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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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추적자
작품등록일 :
2008.06.1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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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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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5.28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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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26화

DUMMY

26화 지옥의 문이 열리기 시작해버렸다.





기쉬는 라 로셸의 ‘여신의 방패’라는 술집 겸 여관- 제법 고급이라 이 표현은 정확한 게 아니지만-의 식탁의 의자에 앉은 채 가만히 있었다. 앞에는 천천히 맛을 음미하고 있는 카서스가 있다. 조용하군. 할 말이 별로 없다. 하지만 이렇게 있는 것도 뭐하다. 뭔가 해야 할 것 같은데.


자신과 비슷한 나이거나 아니면 이곳을 잘 모른다면 이 도시에 대해 말하면서 이야기를 유도하겠지만. 축지법인지 공간을 도약한 건지 알 수 없는 마법으로 이동한 걸로 봐서는 왠지 논리적인 생각은 아니긴 하지만 자신보다 이 도시를 잘 알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확실히 루이즈 일행은 이곳으로 오겠지.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한. 게다가 어느 정도 규모의 일이면 아무렇지 않게 끝내버릴 것이다. 저 앞에 있는 자는. 결국 지루하게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건가. 이럴 줄 알았으면 자신의 사역마를 데려오는 건데.


처음에는 타바사의 용을 타고 갈 줄 알았다. 왠지 정원초과라는 느낌이 들어 돌보는 사람에게 아침부터 거듭 당부했기에 사역마의 안위에 걱정이 생기지는 않지만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건 좀 그렇다. 헛되게 귀중한 자산을 날려버린다는 느낌이 든다. 아니, 느낌만이 아니라 실제로 그럴 지도 모른다.


단순히 그냥 여행하는 것도 딱히 원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따지고 보면 아무래도 상관이 없는 건가. 이왕 여기 왔으니 나가본다고 이야기하고 구경이나 해볼까?


“저, 저기.”


여전히 조용하다. 그래도 이 사람이라면 어째 말을 하고 가건 안 하고 가건 상관이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지만.


“잠시 구경 좀 하고 오겠습니다.”


“지금 들어오고 있는데?”


그가 잠깐 고개를 들어 문을 바라보는 것을 기쉬는 눈치 챘고 즉시 고개를 돌렸다. 놀랐다고 확실히 알 표정을 한 루이즈와 왠지 덤덤해 보이는 다른 세 명과 그리고 처음 보는 수염을 기른 남자가 있었다.


“음. 분명히 왈드 자작께서 다른 협력자가 있다고 말씀하시기는 했는데.”


퀴르케가 의아해하고 있다. 타바사는 경계하고 있고 그 얼굴을 보면 열 받는 사이토는 멍한 눈이다. 확실히 스스로도 처음에는 몰랐다. 먼저 도착한다는 상황이 생기게 될 줄은.


“어떻게 우리보다 먼저 온 거야?”


“루이즈. 나의 루이즈. 아마도 먼저 파견된 게 아닐까 싶은데.”


“그렇겠지요?”


그렇지가 않다고 말하고 싶지만 언급해도 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냥 조용히 있자.


“그럼 혹시 당신이 그 괴력의 사역마되시는 겁니까?.”


“루이즈는 나의 소환자이지만 나의 주는 되지 못하지.”


아무렇지 않게 사실을 고하고 있다. 며칠간의 아무렇지 않게 박살내는 듯이. 무감동한 목소리다. 지독할 정도로. 마치 더 이상 아무런 감정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하는 것 같은, 철저하게 냉정한 그 무언가. 단순히 일부러 차갑게 대한다거나 하는 수준이 아니라고 확신이 든다.


“뭐 아무튼 일단은 동행이며 서로 등을 맡겨야 하는 사이이지 않습니까?”


역시 어른이라는 건가. 어떻게든 버티고 서 있다.


“내가 맡은 건 루이즈 일행의 안전이라네.”


“저 역시 그렇습니다.”


카서스는 물을 한 모금 마신다.


“그러니까 자네가 알비온에 무슨 볼 일이 있든 신경 쓰지 않을 거라네. 귀찮게 하지 말도록.”


