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달을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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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夜月香
작품등록일 :
2007.07.21 10:46
최근연재일 :
2007.07.2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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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2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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븕은 달(月)을 베다 5 회

DUMMY

▣ 제 5 회 후츄성(府中城)의 인연 2


대마도주 요시도시는 자신이 독점한 교역이 무산될까 염려하여 조선에서 전해 오는 모든 정보까지도 오직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왜곡하여 장인인 고니시를 통해 히데요시에게 전해 올렸다. 그런데 그 도요토미가 병사한 후 지금의 정세는 모든 힘이 이에야스에게로 쏠리고 있지 않은가. 때문에 히데요시의 사후 자신의 입지가 흔들릴 것을 염려한 그가 히데요시의 시동출신으로 히데요시에게 지극의 충성을 하던 고니시와의 인연이 자신의 입지에 해가 될까 염려하여 이 기회에 부인인 고니시의 딸과의 인연을 정리하고 이에야스의 비위를 맞추려 눈치를 살피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그 낌새를 눈치 챈 고니시였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는 어떠한 행위도 거침없이 저지르는 이 난국(亂局), 어쩌면 쥐도 새도 모르게 딸의 목숨이 흔적도 없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고니시가, 자신이 이곳에 머무는 동안, 요시도시의 부인인 딸을 나고야로 안전하게 피신시키려 생각했다. 그러나 요시도시의 아내가 된 여인의 마음은 달랐다.


“날 두고 그냥가라. 가서, 나는 이미 요시도시의 안사람이 된지 오래라고 아버님께 전하라.”


그녀 역시 전란의 와중을 살아가는 여인, 요시도시의 간계(奸計)를 이미 눈치 채고 있었다. 자신은 이에야스의 눈 밖에 난 고니시의 딸이다. 그러니 전란의 수습이 끝나면, 요시도시는 어떤 핑계를 만들더라도 이혼을 감행하려는 할 것은 당연한 사실, 어릴 때부터 이 같은 경우를 수없이 보아온 그녀였다.

문중이 멸망당할 지경에 놓이면 그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전국의 무장들끼리 서로 인척의 관계를 맺으며 결혼과 이혼을 밥 먹듯 해왔던 혼세(混世)가 아니던가, 그 전국의 결혼이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혼사가 아니라, 단지 인질을 교환하고 스스로의 가문을 지키려는 하나의 예식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결심은 확고했다.


“아버님께 분명히 전해라. 나는 결코 아버님의 성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비록 요시도시에게 버림을 받더라도 아버지인 고니시에게는 짐이 되지는 않을 거라는 확고한 다짐이었다.


“마님, 그렇게는 안 됩니다. 시간을 지체하면 마님의 목숨조차도 어찌될지 모르니 모든 방법을 다해 우도성으로 모셔야만 한다는 성주님의 추상같은 명이었습니다. 정 그러시다면 저희들의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서로 눈짓을 교환한 그들은 스르르 그림자처럼 여인이 곁으로 다가들었다.


“물러나라. 설령 너희들이 힘으로 핍박한다 해도 나의 결심은 변함이 없다.”


세 명의 닌자(忍者)들은 여인의 추상같은 호통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


“아무리 난세에 살아남기 위한 방편이라고는 하나, 시류에 따라 변하는 처절한 모습이구나. 그렇지, 기회다. 어쩌면 나에게 바다를 건널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올 절호의 기회다.”


그들의 행동을 멀리서 엿보던 명(明)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어쩌면 이 상황이 의외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든 탓이다. 해서 그들의 행동에 모든 신경을 곤두세웠다.


- 스윽, 스으윽!


세 명의 닌자(忍者)들은 품(品)자 형을 이루고 아지랑이처럼 형체도 없이 여인의 앞으로 움직였다. 순간 그들 중 한 명이 번개처럼 여인의 옆을 스치며 주먹으로 명치를 정확히 가격하고 여인의 등 뒤로 돌아섰다.


“헉!”


여인의 입에서 짧은 비명이 터졌다. 그리고는 호흡이 멎는 듯 가슴을 움켜쥐며 털썩,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자, 어서 모시고 성을 빠져 나가자.”


동료들과 서로 눈짓을 교환하며 기절한 여인을 들쳐 업고 신속히 자리를 옮기려는 바로 그때,


“이보시오들, 부인이 싫다 하지 않소이까. 그분을 그냥 내려놓으시오!”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명(明)이, 그리 크지는 않으나 위엄 깃든 말소리를 던지며 그들의 앞에 날아 내렸다. 그들의 눈에는 불현듯 나타난 불청객이었다. 허나 그들의 눈동자는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저 누군지 확인할 필요도 없다는 듯 손을 옆으로 휘둘렀다.


- 휙! 휙! 휘익!


순간 날카로운 파공음이 공기를 갈랐다.


“허헉!”


작고 예리한 물체다. 번쩍, 푸른빛이 눈앞을 스치는 것과 동시에 명(明)의 몸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동시에 공중제비를 돌듯 한 바퀴 맴돌며 손에 쥔 대나무지팡이로 날아드는 물체를 순식간에 쳐내고는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 탁! 타닥!

