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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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rhks404
작품등록일 :
2020.11.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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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03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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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훈장을 받다

DUMMY

독일 장교가 말했다.


“놈들이 비둘기로 기병대에 연락을 한 것 같지만 기병대가 연락을 받지 못한 것 같군···내 생각에 조만간 놈들은 전령을 보낼 거야.”


“그···그렇다면!”


“전령이 놈들의 기병에 소식을 알려줄 수 없도록 최대한 막아야지. 그 사이에 우리 포병이 전열을 정비하고 놈들을 공격하면 되는 걸세.”


장교는 포병대한테 연락하기 위해 전화를 들었다. 하지만 전화는 포격에 의해 선이 끊겨서 먹통이 되어 있었다. 장교가 전화기를 바닥에 내팽개치며 외쳤다.


“빌어먹을!”


장교는 부사관한테 아무 이등병이나 둘 빨리 데려오라고 했고, 올리버와 슈벤이 불려왔다. 장교가 말했다.


“포병대한테 당장 포격을 지원해달라고 해야 하네. 놈들의 전차에 교전 참호에 남아 있는 병사가 아무도 없다고. 그 쪽에 30분간 포격을 몽땅 쏟아 부어 달라고! 현재 놈들이 통신이 안 되는 것 같아서 전차가 교전 참호를 장악했지만 기병 지원을 못 받는 것 같다고 전달하게!”


올리버와 슈벤이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한시가 급한 상황이야! 빨리 뛰어!”


올리버와 슈벤은 예비 참호를 빠져 나와 후방에 있는 포병대에 빨리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참호를 빠져나오면 놈들 전차의 기관총에 죽을 가능성이 높았다. 올리버가 말했다.


“가자!”


그리고 둘이 같이 예비 참호 밖으로 빠져나오는 순간, 뒤에서 마크 전차의 기관총 소리가 들렸다.


드드득 드드드득


올리버는 참호 밖으로 빠져나와서 잽싸게 다음에 있는 포탄 구덩이 안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슈벤은 참호 밖으로 머리를 내민 순간, 기관총에 맞아서 참호를 넘어가지 못하고 다시 밑으로 축 미끄러졌다. 그렇게 슈벤은 참호 바닥에 엎드린 상태로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올리버는 자신의 옆을 스치는 기관총 소리에 팬티에 똥오줌을 지린 상태로 포탄 구덩이 안에서 외쳤다.


“슈벤! 어딨어! 슈벤!”


슈벤이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올리버는 살그머니 나온 다음 재빨리 포병대로 달려갔다.


드드득 드드드득 드드득


영국군 마크 전차는 슈벤을 향해 기관총을 쏘아대고 있었다! 올리버는 겁에 질려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로 미친듯이 포병대로 달려갔다. 한 마크 전차가 올리버가 있는 쪽을 향해 포까지 쏘았다.


쉬이익 콰과광!!


마치 높은 산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땅이 위로 치솟았다가, 그 거대한 산이 수만 개의 파편이 되어 다시 낱낱이 흩어졌다. 올리버가 비명을 질렀다.


“아악!!!!”


독일군은 올리버 말고도 다른 연락병들을 보냈다. 그 중 일부는 그 자리에 푹 쓰러지고 달리기를 멈추었고, 올리버를 포함한 나머지 병사들은 미친 듯이 앞으로 달려갔다. 찬 바람이 폐를 터트릴 것 같았다. 올리버는 폐허가 된 건물 사이로 들어가서 엄폐했다. 그 때서야 속에서 구역질이 올라왔다.


“우웨웩!!”


그 때, 마크 전차 내에서도 영국 전차장이 연락병을 보내기로 했다.


“잭! 빨리 기병대한테 지원해달라고 연락해! 이러다 우리 다 죽겠어!”


잭은 수류탄과 권총만을 허리춤에 찬 채로 마크 전차 뒷구멍 출입문을 살그머니 열었다. 그 순간


타앙! 탕!


독일 군의 총알이 마크 전차의 장갑을 때렸다. 독일군은 마크 전차에서 전령이 나올 줄 알고 미리 조준하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 이다. 잭이 비명을 지르며 재빨리 출입문을 닫았다.


“으아악!!”


다른 전차병이 외쳤다.


“젠장!! 놈들이 이 쪽을 저격하고 있습니다!”


전차장이 외쳤다.


“저 놈들이 출입구를 저격하지 못하게 선회해!”


그렇게 육중한 마크 전차는 둥근 호를 그리며, 독일군이 출입구를 저격하지 못하도록 천천히 선회했다.


끼이이익 끼이익 기이익


전차장이 외쳤다.


“잭! 빨리 나가!”


잭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비좁은 전차 출입구를 통해 밖으로 나갔다.


철컹!


다른 전차병이 전차의 문을 닫았다. 잭은 우측에 울퉁불퉁한 엄폐할만한 포탄 구덩이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일단 저 안으로 들어가면 될 것 이다. 잭은 그 쪽을 향해 몸을 던졌다.