왈드 자작으로 추정되는 남자의 표정이 일순간 변한 것 같았다.


“흠. 뭐 저한테 호의를 갖고 있지 않으실 수도 있지만 아무튼 저기 저 소년은 그라몬 원수의 자제인 기쉬 군을 이겼다고 들었습니다.”


이런데서 화제가 되는 거냐!


“게다가 두 분 다 간달브라고 들었습니다만.”


“간달브라니?”


루이즈가 목소리를 높였다.


“저, 저기 모르는 건가?”


왈드가 주저했다.


“뭐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서로 간의 전력 분석을 하는 것은 앞으로 나아갈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행동입니다. 마침 내일 아침에 배가 올 때까지 피차 할 일도 없지 않으십니까?”


“여기는 실력에 의해 평가받는 게 상당히 많던 것 같더군.”


“물론입니다. 마법이야말로 귀족의 증명. 힘에 의해 자신을 나타내는 곳에서 누가 강한지 누가 약한지를 따지는 것은 한 번 마음속에서 제기되었을 때 결코 머릿속에서 떨어지지 않아서 문제입니다.”


카서스가 쳐다본다.


“사이토하고 상대하지 그런가?”


“그는 제 상대가 되지 못합니다.”


“자신감이 과하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나한테 도전하는 것에는 바보 같다고 말하도록 하지.”


왠지 모르게 왈드의 목이 갑작스레 베여버리는 상상이 들었다. 게다가 그 가능성을 부정할 수도 없다. 앞에 있는 저 남자는 비상식의 구현 같은 거니까.


“하지만 저로서는 꼭 붙어보고 싶군요.”


“결투에 광적이로군.”


“일단 직업이 직업이고 귀족 출신이라서 말이지요.”


“왈드!”


루이즈가 말린다. 그러고 보면 그녀는 카서스가 룬을 지울 때 본 사람이었던 것 같다. 게다가 자신도 왈큐레가 한 손으로 우그러지는 것을 보고는 얼마나 경악했던가.


“아마 상대해주지 않는다면 계속 귀찮게 할 것 같군. 귀찮다고 계속 피해다니는 것도 연장자로서의 체면에 맞지 않을 것 같고 말이지.”


“호오. 그렇다면!”


“일단 자네와 함께 온 일행들에게 휴식을 주고 말하는 게 어떤가?”


앞으로 두 시간 후에 인적이 없는 곳에서 시작하기로 결정되었다. 타바사가 끝도 없는 식욕을 과시하는 모습을 보았고 퀴르케가 왈드에게 이야기하다 루이즈가 바로 귀에 대고 소리치는 바람에 얼얼해하는 장면도 보았고 사이토가 테이블 매너를 제대로 못했기에 야단치다 주문을 쓰려는 루이즈를 막기도 했다.


그렇게 두 시간이 지났고 결투 당사자 두 명을 제외한 전원이 입회인이 되었다. 두 남자가 인적이 없는 안뜰에 섰다. 왈드는 지팡이를 잡고 자세를 잡았고 카서스는 그냥 섰다.


“지금은 별로 피를 보고 싶지 않으니 적당히 하세나.”


“물론이지요.”


왈드가 웃었다.


“그럼 시작하지.”


“네.”


왈드가 지팡이에 마법을 걸고 뛰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갑자기 넘어졌다. 달려가서 살펴보니 자고 있었다.


“이 친구 피곤했나보군.”


“아.”


“그, 그런가요.”


카서스가 다시 말한다.


“이렇게 지친 상태에서도 결투에 목숨을 걸다니 이런 인간을 데리고 가는 건 왠지 피곤해질 거라고 생각이 드는데 자네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아, 아. 그, 그렇죠?”


주변은 조용하다.


“뭐 상태를 봐서는 하루 정도면 일어날 것 같네. 뭐 몸이 좋아서 더 일찍 일어날 확률도 있지만.”


당신 다가오지도 않았잖아!


“이렇게 지칠 때까지 일하고 덤비다가 제풀에 잠들다니 분명히 열심히 하는 것은 괜찮지만 모법은 안 되는군.”


