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 속 전투
드드득 드드드득
프랑스 기관총 부사수 마르크가 외쳤다.
“이 망할 놈들! 도망가지 말라고!!”
마르크의 사수였던 미셸 상병은 독일군에게 총을 맞고 참호 바닥으로 떨구어져 있었다. 참호 안에는 수 많은 프랑스 병사들의 시체가 여기 저기 널려 있었고 그 위에는 얇게 눈이 쌓이고 있었다. 마르크가 분노해서 기관총을 쉬지 않고 긁어댔다
드드드드드드득 드드드드드드득 드드드드드드득
상대의 위치를 정확히 모르는 상태로 어둠 속에 갈겨대는 것은 탄약 낭비였지만, 마르크는 이 사실을 모르고 분노에 휩싸여서 기관총을 아무 곳으로나 갈겨대고 있었다. 그 때, 기관총의 탄피가 끼어서 빠지지 않았다. 마르크가 외쳤다.
“빌어먹을!”
기관총은 탄피가 낀 것뿐 아니라 엄청나게 달구어져 있었다. 요령도 없이 한꺼번에 너무 많이 발사한 탓 이었다. 지금은 물을 넣을 시간이 없었다. 그 순간, 독일군 저격수의 총알이 마르크를 스쳤다.
타앙!
“아악!!”
마르크가 참호 안으로 굴러 떨어졌고 철모가 벗겨지며 옆에 떨어졌다. 마르크는 허둥지둥 철모를 다시 썼다.
‘젠장! 놈들이 내 위치를 알고 있어!’
마르크는 참호 속에서 달리며 일단 위치를 바꿨다. 마침 저 쪽에 쓰지 않는 기관총이 보였다.
‘왜 다들 저걸 안 쏘는 거야!’
마르크는 재빨리 기관총을 쏘려고 했다. 그런데 발사가 되지 않았다. 기관총이 추운 날씨에 관리가 안 되어 얼어붙은 것 이었다. 마르크가 욕을 내뱉었다.
“빌어먹을!!!”
지금은 기관총을 녹일 시간은 없었다. 새까만 숲 속 여기 저기서 독일군의 총구가 번쩍거렸다.
한편 독일군도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탄약수들이 목에 탄띠를 주렁주렁 걸고 달려와 기관총 사수들에게 탄약을 보충하고 있었다.
“이게 마지막입니다!”
능숙한 독일 기관총 사수 노이어 상병은,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기관총을 적당히 끊어서 쏘며 프랑스 병사들을 위협했다.
“대가리만 내밀어라 머저리들아!!”
독일군의 총 공세에도 불구하고, 한 프랑스 기관총 사수는 끈질기게 총을 쏘고 있었다.
드드득 드드득 드드드득
옆에서는 부사수가 잘 보조하고 있었고, 아까 전에 쌌던 소변으로 기관총의 열을 식히고 있었기 때문에 때문에 심하게 과열되지는 않았다. 마르크가 그들에게 달려가서 남아 있던 탄약을 옆에 내려 놓았다.
그 순간, 프랑스 병사들은 뭔가 이상한 금속 소음이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끼이익 끼이이익 기이익 끼이이익
마치 갓난아기가 비명을 지르는 듯한 소리였다. 하지만 기관총 사수는 독일 병사들에게 기관총을 쏘는 것에 집중하였다. 마르크는 뭐라고 말할 수 없는 불길함을 느꼈다.
‘이상해···’
조명탄은 한참 전에 꺼졌기 때문에 지금은 여기저기서 총구에서 불꽃이 피어 오르는 것 외에는 사방이 새까맣게 어두웠다. 순간, 누군가 조명탄을 쏘아 올렸고 번쩍하며 앙상한 겨울 나뭇가지들이 보였다. 마르크는 그 사이로 거대한 철갑 괴물이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으아악!! 아아악!!!”
거대한 마름모꼴 전차는 프랑스 병사들이 앞에 설치해둔 철조망을 넘어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마르크가 외쳤다.
“젠장! 도망가야 합니다!”
한편 한스의 마크 전차는 철조망을 넘어 프랑스 병사들을 향해 전진하고 있었다. 한스가 외쳤다.
“천천히 전진해!”
