했다.


‘아무리 기습이라지만 저 고지를 점령한다고? 이건 미친 짓거리야!’


그 때, 한 부사관이 말했다.


“이대로 뭉쳐서 가다간 한 번에 몰살당할 수 있으니 셋씩 나뉘어서 간다.”


병사들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산에서 땅을 더듬으며 천천히 기어 올라갔다. 빗줄기는 점점 세차게 병사들의 철모를 두드렸다. 군화랑 군복이 비를 맞아서 납덩이처럼 무거워졌다. 빗방울이 철모를 두드리는 소리 때문에 지금 맞는 방향으로 가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발터가 속으로 외쳤다.


‘롬멜 이 망할 자식!!!!’


이 때, 서부 전선에서 한스는 나름 전차를 이용한 전술을 짜보기 위해서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소수의 전차만으로 어떻게 많은 전차를 상대할 것 인가..’


도저히 생각이 안 떠올랐던 한스는 동료들과 상의해야겠다고 결심하고는 참호를 걸어갔다. 그 때 슈타이너 상병과 몇 병사들이 피켈하우베, 구형 철모 위에 달린 장식을 때어내고 있었다. 한스가 물었다.


“뭘 하고 계십니까?”


슈타이너 상병이 말했다.


“이 머저리 같은 피켈하우베 위에 달린 것 때문에 적군 저격수가 우릴 잘도 노린단 말이야!”


실제로 피켈하우베는 우스꽝스럽게 머리 위에 달린 꼬챙이 때문에 적군에게 더 눈에 띄었다. 더군다 방어 효과도 그닥 없었다. 그래서 새로 들어오는 병사들은 피켈하우베가 아닌, 슈탈헬름을 보급받았다. 고참 병사들은 전투에서 사망한 다른 동료들의 슈탈헬름이 눈에 띄기만 하면, 피켈하우베를 버리고 슈탈헬름을 주워서 쓰고 다녔다. 어떤 고참들은 멍청한 신병을 속여서 자신의 피켈하우베랑 바꾸자고 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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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99 증오하는자
    작성일
    20.12.30 13:20
    No. 1

    저런 고참병들은 부상당하거나 전장 혼란속에서 프레킹 당하죠. 저들 운명은? 롬멜의 저돌적 공격은 정말.... 이탈리아 전선에서 전과는 엄청나죠. 그나저나 히틀러는 뭐하고, 무솔리니나 괴벨스, 힘러등은 뭘하였을려나? 지중해에서나 산둥에서 일본군 활동한다던데, 한스는 당시 독일인들처럼 인종주의 및 제국주의 사상 가졌겠죠? 뭐, 전간기에 좀 더 발전하여서 멋진 전차 만들길! 정말 미국 유학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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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연막 속 전투 +13 21.01.09 2,012 65 11쪽
99 마크 A 휘핏 +7 21.01.09 2,010 63 11쪽
98 달리는 기관총 +6 21.01.09 2,137 68 11쪽
97 패튼 +7 21.01.08 2,257 68 11쪽
96 병실 조크 +20 21.01.08 2,209 71 11쪽
95 최악의 날, 최고의 날 +17 21.01.07 2,222 77 11쪽
94 위화감 +17 21.01.07 2,218 75 11쪽
93 2020년 겨울 +11 21.01.06 2,297 65 11쪽
92 철조망 +8 21.01.06 2,048 77 11쪽
91 눈보라 속 전투 +11 21.01.05 2,058 74 11쪽
90 기습 +6 21.01.05 2,100 67 11쪽
89 쌩고생 +4 21.01.04 2,158 71 11쪽
88 갈대밭 +14 21.01.03 2,252 73 11쪽
87 한스 훈장을 받다 +10 21.01.03 2,399 73 11쪽
86 비둘기 +5 21.01.02 2,124 64 11쪽
85 담배 몇 개피 +6 21.01.02 2,125 72 11쪽
84 엄폐 +7 21.01.01 2,139 67 11쪽
83 용기 +9 20.12.31 2,196 72 11쪽
82 자주포 +9 20.12.30 2,215 73 11쪽
» 삽질 +1 20.12.30 2,182 74 11쪽
80 남부 전선 +4 20.12.29 2,214 75 11쪽
79 알력 다툼 +5 20.12.29 2,206 78 11쪽
78 전쟁 범죄 +5 20.12.29 2,269 72 11쪽
77 뮐러 씨의 취미 생활 +19 20.12.29 2,278 69 11쪽
76 베를린의 개츠비 +13 20.12.28 2,259 65 11쪽
75 탈출 성공! +9 20.12.28 2,251 7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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