납득할 수 없어. 하지만 반박할 수도 없다. 이미 다 아는 사실이지만 지적할 수는 없다.


“그, 그럼. 방에다.”


사이토가 말을 하면서 왈드를 등에 업고 움직인다.


“뭐 배가 출발하기 전까지 일어난다면 그걸로 좋고 아니면 그냥 우리끼리 가도록 하지.”


“아, 알겠습니다.”


“미묘하게 납득.”


“어쩔 수 없나……”


‘당신이 뭔가 했잖아.’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참으며 기쉬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이토는 잠든 왈드와 같은 방에 배정되었다. 원래 왈드는 약혼녀인 루이즈와 같은 방을 쓸 것 같았지만 의식을 잃었기에 그냥 이 방이 되었다. 왠지 꺼림칙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루이즈는 저 남자가 온 이후로 다소 얌전해졌기에 환영하고 싶을 정도의 기분이 든다.


아마도 루이즈의 공격이 조금만 덜했다면 자신의 취향과 사춘기적인 특성이 루이즈에게 호의를 품게 했겠지만. 사이토는 주머니에 넣어둔 단검을 만지작거렸다. 요즘 들어 인내심의 한계가 계속 느껴지고 있다. 자신이 가진 힘의 근원이기에 버티고자 하고 있었지만 이 왈드라는 남자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참지 못했을 것이다.


“싫다. 정말로.”


이 세계는. 정말로 증오스럽다. 갑작스레 와서 갑작스레 종노릇이나 하게 되고 상식은 전혀 통용도 안 되며 신분 계급 차는 끔찍할 정도고. 실제로 그나마 상냥하게 대해주는 사람이 있기에 망정이지. 하지만 그들도 잘못된 정보로 자신을 판단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진실이 들어간다면 바로 태도를 바꾸겠지. 사이토는 침대에 주저앉았다.


“이 하르케기니아 따위는 망해버렸으면.”


이런 말을 한다고 해서 상황이 바뀌지는 않는다. 귀족들은 여전히 마법의 힘으로 득세하고 평민들은 스스로를 비천하다고 진실로 여기며 살아가겠고 자신은 아무것도 못하며 그나마 갖고 있던 정의감도 부서져 버렸다. 강력한 폭력에 의해.


돌아가고 싶다. 집으로. 단지 평범한 고민을 하며 약간의 귀찮음을 넘어서고 안정된 삶을 누리고 싶다. 모험 따위는 하고 싶지 않다. 이렇게 피곤하고 이렇게 화가 나며 이렇게 지금까지 알던 게 통용되지 않으며 이렇게 위험하며 이렇게 공격당하는 것은 질색이다.


“정말로 부서져 버려라.”


투덜거리건 욕설을 하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건 잘 알고 있지만 그나마 속이 시원해지기는 한다. 단순히 발음이 듣기 안 좋은 욕설보다는 철저하게 원한을 농축한 단어들을 입에 올리려 들지만 자신이 배웠던 것의 한계를 느끼고 만다. 조금 더 열심히 할 걸. 아니, 왜 그렇게 호기심이 많았던 걸까.


“돌아가고 싶다.”


가끔씩 자신에게 호의를 보이는 여자에게 추파를 던지고 싶은 느낌이 들고 순간적으로 자신과 비슷한 감성을 지닌 이에게 다가가기도 했지만 이제는 상관이 없다. 그저 소원한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카서스는 별을 보고 있었다. 밤중에 서서. 그것도 여러 개의 별을 보는 게 아니라 한 군데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거기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 걸 보는 것처럼.


“스펠잼머쉽과는 좀 다른데.”


정말로 무언가가 있는 듯이. 확실히 꿰뚫어보고 있는 것처럼.


“하긴 다 본 것도 아니니.”


알비온에 있는 자의 것인지도 모른다. 아직은 지켜보도록 하자. 카서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별이 밝군.”


당연한 감상을 던진다. 조금씩 기대감이 생기던 것이 다시 눌러진다.


“아무튼.”