‘우리가 기관총을 파괴해야 소총 중대가 올 수 있다. 궤도가 망가지지만 않으면···’
프랑스 병사들의 기관총에서 나온 총알들이 전차 전면 장갑을 뚜들겼다. 하지만 그 총알들은 콩알처럼 튕겨 나갔다.
타앙! 탕! 타앙! 탕!
전차가 거의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갔음에도 그 기관총 사수는 헛된 저항을 하고 있었다. 한스가 스패너로 전차를 캉캉 때리며 외쳤다.
“그냥 밀고 가! 전진!! 전진해! 전진하면 도망 갈 거야!”
조종사 헤이든은 손에 식은땀을 흘리며 전차를 계속 전진시켰다.
“뭐야 저 자식들?”
“하사님! 저 자들이 계속 쏩니다!”
기관총 총알은 계속해서 전차 전면 장갑을 때려댔고 관측창까지 맞췄다.
타앙! 탕! 타앙!
“젠장! 관측창을 조심해!”
에밋이 외쳤다.
“빌어먹을! 그냥 도망가라고!”
끼이이익 끼이익 끼이이익
한스가 외쳤다.
“빨리 전진한다! 그래야 소총 중대가 올 수 있어!”
헤이든의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리고 머리에서 식은 땀이 흘렀다.
“하사님!”
한스가 외쳤다.
“왜! 빨리 전진해!”
한스는 우측 관측창을 통해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헤이든의 손이 덜덜덜 떨렸다. 하지만 한스의 명령대로 계속 앞으로 전진했다.
끼기긱 끼기기긱
마르크가 기관총 부사수와 함께 저 쪽으로 도망가서 남아 있는 사수한테 외쳤다.
“빨리 와요!”
“그러다 죽습니다!”
어느덧 전차는 기관총으로부터 고작 6~7m 정도 떨어져 있었다. 한스는 그 때서야 전면 관측창으로 지금 프랑스 기관총 사수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는 상황을 볼 수 있었다.
“저 미친 자식 지금 뭐 하는 거야!”
이미 전차는 앞으로 가고 있었기에 급히 멈출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젠장!!!”
헤이든이 전차를 앞으로 전진시키며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목청이 터져라 외쳤다.
“제발 도망가라고!!!”
보다 못한 마르크가 기관총 사수의 뒷목을 잡고 끌어냈다.
“으아아악!!”
마크 전차는 기관총을 짓밟고 프랑스 참호를 천천히 건너갔다. 참호의 폭이 좁았기 때문에, 마크 전차는 손쉽게 통과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한스의 전차 뿐 아니라 요나스와 바그너 상병의 전차들 또한 프랑스 군의 진지를 침투하여 기관총을 파괴했다.
쉬익 콰과광!!
슈욱 쿠광!!
프랑스 병사들은 무기를 내려놓고 양 손을 들었다.
“쏘지마!”
“난 무기가 없다!”
이윽고 독일 소총 부대가 침투하여 프랑스 병사들을 포로로 잡았다. 한스의 작전으로 이루어낸 대 승리였다. 포로가 된 프랑스 병사들은 독일군보다 수가 많았다. 독일 병사들은 혹시나 프랑스 병사들이 식량을 갖고 있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프랑스 병사들은 탄약만 많았지, 식량은 없었다. 식량 보급이 어려웠던 것은 이 쪽이나 저 쪽이나 상황이 비슷했던 것 이다.
독일 병사들은 추위와 굶주림 때문에 승리했음에도 이를 만끽하지 못했다. 그 때, 한스는 돌아다니다가, 아까 전에 자신을 피하지 않고 계속 기관총을 쏘던 프랑스 사수를 발견했다. 그는 포로가 되어 있었다. 한스는 충동을 참지 못하고 그에게 다가갔다. 그 프랑스 사수는 포로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두려워 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한스가 대충 아는 불어로 불었다.
“아까 왜 피하지 않은 것 인가?”
그러자 그 프랑스 사수가 대답했다.
“자네는 애국심도 없는가?”
한스는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말하지 않고 그냥 자리를 떴다. 고체 알코올로 전차병들이 불을 피우고 그 앞에서 몸을 녹이고 있었다. 한스도 그 옆에 주저앉고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는 생각에 잠겼다.