타앙! 탕!


독일 병사들이 잭을 향해 총을 쏘았다. 마크 전차 안에 전차병들이 부들부들 떨면서 잭이 제발 총알을 맞지 않고 연락을 취할 수 있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삼십 분이 지났다. 마크 전차의 전차병들은 초조한 심정으로 기병의 지원이 오기를 기다렸지만 여전히 기병은 오지 않았다. 그리고 익숙한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


쉬이익 콰광!!


슈욱 콰과광!!!


독일놈들의 포격이 마크 전차들을 노리고 있었다! 한 영국 전차병이 눈을 까뒤집고 권총을 자신의 머리에 겨냥하며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악!!”


전차장이 그 전차병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재빨리 권총을 빼았았다. 하지만 다른 전차병들도 패닉 상태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한 전차병이 외쳤다.


“어떻게 합니까!!!”


전차장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전차 우측에서 거대한 폭발이 느껴지며 전차 장갑이 덜덜덜 떨렸다.


쿠과광!!콰광!!


전차장이 무기를 버리고 전차의 비좁은 문을 열었다.


끼이익


그리고 그 전차장은 양 손을 들고 독일군을 향해 걸어가며 외쳤다.


“나는 무기가 없다! 쏘지마!! 난 무기가 없어!!”


그렇게 어처구니 없게도 영국군은 통신 불량으로 기껏 다 쟁취한 승리를 놓치고 패배하였다. 독일군은 영국 전차병들을 포로로 잡은 것은 물론이고, 멀쩡한 마크 전차들을 손에 넣게 되었다.


독일 포병대에게 연락을 취하고 온 올리버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참호에 복귀했다. 저 쪽에서는 고참들이 영국군 포로들을 끌고 오고 있었다. 영국군 포로들은 제각기 두 명의 독일군에 의해 양 팔이 붙들린 상태로 겁에 질린 표정으로 눈알을 굴리고 있었다.


한 고참 독일 병사는 영국 포로의 철모를 빼앗더니, 자기가 써 보았다. 그러자 다른 독일 병사가 낄낄대며 말했다.


“머저리 자식아! 장난치지 말고 돌려줘!”


다른 독일 병사는, 영국 포로가 차고 있는 고급스러운 시계를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자신이 갖고 있던 싸구려 담배 두 개를 줄 테니 그 시계를 달라고 했다. 영국 포로는 군말 없이 시계를 내어 주었다. 독일 병사는 아주 만족스럽게 그 시계를 차고는 걸어갔다.


올리버는 이러한 광경을 보고 생각했다.


‘왜 저런 짓거리를 하는 거야? 독일 군 명예를 깔아뭉개는 짓거리야.’


올리버는 아무쪼록 기분이 좋았다. 어쩌면 이번 일로 훈장을 받거나 휴가를 갈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올리버는 발로 무언가 물컹하는 것을 밟은 것을 알았다.


“어??”


그것은 슈벤의 시신이었다.


“아아악!!!”


올리버는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슈벤?”


슈벤은 얼핏보면 자빠져서 자는 것처럼 보였다. 슈벤 뿐 아니라 참호에는 독일군의 시신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다른 병사가 시신을 치우면서 올리버에게 말했다.


“이봐! 너도 좀 도와줘!”


올리버는 슈벤의 시신을 운반하고는, 시체가 수북히 쌓여있는 곳에 조심스럽게 옮겼다. 다른 병사들은 시체를 툭툭 짐짝처럼 던지고 있었지만 올리버는 차마 친구의 시체를 그렇게 다룰 수는 없었다. 그 때, 슈벤의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갑이 삐죽 튀어나온 것을 발견했다. 올리버는 담배를 피우지 못한지 일주일이 넘었다.


올리버는 슬쩍 주변을 돌아보고는 슈벤의 주머니 속에 있던 담배를 꺼냈다. 그 때, 담배 뒤에 슈벤의 가족 사진이 나왔다. 슈벤의 어머니는 올리버에게도 잘해주곤 하셨다. 올리버는 담배만 자기 주머니에 넣고는 그 사진은 다시 슈벤의 주머니 속에 넣었다.


올리버는 주저 앉아서 담배를 피기 시작했다.


‘맛 좋네.’


올리버는 그 날 저녁 담배를 교환해서 딱딱한 군용 비스킷도 하나 얻을 수 있었다. 올리버는 대피호에서 늘상 자기가 앉던 자리에서 비스킷을 먹는데, 병장이 새로운 신병들을 데리고 나타났다.


“새로 보충된 신병들일세. 잘 좀 가르쳐 주라고.”


대피호에는 이미 죽은 병사들의 물품이 가득해서 신병들이 자리잡을 곳이 없었다. 올리버는 신병들의 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 슈벤의 자리를 치웠다. 슈벤이 가족에게 쓰다 남은 편지 한 장이 툭 떨어졌다.