다시 그 무언가를, 일반적인 인간은 절대로 볼 수 없을 것을 바라본다.


“저 배의 진로도 알비온인가.”


결국 모든 것은 그곳으로 가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벌어질 축제는 어떤 것을 느끼게 해 줄 것인가. 카서스는 계속 별을 바라보았다. 바람이 바뀔 때까지.





마틸다는 여관의 방에 앉아 있었다. 어지간해서는 가고 싶지 않았던 레콘키스타조차 자신을 받아주지 않았다. 가자마자 공포에 질린 눈으로 보고 있었다. 아직 후케라고 밝힌 적도 밝힐 생각도 없었는데 이미 알아채고 있던 그들의 정보망은 분명히 대단했다.


“저, 웬만해서는 실력 있는 메이지라면 받아들이지만……”


새하얗게 질린 표정을 한 장교의 모습이 생각났다. 악명이 너무 높았다. 확실히 자신이라도 그런 평판을 듣고 있는 자가 찾아오면 거절하기는 하겠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억울했다. 본탑이야 책임이 있지만 그 바퀴벌레만은 절대로 아니다!


“난 피해자라고!”


소리쳐봐야 아무 의미도 없지만. 큰 소리를 내본다. 울분이 가라앉는 것도 아니지만.


“왜 내가!”


그 학원장! 분명히 그걸 증언한 것은 학원장이다. 그리고 그 사태를 일으킨 것은 그 남자고.


“하아.”


잠시 숨을 내쉬어 들뜨고 참기 어려워지는 분노를 가라앉힌다.


“이제 뭘 해야 하나.”


돈을 벌어야 한다. 지금은 아직 남은 걸로 어떻게든 하고 있지만.


“일단 좀 돌아다녀볼까.”


막히는 것이 있다면 초심을 찾아보자고 알비온에 왔지만 이래서야 원. 그 악명 높은 레콘키스타가 두려워하고 있는 인물이 되었다니. 돌아다녀도 소용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일단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다.


마틸다는 대충 변장을 하고 여관으로 내려왔다. 앞일을 위해 조금 절약한다고 일반인이 자주 쓰는 곳으로 왔다.


“저기, 발견되었다면서?”


“그 이상한 던젼의 문 말이야?”


“그래. 거기 빠져나온 사람이 어마어마한 보물이 있다고 말한 거기.”


“하, 하지만 살아서 온 사람이 극히 드물지 않아? 몇 백 년 이상 됐는데 살아서 온 자가 두 자리 수잖아. 요전에도 왕궁에서 죄수들로 이루어진 탐사 팀을 보냈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번에 발견된 문은 다른 문이라더군.”


마틸다는 주의깊이 듣기 시작했다.





해가 곧 뜰 무렵에 기쉬는 힘겹게 일어났다. 밖으로 나가자 일어났을 때 이미 없었던 카서스와 타바사가 식사를 하고 있었다. 대식가를 증명하고 있는 타바사와 느긋하게 식사를 하고 있는 카서스의 모습이 보인다. 뭔가 대조적이지 않은가.


기쉬 역시 간단한 아침을 시키고 식탁에 자리를 잡았다. 사이토가 내려왔다. 별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물어볼 게 있었기에 말을 건다.


“어이. 너.”


“아, 응.”


“왈드 자작께서는 일어나셨나?”


“아, 아니.”


“그래.”


“걱정하지 않아도 곧 일어날 거라네. 단지 배의 출항 시간을 맞추지는 못하겠지만.”


카서스가 첨언했다. 아, 그렇겠지요. 아마도 재운 건 당신일 테니까.


곧 루이즈와 퀴르케도 일어나 간단히 식사를 하고 잠들어 있는 왈드의 방에 추가비용을 지불하고는 선착장으로 향했다.


“왜 이렇게 멋이 없는 건가.”


카서스가 평했다. 자신은 나름대로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거대한 나무처럼 생긴 구조물인지 진짜 나무인지 알 수 없는 것의 가지 부분에 걸린 돛단배. 뱃전의 밑 부분에서 드러난 한 쌍의 날개. 약간 불만이 생겼다.