‘애국심 같은 소리 하네···머저리 같은 자식..난 절대 저렇게 의미 없는 것에 힘을 빼지 않아..나는 저런부류와 달라···’
한스가 군인이 되기 전에 독일에 민족주의 열풍은 엄청났다. 다같이 길거리에서 국가를 불러대며 전쟁에 환호하는 그들은 한스 눈에 너무나도 어리석고 혐오스럽게 보였다.
‘어리석고 멍청한 벌레 같은 것들···’
그 때, 한스의 눈에 북서쪽 계곡의 불빛들이 보였다. 한스가 중얼거렸다.
“저 불빛은 뭐지? 적군인가?”
요나스가 말했다.
“저 쪽에 농가 있는데 거기서 나오는 불빛이야.”
에밋이 불빛을 보며 말했다.
“저 농가에선 다들 따뜻한 음식도 먹고 침대에서 푹 자고 있겠죠?”
병사들은 모두 부러운 눈빛으로 농가에서 나오는 반짝거리는 불빛을 보았다. 거너가 말했다.
“군용 물품을 좀 나누어주고 식량과 바꿀 수는 없을까요? 아니면 돈으로 살 수 있잖습니까?”
그 때, 옆에 있던 한 보병 장교가 말했다.
“저 쪽은 프랑스 군이 철통같이 점령한 지역이네. 우리가 빼앗기는 힘들 걸세.”
그 말에 독일 병사들은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마을을 바라보았다. 헤이든이 말했다.
“아마 농가라면 먹을 것은 풍족하겠죠?”
니클라스가 말했다.
“난 순무라도 배터지게 먹을 수 있어. 아니 순무 이파리라도..”
병사들은 오랫동안 사냥을 하지 못해 등가죽이 배에 붙은 굶주린 늑대 같은 눈빛으로 농가를 바라보았다. 장교가 말했다.
“혹 우리가 민가를 점령하더라도 절대로 민간인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네. 그것은 알고 있겠지?”
요나스가 말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저 먹을 것과 잘 곳 입니다. 마구간에서라도 잘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어요.”
한스도 추위와 배고픔으로 인해서 거의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이제는 전차고 뭐고 어떻게 되던 상관이 없을 지경이었다. 한스가 장교에게 물었다.
“혹시 기습하면 승산이 있지 않을까요?”
장교가 말했다.
“놈들은 삼중 철조망으로 촘촘하게 자신들의 지역을 방어하고 있네. 자네 같은 전차병들이야 철조망을 짓이기고 갈 수 있겠지만 보병들은 그러기 힘드네. 또한 매우 침투가 힘든 지형일세.”
한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쌍안경으로 농가가 있는 쪽에 지형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확실히 보병들이 침투하기는 힘들겠군···기습에 성공하더라도 다시 빠져 나오기가 힘들 거야.’
한스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독일 병사들은 기관총이 얼어붙지 않도록 모포로 기관총을 감싸주고 있었다. 프랑스 병사들에게서 무기를 노획하긴 했지만 지금 병사들은 추위와 굶주림으로 인하여 제대로 싸우기 힘든 상황이었다. 한스는 머리를 쥐어 짜내려고 노력했다.
‘시간을 끌수록 우리 쪽이 불리하다···농가를 점령한 프랑스 놈들은 우리가 프랑스 병사들을 포로로 잡았다는 것을 금방 알아챌 수 밖에 없다···그러면 이 쪽을 공격하겠지..’
프랑스 병사들에게 티거를 빼앗기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주변에는 프랑스 병사들에게 노획한 포가 많이 있었고 그 중에는 가스탄도 있었다. 한스가 고개를 저었다.
‘농가에 피해를 줄 수 있으니 가급적 포는 쓰면 안 된다..결국 보병을 써야 하는데···그렇다면···’
한스는 불현듯 생각이 떠올랐다. 그 때, 아까 전에 한스의 작전을 듣고 그대로 전투를 시행했던 장교가 찾아와서 말을 걸었다.
“이보게 전차장. 자네 이름이 뭔가?”
“한스 파이퍼 하사입니다.”
“한스 파이퍼? 자네가 바로 그 영국놈들을 공포에 빠트렸다는 그 전차장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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