그 때, 한스는 피셔 하사와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피셔 하사는 그 날 오후, 작전을 위해 다른 곳으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피셔 하사가 말했다.


“다음에 또 보자구. 전차장 나으리.”


그 때, 한스는 문득 피셔 하사가 예전에 받았던 훈장을 군복에 차고 있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피셔 하사는 2급 철십자 훈장과 1급 철십자 훈장을 받았었다. 한스가 물었다.


“저, 혹시 훈장을 잃어버리셨습니까?”


피셔 하사가 말했다.


“아 그거? 담배랑 바꿨네.”


피셔 하사의 말에 요나스가 입을 딱 벌리고 말했다.


“아니, 그 귀한 훈장을!!저한테 파셨으면!!”


피셔 하사가 말했다.


“이봐 난 야간 기습을 많이 한다고. 근데 그런 짤랑거리는걸 옷에 달고 있으면 되겠나 안 되겠나? 불빛이라도 비치면 놈들이 내 위치를 알텐데?”


진중하던 니클라스조차 철십자 훈장을 팔아먹었다는 소리에 입을 벌리고 황당하단 표정으로 말했다.


“고향에 가족에라도 보내시지..”


피셔 하사가 짜증을 내며 말했다.


“시끄러! 그 딴 철조가리 담배 한 개피만한 가치도 없네.”


피셔 하사는 손을 흔들고 전차병들을 떠났다. 한스는 속으로 생각했다.


‘하긴 그딴 철조가리 나눠주는 것은 앞으로도 목숨 걸고 싸우라고 돼지 사육시키는 거나 다름없지. 무기나 잘 만들어줄 것이지 젠장..’


요나스가 말했다.


“한스 훈장 받고 싶지 않아? 너라면 여태 훈장을 몇 번은 받았어야 하는데..”


한스가 말했다.


“훈장보단 무기나 잘 만들어줬으면 좋겠어. 그런 조그만 철조각 따위···”


그 때, 슐츠 중위가 한스에게 와서 말했다.


“아, 자네 여기 있었군. 철십자 훈장을 받게 된 것을 축하하네!”


그 날, 한스는 다른 병사들 앞에서 군복에 철십자 훈장을 수여 받았다. 전차병들은 모두 부러운 시선으로 한스의 훈장을 쳐다 보았다. 에르빈이 부러움과 질투의 눈으로 한스의 훈장을 바라 보았다. 훈장 수여식이 끝나고, 한스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슬쩍 그 훈장을 만져 보았다.


‘이거만 있으면···고향에 돌아가도 사람들이 나를 얕잡아 보지 않을 거야!’


한스는 고향에 있을 때는 가급적 사람들의 눈도 마주치지 않고 옆구리에 책을 끼고 조용히 길을 걸어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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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역사의 흐름 +12 21.01.11 1,929 65 11쪽
103 패배 +9 21.01.11 1,969 70 11쪽
102 탈출 훈련 +7 21.01.10 1,883 61 11쪽
101 아놀드 중위 +13 21.01.10 1,954 61 11쪽
100 연막 속 전투 +13 21.01.09 2,012 65 11쪽
99 마크 A 휘핏 +7 21.01.09 2,010 63 11쪽
98 달리는 기관총 +6 21.01.09 2,137 68 11쪽
97 패튼 +7 21.01.08 2,258 68 11쪽
96 병실 조크 +20 21.01.08 2,209 71 11쪽
95 최악의 날, 최고의 날 +17 21.01.07 2,222 77 11쪽
94 위화감 +17 21.01.07 2,218 75 11쪽
93 2020년 겨울 +11 21.01.06 2,297 65 11쪽
92 철조망 +8 21.01.06 2,049 77 11쪽
91 눈보라 속 전투 +11 21.01.05 2,059 74 11쪽
90 기습 +6 21.01.05 2,100 67 11쪽
89 쌩고생 +4 21.01.04 2,158 71 11쪽
88 갈대밭 +14 21.01.03 2,252 73 11쪽
» 한스 훈장을 받다 +10 21.01.03 2,400 73 11쪽
86 비둘기 +5 21.01.02 2,124 64 11쪽
85 담배 몇 개피 +6 21.01.02 2,125 72 11쪽
84 엄폐 +7 21.01.01 2,139 67 11쪽
83 용기 +9 20.12.31 2,196 72 11쪽
82 자주포 +9 20.12.30 2,215 73 11쪽
81 삽질 +1 20.12.30 2,182 74 11쪽
80 남부 전선 +4 20.12.29 2,214 75 11쪽
79 알력 다툼 +5 20.12.29 2,206 78 11쪽
78 전쟁 범죄 +5 20.12.29 2,269 72 11쪽
77 뮐러 씨의 취미 생활 +19 20.12.29 2,278 69 11쪽
76 베를린의 개츠비 +13 20.12.28 2,259 65 11쪽
75 탈출 성공! +9 20.12.28 2,251 7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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