“정말로 멋이 없나요?”


“배가 멋이 없지 않은가.”


하긴 취향이 다르면 그럴 수도 있겠다. 기쉬는 트랩을 밟고 올라갔다. 왈드는 지금도 잠들어 있을 것이다. 그래서 결국 배에 탄 인원은 우선 왕녀의 칙명을 받았다는 루이즈. 그리고 그녀의 사역마인 사이토. 칙명을 받은 현장에 있었기에 동행한 퀴르케와 타바사. 그들의 호위 겸으로 온 자신과 카서스. 그리고 선원들이 불평을 하려다 추가금으로 인해 불평을 하고 있지 않은 풍룡 실피드.


실피드의 경우에는 선원들에게 질문을 하고 있어서 돈까지 추가로 받은 지금은 호의를 얻고 있는 것 같다. 그보다 이제는 아예 전국에 알리는 건가. 운룡이라는 것을. 학원에서야 이미 다 아는 마당이지만.


기쉬는 갑판에 서서 기다렸다. 출항할 때는 조심하라는 경고가 들린다. 자신들을 제외하고는 손님이 없는 것 같다. 하기는 알비온은 현재 전시. 사람이 없을 만도 하다. 배가 움직였고 공중으로 날기 시작했다. 실피드가 기우뚱해서 사람들이 비명을 지른 일을 제외하고는 트러블은 없었다. 메리 갤런트 호는 순조롭게 항해를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은 대기실로 갔고 카서스는 왠지 재미있는 일을 보고 있는 듯이 빙그레 미소 짓고 있었기에 다가갔다.


“비, 비행체 확인!”


“이쪽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숫자는?”


“하나입니다.”


“공적인가?”


“아닌 것 같습니다. 소규모입니다.”


선원들이 긴급히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막 들어가던 일행들이 다시 밖으로 나온다.


“그럼 비행형 야수겠군. 귀족분들. 주문을 준비해주세요.”


카서스의 미소가 더더욱 짙어졌다. 뭔가 다르다. 분명히 다르다.


“잠깐! 자암깐!”


서서히 보이는 그림자에서 어디선가 듣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일행들을 살펴보자 그들도 아는 사람 같은지 고개를 갸우뚱하다 바라본다.


“같이 가자! 버리지 말라고!”


정리 하나 안 한 산발에 깃털 모자도 내팽개치고 다급하게 소리를 높이며 그리폰을 타고 오는 왈드의 모습이 보였다. 웃음이 나왔다.


“하하하.”


“까하하하.”


“커, 커허허허.”


여러 가지의 웃음소리가 튀어나왔다. 왈드가 그리폰에서 내려왔다.


“귀족답지 않군, 왈드군.”


“그럴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화난 듯이 아직 웃는 사람들을 쳐다보던 왈드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손을 내젓다가 천천히 말한다.


“물론 귀족의 풍모도 중요하지만 귀족다운 일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버리는 것을 아는 게 진정으로 그에 맞는 일이겠지요.”


“하지만 스스로의 몸 상태를 파악하며 다른 이가 걱정하지 않게 그 강함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왈드는 침묵했다. 잠시, 아니 제법 길게 생각하다가 말했다.


“이 일을 못하면 더 몸 상태가 나빠질 겁니다.”


“뭐 좋네. 자네가 뭘 하든 난 내가 맡기로 한 일만 하면 되니까.”


왈드가 깊게 고개를 숙인다.


“감사합니다.”


“아니, 감사하기는 이르네. 자네는 이제 후회하게 될 거야.”


마치 선고하는 것처럼 카서스가 말했다. 미래를 보고 그 결말을 미리 언급하는 예언자 같기도 한 표정으로.


“일어나 버린 것을.”


절망을 선고하는 지옥의 재판관처럼. 이제는 절대로 바뀔 수 없는 것을 확정한 것처럼.


“그리고 따라온 것을.”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확실하게 들리도록 말했다.


“반드시 후회하게 될 걸세.”


카서스는 몸을 돌리고 방으로 걸어갔다. 우리들은 멍하니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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