- 팍! 팍! 팍!


그 들이 섬광처럼 뿌려낸 별 모양의 표창은 명(明)이 휘두른 지팡이에 모두 튕겨져 연못 옆에 소나무의 가지에 하나씩 박혀 끝자락만 드러났다.


“후후후, 날 죽여 입을 막겠다? 어림없는 일! 그대들은 굳이 싫다는 부인을 공격하여 실신까지 시켰소이다. 이쯤해서 그냥 물러들 나시오!”

“......!”


침묵이다. 닌자들의 입에서는 한마디의 말도 새어 나오지 않았다. 오직 그림자처럼 슬금슬금 움직이는 그들의 몸에서는 차가운 살기만 풍겨 나올 뿐이었다.


- 휘익!

- 사르륵! 스르르륵!


두개의 쇠사슬이 그 끝에 날카로운 낫을 매달고 붕붕 허공을 맴돌더니 한순간 명(明)의 얼굴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리고 명(明)의 앞에 마주선 검은 복면인은 두 자 길이의 예도(銳刀)를 두 손에 꼭 쥐고 온몸을 날려 명(明)의 정면을 찔러왔다.


“어허, 삼면협공(三面協攻)이라!”


허(虛)한 웃음으로 여유를 보인 명(明)이 가볍게 몸을 허공으로 솟구쳐 그들의 머리 위를 훌쩍 뛰어넘었다. 그리고 그 순간 명(明)의 손에 들린 대나무지팡이가 눈에 보이지도 않게 좌우로 움직였다.


- 퍽! 퍽! 퍼억!


명(明)을 향해 전신을 던져 달려들던 세 명의 닌자(忍者)들은 동시에 정수리를 손으로 움켜쥐며 주르르 몇 걸음 뒤로 밀려났다.


“......!”


그래도 한마디 신음조차 흫ㄹ리지 않았다. 다만, 말없이 고개를 돌려 서로 눈길을 주고받던 그들은 휙 몸을 날려 후원(後園)의 우거진 수풀 속으로 연기가 쓰며들듯 눈앞에서 사라졌다.

상대의 기량을 알아보는 능력은 누구보다 뛰어난 안목을 지닌 닌자들이다. 그러니 단지 몇 합을 겨루어 보았다고는 하나 자신들의 재주로는 도저히 상대할 인물이 아니라는 점을 재빨리 간파하고는 은형술(隱形術)을 펼쳐 순식간이 자취를 감추어 버린 것이다.


“흠!”


슬쩍 몸을 날려, 높은 나뭇가지위에 올라선 명(明)은 그들이 사라진 방향을 한동안 주시를 하다가 이미 그들이 멀리 사리진 시실을 확인하고는, 넘어져 있는 여인의 앞으로 뛰어내렸다.


“숨결이 고른걸 보니 잠시 혼절을 시켰을 뿐이구나.”


정신을 잃고 누워있는 여인의 가까이에 다가가 상태를 살피던 명(明)이 여인의 양 어깨를 잡아 좌정을 시킨 후 두 손을 밀착시켜 정신이 깨어나도록 활기(活氣)를 불어 넣었다.

순간 실눈을 뜨며,

흐트러진 기모노의 옷섶을 살며시 여민 여인의 입에서 이해할 수 없는 한마디 말이 흘러나왔다.


“공자님, 모른 척 간여를 말고 저를 그냥 두셨어야 했습니다.”


기절한 것이 아니었다.

다만 여인은, 아버지 고니시와 남편인 대마도주 요시도시의 어려운 입장을 감안해, 그냥 누군가가 목숨을 거두어주었으면 하고 조용히 숨을 죽였던 것이다.


“어어..., 정신이 드셨습니까? 무척 괴로움을 당하는 듯하여!”


살아나도록 도와준 사람을 향해 원망의 눈길을 보내는 여인의 표정에 당황한 명(明)은 말을 더듬으며 멍한 시전으로 바라보았다.

살며시 고개를 돌려 ‘그냥 두어야 했다’ 고 말하던 그 여인의 입에서 또다시 처연한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난세(亂世)를 살아가는 전국(戰局)의 여인들이 겪어야 할 숙명입니다.”


여인의 안타까운 말이기는 했다. 그러나 그 한마디 말에 명(明)의 얼굴에는 금세 노기가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는 격한 한마디가 튀어나왔다.


“그 고운 옷을 걸치고 호식(好食)하며 여인의 숙명이라 말씀하셨소이까? 후후후, 이보시오 부인! 난, 조선 사람이오. 귀국이 일으킨 전쟁 때문에 조선의 여인들은 그대의 나라 병사들 만행에 어떤 곤욕을 당했는지 짐작이라도 하시오?”


끓어오르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격한 말을 쏟아내고는 이게 아니라는 표정으로 스스로 진정을 하는 척 여인을 바라보았다. 아니, 의도적으로 얼굴을 붉힌 분노였다. 그런 명(明)을 초점 없는 눈빛으로 마주보던 여인이 그제야 미안한 듯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그렇군요. 조선에는 전란의 폐해(弊害)가 극심하다 들었습니다. 제가 먼 길을 오신 손님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군요. 저를 도우려 나서신 공자님께 결례를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나직한 목소리로 고마움을 표시하는 여인의 눈망울에는 한없는 슬픔이 깃들어 있었다. 그런 여인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명(明)이 가슴속에 맺힌 울화를 풀어내려는 듯, 하늘을 올려다보며 독백처럼 침통한 목소리를 뱉었다.


“폐해라? 후후후, 전란의 와중에 일어난 폐해라! 지금 부인이 말씀하신 그 숙명이란, 부인이 살아남기 위한 방편을 일컫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조선의 여인에게는 그 숙명조차도 없었습니다. 그저 왜군의 무자비한 음행 앞에 저항도 한번 못하고 꼼짝없이 당했으며, 정절을 지키지 못한 한(恨)을 가슴에 품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만 했습니다.”


비탄에 젖은 이 여인의 마음을 익히 짐작하고 그 심성을 자극하는 명(明)의 한마디였다. 그런 명(明)을 말을 유심히 듣던 부인의 표정이 날카롭게 변했다.


“연회장에서 공자의 대련을 잠시 보았습니다. 공자께서는 조선 도공들을 보호하기 위해 배를 탄 후, 시마쓰님의 목숨을 구해주신 조선의 장부라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단순히 그일 만으로 이 거친 바다를 건너지는 않았겠지요. 분명 공자님의 그 마음 깊은 곳에는 말 못할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입니다.”


과연 고니시의 딸다운, 뛰어난 혜안(慧眼)을 지닌 여인이었다. 명(明)이 툭 던진 한마디를 듣고는 그 말속에 담긴 의미를 찾아내 그 목적을 읽으려 하는 그녀였다. 자칫 잘못하면 이 여인의 마음을 얻기도 전에 자신의 의도(意圖)가 드러날 순간이었다. 그러나 명(明)은 더욱 담대하게 다음의 말을 이어갔다.


“맞습니다. 부인! 시마쓰님의 목숨을 구한 목적은 이 원수의 땅에서 소생의 울타리를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소생은, 이 일본 땅으로 끌려온 누님을 구하기 바다를 건넜지요. 후후후..., 만신창이가 되었을 누님이기는 하나 아직 살아있기는 할런지?”

“예? 그랬습니까? 공자께서는 누님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이 먼 바다를 건넜단 말입니까?”


자신의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 서둘러 사람을 보낸 아버지 고니시가 아닌가? 마찬가지로 이 청년은 누이를 구해내기 위해 먼 이국땅을 밟았다고 한다. 점점 애련(哀憐)한 감정이 치솟는 부인의 마음이었다. 그 조그맣게 열린 입에서는 길게 탄식(歎息)의 소리가 흘렀다. 그모습을 지켜보던 명(明)이 한발 앞으로 나섰다.


“부인. 괜찮습니다. 소생의 일은 어찌 되겠지요. 그보다 부인의 신상에 별일이 없어서 다행입니다. 이제 몸을 추스르고 안으로 드십시오.”


그래도 지금 이순간은 부인의 안위가 중하니 어서 내당으로 안내하려는 명(明)에게 여인은 귀담아 들으라는 듯 한(恨)이 가득 담긴 한마디를 던졌다.


“공자님! 저에게, 아니 이 난세의 전국을 살아가는 우리 일본의 여인들은 호의호식을 하며 편히 지난다 하셨습니까?”


명(明)의 젖어있는 슬픈 눈동자를 바라보던 그녀가 자조(自嘲)의 웃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동안 마음속 깊이 담아 두었던 울화의 불길을 터뜨리려는 듯 벌떡 일어서며, 기모노의 허리를 두른 폭넓은 띠 오비(帶)를 순식간에 풀어 던졌다. 그 순간 여인의 온몸을 두르고 있던 기모노의 앞자락이 양옆으로 벌어지며 그 속에 숨어있던 여인의 나신이 눈부시게 드러났다.


“공자님, 보이십니까? 저와 같은 무가(武家)의 여인들은 이렇듯 겉옷 한 겹 속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는 알몸입니다. 언제 어느 곳에 뉘여 져야할지 모를 몸이니까요. 난세의 여인들! 우리 여인들은 힘을 가진 자에게 주어지는 인질이고 전리품일 뿐입니다. 이런 처절한 삶이 전국을 살아가는 우리 여인들의 숙명이지요!”


명(明)의 눈앞에 드러나 있는 맑고 투명한 나신, 그러나 그 발가벗은 몸은 색정(色情)을 불러오는 추함이 아니라 힘겨운 운명을 살아가는 처절한 아름다움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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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99 왜.
    작성일
    07.07.20 15:49
    No. 1

    이런 속도로 올라오면 며칠 안에 완결 날 것 같네요
    20여회 정도의 단편이라 하셨는데 .....
    암튼 즐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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